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영화에서나 보던 검은 양복 무리라니...!설마...! 저 사람이 부른 건 아니겠지?세 번째 차량에서 박 기사가 내려 매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매니저는 재빨리 그를 맞이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박 기사는 그녀를 무시하고 시후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여기, 말씀하신 돈 준비해왔습니다."그러곤 박 기사가 손짓을 취하자, 보디가드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007 가방을 줄지어 바닥에 놓고 가방을 열어 보였다.가방 안에는 하나같이 현금이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거ㅈ... 아니 저 남자가 한 말이 다 사실이었다니....!대체 이 남자 정체가 뭐야!이 와중에 몇몇 사람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박 기사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촬영을 못 하게 막고 즉시 사람들을 가게 밖으로 쫓아냈다. 덕분에 사람들은 시후의 뒤통수 정도밖에 찍을 수 없었다.시후는 현금을 가리키며 무례한 매니저에게 말했다. "당신이 아까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본 적 없다고 했죠? 그럼 지금 눈 똑바로 뜨고 잘 봐."눈이 동그래진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웅얼거렸다. "네, 알겠어요. 이제 알겠으니까...."시후가 박 기사에게 말했다. "이 가게의 총책임자를 만나고 싶어."박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소리쳤다. "나, 박상철이다. 지금 트라비체에 있으니까 1분 안에 튀어 와!”소리치는 박 기사를 보고 겁에 질린 매니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야! 뭐야! 도대체 뭐냐고!트라비체의 사장은 한남동에서 알아주는 재력가이면서 '조직'과도 연결돼 있어서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사장님을 저렇게 막 대하는 걸 처음 봤다.1분도 지나지 않아, 매장 뒤편 사무실에서 중년의 남성이 달려 나왔다. 그는 박 기
시후는 트라비체를 나선 뒤,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그가 준비 중인 결혼기념일 축하 파티에서 아내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었다.이 깜짝 선물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만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내에게 로맨틱한 결혼식을 선물해주고 싶었다.시후는 잠시 지난날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유나의 할아버지 김 전 회장의 성화에 서둘러 혼인 신고를 했지만, 끝내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었다.김영식 전 회장은 결혼식을 위해 날을 잡으려 했지만, 시후와 유나가 정식으로 부부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쓰러져 입원하는 통에 결혼식은 연기되고 말았다.그리고 얼마 안 되어 김 전회장이 타계했고, 시후는 WS 그룹 일가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으며 결혼 계획은 수포로 돌았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그는 이제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가 되었다.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재산이 있었고, 또한 아내를 위해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가장 먼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결혼식 장소는 샹그릴라 호텔의 스카이 가든이었다. 샹그릴라 호텔은 국내 최고의 호텔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샹그릴라 백화점과 연결된 호텔은 넓고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스카이 가든은 호텔 최상부에 위치한 연회장이었다. 스카이 가든이란 이름대로 거대한 유리온실 안에 가득한 향기로운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하늘 위의 정원이었다.그곳은 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예식장으로 손꼽혔다. 그만큼 스카이 가든에서의 결혼 예식 비용에는 적어도 수억 원이 들었다.하지만 그에게 그 정도 비용은 별거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그래서 결혼기념일에 스카이 가든을 예약하려고 샹그릴라 호텔에 왔다.하지만 시후는 이 호텔이 회원 전용 호텔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식사, 숙박, 행사 등을 하려면 회원이어야 했다.게다가 멤버십 등급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완전히 달랐다.일반 회원은 로비의 레스토랑과 스
