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원?!시후는 자신이 들은 액수에 당황했다. 그의 두 눈은 충격에 휘둥그레지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그는 할아버지가 굉장한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그 당시의 시후는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다. 그래서 집안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까진 몰랐던 것이다.드디어,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10억 원이 푼돈이라면, 조부의 재산은 몇 조 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솔직히 말해서, 순간 그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시후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흉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시후의 동요를 감지한 박 기사는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은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회장님의 전 재산은 도련님의 것이나 다름없죠.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도련님 아버님의 것이지만요.""회장님께선 도련님만 집으로 돌아와 준다면, 총 사업규모 수백조 원에 달하는 가족 사업을 물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돈은 도련님의 생활비로 써 주십시오.""아 그렇지,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더... 어제 할아버님께서 한국 최대 우량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였답니다. 주식 전량이 현재 도련님 명의로 되어있으니, 내일부터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실 수 있답니다!"박 기사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런 막대한 투자를 하다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한도 10억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에 자산 총액 300조 원의 엠그란드 그룹이라니...!엠그란드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다. 그 어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재벌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늘 그를 욕보인 재벌가 모두..... WS 그룹, 로이드 그룹을 포함해 여전히 시후의 아내를 넘보고 있는 대현 그룹 마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그런 대단한 회사가 이제 그의 것이라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시후는 스쿠터를 타고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그는 엠그란드 회사 주차장 한편에 스쿠터를 세웠다. 시후가 시동을 끄자 곧 그의 맞은 편으로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들어왔다.무심코 고개를 들자 한 젊은 커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고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한 눈에 봐도 이지적인 느낌의 미남이었다. 한편, 여자 쪽은 화려하게 빼입고 있었다. 다소 천박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녀 또한 미인이었다. 알고 보니 두 미남 미녀는 유나의 사촌 김혜빈과 그녀의 약혼자 임현우였다.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맞닥트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시후는 그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어째선지 그들에게서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시후 씨 아니에요~" 시후를 발견한 혜빈이 큰 소리로 불렀다.혜빈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시후는 소름이 온몸을 타고 퍼지는 것을 느꼈다.아는 척하는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없었기에, 시후는 예의상 웃으며 물었다. "아, 혜빈 씨... 여기엔 무슨 일로 왔죠?" 혜빈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했다. "저희야 엠그란드 그룹 이태리 부회장님을 만나러 왔죠."그리곤 그녀는 임현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로이드 그룹은 전부터 엠그란드 그룹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거든요. 앞으론 로이드 그룹뿐 아니라 WS 그룹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시후는 로이드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사업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몰랐다. 막 회사를 인수했기에 세부 사상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현우 씨, 사업 수완이 대단하시네요! 두 분 정말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했다.현우는 시후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이 새끼는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지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 있는
시후도 오늘 처음 부회장을 만났다.그 또한 태리가 놀랍도록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녀는 늘씬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몸매에 매혹적인 외모, 그리고 당당한 자신감을 가진 27, 28살 정도의 젊은 여성이었다.시후는 태리의 책상에 앉으며 "전 사무실에 자주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저를 대신해서 앞으로도 회사를 경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 신원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당부했다.태리는 지금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시후가 한국 최고의 재벌가인 은 회장의 가족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겐 엠그란드 그룹 따윈 그저 평범한 기업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이죠, 회장님. 또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그때였다. 한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부회장님, 로이드 그룹의 임현우 님과 그의 약혼자분께서 만나러 오셨습니다.""