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을 포함해 사람들이 들떠서 어수선해지자 하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제가 지금부터 회사랑 담판 지으러 갈 테니 좋은 소식을 기다려주세요."지금 이 순간 윤우선에게 임하성은 구세주와 같았다. 그와 함께라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성아, 나도 같이 갈게!""장모님,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일이 틀어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시후는 장모를 말렸다."흥! 네가 지금 하성이 능력을 의심하는 거니? 아무것도 못 하는 네가?" 장모는 언성을 높였다.다른 사람들도 임하성이 자신들의 돈을 찾아 줄 거라 철석같이 믿었기에, 윤우선에 동조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분노에 찬 눈빛과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후는 단호히 말했다. "장모님, 여기서 기다리시는 게 나아요. 괜한 일에 말려들 수도 있어요.""시끄러! 넌 이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 없어!" 장모는 버럭 소리 질렀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하성의 얼굴에는 오만함과 거만함이 묻어나왔다. 그는 한껏 비꼬며 시후를 비웃었다. "잘하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질투는 잘하시네요. 전 시후 씨처럼 여기서 구호나 외치는 멍청이가 아니라서요."그의 장모는 임하성의 말을 못 들은 듯했다. "알았어요, 하성 씨. 그럼 잘해보세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시후는 장모인 윤우선을 경멸했다. 그녀는 너무나 속물적이고 무지했으며,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밖에 몰랐다.오늘 일은 평범한 사기 사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배후에 누군가 있을 거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몇 번이나 말렸는데도 장모라는 이 사람은 남의 말은 들으려고도 안 한다.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겠다면야... 직접 데어보면 배우는 게 있겠지.장모 윤우선은 시후가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시후를 매섭게 노려보고는 고개를 획 돌려 하성을 바라보았다. "하성아, 쟤가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 나는 하성이를
한편, 엑셀 투자증권의 사장실에서는 사장 박동호가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를 극진히 접대하고 있었다.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에게 사장은 서랍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건넸다. "선생님, 받으시죠. 언제나 저희를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안 되지만 감사의 표시입니다."말끔하게 정장을 입고 있지만, 얼굴에는 상처가 많아 거칠고 눈빛이 날카롭다 못해 매섭기까지 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면 분명 한눈에 알아봤을 것이다.이화룡!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유성파' 두목이었다!이화룡은 사장 박동호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야~ 박 사장이 일머리가 진짜 잘 돌아간다니까! 감탄했어!"박 사장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밖에서 시위하고 있는 노인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이화룡이 단호하게 말했다. "늙은 노친네들이 떼로 몰려와 봤자지. 신경 안 써도 돼! 노인네들이 계속 버티고 있으면, 나중에 우리 애들한테 가서 해산시키라고 하면 돼.""감사합니다, 이화룡 선생님!" 박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화룡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이렇게 한탕 할 수 있는 사업이 있으면 잘 해 봐! 내가 뒤에서 잘 봐줄 테니까."박동호 사장은 매우 기뻐하며 고개를 연신 숙였다. "매번 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도와주신다면야 사업하는데 이보다 든든할 수 없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서울에 연고도 뭣도 없는 박동호는 잔머리 하나만큼은 잘 돌아갔다.그가 거액의 금융사기를 계획을 때부터 유성파 두목인 이화룡에게 부탁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자신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서울 일대에서 활동하던 유성파의 지원 덕분에 박동호는 걱정 없이 사기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이화룡과 박동호 사장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때,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로이드 그룹에서 왔다는 임하성이란 사람이 당장 돈을 돌려달라고, 안 그
이때 임하성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엑셀 투자증권 정문 앞에 섰다.그는 오늘이야말로 유나의 어머니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유나의 어머니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녀가 자신의 것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지금껏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할 생각에 그는 상상만으로도 설렜다! 그래서 그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선생님들, 엑셀 증권 사장이 모두 환불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기쁨과 흥분에 환호했고, 그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하성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웃었다. 시후를 제외하고. 지금 너무나 오만해진 이 남자는 자신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듯했다.하성이 고개를 쳐들고 자신을 향한 기대와 환호를 즐기던 중, 갑자기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다. 