시후는 트라비체를 나선 뒤,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그가 준비 중인 결혼기념일 축하 파티에서 아내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었다.이 깜짝 선물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만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내에게 로맨틱한 결혼식을 선물해주고 싶었다.시후는 잠시 지난날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유나의 할아버지 김 전 회장의 성화에 서둘러 혼인 신고를 했지만, 끝내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었다.김영식 전 회장은 결혼식을 위해 날을 잡으려 했지만, 시후와 유나가 정식으로 부부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쓰러져 입원하는 통에 결혼식은 연기되고 말았다.그리고 얼마 안 되어 김 전회장이 타계했고, 시후는 WS 그룹 일가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으며 결혼 계획은 수포로 돌았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그는 이제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가 되었다.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재산이 있었고, 또한 아내를 위해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가장 먼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결혼식 장소는 샹그릴라 호텔의 스카이 가든이었다. 샹그릴라 호텔은 국내 최고의 호텔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샹그릴라 백화점과 연결된 호텔은 넓고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스카이 가든은 호텔 최상부에 위치한 연회장이었다. 스카이 가든이란 이름대로 거대한 유리온실 안에 가득한 향기로운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하늘 위의 정원이었다.그곳은 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예식장으로 손꼽혔다. 그만큼 스카이 가든에서의 결혼 예식 비용에는 적어도 수억 원이 들었다.하지만 그에게 그 정도 비용은 별거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그래서 결혼기념일에 스카이 가든을 예약하려고 샹그릴라 호텔에 왔다.하지만 시후는 이 호텔이 회원 전용 호텔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식사, 숙박, 행사 등을 하려면 회원이어야 했다.게다가 멤버십 등급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완전히 달랐다.일반 회원은 로비의 레스토랑과 스
하연은 팔짱을 끼고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네가 역겹게 싫다고, 그래서 뭐? 이젠 남이 뭐라고 하는 것도 참지 못하겠니, 이 루저야?""졸업하고 유나랑 결혼해서 그 집 데릴사위가 된 거, 대학교 사람들 다 알고 있어! 학교 다닐 때 밥 세 끼도 못 먹고 다니던 놈이 어떻게 그런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나 몰라."그에게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박상철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도련님, 샹그릴라 호텔 앤 리조트는 저희 LCS 그룹 소유입니다. 샹그릴라 서울을 포함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지점입니다."문자를 본 시후의 눈이 동그래졌다.지금 샹그릴라가 우리 집안 소유라고?그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허세 부리는 거 아니지?""물론 아니죠. 서울 지점 담당자는 안세진이고, 연락처는 02-755-...., 도련님께서 전화하시면, 그가 알아서 해결해 드릴 겁니다.""알았어."자기가 그렇게 조롱했는데도 시후가 핸드폰만 쳐다보고 문자를 보내자, 하연은 살짝 당황했다.이렇게 찔러 댔으니 어떤 반응이 돌아올 거라 기대했었는데, 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시간이 지난다고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그는 루저였고, 이렇게 조롱 받고도 꿈쩍도 안 하는 루저였다.그래서 그녀는 한껏 목소리를 높여 비웃었다. "은시후, 넌 그런 말 듣고도 진짜 잘도 참는구나!""아, 그건 그렇고 너랑 유나 아직도 안 했다며? 사실 유나는 재벌 회장님 세컨드이고, 넌 연막이었다 했던가? 하하하!"시후의 얼굴이 시뻘겋게 일그러졌다.날 모욕한 건 참을 수 있어도 내 아내를 모욕한 건 못 참아...!화가 난 그는 박 기사가 알려줬던 안세진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정하연을 응시하며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네 상사한테 어떻게 너같이 입이 더러운 사람이 샹그릴라에서 일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겠어.""뭐라고? 지금 나랑 장난해?" 하연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그때 드디어 상대방이
하연은 서둘러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시후에게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샹그릴라 호텔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희 샹그릴라에 방문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옛 대학 친구로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그녀는 자신의 친절한 응대와 예의 바른 태도가 조금 전에 그에게 한 행동을 잊게 할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시후는 그녀가 생각한 것만큼 착한 사람은 못 되었다.안세진는 하연의 말을 듣고 되물었다. "정 매니저, 은시후 님과 대학친구인가요?""네, 네! 시후는 대학교 때 과 대표였는데, 친구였어요!""내일 회장님 사무실로 가 보세요. 샹그릴라 인사과 부장으로 승진될 겁니다."샹그릴라에서는 팀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최소 3계급은 승진한다는 말이었다. 급여와 복지혜택이 10배 이상 될 뿐만 아니라, 호텔에 있는 대부분의 직원들을 그녀의 아래에 둘 수 있게 된다. 