하연은 팔짱을 끼고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네가 역겹게 싫다고, 그래서 뭐? 이젠 남이 뭐라고 하는 것도 참지 못하겠니, 이 루저야?""졸업하고 유나랑 결혼해서 그 집 데릴사위가 된 거, 대학교 사람들 다 알고 있어! 학교 다닐 때 밥 세 끼도 못 먹고 다니던 놈이 어떻게 그런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나 몰라."그에게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박상철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도련님, 샹그릴라 호텔 앤 리조트는 저희 LCS 그룹 소유입니다. 샹그릴라 서울을 포함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지점입니다."문자를 본 시후의 눈이 동그래졌다.지금 샹그릴라가 우리 집안 소유라고?그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허세 부리는 거 아니지?""물론 아니죠. 서울 지점 담당자는 안세진이고, 연락처는 02-755-...., 도련님께서 전화하시면, 그가 알아서 해결해 드릴 겁니다.""알았어."자기가 그렇게 조롱했는데도 시후가 핸드폰만 쳐다보고 문자를 보내자, 하연은 살짝 당황했다.이렇게 찔러 댔으니 어떤 반응이 돌아올 거라 기대했었는데, 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시간이 지난다고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그는 루저였고, 이렇게 조롱 받고도 꿈쩍도 안 하는 루저였다.그래서 그녀는 한껏 목소리를 높여 비웃었다. "은시후, 넌 그런 말 듣고도 진짜 잘도 참는구나!""아, 그건 그렇고 너랑 유나 아직도 안 했다며? 사실 유나는 재벌 회장님 세컨드이고, 넌 연막이었다 했던가? 하하하!"시후의 얼굴이 시뻘겋게 일그러졌다.날 모욕한 건 참을 수 있어도 내 아내를 모욕한 건 못 참아...!화가 난 그는 박 기사가 알려줬던 안세진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정하연을 응시하며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네 상사한테 어떻게 너같이 입이 더러운 사람이 샹그릴라에서 일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겠어.""뭐라고? 지금 나랑 장난해?" 하연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그때 드디어 상대방이
하연은 서둘러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시후에게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샹그릴라 호텔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희 샹그릴라에 방문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옛 대학 친구로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그녀는 자신의 친절한 응대와 예의 바른 태도가 조금 전에 그에게 한 행동을 잊게 할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시후는 그녀가 생각한 것만큼 착한 사람은 못 되었다.안세진는 하연의 말을 듣고 되물었다. "정 매니저, 은시후 님과 대학친구인가요?""네, 네! 시후는 대학교 때 과 대표였는데, 친구였어요!""내일 회장님 사무실로 가 보세요. 샹그릴라 인사과 부장으로 승진될 겁니다."샹그릴라에서는 팀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최소 3계급은 승진한다는 말이었다. 급여와 복지혜택이 10배 이상 될 뿐만 아니라, 호텔에 있는 대부분의 직원들을 그녀의 아래에 둘 수 있게 된다. 인사과 부장은 임원 중에서도 중역으로 꼽혔다.정하연은 그의 말을 듣고 기쁨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안 대표님, 제가 정하연 팀장님과 어떤 사이인지 아시나요?"라며 시후가 차갑게 말했다. 자신의 결정이 그를 불쾌하게 한 거라 추측한 안세진은 다시 말했다. "은시후 님께서 원하신다면 정 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킬 수도 있습니다!""회원증이 없어 도움을 청하기 위해 대학 친구였던 정하연 씨를 불렀더니, 이유도 없이 면전에 대고 사람한테 모욕을 주더니, 경비원들을 시켜 쫓아내려고 했었죠. 그런데 그런 사람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겠다고요? 지금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안세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그가 잘 보이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정하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돌변했고, 그녀에게 고함쳤다."정 팀장, 어떻게 은시후 님에게 그런 결례를!!"깜짝 놀란 하연은 연거푸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안세진 대표님!""정 팀장이 뭘 잘못한 지는 알고 그러는 건가요?" 안 대표는 눈