엑셀 투자증권의 사장 박동호가 은색 정장을 깔끔하게 입은 한 중년 남자와 함께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중년의 남자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압도하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바로 이화룡이었다.그의 뒤로는 한 덩치 하는 사내들의 무리가 바짝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그의 개인 경호원이었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외모에 한 눈에 봐도 세 보였다. 유성파의 이화룡은 그의 악명에 비해 얼굴이 알려지진 않았다. 그래서 임하성도 그 자리에 있던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오직 엑셀 투자증권의 박동호만이 알아보았다.갑자기 숨을 삼키는 소리가 군중들 사이에 울려 퍼졌다."맙소사! 하성이가 사장을 불러냈어! 진짜 대단해!!""우선이 덕분에 우리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어!""나도 하성이 같은 사위가 있으면 좋겠다~!"친구들의 칭찬에 윤우선의 콧대가 점점 높아졌다.하성은 오늘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기를 세워줬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꽤나 뿌듯하고 만족스러워 보였다.이때 하성이 의기양양하게
임하성이 소위 으름장이란 걸 놓자, 말 끝나기가 무섭게 이화룡의 뒤에 있던 우락부락한 한 남자가 뛰쳐나와 임하성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이 애새끼가 지금 누구한테 언성을 높여! 죽고 싶어!?"그러고는 이번엔 윤우선을 확 밀치고는 손을 올리며 소리 쳤다. "이 노친네가 진짜! 맞고 싶어서 환장했어? 유성파 보스한테 똘마니라고? "'쿵....!'임하성과 윤우선의 심장이 내려앉았다.뭐라고?여기 은색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유성파 두목이라고? 소문으로만 듣던 그 이화룡?순식간에 두 사람의 얼굴에 핏기가 가시면서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 나오며 겁에 질린 두 사람의 몸이 덜덜 떨렸다.임하성은 상황 판단이 빨랐다. 그는 재빨리 바닥에 엎드려 이화룡에게 무릎 꿇고 빌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그만 못 알아보는 바람에!!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무례했던 언행, 사과드립니다! 사실 전 이 늙은이들이랑도 돈이랑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제발 목숨만은!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그는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사정했다.엑셀 투자증권 배후에 있던 사람이 악명높은 유성파 두목 이화룡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의 온갖 연줄을 동원해도 유성파에 맞설 엄두가 안 났다!하성은 조금 전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다.그는 그저 유나의 어머니에게 점수를 따서 유나와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냥 조금 잘 보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유성파 두목을 만나서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만약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안다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사람들은 경악했다.그들은 하성이 자신들의 돈을 돌려받게 해줄 거라 철썩같이 믿었는데, 그 젊은이가 바닥에 무릎 꿇고 은색 양복의 남자에게 싹싹 비는 모습을 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하무인이던 윤우선은 겁에 질려 입도 뻥긋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이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남자에게 맞을 거라고 생각해 눈을 꼭 감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당황한 그녀는 살짝 눈을 떠 보았다. 쓸모없는 인간이라 무시해왔던 사위 시후가 남자의 손목을 붙들고 있었다!‘이럴 수가....!’그녀는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은시후가 이렇게 용감하던 애였던가?이화룡도 이런 할망구를 위해 자신에게 대들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뭐야? 죽으려고 환장했어?"시후는 희미하게 웃었다. "당신이 이화룡이군요? 저 인간은 어떻게 해도 상관없지만, 내 장모님은 건드리지 마세요!"이화룡의 얼굴이 한층 드리워졌다. "이 늙은 아줌마가 네 장모야?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이야?"시후의 말에 이화룡은 발끈했다.지금까지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외의 존재였다.그런데 로이드 그룹에서 왔다는 임하성이라는 바보가 자기한테 큰소리를 치더니, 노망난 할망구가 따라와서는 헛소리를 지껄였다.그리고 이번에는 한 애송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에게 명령했다! 정말이지 이 이화룡을, 유성파 보스 이화룡을 물로 본 건가? 그는 분노로 시뻘게진 얼굴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이 씹새끼들 전부 조져버려!"시후는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마세요. 잠깐 전화 한 통 할게요!"그는 전화기를 꺼내 들어 샹그릴라 호텔 대표 안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남자는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시후는 태연하게 "혹시, 이화룡이라고 하는 사람을 아나요? 유성파 이화룡."안 대표는 살짝 쿡쿡대며 웃으며 말했다. "아~ 이화룡이라면 잘 알죠. 유성파 이화룡이라고 하면 다들 호들갑 떨지만, 사실 동네 깡패에 불과하죠.""제가 LCS 그룹에서 일하는 걸 알고 환심을 사려고 식사를 대접하겠다느니 뭐라느니 여러 번 연락 왔죠. 전부 무시했지만요. 도련님도 이화룡을 아시나