인사과 부장은 임원 중에서도 중역으로 꼽혔다.정하연은 그의 말을 듣고 기쁨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안 대표님, 제가 정하연 팀장님과 어떤 사이인지 아시나요?"라며 시후가 차갑게 말했다. 자신의 결정이 그를 불쾌하게 한 거라 추측한 안세진은 다시 말했다. "은시후 님께서 원하신다면 정 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킬 수도 있습니다!""회원증이 없어 도움을 청하기 위해 대학 친구였던 정하연 씨를 불렀더니, 이유도 없이 면전에 대고 사람한테 모욕을 주더니, 경비원들을 시켜 쫓아내려고 했었죠. 그런데 그런 사람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겠다고요? 지금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안세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그가 잘 보이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정하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돌변했고, 그녀에게 고함쳤다."정 팀장, 어떻게 은시후 님에게 그런 결례를!!"깜짝 놀란 하연은 연거푸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안세진 대표님!""정 팀장이 뭘 잘못한 지는 알고 그러는 건가요?" 안 대표는 눈
유나 부부와 부모님이 저녁을 먹으러 신라호텔 라연에 간 사이, 혜준은 집에서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페이지의 글을 보고 완전히 풀이 죽어 있었다.그는 유나가 계약을 따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1시간도 안 걸려서 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어제 그녀를 무시하며 했던 말들이 자기에게 되돌아 오자 한대 제대로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혜준은 이 상황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박주원, 이게 뭐야! 네가 김유나랑 잘 되라고 내가 널 위해서 있는 힘껏 도와줬더니, 네가 어떻게 내 뒤통수를 치고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도록 도와줄 수가 있어?!"주원은 어이없어 하며 대꾸했다. "갑자기 전화해서 뭐라는 거야? 난 아무것도 안 했다고!""박주원, 솔직하게 말해. 너 유나랑 잤지?"혜준의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기에는 너무 쪽팔렸다.그래서 그는 중얼거렸다. "미안해, 혜준아. 이번 일은 다음에 갚을게.""하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혜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물었다. "주원아, 김유나 처녀였지, 그치? 그 등신과는 아직인 것 같던데 대박이네, 이 새끼!"박주원은 흥분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김유나가 아직 버진이었다니!!그렇다면 더욱이 사람들에게 유나와 내가 잤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걸 계기로 유나가 남편과 소원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킬킬거리며 웃으며 혜준에게 말했다. "맞아. 네 사촌은 버진이었습니다~ 너무 귀엽고 조여서 내가 어쩔 줄을 몰랐네! 하하하!""나중에 너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내 공 잊지 마, 알았지?" 혜준의 씁쓸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려 퍼졌다."걱정 마!" 박주원은 무심코 큰 소리쳤다.전화를 끊자마자, 주원의 아버지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아버지의 근심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주원아, 큰일이 생겼어... 엠그란드 그룹이 우리랑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를 취소했어! 누가 엠그란드 그룹에 문제
그럼 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주원은 시후를 흘겨보며 차갑게 말했다. "자기 아내가 다른 사람 만나고 있는 것도 모르는 등신 새끼가. 유나 씨가 너 같은 인간이랑 사는 게 아깝다, 진짜. 그만 유나 씨를 놔주는 게 어때? 너랑 달라서 난 유나 씨가 원하는 거라면 다 해 줄 수 있어!"시후의 얼굴이 서리라도 내린 듯 싸늘하게 굳어 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골라. 유나 씨한테 사과하고 네가 한 말 들은 사람, 한 사람 한 사람한테 가서 취소하고 오던가, 아님 너희 회사가 망하는 걸 보던가.""하하하하! 장난해? 네가 뭔데 우리 회사를 파산시키네 마네 지껄이는 거야?"주원은 경멸에 찬 눈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그는 시후의 말은 허세나 허풍으로 치부했다."이 새끼가 드디어 맛이 갔나... 헛소리는 딴 데 가서 해. 우리 회사 순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해? 네가 무슨 재간으로 우리 회사를 파산시킨다는 거야? 푸하하!"시후는 마치 얼간이라도 보는 듯 무표정으로 주원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기사 박상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현 그룹을 파산시켜서 공중분해 되는 걸 봐야겠어. 대현 그룹 회장 일가가 빚더미에 앉게. 그래, 먼저 3분 안에 대현그룹 주식을 하한가까지 내려줘! 매일 30%씩이면... 3-4일은 걸리려나?"순자산만 수십 조인 회사를 파산시키는 것도, 고작 3분 만에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했다."이 미친 놈이 완전히 망상에 빠져 가지고..." 박주원도 시후를 노려보았다.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연기는 그쯤 해. 나도 너한테 선택권을 줄게.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고 유나 씨랑 이혼하던가, 아님 나한테 혼이 나던가. 1분 줄 테니까 선택해."시후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1분 남았어. 회사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건가?""닥쳐! 30초 남았어! 어서 골라!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해 주겠어...!""20초!""10초!"