유나 부부와 부모님이 저녁을 먹으러 신라호텔 라연에 간 사이, 혜준은 집에서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페이지의 글을 보고 완전히 풀이 죽어 있었다.그는 유나가 계약을 따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1시간도 안 걸려서 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어제 그녀를 무시하며 했던 말들이 자기에게 되돌아 오자 한대 제대로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혜준은 이 상황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박주원, 이게 뭐야! 네가 김유나랑 잘 되라고 내가 널 위해서 있는 힘껏 도와줬더니, 네가 어떻게 내 뒤통수를 치고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도록 도와줄 수가 있어?!"주원은 어이없어 하며 대꾸했다. "갑자기 전화해서 뭐라는 거야? 난 아무것도 안 했다고!""박주원, 솔직하게 말해. 너 유나랑 잤지?"혜준의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기에는 너무 쪽팔렸다.그래서 그는 중얼거렸다. "미안해, 혜준아. 이번 일은 다음에 갚을게.""하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혜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물었다. "주원아, 김유나 처녀였지, 그치? 그 등신과는 아직인 것 같던데 대박이네, 이 새끼!"박주원은 흥분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김유나가 아직 버진이었다니!!그렇다면 더욱이 사람들에게 유나와 내가 잤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걸 계기로 유나가 남편과 소원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킬킬거리며 웃으며 혜준에게 말했다. "맞아. 네 사촌은 버진이었습니다~ 너무 귀엽고 조여서 내가 어쩔 줄을 몰랐네! 하하하!""나중에 너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내 공 잊지 마, 알았지?" 혜준의 씁쓸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려 퍼졌다."걱정 마!" 박주원은 무심코 큰 소리쳤다.전화를 끊자마자, 주원의 아버지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아버지의 근심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주원아, 큰일이 생겼어... 엠그란드 그룹이 우리랑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를 취소했어! 누가 엠그란드 그룹에 문제
그럼 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주원은 시후를 흘겨보며 차갑게 말했다. "자기 아내가 다른 사람 만나고 있는 것도 모르는 등신 새끼가. 유나 씨가 너 같은 인간이랑 사는 게 아깝다, 진짜. 그만 유나 씨를 놔주는 게 어때? 너랑 달라서 난 유나 씨가 원하는 거라면 다 해 줄 수 있어!"시후의 얼굴이 서리라도 내린 듯 싸늘하게 굳어 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골라. 유나 씨한테 사과하고 네가 한 말 들은 사람, 한 사람 한 사람한테 가서 취소하고 오던가, 아님 너희 회사가 망하는 걸 보던가.""하하하하! 장난해? 네가 뭔데 우리 회사를 파산시키네 마네 지껄이는 거야?"주원은 경멸에 찬 눈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그는 시후의 말은 허세나 허풍으로 치부했다."이 새끼가 드디어 맛이 갔나... 헛소리는 딴 데 가서 해. 우리 회사 순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해? 네가 무슨 재간으로 우리 회사를 파산시킨다는 거야? 푸하하!"시후는 마치 얼간이라도 보는 듯 무표정으로 주원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기사 박상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현 그룹을 파산시켜서 공중분해 되는 걸 봐야겠어. 대현 그룹 회장 일가가 빚더미에 앉게. 그래, 먼저 3분 안에 대현그룹 주식을 하한가까지 내려줘! 매일 30%씩이면... 3-4일은 걸리려나?"순자산만 수십 조인 회사를 파산시키는 것도, 고작 3분 만에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했다."이 미친 놈이 완전히 망상에 빠져 가지고..." 박주원도 시후를 노려보았다.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연기는 그쯤 해. 나도 너한테 선택권을 줄게.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고 유나 씨랑 이혼하던가, 아님 나한테 혼이 나던가. 1분 줄 테니까 선택해."시후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1분 남았어. 회사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건가?""닥쳐! 30초 남았어! 어서 골라!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해 주겠어...!""20초!""10초!"
