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파티장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은시후, 뭐하는 거야! 당장 앉아!" 장모 윤우선이 허둥대며 그에게 소리쳤다.이 인간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건지. 이 루저가 지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저의가 뭐지?현우와 하성은 속삭였다. "설마 이 새끼가 엠그란드 그룹 회장이라고...?"말을 내뱉고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설마, 말도 안 돼. 그런데 만약에 은시후가 진짜로 회장이었다면, 자기 장모님한테 혼날 수가 있겠어?"뭐하는 짓이야! 빨리 안 앉아?" 단상에 서있던 혜준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시후는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모두의 혼란스러워하는 시선을 무시하고 이태리 부회장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태리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 모습은 모두의 심장을 뛰게 했다!엠그란드 그룹 부회장 이태리! 변변한 직업도 없이 얹혀사는 은시후가 어떻게 그녀를 알고 있는 거지? 게다가 꽤나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할 말을 다 한 그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무시한 채, 유나를 찾기 위해 파티 홀 밖으로 나왔다.그와 동시에 이태리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녀에게 시선이 쏠렸다. "안녕하세요, 엠그란드 그룹의 이태리입니다. 은시후 씨는 조금 전 홀 밖에서 은 회장님과 마주쳐서, 회장님 대신 제게 메시지를 전해주셨습니다. "시후가 회장이 아니라는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연히 마주친 거 가지고 이태리 부회장한테까지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애를 써."라고 임하성이 중얼거렸다.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었다.한편 단상 위에서 이태리는 신옥희 회장을 힐끗 쳐다보곤 싸늘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회장님께서 저에게 대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엠그란드 그룹은 WS 그룹과의 협업을 즉시 중지하겠습
시후는 회장을 뛰쳐나간 유나가 그리 멀리 가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복도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흐느껴 울고 있었다.그런 유나의 곁에 천천히 다가가, 코트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유나 씨, 그렇게 슬퍼하지 마세요. 이사직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에요. 유나 씨는 그런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시후 씨는 몰라요. 전... 이사가 돼서, 가족들이 떳떳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약속을 어길 줄이라고는.... " 유나는 실의에 빠진 듯 훌쩍였다."누가 알겠어요? 나중에 가서 이사가 돼 달라고 빌지. 유나 씨 얼굴 좀 봐요... 예쁜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됐잖아요~ 이런 얼굴로 단상 위에 올라갈 순 없잖아요...""위로해 주려고 그런 말 하는 거 알아요.. 할머니께서는 이미 발표하셨으니 다 끝났어요. 시후 씨는 다시 들어가세요. 전 혼자 있고 싶으니까..."그때였다. 할머니 신옥희와 김혜준이 파티 회장에서 뛰쳐나온 것은.허겁지겁 뛰어나가는 두 사람을 관망하던 파티 회장의 군중을 뒤로하고, 신 회장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홀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후와 유나의 모습이 보였다. 혜준은 황급히 두 사람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사정했다. "유나야! 네가 어서 이태리 부회장님을 쫓아가서, 계약 해지하지 말아 달라고 해! ""계약을 해지한다고요? 왜요?" 유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다."시치미 떼지 마! 네가 이태리 부회장님한테 부탁해서 사람들 앞에서 망신 준 거 다 알아! 이 문제 네가 해결하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야!"'찰싹!'신옥희 회장은 혜준의 뺨을 다시 한번 때리며 호통쳤다. "동생한테 그게 할 소리야? 게다가 유나는 우리 그룹의 대표이사라고!""할머니... 대표이사는 저라고 하셨잖아요...""네가 나를 부추겼잖니! 계속 이런 식으로 굴려면 회사에서 나가!"혜준은 두 번이나 뺨을 맞아 화가 났지만, 지금은 긴급 사태였다. 치밀어 오르는
신 회장이 유나의 손을 잡고 단상 위에 오르는 동안 모두가 자리로 돌아갔다.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사과 드립니다. 제 손녀인 유나는 WS 그룹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에요. 유나 덕분에 우리는 엠그란드 그룹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었죠. 유나가 이런 놀라운 성과를 내기 위해서 많이 고생했죠."두 사람 옆에 선 이태리는 경멸하는 듯 신옥희 회장을 흘겨 보았다. "한 가지 확실하게 해 두고 싶네요. 이 계약을 위해 노력한 것도, 계약을 성사시킨 것도 유나 씨 한 사람입니다. 다른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입니다."상당히 무례한 발언이었지만 신옥희 회장은 쉽게 수긍했다. "부회장님 말씀대로예요. 유나는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죠. 유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WS 그룹 대표 이사로서 WS 그룹과 엠그란드 그룹 사이의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겁니다!"그 말에 이태리도 웃으며 유나와 악수를 나누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유나는 여전히 얼떨떨해서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큰 박수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감탄하며 유나를 바라보았다.저 여자는 뭐 하는 사람이지? 왜 그렇게 엠그란드 그룹이 저 사람에게 저렇게 적극적이고 호의적인 거지?사실 유나도 혼란스럽고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후를 보자, 문뜩 그가 한 말이 생각났다. 모든 게 그가 말한 대로 되었다. 할머니는 원래 약속대로 다시 나를 대표이사에 임명했다.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유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다.시후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최근 그의 행동에 조금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조금 변한 것 같았다.어딘가 달라진 것 같았지만,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하룻만에 유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WS 그룹에는 엠그란드 그룹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훌륭한 '인재'가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그런 그녀가 있으