주원이 자리를 떠나던 때, 혜준과 그의 여동생 혜빈,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 현우가 함께 회장을 향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현우 옆으로 수트를 빼 입은 젊은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 둘은 얼굴이 약간 닮아 있었다.혜준은 주원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방금 도착해서 들었는데, 너희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주원은 혼자 중얼거리며 그를 밀어냈다.혜준은 걱정스레 물었다. "박주원, 너 괜찮아? 무슨 일인 거야?"주원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기서 입을 잘못 놀렸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그는 혜준의 손을 뿌리치고 호텔 밖으로 뛰쳐나갔다.혜준은 달려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박주원 저 녀석이랑 보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지도... 멀쩡하던 회사 주식이 갑자기 폭락하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파산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야!"그리고 나서 혜준은 시후와 유나를 발견했을 때, 문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유나야, 소개해 줄게. 여기 이 신사분은 현우의 사촌인 임하성 씨야.""하성 씨, 이쪽은 제 사촌 동생인 김유나예요."사실 하성은 줄곧 유나를 보고 있었다. 혜준이 소개를 마치자 하성은 손을 내밀고 말했다. "WS 일가 분들이 미인이란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시후는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미인인 아내를 가진 죄인지, 벌레가 끊임없이 꼬였고 매번 쫓아내는 것도 일이었다.시후가 앞으로 나서 하성이 내민 손을 잡아 악수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나의 남편 은시후라고 합니다.""남편...? 당신이?" 하성은 시후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맞잡았던 손을 쓰윽 빼면서 말했다. "유나 씨같은 미인이 당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살기엔 너무 아깝네요.""하성 씨, 그거 알아요? 게다가 저 인간, 얹혀 살면서 직업도 기술도 없어요
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파티장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은시후, 뭐하는 거야! 당장 앉아!" 장모 윤우선이 허둥대며 그에게 소리쳤다.이 인간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건지. 이 루저가 지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저의가 뭐지?현우와 하성은 속삭였다. "설마 이 새끼가 엠그란드 그룹 회장이라고...?"말을 내뱉고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설마, 말도 안 돼. 그런데 만약에 은시후가 진짜로 회장이었다면, 자기 장모님한테 혼날 수가 있겠어?"뭐하는 짓이야! 빨리 안 앉아?" 단상에 서있던 혜준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시후는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모두의 혼란스러워하는 시선을 무시하고 이태리 부회장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태리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 모습은 모두의 심장을 뛰게 했다!엠그란드 그룹 부회장 이태리! 변변한 직업도 없이 얹혀사는 은시후가 어떻게 그녀를 알고 있는 거지? 게다가 꽤나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할 말을 다 한 그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무시한 채, 유나를 찾기 위해 파티 홀 밖으로 나왔다.그와 동시에 이태리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녀에게 시선이 쏠렸다. "안녕하세요, 엠그란드 그룹의 이태리입니다. 은시후 씨는 조금 전 홀 밖에서 은 회장님과 마주쳐서, 회장님 대신 제게 메시지를 전해주셨습니다. "시후가 회장이 아니라는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연히 마주친 거 가지고 이태리 부회장한테까지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애를 써."라고 임하성이 중얼거렸다.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었다.한편 단상 위에서 이태리는 신옥희 회장을 힐끗 쳐다보곤 싸늘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회장님께서 저에게 대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엠그란드 그룹은 WS 그룹과의 협업을 즉시 중지하겠습