주원이 자리를 떠나던 때, 혜준과 그의 여동생 혜빈,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 현우가 함께 회장을 향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현우 옆으로 수트를 빼 입은 젊은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 둘은 얼굴이 약간 닮아 있었다.혜준은 주원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방금 도착해서 들었는데, 너희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주원은 혼자 중얼거리며 그를 밀어냈다.혜준은 걱정스레 물었다. "박주원, 너 괜찮아? 무슨 일인 거야?"주원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기서 입을 잘못 놀렸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그는 혜준의 손을 뿌리치고 호텔 밖으로 뛰쳐나갔다.혜준은 달려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박주원 저 녀석이랑 보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지도... 멀쩡하던 회사 주식이 갑자기 폭락하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파산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야!"그리고 나서 혜준은 시후와 유나를 발견했을 때, 문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유나야, 소개해 줄게. 여기 이 신사분은 현우의 사촌인 임하성 씨야.""하성 씨, 이쪽은 제 사촌 동생인 김유나예요."사실 하성은 줄곧 유나를 보고 있었다. 혜준이 소개를 마치자 하성은 손을 내밀고 말했다. "WS 일가 분들이 미인이란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시후는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미인인 아내를 가진 죄인지, 벌레가 끊임없이 꼬였고 매번 쫓아내는 것도 일이었다.시후가 앞으로 나서 하성이 내민 손을 잡아 악수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나의 남편 은시후라고 합니다.""남편...? 당신이?" 하성은 시후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맞잡았던 손을 쓰윽 빼면서 말했다. "유나 씨같은 미인이 당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살기엔 너무 아깝네요.""하성 씨, 그거 알아요? 게다가 저 인간, 얹혀 살면서 직업도 기술도 없어요
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파티장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은시후, 뭐하는 거야! 당장 앉아!" 장모 윤우선이 허둥대며 그에게 소리쳤다.이 인간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건지. 이 루저가 지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저의가 뭐지?현우와 하성은 속삭였다. "설마 이 새끼가 엠그란드 그룹 회장이라고...?"말을 내뱉고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설마, 말도 안 돼. 그런데 만약에 은시후가 진짜로 회장이었다면, 자기 장모님한테 혼날 수가 있겠어?"뭐하는 짓이야! 빨리 안 앉아?" 단상에 서있던 혜준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시후는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모두의 혼란스러워하는 시선을 무시하고 이태리 부회장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태리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 모습은 모두의 심장을 뛰게 했다!엠그란드 그룹 부회장 이태리! 변변한 직업도 없이 얹혀사는 은시후가 어떻게 그녀를 알고 있는 거지? 게다가 꽤나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할 말을 다 한 그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무시한 채, 유나를 찾기 위해 파티 홀 밖으로 나왔다.그와 동시에 이태리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녀에게 시선이 쏠렸다. "안녕하세요, 엠그란드 그룹의 이태리입니다. 은시후 씨는 조금 전 홀 밖에서 은 회장님과 마주쳐서, 회장님 대신 제게 메시지를 전해주셨습니다. "시후가 회장이 아니라는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연히 마주친 거 가지고 이태리 부회장한테까지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애를 써."라고 임하성이 중얼거렸다.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었다.한편 단상 위에서 이태리는 신옥희 회장을 힐끗 쳐다보곤 싸늘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회장님께서 저에게 대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엠그란드 그룹은 WS 그룹과의 협업을 즉시 중지하겠습