그의 성난 목소리가 이화룡의 귓가에 울려 퍼졌고, 바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이 잘 보이려고 계속 연락을 했던 안세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지금 안세진이 '도련님'이라고 했나?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게다가 지금 두 딸이라고 했다. 내 뒷조사를 한 건가?안세진은 은씨 일가의 LCS 그룹의 대변인과 같은 존재이자, 전국구 조직 칠성파와 국내외 조직들과도 깊은 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맘만 먹으면 유성파 정도 박살 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이화룡은 갑작스러운 안세진의 등장에 당황했다. "아니... 안 대표님, 진정하세요.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 전 도련님하고...""닥쳐!” 안세진이 소리쳤다. "우리 도련님의 정체는 극비야. 조금이라도 누설하면 너희 조직이고 가족들이고.... 알겠지? "죄송합니다! 안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이화룡은 허공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지금 제대로 지뢰를 밟았다. 샹그릴라의 안세진만 해도 문제인데 LCS 그룹까지 건드리는 건 대형사고, 아니 대참사다.그런데 지금 LCS 그룹의 어린 주인을 불쾌하게 했다.이화룡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시후에게 시선을 돌려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선생님의 장모님인 줄을 몰라보고... 죄송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그리고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유성파 보스가 시후에게 고개를 푹 숙여 사과하다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로이드 그룹조차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었던 유성파 이화룡을 고개 숙이게 만든 이 젊은이의 정체가 뭐지?그의 부하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절대로 남에게 지지 않았던 자신들의 보스가 저렇게 고개 숙이다니...사실 시후는 딱히 이화룡이나 그 주변인들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의도는 없었다.솔직히 말해서 시후는 항상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던 장모가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고소하다는 생각
장모 윤우선은 박 사장의 말을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녀의 돈은 7,200만 원에서 순식간에 1억 5천만 원으로 뻥튀기 되었다!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로? 정말 1억 5천만 원을 주겠다고요?"사장 박동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고 말고요! 자, 받으세요!""세~상에~! 어머~ 어떡해~!!" 윤우선은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윤우선이 약속한 돈에 플러스알파로 돈을 더 돌려받은 걸 본 사람들은 초조해져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들은 윤우선이 돈을 돌려받았으니, 당연히 자신들의 돈도 똑같이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누군가 나서서 말했다. "사장님, 우리 돈은요?"박동호 사장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이화룡을 획 돌아봤다.이화룡은 자신이 챙긴 돈을 모두 내주게 되어 침통했지만, LCS 그룹과 안세진에게 맞서는 건 무모했다. "그냥 환불해줘! 전부! 다 선생님을 위해서 돌려주는 거니까!"사람들은 환호했다.그때 시후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날 위해서라니 무슨 말이지? 난 이 사람들하고 아무 상관없어. 지금 나한테 은혜를 베풀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이화룡은 펄쩍 뛰었다.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죄송하지만, 지금 이해가 안 돼서...""내 말은 이 사람들의 돈은 나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야. 당신이 이 사람들의 돈을 돌려주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지만, '나를 위해서' 돈을 돌려준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나를 적으로 돌리게 될 거야."이 노인네들이 방금 전까지 만해도 윤우선의 편을 들고 자신을 조롱했는데, 이제 와서 그가 그들이 돈을 돌려받는 걸 도와줘야 할 의무는 없지 않은가?반대로 그가 단순히 그들의 돈을 돌려받는 걸 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이화룡이 이 노인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은 그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것이라 못을 박았다! 물론 이화룡은 그의 말의 속뜻을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그는 박 사장을 향해 외쳤다. "선생님의 장모님 돈만 돌려드리
시후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넌 아무런 문제도, 상관도 없는 날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무시해 놓고, 이제 와서 도와달라고? 꿈 깨.""시후 씨,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제발, 제발 좀 도와줘요!!"시후의 일그러진 얼굴을 본 이화룡이 서둘러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이 바보 새끼들이 뭐 하고 있어! 당장 손봐주지 않고!"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하들은 임하성의 둘러싸고 마구 패기 시작했다.임하성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남자들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이화룡은 시후를 향해 고개를 돌려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저희 애들 솜씨가 맘에 드시나요?"시후는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네요. 자,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밖으로 나가려는 시후에게 이화룡이 정중하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제 연락처입니다. 