시후는 회장을 뛰쳐나간 유나가 그리 멀리 가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복도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흐느껴 울고 있었다.그런 유나의 곁에 천천히 다가가, 코트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유나 씨, 그렇게 슬퍼하지 마세요. 이사직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에요. 유나 씨는 그런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시후 씨는 몰라요. 전... 이사가 돼서, 가족들이 떳떳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약속을 어길 줄이라고는.... " 유나는 실의에 빠진 듯 훌쩍였다."누가 알겠어요? 나중에 가서 이사가 돼 달라고 빌지. 유나 씨 얼굴 좀 봐요... 예쁜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됐잖아요~ 이런 얼굴로 단상 위에 올라갈 순 없잖아요...""위로해 주려고 그런 말 하는 거 알아요.. 할머니께서는 이미 발표하셨으니 다 끝났어요. 시후 씨는 다시 들어가세요. 전 혼자 있고 싶으니까..."그때였다. 할머니 신옥희와 김혜준이 파티 회장에서 뛰쳐나온 것은.허겁지겁 뛰어나가는 두 사람을 관망하던 파티 회장의 군중을 뒤로하고, 신 회장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홀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후와 유나의 모습이 보였다. 혜준은 황급히 두 사람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사정했다. "유나야! 네가 어서 이태리 부회장님을 쫓아가서, 계약 해지하지 말아 달라고 해! ""계약을 해지한다고요? 왜요?" 유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다."시치미 떼지 마! 네가 이태리 부회장님한테 부탁해서 사람들 앞에서 망신 준 거 다 알아! 이 문제 네가 해결하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야!"'찰싹!'신옥희 회장은 혜준의 뺨을 다시 한번 때리며 호통쳤다. "동생한테 그게 할 소리야? 게다가 유나는 우리 그룹의 대표이사라고!""할머니... 대표이사는 저라고 하셨잖아요...""네가 나를 부추겼잖니! 계속 이런 식으로 굴려면 회사에서 나가!"혜준은 두 번이나 뺨을 맞아 화가 났지만, 지금은 긴급 사태였다. 치밀어 오르는
20분 뒤, 시후와 유나는 공항에서 오랜만에 윤우선을 만났다. 윤우선은 유나와 시후를 보자 매우 흥분하며 신나게 말했다. "아이고, 유나야, 은 서방 내가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유나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엄마가 혼자 집에서 자유롭게 지내느라 정말 편하게 계셨을 거라 생각했는데.."윤우선은 웃으며 대답했다. "편하긴 편했는데, 맨날 혼자 있는 건 너무 외롭더라!" 그러면서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이번에 미국에 오면서 환전도 못 하고 카드도 안 가져왔네. 너희 돈은 충분하지?"유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우리 보러 오셨는데 어떻게 엄마에게 돈을 쓰게 할 수 있겠어요. 그냥 편히 계시다 가요."시후도 말을 보탰다. "맞아요, 장모님. 미국에 오셨으면 당연히 저희가 책임 져야죠. 이곳은 결제가 불편하니까 제가 비자 카드를 하나 드리고 현금도 조금 드릴게요." 그리고 덧붙였다. "아, 장모님.. 미국은 치안이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시는 게 좋으십니다."윤우선은 시후가 카드와 현금을 주겠다는 말에 눈이 반짝이며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내 사위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위는 반쪽 아들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어?! 자네처럼 이런 사위가 있으면 아들 하나 있는 것보다 백배는 낫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윤우선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칠고 강하게 굴어도, 작은 호의만 보여주면 태도가 금방 180도 바뀌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약간의 돈으로 윤우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시후에게 매우 간단했고 비용 효율적인 거래였다.그 후, 두 사람은 윤우선을 차에 태우고 호텔로 데려갔다. 윤우선이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윤우선은 객실 안을 몇 바퀴나 뛰어다녔지만, 여전히 구조를 다 파악하지 못한 채 감탄하며 말했다. "세상에, 이 스위트룸은 너무 크잖아!