지금 VIP를 만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세요.""임현우를 아시나요?" 시후가 물었다."로이드 그룹은 저희 엠그란드의 파트너사 중 하나입니다. 몇몇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라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시후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엠그란드 그룹은 로이드와는 그 어떠한 사업 거래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도 중단해주세요. 이 순간 이후로 우리 회사를 통해 로이드 그룹이 한 푼이라도 벌게 된다면, 이태리 씨 당신은 해고입니다."도대체 로이드 그룹의 관계자 중 누가 이토록 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태리는 깜짝 놀라 필사적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지금 바로 직원들에게 로이드 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엠그란드 그룹은 저급한 쓰레기와 협업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경비원에게 쫓아내라고 하세요."***사무실 밖에서 임현우와 김혜빈이 걱정하며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발표는 한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다.WS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의 취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로이드 그룹과의 일체의 거래가 중단된 이유가 납득되었다.엠그란드의 새 주인은 로이드 그룹을 홀대하고 있는 듯했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신임 회장인 은회장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산총액 300조 원 상당의 엠그란드 그룹을 사들이다니, 이 베일에 싸인 '은 사장'이란 인물의 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딸을 시집 보냄으로써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무엇보다도 엠그란드 그룹의 1조 원 규모의 호텔 건설 사업 공고는 국내 건축, 디자인 업계를 뒤흔들었다.1조 원...!이 최대 규모의 호텔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라도 입찰을 따낼 수 있다면, 로또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하는 신옥희 회장을 포함해, 여러 회사들이 당첨의 꿈을 꾸며 로또에 참가했다.신회장은 이번 사업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건 WS 그룹이 메가 프로젝트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일만 잘 되면 WS 그룹은 한 단계 레벨 업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옥희 회장은 엠그란드 그룹의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오늘 밤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미팅엔 일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은시후는 그날 밤늦게 WS 그룹 회장 저택으로 향했다. 신회장이 일가 전원 소집을 명령했기에, 물론 시후도 참석해야 했다!그는 신회장의 회의 주요 의제가 무엇일지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WS 그룹 내에서 유나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유나의 사촌 김혜준이 시후를 발견하곤 어김없이 조롱했다. "은시후 이 새끼가 뻔뻔하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왔어!?"유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그만해요, 혜준 오빠. 시후 씨는 내 남편이니까 엄연한 WS
유나의 돌발 발언에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모두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유나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지금은 공연히 앞에 나서 봤자 득은 커녕 실 밖에 없는 상황이다.한국 최고의 대기업이 WS 그룹 같은 약소 회사에 눈길도 주지 않을 게 뻔한데, 이런 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나와 있었다. 가만히 듣고만 앉아 있을 수 없었던 혜준이 "김유나, 설마 니가 정말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라며 비꼬았다.혜빈도 오빠 혜준을 따라 조롱을 이어 갔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건데? 네가 괜히 설치다가 우리 WS 그룹이 개망신 당하게 될 거라고!""혜빈이 말이 맞아! 유나 네가 엠그란드 그룹에서 쫓겨나기라고 해 봐! 우린 그날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린 듯 유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시후와 결혼한 뒤, 집안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온 식구들은 그녀와 그녀의 부모까지 철저하게 무시하고 조롱해왔다.그런 그녀가 만일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집안 내의 입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더 이상 자신의 부모님이 다른 가족들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 사람들의 끊임없는 조롱에 다시 현실로 끌려 내려 왔다.유나는 시후를 노려보며, '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지...? 애초에 시후 씨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나를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분노의 화살을 남편에게 돌렸다. 말다툼을 지켜보던 신 회장은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이번 일을 맡을 사람이 없냐 재차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더니, 막상 유나가 나서자 일제히 그녀를 무시하고 말리는 꼴이라니...!줄곧 손녀인 유나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오늘 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시작도 안 하려고 하는 일에 유나만