문제가 생기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전화 한 통만 주시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명함을 지갑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장모 윤우선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장모님, 시간이 늦었네요! 어서 집에 돌아갑시다." 오늘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얼떨떨했지만, 가방 속 1억 5천만 원을 생각하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사위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꿀이 떨어졌다. 우리 사위는 정말 대단해! 최고야! 시후는 돈이 든 007가방을 들고 장모와 함께 떠나려는데 사람들이 시후 앞에 몰려들었다. "우선이네 사위같이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 처음 봤어!""맞아, 맞아! 똑똑한 데다 잘생긴 것 좀 봐. 우리 사위는 우선이네 사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그래서 말인데… 혹시 엑셀증권 사장님이랑 다시 좀 얘기해서, 우리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 물어봐 줄 수 없을까? 그 돈, 힘들게 번 우리 전 재산이거든..."시후는 짜증이 솟구쳐 올라 얼굴을 찡그렸다. "제가 왜 도와드려야 하죠? 사람을 개무시할 땐 언제고. 여러분 아들, 사위한테 가서 도와
“이... 이...” 배해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회장직을 차지했는지 논의한다면, 그는 당당하게 합법적인 수단으로 얻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는 명분이 있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일을 하기 앞서 늘 명분이 필요했다. 심지어 극악무도한 침략자조차도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기 마련이니, 하물며 배해산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친아버지를 세계 곳곳에서 쫓아다니며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는 명분이 서지 않는 행위가 될 것이었다. 이런 추문이 드러나면 그는 회장직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없을 것이었고, 자진 사퇴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를 생각한 그는 마지막으로 노력해보려 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만약 저와 제 아버지가 모두 오점을 남겨 가주로 적합하지 않다면, 제 아들 배한빈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배해산에게 있어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한다면, 반드시 아들에게 자리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후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며 차갑게 말했다. “뭐라고? 배호영의 일이 막 공개되려는 마당에 배호영의 아버지가 회장을 맡는다고? 당신의 생각엔 오점이 가장 큰 사람이 회장으로 적합하다는 말인가?”“저... 그건...” 배해산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그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가 오점에 대한 논란을 꺼낸 순간, 자신과 아버지뿐 아니라 큰아들 배한빈도 이미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이 기회에 둘째 아들을 회장에 제안하려 했으나, 문득 머릿속에서 시후의 의도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이렇게까지 둘러대는 걸 보니 결국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을 유현이로 하려는 거군! 이렇게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반박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서 계속 반대 의견을 내다 은 선생님을 화나게 하면 내 처지가 더 나빠질 거다...’이를 깨달은 그는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그렇다면 제가
그래서 배해산이 가장 두려운 것은 시후가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이 회장직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의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배원중 또한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 그는 자신이 회장직을 되찾아 반격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후가 직접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자신은 그 말을 꺼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시후가 입장을 밝히길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 혼자, 그리고 손녀의 지원만으로는 회장직을 다시 차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이 각기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가운데, 시후가 갑자기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두 사람.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현직 회장이고, 다른 한 명은 전 회장인데, 배호영이 두 사람의 코앞에서 이렇게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어. 두 사람 모두 관리 부실의 책임이 있지.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배해산은 깜짝 놀라 황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저는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된 지 아직 보름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임이 저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당합니다. 부디 명확히 판단해 주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배원중을 힐끔 보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호영이가 살아 있던 20여 년 동안 거의 99%의 시간 동안 저희 아버지께서 회장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 일은 아버지가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배원중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몹시 어두워졌다. 