그 후 비행 내내 윤우선은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휴대폰을 열어 확인했지만, 비행기가 미국 상공에 도달할 때까지도 여전히 홍라연의 연락 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윤우선은 몇 번이나 휴대폰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결국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생각했다. ‘에휴, 그래 가족 외에 진짜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다들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사람들이지! 흥, 내가 전용기를 타고 미국 가는데 너희들이 연락 안 하고 관심 없어도 그만이야. 정말 웃겨!’윤우선은 이렇게 생각하며 슬쩍 휴대폰을 다시 확인했지만, 여전히 아무도 연락을 남기지 않은 것을 보고는 더욱 화가 났다. 그녀는 결국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려 애썼다.몇 시간 후, 윤우선이 탄 걸프스트림 G650 전용기는 마침내 미국 프로비던스 공항에 착륙했다. 이때는 미국 시간으로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한편, 시후와 유나는 보스턴에서 열린 혜리의 두 번째 콘서트를 보고 프로비던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시후는 이미 윤우선의 동향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시후는 윤우선이 자신과 유나에게 전용기를 탔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그녀가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야 유나와 연락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후는 윤우선이 혼자 입국 심사를 마치는 것은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윤우선은 기본적인 영어 대화는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30분 뒤, 유나의 휴대폰으로 미국 현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유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으며 영어로 말했다. "헬로?" 그러자 전화 건너편에서 윤우선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나야! 나야! 나 미국에 도착했어!"유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몇 초 뒤 정신을 차리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엄마, 언제 미국에 오신 거예요? 출발 전에
윤우선의 성격은 다소 억척스러운 면이 있는데, 그 본질은 강한 자존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50년을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해왔다. 특히 WS 그룹에 시집온 이후로 그런 일은 더 심해졌다. 시댁의 멸시와 남편의 무능함은 그녀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았고, 이는 그녀의 성격을 더욱 거칠게 만들었으며 동시에 체면에 대한 집착을 극단적으로 강화시켰다.이제 그녀는 비로소 개인 전용기를 타보게 되었고, 이렇게 고급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 만큼 반드시 제대로 즐기고 이 상황을 기념으로 남기고 싶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SNS에 올려 친구들에게 제대로 자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항공기 승무원들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그들은 이런 항공편에서 일할 때, 윤우선 한 명을 상대하며 얻는 수입이 민간 항공기 한 대에서 수백 명을 상대하며 버는 것보다 몇 배 더 많았기에, 윤우선을 마치 황후처럼 떠받들며 대우했다.만족스럽게 영상을 찍은 윤우선은 가족들 앞에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시후, 유나, 김창곤을 따로 멀티 프로필 설정을 하고,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프로필에 라고 한 줄을 남겨두었다. 글과 사진을 올린 후, 그녀는 사무장에게 물었다. "저기, 우리 이륙하면 인터넷이 안 되는 거죠?" 사무장은 서둘러 대답했다. "비행기 이륙과 상승 단계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지만, 안정 비행에 들어가면 객실 와이파이를 켜드릴 겁니다. 그때 인터넷을 사용하실 수 있어요." 윤우선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좋아요, 그럼 기장님에게 이륙해 달라고 해주세요." 그녀는 속으로 흐뭇해하며 생각했다. ‘이미 사진이랑 글은 올렸으니, 하늘에 올라가 인터넷이 연결되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겠지? 그럼 다들 얼마나 부러워할까?’ 이렇게 생각하며 윤우선은 휴대폰을 옆에 두고 창밖 풍경을 보며 기분이 한껏 들떴다.비행기는 곧바로 이륙 우선권을 얻어 구름 위로 올라갔다. 약 30분 후, 비행기가 1만 1
전화를 끊고 나서 유나는 서둘러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엄마가 미국에 오면 당신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요? 엄마는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잖아요. 괜히 당신 기분 나빠질까 걱정이에요." "아니에요." 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장모님이 미국에서 즐겁게 놀다 가시는 것도 좋고, 당신과도 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니 괜찮아요. 당신도 집을 떠난 지 꽤 됐으니 장모님이 그리울 거잖아요." 유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이렇게 멀리 오랫동안 집을 떠난 건 처음이라,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걱정이 되긴 해요."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방은 엄청 크잖아요. 둘이 있으면 너무 휑해서 장모님이 오시면 더 활기찰 거예요." 유나는 시후가 진심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요!"......다음 날 오전. 유나는 이미 미국행 비자를 손에 넣었다. 불가리 매장 직원이 그녀에게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늘 오후라는 것을 확인해주자, 윤우선은 점심 무렵 가장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시후가 선물한 에르메스 가방을 메고, 불가리에서 제공한 비즈니스 차량을 타고 공항으로 갔다.공항에서 윤우선은 처음으로 VIP 라운지에서의 고급 서비스를 경험했다. 럭셔리 비즈니스 차량은 그녀 혼자만을 위해 활주로까지 데려다 줬고, 두 명의 아름다운 직원이 짐을 들어주며 그녀를 개인 전용기로 안내했다. 이 전용기, 걸프스트림 G650은 이룸 그룹 소유의 비즈니스 전용기였고, 이번에 송민정이 특별히 이 비행기를 배치하여 윤우선이 혼자 탈 수 있도록 준비했다.비행기 내부는 말 그대로 럭셔리 그 자체였다. 윤우선은 비행기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마치 공중에 있는 궁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넓고 고급스러운 객실에는 그녀 혼자 뿐이었고, 이로 인해 그녀의 허영심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윤우선이 매우 부드럽고 큰 안락의자에 앉자마자, 세 명의 아름다운 승무원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먼저 윤우선