마윤걸의 세 아들들은 비록 특별히 뛰어난 인재는 아니었지만, 1인당 교육 자원이 우수한 서구의 교육 상황과 마윤걸의 현금 지원 덕분에 순조롭게 대학을 졸업했다.하지만 지금 시후가 말한 계획대로라면, 이 세 아들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시리아에서 강제 노동을 하며, 아버지 마윤걸이 진 빚을 갚아야 할 것이었다.마윤걸은 자식들을 그런 지옥에 끌어들이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시후 씨... 전부 다 제 잘못입니다... 사실 제가 지은 죄는 가족에게 까지는 미치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당장 저를 죽인다 해도, 저는 한 점 원망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제 가족들만은 제발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시후는 냉소하며 물었다. “김미희와 서건희의 가족들에 대한 정보가 있나?”마윤걸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윤우선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완전히 종적을 감췄고, 그들과의 연락도 끊긴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윤걸은 짐작하고 있었다. 이는 분명 김미희 쪽에서 일부러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이라는 것을. 오랜 협력 관계였기에 마윤걸은 김미희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윤걸은 현재 김미희와 서건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시후는 그가 모르는 듯한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자,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 두 사람의 가족은 현재 돈세탁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고, 그들이 번 모든 불법 자산은 법에 따라 몰수되었지. 그 말인즉, 그들이 수년 동안 벌어들인 그 더러운 돈은 전부 공중분해 되었다는 거다. 결국, 20년 동안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간 건 둘째치고, 가족들까지 감옥에 가게 되었는데... 이게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을까?”마윤걸은 극도로 당황했고 안절부절 못하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시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물론 그들의 가족들은 감옥에 오래 있진 않을 거다. 난 그들이 출소한 뒤, 시리아로 보낼 생각이거든. 그럼 너희 세
갑자기 네 발의 총을 맞은 마윤걸은 두 발목이 진흙처럼 으스러진 상태로 바닥에 쿵 쓰러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써 몸을 지탱하려 했지만, 이미 손이란 게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은 피범벅이 된 뼈대 같은 손목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끔찍한 상처가 난 손목으로 몸을 지탱하려 했고, 그 순간 엄청난 체중이 그 손목으로 실리며 마윤걸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마치 막 낚여 올라온 참치처럼, 온몸을 땅바닥에 마구 비틀며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그가 몸부림칠수록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옆에 있던 이호량은 마윤걸과 너무 가까이에 있었던 탓에, 피가 얼굴과 옷을 포함한 사방에 튀었고, 즉시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마윤걸은 고통에 몸을 떨며 시후를 향해 간절히 애원했다. “은시후 선생님... 으악!! 이제 저는 완전히 폐인이 됐습니다... 제발... 제 나이는 이제 예순이 넘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시후는 찌푸린 얼굴로 되물었다. “그동안 네가 속이고 죽게 만든 동포들은? 그들도 네 앞에서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냐? 만약 그랬다면, 그들을 어떻게 했지?”마윤걸은 말문이 막혔다. 그동안 그들 조직이 죽게 만든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거의 모든 피해자들이 눈물로 애원했지만, 자신은 한 번도 그 사람들을 살려준 적이 없었다. 자신이 해온 짓들을 떠올리자, 마윤걸은 이미 자신의 미래를 직감할 수 있었다. 오늘 자신은,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때, 시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널 죽이는 것만으론 부족해. 지하에서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분명 아쉬워할 테니까. 걱정 마. 널 죽인 뒤에도, 난 반드시 너에게 피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 줄 거야.”마윤걸은 이 말을 듣고 깜작 놀랐다. 왜냐하면 자신이 죽고 나면, 대체 어떻게 복수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자신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겠다는 말일까? 마윤걸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후아레스는 이성을 잃고 돼지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그 모습을 본 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그 돼지 잡는 소리 같은 비명을 한 번만 더 질러대면, 이번엔 사람을 시켜서 사타구니에 달린 것도 박살내 주겠어!”시후의 말에 후아레스는 온몸을 덜덜 떨며, 그 즉시 입을 꾹 다물었다. 죽음보다도 무서운 위협 앞에서, 그는 고통을 억누르고 숨을 삼켰다.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다시 묻지. 김미희 손에 있던 그 물건들, 네 거 맞지?”후아레스는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주체하지 못하며, 억지로 고통을 참은 채 말했다. “맞습니다... 