자신의 부모가 남편을 비웃는 것을 보고, 유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아빠. 제가 결정한 일이에요. 시후 씨 탓이 아니라고요. 전 우리 식구가 더 이상 다른 가족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했어요..."유나의 엄마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안 돼! 너희 할머니께서 직접 가셔도 환대하지 않을 텐데, 네가 가서 뭘 하겠다는 거니!"시후는 유나가 부모님과 말다툼하는 걸 지켜보며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들도 내가 엠그란드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잠시만요...!"유나의 모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유나의 엄마가 갑자기 들떠서는 말했다. "어머, 주원이구나! 여기까지 어쩐 일이니?" 그 남자가 바로 유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대현 그룹의 후계자 박주원이다.주원은 싱긋 미소 지으며 "어머님, 엠그란드 그룹과 사업 제안서를 준비한다고 들어서, 유나 씨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아이디어를 주려고 왔어요.""세상에~ 역시 우리 주원이 밖에 없네!"갑작스러운 주원의 방문에 유나의 엄마는 완전히 신이나 서둘러 안으로 들였다. "그래서 주원이가 우리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는 걸 도와줄 수 있을까?"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시후는 완전히 무시한 채. 그는 곧장 유나를 향해 걸어가 상냥하게 말했다. "유나 씨, 이런 큰일이 났는데 왜 저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희 대현 그룹은 엠그란드 그룹과 연줄이 있어요.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사실 박주원의 부친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유나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유나는 주원이 줄곧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원 씨,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제 문제이니 스스로 해결할게요."라고 정중히 거절했다.유나가 거절하자 유나의 엄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나야... 너 제정신이니? 주원이가 기껏 너를 도와주
다음 날 아침, 유나는 밤새 준비한 두툼한 제안서를 품에 꼭 안고, 시후와 함께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 유나는 65층짜리 빌딩 앞에 서자, 현 상황이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어떻게 엠그란드 그룹과 협업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1조 원 규모의 사업이다. 지나가던 거지가 1조 원을 달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하지만 유나는 모두의 앞에서 할머니와 약속을 했기에 어떻게든 이번 거래를 성사시켜야 했다.우두커니 서서 발만 내려다보던 유나는 서류 뭉치를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시후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유나 씨,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유나는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힘없이 대답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시후 씨는 여기서 기다려 줄래요?"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본사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가 걸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시후는 더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태리 씨, 조금 전에 제 아내가 당신을 만나러 올라갔습니다. 태리 씨가 해야 할 일은 아시겠죠?""물론이죠,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모님께서 오시면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그러고 보니... 엠그란드 그룹과 대현 그룹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네,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다수 있습니다. 대현 그룹 쪽에서 이번 호텔 건설 사업 건에 대해서도 협업 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안 검토를 위해 제안서와 자료도 모두 제출 받은 상태인데 어떻게 할까요?""앞으로 두 번 다시 대현 그룹과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그 사이, 유나는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부회장님과 만나게 해 달라고 면담 요청을 하고 있었다. 일류 대기업의 부회장인 이태리가 자신과 만나 줄지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순간 유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시나리오가 떠올랐다.이태리 부회장이 말한 '은 회장'이 만약 내 남편인 '은시후'였다면?이 시나리오를 다시 곱씹어보곤 그녀는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깨달았다.말도 안 돼.시후 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시설에서 자랐으니까.그렇지만... 나에게 이렇게 잘해줄 사람이 시후 씨 말고 또 누가 있단 거지? 150억 원도 너무나 큰 데, 300억 원을 그냥 내줬다. 역시…."이태리 부회장님, 혹시 은 회장님 성함이 '은시후'는 아닌가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유나는 조심스레 물었다.어디서 회장의 신상에 대해 흘린 거지? 태리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근두근.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회장의 엄명 때문에 대중에게도 그의 성만 공개한 상황이었다. 그의 아내와 만난 시점에서 그녀가 회장의 정체를 눈치채면, 자신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유나 씨, 이 얘기는 여기서 그만했으면 해요. 은 회장님은 한국 유수 가문의 자제분이세요. 제 재량으로 마음대로 회장님의 신원을 밝힐 순 없습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수 가문의 자제라는 말에 의심을 접었다.시후는 고아였지, 그런 명문가 자제는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부회장실을 나왔지만, 유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의 손에는 WS 그룹과 엠그란드 그룹 사이의 300억 원짜리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아직도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빌딩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시후를 발견하자, 신이 나서 그에게로 달려갔다. "시후 씨! 시후 씨!! 계약, 따냈어요!!"시후는 마음속으로 '제가 회장이니 당연히 계약이 성사되었겠죠.'라고 생각했지만, 놀란 척하며 말했다."정말인가요, 유나 씨?! 정말 유나 씨는 대단해요!!""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엠그란드에서 이 프로젝트를 저희한테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