한편, 윤우선은 눈물을 흘리는 척하며 카메라에 비치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얼굴을 뒤쪽으로 돌려 안약을 몰래 넣었다. 유나는 영상에서 엄마가 외로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 "엄마,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는 게 어때요? 시후 씨가 3천만 원을 드렸잖아요. 고급 투어 상품을 하나 예약해서 푹 쉬다 오세요. 엄마가 충분히 놀다 오시면, 우리도 그때쯤 돌아올 거예요."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딸내미.. 말이 좋지, 문제는 나에겐 여행 갈 돈이 없다는 게 문제야....’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듯 말했다. "유나야.... 엄마는 지금 여행 갈 마음이 없어.... 엄마는 그냥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뿐이야...." 그러자 유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다. "엄마, 제 수업이 아직 20일 넘게 남아서 당장은 돌아갈 수 없어요...." 사실 유나는 엄마를 미국으로 부를 수 있을지 잠깐 고민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어머니가 미국에 오는 게 그다지 편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선,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미국 비자는 복잡하고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며 거절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엄마의 다소 시끌벅적한 성격을 알기에, 엄마가 미국에 오면 자신과 시후의 평화로운 일상이 깨질지도 몰랐다. 유나 자신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남편 시후가 엄마를 불편해할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허락 없이 엄마를 초대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그런데 이때 시후가 뜻밖에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가와, 영상 속의 윤우선에게 웃으며 말했다. "장모님, 집에 혼자 계시는 게 외롭다면 비자 신청해서 미국에 오셔서 놀다 가세요." 시후의 말에 유나는 놀라움에 눈이 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렇게 아무런 고민 없이 엄마를 미국으로 오라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윤우선 역시 시후가 이렇게 쉽게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서 흥분해 환호했다. "아이고, 우리 은 서방! 정말이야? 진짜야, 우리 착한 사위?!" "물론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유가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과대평가했다. 또한 이중열에 대한 유가휘의 증오 역시도 과소평가했다. 남편의 손이 자신의 뺨에 닿자, 순간적으로 그녀는 공포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또 다시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급히 유가휘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여보.... 오해하지 마세요.... 정말로 다른 뜻은 없었어요.... 저는 그냥...." 그러자 유가휘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만해! 무슨 뜻이었던 건지는 알고 싶지도 않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야. 앞으로 내 앞에서 이중열이란 이름 석 자를 절대 꺼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던가!"방가흔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유가휘가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록 자신이 유가휘와 결혼했지만, 재산은 여전히 그의 손 안에 있었다. 유가휘는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전에 이미 모든 공동 재산을 자발적으로 포기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유가휘와 이혼하면 그녀는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유가휘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마음 풀어요.... 다시는 화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자 유가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냉정하게 말했다. "한 씨가 아직 승마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방가흔은 급히 대답했다. "맞아요.... 아직 승마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여보, 그럼 저는 먼저 가볼 게요. 저녁에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할게요." "그럴 필요 없어." 유가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기분이 안 좋으니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방가흔은 두려움에 찬 얼굴로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당황한 채로 몸을
방가흔은 이중열의 첫사랑이었다. 젊은 시절 그녀는 홍콩에서 여신으로 불리며 수많은 재벌과 엘리트들이 그녀에게 반해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였다. 이중열이 미국으로 떠났을 때,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고, 이어서 유가휘는 자신이 초고액 자산가라는 후광과 막대한 부를 무기로 그녀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었고 홍콩 호화 저택에 가두었다.그 당시 방가흔은 물질적으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아침에 런던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럭셔리한 개인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가, 저녁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낭만적인 에게해로 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뉴욕이나 도쿄의 명품 매장에서 마음껏 쇼핑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유가휘의 개인 요트를 타고 홍콩에서 인도양의 몰디브나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떠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간단히 말해 그녀는 그 당시 원하기만 하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중열이 홍콩으로 돌아오자, 그와의 옛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재점화되었다. 