내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묻는다. “그럼 또 하나 묻지. 김미희가 미국에서 속여서 멕시코로 데려온 교포들... 그 사람들을 모두 장기 적출한 뒤 죽인 것도 너희 조직이 한 짓인가?”후아레스는 순간 그 사실을 부정하려다 멈칫했다. 상황을 보니 상대는 이미 수술실까지 쳐들어온 상태고, 이제 와서 거짓말을 한다면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결국 그는 입술을 떨며 인정했다. “맞… 맞습니다. 우리가 한 것이 맞습니다...”“좋아.” 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며칠 전, 김미희가 또 한 명의 교포를 속여서 그녀에게 마약을 들려 공항으로 보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그 교포는 비행기도 타기 전에 미국 세관과 경찰에게 체포됐지. 이 일을, 알고 있나?”후아레스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 일로 그는 5킬로짜리 ‘물건’을 날려버렸기 때문에, 그날 밤 통째로 이불킥을 하며 밤새 뒤척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과 시후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후는 블랙 골드 카드의 소지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 정상급 용병조직인 블랙 드래곤의 주인이었다. 이런 인물이, 김미희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그래서 후아레스는 조심스레 물었다. “은... 은시후 씨… 당신 정도 되시는 분이, 왜 이런 사소한 일 하나
후아레스는 그 순간, 혼이 완전히 빠져나갈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블랙 드래곤이라는 이름은 그가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멕시코에서 가장 강력한 범죄 조직을 데려다 놓는다 해도, 블랙 드래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은 전부 정예 병력으로 훈련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최정예 고수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한때, 멕시코의 최고 범죄조직의 두목들조차도 블랙 드래곤을 롤모델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자신에게도 블랙 드래곤처럼 강력한 용병 집단이 있기를 갈망했지만, 자신들의 실력은 블랙 드래곤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많은 조직의 두목들은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고,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블랙 드래곤의 대원들에게 자신들의 부하들을 훈련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은 이런 조직들과는 어떤 거래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멕시코 최고의 마약왕이 직접 나서도, 블랙 드래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이런 태도 때문에 블랙 드래곤의 명성은 멕시코 전역에서 더욱 높아졌다.그 때문에 후아레스에게도 블랙 드래곤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은시후라는 젊은이가, 블랙 드래곤의 주인이라니 그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제서야 그는 이해했다. 시후가 왜 블랙 골드 카드를 가질 수 있었는지. 블랙 드래곤의 가치는 수백 억, 수천 억 달러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충격적인 건 오늘 자신의 부하 200여 명이, 그 블랙 드래곤에 의해 전원 전멸당했다는 사실이었다.두려움에 떨며, 후아레스는 무의식적으로 시후에게 물었다. “우리 크레이지 후아레스 조직은, 언제나 블랙 드래곤을 존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우리와 블랙 드래곤은 원한도 없고, 아무런 충돌도 없는데... 블랙 드래곤이 왜 우리 형제 200명 넘게 죽인 겁니까?”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젠장, 서쪽이다! 빨리 차 몰아... 으아아...!”후아레스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소리만으로도 자신의 부하들이 기습을 당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상대는 완벽하게 기습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듯했다.후아레스는 바깥에 있는 부하들을 생각했다. 그들 하나하나가 자신이 기반을 잡고 돈을 벌 수 있게 해준 밑바탕이었는데, 지금은 알 수 없는 적에게 무참히 학살당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자신의 자산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절망감에 휩싸였다.그 순간, 그는 분노에 휩싸여 총을 들어 시후를 겨눈 뒤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부하들에게 당장 멈추라고 해! 아니면 널 당장 쏴 죽여 버릴 테니까!”시후는 비웃으며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후는 단숨에 번개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후아레스가 아직 반응하기도 전에, 시후는 그의 총을 쥔 오른손 손목을 움켜잡고, 그대로 아래로 강하게 비틀었다.“부드득!” 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후아레스의 손목은 180도 뒤로 꺾였고, 손등과 팔뚝이 밀착되었다. 