다짜고짜 시위를 하라니. 시후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을 때, 바로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성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엑셀 투자증권은 수익률이 매우 높은 사모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확언한 높은 수익률에 매료돼 여러 펀드 상품에 가입했었다.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오늘이 만기일인데 이익금은커녕 원금도 들어오지 않아 사람들이 돈을 받으러 왔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몇몇 직원들만 문 앞에 남아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투자 사기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장모가 시후를 불러 시위대에 합류시킨 것도 당연했다.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후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물었다. "장모님... 얼마나 투자하신 거죠?"장모 윤우선은 정신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증권사에서 해외 금융 펀드에 투자하는 거라 우리가 가입만 하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꾸 그래서.... 적금 깨서 전부 투자를 했어...."시후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뭐라고요? 저축한 돈을 전부 투자금으로 썼다고요?"장모는 그의 말에 너무 부끄러워져 도리어 큰소리쳤다. "네가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있기나 해? 네가 뭘 그렇게 잘했다고 나한테 소리쳐!"여전히 화가 난 듯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네가 제대로 돈을 벌어 왔어 봐! 그럼 내가 이런 사기성 펀드상품에 가입했을 것 같아? 내가 꾸준히 투자해 놓지 않으면 누가 날 먹여 살려주는데? 네가 날 돌봐줄 거니? 네가 그런 능력은 있고?"'자기 식구 부양할 능력도 없는 인간이 어디서 큰 소리야?!'그러고는 그녀는 시후에게 호통쳤다. "피켓 똑바로 들고! 쉬지 말고 구호 외쳐!"시후는 입술을 삐죽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장모님."그때 여러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시후를 훑어본 뒤 "이 쪽이 우선이 사위...?"그들은 시후의 옷을 보고 한마디 했다. "어머
신호음이 간 지 얼마 안 돼서 전화를 받았다.장모 윤우선은 급히 말했다. "여보세요, 임하성 씨 핸드폰 맞나요? 유나 엄마인데..." 파티에서 유나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한눈에 반해버렸었다.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때, 그녀의 모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를 들으니 유나의 어머니는 곤경에 처해 있는 듯했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어머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그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하성이가 나 좀 도와줄 수 있을까 해서 전화 했어. 나랑 친구 몇 명이서 엑셀이라는 증권 회사의 사모펀드에 들었거든. 그런데 얘네가 수익금은커녕 원금도 안 돌려주는 거 있지? 우리 돈 돌려받을 수 있게 하성이가 도와줄 수 있을까?"하성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나설 막이 왔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 "어머님, 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정말?! 정말 너무 고마워!" 하성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마음이 붕 떴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 그녀는 시후를 다시 노려보다 벌컥 성을 냈다. "저 사람들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간들밖에 없고, 은시후 너도 믿음직스러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있어야지. 구호 외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시후는 속으로 그의 장모를 비웃었다. 저 사람은 사람 볼 줄도 모르는 데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속물스러웠다.임하성한테 도와달라고 했나 보죠?이 회사는 노인들로부터 적어도 수십억 원 혹은 그 이상을 빼돌렸다. 그런 거액의 사기의 배후에는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다. 아마 조직폭력단일 것이다. 과연 임하성이 그런 양아치를 상대로 돈을 뱉어 내라고 할 수 있을까?로이드 그룹은 고만고만한 수준의 회사다. 엠그란드 그룹이 거래를 중단한 뒤, 회사 몸집은 더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로이드 그룹이 이런 대규
"우리 딸이 하성이랑 결혼한다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으이그, 꿈 깨! 우선이 네가 죽었다 깨어나도 너희 딸을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그때 차에서 내리는 젊은 남자를 발견하자 쪼르르 달려갔다. "하성아 드디어 왔구나!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정말, 임하성이었다.하성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아냐, 하성아! 10분밖에 안 걸린 것 같은데 뭐~ 오히려 연락하자마자 와줘서 고마워!""어머님께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셨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거든요. 급하게 오느라 신호를 좀 무시하긴 했지만..."자신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준 하성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꾹 참으며 걱정스레 말했다. "나 때문에 신호 위반까지 해서 괜찮겠니?""