아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그를 분노하게 했고, 시후의 말뜻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호영의 일은 한 두 번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져 온 일이었고, 그동안 자신은 회장직에 앉아 있었으면서도 배호영의 만행을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 이는 분명 자신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아들의 말이 맞습니다. 이 일은 제가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디 처벌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당신을 처벌하지는
시후의 생각에, 배호영과 같은 부류의 인간 말종들은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미국 사법기관에 맡기더라도 아무도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 사법기관의 느슨한 집행 태도와 암묵적 거래를 고려할 때, 돈 많고 권력 있는 자들은 종신형을 선고받더라도 교도소 안에서 호화롭게 지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시후는 블랙 드래곤에게 이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고, 한 명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성도민은 시후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이들의 정보를 모두 파악했습니다. 대부분 뉴욕에 머무르고 있으니, 즉시 인력을 배치하여 오늘 밤부터 이 짐승 같은 놈들을 사냥하겠습니다!”옆에 있던 배유현이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이 문제는 언제 공개하고, 영상 자료는 언제 공개할 계획이신가요?” 시후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의 파장이 클 적당한 때를 골라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게 할 겁니다. 배호영이 이전에 납치된 사건의 여론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은 분명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그때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은 법적 제재를 피하려고 가미국을 떠나려 할 것이고, 바로 그 틈을 타서 그들을 한꺼번에 잡아들일 계획이예요.” 말을 마친 시후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페이셔스 그룹은 사건이 공개된 후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사람들이 페이셔스 그룹이 사건이 터진 뒤 위기 관리에 나섰다고 믿도록 해야 해요. 미리 준비한 흔적을 보이면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배유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주의하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성도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케이. 성도민 씨, 여기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사람들을 데리고 작전을 펼치도록 하세요. 단, 어떠한 짐승도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성도민은 즉시 대답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이번 일은
“좋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고 차갑게 말했다. “모두들 이의가 없다면, 내가 배호영을 보내주지!” 배호영은 이 말을 듣자마자 미친 듯이 소리쳤다. “이 망할 인간들! 만약 내가 죽으면, 귀신이 되어도 절대 당신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배한빈, 배해산, 배원중은 하나같이 그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미신을 믿는 편이라, 배호영이 죽고 나서 정말 귀신이 되어 원한을 갚기 위해 그들을 찾아올까 봐 두려워했다.그 때 시후가 배호영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이 세상에 정말 귀신이 있다면, 지금쯤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널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넌 그들을 만나러 갈 때가 되었다!” 배호영은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고, 입을 벌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시후가 이미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다!총성이 울리며 배호영의 뒷머리에서 피와 뇌수가 튀었고, 그는 그대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이마 한가운데에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총상이 있었고, 그곳에서 붉고 흰 물질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고개를 돌렸고, 배호영을 더 이상 바라보지 못했다.배한빈과 배해산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으며, 배원중 역시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20년 넘게 키운 아들, 손자, 증손자인 만큼,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애틋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배한빈은 배호영의 시체 앞으로 달려가 그를 안고 울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사람을 시켜 호영이를 화장터에 보내도 되겠습니까...”“안 돼!” 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그가 죽인 여성들은 시신조차 온전하지 못했는데, 저 놈이 땅에 묻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러고 나서 그는 성도민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성도민 씨, 배호영의 시신을 치워서 화장시키고, 재는 그대로 바다에 뿌리도록 해요.” 성도민은 즉시 대답했다.