더 끔찍한 것은 바로 꺾인 손목 관절이 피부를 찢고 뚫고 나와, 살점에 매달린 흰 뼈가 밖으로 드러나 그 모습이 너무나도 끔찍했다는 것이다! 경호원들은 즉시 반응해 총을 꺼내 시후에게 발포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총을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비웃으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줄은 몰랐다. 경호원들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그들의 뒤에서 여러 개의 불길이 터져 나왔고, 곧이어 그들은 모두 총알에 벌집처럼 뚫리고 말았다.후아레스와 마윤걸 등은 완전히 겁에 질려 얼어붙었고, 놀란 나머지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뒤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성 십여 명이 총을 들고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이는 바로 블랙 드래곤의 리더, 성도민이었다!성도민은 그 자리에서 명령을 내렸다. “저 놈들 잘 감시해. 그 누구라도 공격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즉시 사
마윤걸은 이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 농담이 너무 과하십니다. 저희와 협력하러 오신 거 아닌가요? 우리 보스는 당신처럼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그가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한편, 후아레스는 차가운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는 학력이 낮고, 외국어도 배우지 않았지만, 멕시코는 미국과 가까운 나라였다. 대부분의 멕시코인은 미국인을 상대로 먹고 살아야 했기에, 어느 정도는 영어를 할 줄 알았다. 그래서 후아레스는 시후가 방금 한 말을 즉시 이해했다.그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시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시후의 눈에서 차가운 살기가 가득 차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후아레스는 이 바닥에서 꽤나 잔뼈가 굵은 깡패였다. 그는 살의를 품은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시후의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권총을 꺼내어 시후의 이마에 겨누었고 차갑게 외쳤다. “이 개자식아! 너 대체 누구야?! 무슨 꿍꿍이로 우리를 찾아온 거지?!”마윤걸은 더욱 당황했다. 그는 재빨리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스에게 농담은 금물입니다! 우리 보스는 장난치는 걸 제일 싫어합니다!”하지만 시후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농담하는지 아닌지 말이야.” 그러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했던 말, 다 진지하게 한 건데.”후아레스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시후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는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게다가 마윤걸이 말하길, 너는 블랙 골드 카드를 소유한 인물이라던데. 그렇다면 자산이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이겠군.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대체 왜 우리를 죽이려 하는 거지?!”시후는 미소를 거두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가 저지른 짓은, 죄악 중에서도 최악이니까. 그래
성도민은 그가 등장하는 순간, 이 남자가 이 범죄 조직의 보스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시후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든 인원 주의! 즉시 포위망을 좁혀라! 목표가 은 선생님이 있는 마당으로 들어오는 순간, 5분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시간이 끝나면, 외부의 적을 전원 제거한다! 단 한 명도 남겨두지 마!”......몇 분 후.후아레스는 수술실이 있는 마당까지 들어왔다. 엑토르가 이미 정찰을 끝냈기에 그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곧바로 수술실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이때, 마윤걸은 후아레스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우리 보스가 오셨습니다!” 그는 급히 후아레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서둘러 스페인어로 말했다. “보스! 오늘 오신 이 은 선생님은 정말 엄청난 재력가입니다!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후아레스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지만, 아무 말없이 곧장 시후에게 다가갔다. 그는 미소를 띠며 스페인어로 말했다. “당신이 은 선생 입니까? 저는 라파엘 후아레스입니다. 그냥 라파엘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시후는 스페인어를 몰랐지만, 마윤걸이 옆에서 즉시 통역을 해주었기에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시후는 후아레스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는 이 멕시코 남자가 분명 조직의 보스다운 도적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후아레스의 키는 크지 않았지만, 몸집이 상당히 다부졌다. 그의 목에는 번쩍이는 굵은 금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심지어 치아에도 다이아몬드가 박힌 치아 장식을 끼고 있었다.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 얼굴 가득한 흉악한 인상. 누가 봐도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였다.시후는 그를 보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후아레스 씨, 정말 오래 기다리게 하시네요. 도착하고도 바로 나타나지 않고, 먼저 부하를 보내 영상을 찍게 하다니. 이런 방식은... 제 예상 밖이었습니다.”후아레스는 시후가 자신이 너무 신중하고 느리다고 불평하는 것을