괜찮아요." 하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깟 벌금 몇 십만원이야 내면 되는 거고, 교통과에 아는 사람이 많아서 별문제는 안 될 거예요."그는 목을 가다듬고 이어서 말했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사기 당하신 거에요...?""7천만 원 이상... 수익률 100%를 보장한다고 했는데 투자 원금도 못 돌려 받았어!"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요, 어머님. 걱정하지 마시고 이제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도와 드릴게요."유나의 어머니 뒤로 시후가 서 있는 걸 본 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그가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다.유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에 대해 알고 싶다는, 가까워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현우에게서 그녀가 아직 경험이 없다는 말을 듣자 더더욱.그는 유나의 남편을 보고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무능력한 인간. 그는 일부러 소리 내서 코웃음을 쳤다. "시후 씨가 여기에 있는 줄은 몰랐네요. 시후 씨는 어머님을 도와드릴 방법이 있나요? 있으면 시후 씨 방식대로 먼저 해보셔도 괜찮아요."윤우선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며 "말도 안 되는 소
윤우선을 포함해 사람들이 들떠서 어수선해지자 하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제가 지금부터 회사랑 담판 지으러 갈 테니 좋은 소식을 기다려주세요."지금 이 순간 윤우선에게 임하성은 구세주와 같았다. 그와 함께라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성아, 나도 같이 갈게!""장모님,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일이 틀어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시후는 장모를 말렸다."흥! 네가 지금 하성이 능력을 의심하는 거니? 아무것도 못 하는 네가?" 장모는 언성을 높였다.다른 사람들도 임하성이 자신들의 돈을 찾아 줄 거라 철석같이 믿었기에, 윤우선에 동조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분노에 찬 눈빛과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후는 단호히 말했다. "장모님, 여기서 기다리시는 게 나아요. 괜한 일에 말려들 수도 있어요.""시끄러! 넌 이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 없어!" 장모는 버럭 소리 질렀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하성의 얼굴에는 오만함과 거만함이 묻어나왔다. 그는 한껏 비꼬며 시후를 비웃었다. "잘하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질투는 잘하시네요. 전 시후 씨처럼 여기서 구호나 외치는 멍청이가 아니라서요."그의 장모는 임하성의 말을 못 들은 듯했다. "알았어요, 하성 씨. 그럼 잘해보세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시후는 장모인 윤우선을 경멸했다. 그녀는 너무나 속물적이고 무지했으며,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밖에 몰랐다.오늘 일은 평범한 사기 사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배후에 누군가 있을 거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몇 번이나 말렸는데도 장모라는 이 사람은 남의 말은 들으려고도 안 한다.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겠다면야... 직접 데어보면 배우는 게 있겠지.장모 윤우선은 시후가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시후를 매섭게 노려보고는 고개를 획 돌려 하성을 바라보았다. "하성아, 쟤가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 나는 하성이를
한편, 엑셀 투자증권의 사장실에서는 사장 박동호가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를 극진히 접대하고 있었다.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에게 사장은 서랍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건넸다. "선생님, 받으시죠. 언제나 저희를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안 되지만 감사의 표시입니다."말끔하게 정장을 입고 있지만, 얼굴에는 상처가 많아 거칠고 눈빛이 날카롭다 못해 매섭기까지 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면 분명 한눈에 알아봤을 것이다.이화룡!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유성파' 두목이었다!이화룡은 사장 박동호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야~ 박 사장이 일머리가 진짜 잘 돌아간다니까! 감탄했어!"박 사장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밖에서 시위하고 있는 노인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이화룡이 단호하게 말했다. "늙은 노친네들이 떼로 몰려와 봤자지. 신경 안 써도 돼! 노인네들이 계속 버티고 있으면, 나중에 우리 애들한테 가서 해산시키라고 하면 돼.""감사합니다, 이화룡 선생님!" 박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화룡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이렇게 한탕 할 수 있는 사업이 있으면 잘 해 봐! 내가 뒤에서 잘 봐줄 테니까."박동호 사장은 매우 기뻐하며 고개를 연신 숙였다. "매번 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도와주신다면야 사업하는데 이보다 든든할 수 없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서울에 연고도 뭣도 없는 박동호는 잔머리 하나만큼은 잘 돌아갔다.그가 거액의 금융사기를 계획을 때부터 유성파 두목인 이화룡에게 부탁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자신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서울 일대에서 활동하던 유성파의 지원 덕분에 박동호는 걱정 없이 사기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이화룡과 박동호 사장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때,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로이드 그룹에서 왔다는 임하성이란 사람이 당장 돈을 돌려달라고, 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