시후의 말은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 각자에게 천둥처럼 울려 퍼지며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모두가 시후의 얼굴에 서려 있는 살기를 보며, 그가 절대 농담을 하거나 그들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배한빈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을 체념한 듯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해도 아들의 목숨을 구할 수 없음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만약 지금 또 다시 잘못된 말을 한다면, 아들이 죽은 뒤 자신의 운명 또한 비참할 것임을 직감한 그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대답은커녕 시후를 쳐다보지도 못했다.시후는 그를 그냥 두지 않고 다시 날카롭게 물었다. "배한빈! 내가 다시 묻지! 내가 네 아들을 죽이면, 받아들이겠나?!" 시후의 말에 배한빈은 온몸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는 것 같았다. 시후의 공격적인 태도에 그는 도망칠 곳이 없었고, 마음이 완전히 무너진 그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연신 절하며 절망 속에서 외쳤다.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여요!! 받아들이겠습니다!!!"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져 기절할 뻔했다. 강렬한 생존 욕구가 그를 자극해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를 바라보며 절규했다. "아버지! 저를 구해주셔야 해요, 아버지! 두 눈 뜨고 제가 죽는 걸 지켜보실 수는 없잖아요, 아버지!!" 배한빈은 얼굴을 돌려 외면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일이다... 나도 널 구할 수 없어..."배호영은 절규했다. "아버지! 이렇게 냉정하실 수는 없어요!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손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요. 만약 다들 제가 죽는 걸 지켜본다면, 남은 인생을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시후는 그의 가슴을 발로 세게 걷어차며 차갑게 말했다. "더 이상 헛소리를 지껄이면, 내가 널 확실히 생지옥에 던져 줄 것이다!"배호영은 온몸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했다. 최근 겪은 비인간적인 고문은 지옥보다 더 두려웠고, 그는 이미 공포에 짓눌려 있었다. 이때 시후가 다
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조금 뒤 모든 영상을 공개할 거야. 그때 페이셔스 그룹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전 세계에 진심으로 사과하도록 해. 만약 여러분들이 잘 처리하면 이후 더는 이 일에 대해 추궁하지 않겠다. 하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나는 먼저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을 죽이고 다음 회장에게 이 일을 계속 처리하게 할 것이다. 만약 차기 회장도 내 마음에 들지 않게 일을 처리한다면 그를 죽이고 또 다른 회장을 찾을 거야. 이 일이 완벽히 해결될 때까지 말이지!"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하나같이 몸을 떨었다. 시후는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성도민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성도민 씨, 데려와요.""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몇 분 후, 헬리콥터 한 대가 1층 로비 밖에 착륙했다. 블랙 드래곤의 대원 몇 명이 속옷만 걸친 배호영과 제임스를 끌고 들어왔다. 이때 두 사람은 이미 고문을 당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두 귀는 잘려 나갔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였으며, 멘탈이 완전히 붕괴되어 거의 반쯤 죽은 상태나 다름없었다. 배호영은 끌려오자마자 배한빈과 배해산을 보더니 곧바로 울며 소리쳤다. "아버지, 할아버지, 저를 살려주세요... 고문을 받아 정말 죽을 것 같아요..."이전에 엎드려 있던 배한빈은 아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저도 모르게 안쓰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자 그는 무심코 말했다. "호영아... 내 아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던 배해산이 그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멍청한 놈아! 이런 짐승을 아직도 아들이라고 부르는 거냐?!"배한빈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몸을 떨며 겁에 질렸다. 배호영은 배해산을 바라보며 충격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 절 부정하시는 건가요, 할아버지..." 배해산은 분노에 차 외쳤다. "닥쳐라! 나 배해산은 너 같은 손자가 없다! 너 같은 짐승만도 못한
배유현의 말은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을 극도로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말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결코 결백하지 않으며, 페이셔스 그룹 또한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그들은 이전에 배호영 한 명을 희생시켜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을 지키려 했던 일이 시후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과 다름없음을 인식했다.배해산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시후를 바라보며 두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당신이 호영이의 납치 사건을 전 세계적 이슈로 만든 이유가, 설마 페이셔스 그룹을 완전히 몰락시키려는 겁니까..?" 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배호영과 페이셔스 그룹이 이번 일에 대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일 뿐. 배호영이 저지른 수많은 비인간적인 일들은 마땅히 완전히 폭로되어야 해." 그는 이어 배유현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배유현 씨, 페이셔스 그룹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심이 담긴 방안을 말한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일을 덮으려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을 차례로 바라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근본적으로 이 일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조차 없다! 심지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니, 그럼 내가 하나 묻지. 돈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나?!"페이셔스 그룹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감히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시후는 배원중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전 회장님, 내가 기억하기로 당신은 올해 아흔이 넘으셨지요?" 배원중은 황급히 답했다. "맞습니다, 은 선생님. 저는 올해로 96입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96세 라면 장수 중의 장수인데, 이 나이에 회춘단을 사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충분히 살지 못했다고 느끼시나 보죠?" 배원중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누구나 장수하고 싶어 하니까요...