이 시각, 후아레스의 여섯 개 팀은 이미 마을 입구에 도착하여 지정된 위치에서 완전히 집결을 마친 상태였다. 그들은 이동하는 동안 주변을 매우 신중하게 탐색했지만,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그리고, 후아레스의 차량은 여섯 개 팀이 모두 제자리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후, 세 대의 경호 차량의 보호를 받으며 마을 동쪽 입구로 들어섰다.하지만 후아레스는 차에서 곧바로 내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측근 경호원 중 한 명에게 명령을 내렸다. “엑토르, 네가 먼저 들어가 봐라. 영상 촬영을 하면서 이동하고, 내부에 들어가면 신호 방해기를 꺼. 그리고 영상을 내게 보내서 내부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만약 마윤걸 일행이 이미 상대에게 장악 당했다면, 이건 덫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엑토르라고 불린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녹화 버튼을 누른 후, 단독으로 발걸음을 옮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수술실 주변에는 감시 요원과 정문 경비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엑토르를 알고 있었기에 그가 나타나자 형식적으로 인사만 건넬 뿐이었다.그러나, 엑토르는 끊임없이 주변을 주시하며 마주치는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그는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경비 대장에게 말했다. “신호 방해기 꺼. 보스에게 영상을 보내야 한다.”그 경비 대장은 망설이지도 않고 즉시 신호 방해기를 해제했다.그 순간, 엑토르는 녹화한 영상을 후아레스에게 전송했다. 곧바로 후아레스에게서 영상 통화 요청이 들어왔다. 영상이 연결되자, 후아레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놈은 어디 있지?”엑토르가 대답했다. “지하 수술실에 있다고 들었습니다.”후아레스는 신중하게 지시했다. “직접 내려가서 확인해. 영상 통화는 절대 끊지 마.”“네, 알겠습니다!” 엑토르는 응답한 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지하실 입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곧바로 지하로 내려갔다. 한편, 후아레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에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멍하니 서 있던 나훈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얼굴을 찡그리며 마윤걸에게 말했다. “눈치가 빠른 줄 알았는데, 왜 형님의 케이블 타이는 왜 안 잘라줬지?”마윤걸은 이 말을 듣고서야 번뜩 정신을 차렸다. 원래 그는 시후가 단순히 나훈구를 핑계 삼아 찾아온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속으로는 시후는 건드리면 안 되는 거물이지만, 나훈구는 곧 장기적출 수술을 받을 신체 제공자일 뿐이기에 이 둘은 앞으로 별다른 관계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시후가 직접 나서서 나훈구를 챙기는 모습을 보니, 그를 반드시 살려두려는 의도가 있음을 깨달았다.마윤걸은 망설이지도 않고 스스로 따귀를 한 대 후려쳤다. 그리고는 후회하며 말했다. “아이고, 은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모시느라 정신이 팔려서, 이 귀한 분을 깜빡했습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그는 곧바로 이호량에게 명령을 내렸다. “빨리 저 선생님의 결박을 풀어드려!”“알겠습니다!” 이호량은 망설임 없이 허리춤에서 접이식 칼을 꺼내, 나훈구의 손목을 묶고 있던 케이블 타이를 재빨리 잘라냈다.나훈구는 방금 풀려난 양손의 감각을 되찾을 새도 없이 그 자리에서 푹 주저앉더니, 두 무릎을 꿇고 시후 앞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동생... 아니, 아니...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전 위로 부모님이 계시고, 아래로 어린 자식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멕시코에서 죽을 순 없습니다!”시후는 그의 두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형님. 우리도 이렇게 멕시코에서 다시 만나게 됐으니, 이것도 인연 아니겠습니까? 제가 있는 한, 형님도 살아서 돌아갑니다. 누군가 형님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려 한다면, 내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나훈구는 감동과 안도감이 뒤섞인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이 모습을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