그 때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물질을 소유하더라도, 마음속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공허함의 주인공은 바로 이중열이었던 것이다.결국 그녀는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쳤다. 홍콩 전체는 그녀가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그녀는 서서히 깨달았다. 마음속에 있던 공허함은 채워졌을지 몰라도, 그 외의 모든 것은 텅 비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렇게 되자 더 이상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골라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최고의 상품들과 서비스를 즐기는 것 역시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되자 그녀는 자신이 포기한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단순히 유가휘가 아니었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인류 문명이 수천 년에 걸쳐 발전시키고, 각 분야에서 집약한 궁극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가 탔던 개인 비행기는 세계에
유가휘는 변지현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기분 좋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이게 겹경사가 아니고 뭐야! TS Shipping의 변지현이 그녀의 개인 비서를 홍콩으로 보내 조사를 시키겠다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이 협력을 따내야 해!”비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대표님, TS Shipping이 우리와의 협력에 관심이 있다니 정말 대단한 소식 아닙니까?! 지금 좋은 항로는 모두 TS Shipping이 쥐고 있고, 우수한 항구와 고객 자원도 전부 그들 손에 있지 않습니까. 그들과 협력하면 우리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겁니다!”유가휘는 시가를 깊게 빨아들이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TS Shipping에 있는 여자들이 말이야,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고, 엘에이치 그룹의 소민지 역시 뒤지지 않는 미모라고 했지. 듣자 하니 변지현도 수퍼 모델 같은 미녀라고 하더군. 그래서 TS Shipping과의 협력도 물론 좋지만, 만약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정말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될 거야!”유가휘가 말을 끝내자,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러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가휘! 도대체 누구를 손에 넣고 싶어서 그렇게 신이 난 거야? 목숨이라도 걸 참이었나 봐?”그때, 중년 여인의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꼭 들어가겠다고 하셔서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유가휘는 고개를 흔들며 비서와 비서에게 말했다. “둘은 나가 있어.”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그런 뒤 유가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중년 여성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보, 나란 사람 잘 알잖아. 말은 제일 잘 하지. 조금 전에도 그냥 아민이랑 농담한 거라고...” 이렇게 말한 뒤 그는 급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오늘 한 씨
이중열이 곧 홍콩으로 송환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유가휘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자신이 마치 남의 여자를 빼앗은 것 같다는 느낌에 굴욕감을 느껴왔고, 이제 마침내 그 치욕을 씻을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복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중열이 돌아오면, 홍콩에 자신이 내건 현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 것이다. 그로 인해 이중열이 죽으면, 자신에게 드리운 그 치욕스러운 그림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유가휘는 대충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전화기 건너편에서 변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 대표님 맞으시죠? 저는 TS Shipping의 변지현입니다.”유가휘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한 손에 시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쥐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 누구신가 했더니 변지현 대표님 아니십니까! 제가 정말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늘 직접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시다니요!” 그러면서 그는 급히 덧붙였다. “아 참, 대표님. 제 비서가 전에 제 회사의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진심으로 TS Shipping과 협력을 희망합니다. 혹시 대표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제가 직접 찾아 뵙고 저희의 장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유가휘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개인 재산은 변지현 같은 직업 경영인을 훨씬 능가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재산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플랫폼과 그가 가진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변지현은 개인 자산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강력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TS Shipping의 책임자였다. 따라서 유가휘가 TS Shipping과 협력하고, 변지현으로부터 자원의 일부를 양도받아 유휴 자산을 수익화 하기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