배원중은 배유현에게 갑작스럽게 분노가 더욱 치밀었다. 원래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권력을 되찾으려 했지만, 가장 신뢰하던 손녀가 갑자기 자신의 판을 뒤흔들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분노와 질책이 담긴 눈길로 배유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배유현은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자신을 이런 눈빛으로 보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나를 오해하신 게 분명해...’ 이렇게 생각한 배유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페이셔스 그룹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배호영이 저지른 일이 너무 커서 단순히 그가 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요.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책임을 져야 하고, 그의 죄를 모두 공개하며 피해자와 대중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동시에 피해자 가족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며 대중의 용서를 구해야 하기도 하고요.."성도민에게 뺨을 맞아 날아간 배한빈은 즉시 소리쳤다. "공개할 거라면 호영이를 사법부에 넘겨 연방 법원이 그의 죄를 심판하게 하면 된다!" 배해산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래 맞아! 배유현! 너는 정말 독한 계집애야! 우리 증손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페이셔스 그룹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으려 하다니! 네 말 대로 모든 걸 공개할 거라면, 왜 호영이가 목숨으로 책임져야 해? 법에 맡기면 최대 종신형을 받고 가석방 없이 감옥에 갇히게 될 것 아니겠느냐!"배유현은 물었다.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만약 그 방법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은 선생님이 왜 이 영상을 미국 경찰에 넘기지 않고 굳이 페이셔스 그룹에 와서 우리에게 해결 방안을 묻는지에 대해서요?"모두 그녀의 말에 한순간 멍해졌다. 특히 배원중은 즉시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배유현의 말은 그에게 문제의 핵심을 일깨웠다.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째서 나는 이 점을 깨닫지 못했을까... 은 선생님께서 굳이 페이셔스 그룹을 찾아온 건 평범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분명하구나... 이 상황에서
"저요?" 배유현은 시후가 이런 순간에 자신의 의견을 물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페이셔스 그룹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배해산이나 배한빈은 물론, 배호영보다도 못한 위치였다. 비록 할아버지가 자신을 각별히 아끼긴 했지만, 집안에서의 서열을 따질 때면 그녀는 늘 뒤로 물러서야 했다. 게다가 오늘 밤 이 자리에 그녀의 부모가 없는 것을 보고, 큰아버지 배해산이 이미 자신의 부모를 페이셔스 그룹에서 내쫓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더욱 자신감이 떨어졌다.시후는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배유현 씨,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하세요.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걱정하지 말고요. 내가 책임질 테니." 그러자 배유현은 입술을 꾹 다물며 마음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시후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하니 그녀는 용기가 생겼고, 곧바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생각에 지금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배호영이 자신의 악행에 대한 대가를 목숨으로 책임지는 것입니다!"배한빈과 그의 아내는 이 말을 듣자마자 폭발했다. 그의 아내는 배유현을 손가락질하며 분노에 차서 욕설을 퍼부었다. "배유현!! 이 정도 없는 계집애야! 우리 호영이는 네 조카야! 네가 정말 그를 죽게 만들어야겠어?" 배한빈도 이를 갈며 소리쳤다. "배유현! 이 뱀처럼 독한 계집애! 네 부모를 우리가 내쫓았다고 이렇게 앙갚음하려는 거냐?"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두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들어요." 그러자 성도민은 아무 말없이 다가가 배한빈의 따귀를 때리고 뒤로 날아가게 만든 뒤, 다시 배한빈 아내의 얼굴을 세게 내리쳐 그녀를 몇 바퀴 자리에서 돌게 만들고는 바로 기절시켜 버렸다.시후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이야기해요."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우리는 그의 모든 악행을 즉시 대중들에게 즉시 공개해야 하며 그의 잘못을 절대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