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원?!시후는 자신이 들은 액수에 당황했다. 그의 두 눈은 충격에 휘둥그레지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그는 할아버지가 굉장한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그 당시의 시후는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다. 그래서 집안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까진 몰랐던 것이다.드디어,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10억 원이 푼돈이라면, 조부의 재산은 몇 조 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솔직히 말해서, 순간 그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시후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흉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시후의 동요를 감지한 박 기사는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은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회장님의 전 재산은 도련님의 것이나 다름없죠.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도련님 아버님의 것이지만요.""회장님께선 도련님만 집으로 돌아와 준다면, 총 사업규모 수백조 원에 달하는 가족 사업을 물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돈은 도련님의 생활비로 써 주십시오.""아 그렇지,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더... 어제 할아버님께서 한국 최대 우량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였답니다. 주식 전량이 현재 도련님 명의로 되어있으니, 내일부터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실 수 있답니다!"박 기사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런 막대한 투자를 하다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한도 10억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에 자산 총액 300조 원의 엠그란드 그룹이라니...!엠그란드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다. 그 어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재벌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늘 그를 욕보인 재벌가 모두..... WS 그룹, 로이드 그룹을 포함해 여전히 시후의 아내를 넘보고 있는 대현 그룹 마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그런 대단한 회사가 이제 그의 것이라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시후는 스쿠터를 타고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그는 엠그란드 회사 주차장 한편에 스쿠터를 세웠다. 시후가 시동을 끄자 곧 그의 맞은 편으로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들어왔다.무심코 고개를 들자 한 젊은 커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고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한 눈에 봐도 이지적인 느낌의 미남이었다. 한편, 여자 쪽은 화려하게 빼입고 있었다. 다소 천박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녀 또한 미인이었다. 알고 보니 두 미남 미녀는 유나의 사촌 김혜빈과 그녀의 약혼자 임현우였다.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맞닥트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시후는 그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어째선지 그들에게서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시후 씨 아니에요~" 시후를 발견한 혜빈이 큰 소리로 불렀다.혜빈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시후는 소름이 온몸을 타고 퍼지는 것을 느꼈다.아는 척하는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없었기에, 시후는 예의상 웃으며 물었다. "아, 혜빈 씨... 여기엔 무슨 일로 왔죠?" 혜빈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했다. "저희야 엠그란드 그룹 이태리 부회장님을 만나러 왔죠."그리곤 그녀는 임현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로이드 그룹은 전부터 엠그란드 그룹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거든요. 앞으론 로이드 그룹뿐 아니라 WS 그룹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시후는 로이드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사업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몰랐다. 막 회사를 인수했기에 세부 사상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현우 씨, 사업 수완이 대단하시네요! 두 분 정말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했다.현우는 시후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이 새끼는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지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 있는
시후도 오늘 처음 부회장을 만났다.그 또한 태리가 놀랍도록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녀는 늘씬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몸매에 매혹적인 외모, 그리고 당당한 자신감을 가진 27, 28살 정도의 젊은 여성이었다.시후는 태리의 책상에 앉으며 "전 사무실에 자주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저를 대신해서 앞으로도 회사를 경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 신원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당부했다.태리는 지금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시후가 한국 최고의 재벌가인 은 회장의 가족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겐 엠그란드 그룹 따윈 그저 평범한 기업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이죠, 회장님. 또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그때였다. 한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부회장님, 로이드 그룹의 임현우 님과 그의 약혼자분께서 만나러 오셨습니다.""지금 VIP를 만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세요.""임현우를 아시나요?" 시후가 물었다."로이드 그룹은 저희 엠그란드의 파트너사 중 하나입니다. 몇몇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라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시후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엠그란드 그룹은 로이드와는 그 어떠한 사업 거래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도 중단해주세요. 이 순간 이후로 우리 회사를 통해 로이드 그룹이 한 푼이라도 벌게 된다면, 이태리 씨 당신은 해고입니다."도대체 로이드 그룹의 관계자 중 누가 이토록 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태리는 깜짝 놀라 필사적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지금 바로 직원들에게 로이드 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엠그란드 그룹은 저급한 쓰레기와 협업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경비원에게 쫓아내라고 하세요."***사무실 밖에서 임현우와 김혜빈이 걱정하며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발표는 한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다.WS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의 취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로이드 그룹과의 일체의 거래가 중단된 이유가 납득되었다.엠그란드의 새 주인은 로이드 그룹을 홀대하고 있는 듯했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신임 회장인 은회장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산총액 300조 원 상당의 엠그란드 그룹을 사들이다니, 이 베일에 싸인 '은 사장'이란 인물의 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딸을 시집 보냄으로써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무엇보다도 엠그란드 그룹의 1조 원 규모의 호텔 건설 사업 공고는 국내 건축, 디자인 업계를 뒤흔들었다.1조 원...!이 최대 규모의 호텔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라도 입찰을 따낼 수 있다면, 로또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하는 신옥희 회장을 포함해, 여러 회사들이 당첨의 꿈을 꾸며 로또에 참가했다.신회장은 이번 사업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건 WS 그룹이 메가 프로젝트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일만 잘 되면 WS 그룹은 한 단계 레벨 업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옥희 회장은 엠그란드 그룹의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오늘 밤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미팅엔 일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은시후는 그날 밤늦게 WS 그룹 회장 저택으로 향했다. 신회장이 일가 전원 소집을 명령했기에, 물론 시후도 참석해야 했다!그는 신회장의 회의 주요 의제가 무엇일지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WS 그룹 내에서 유나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유나의 사촌 김혜준이 시후를 발견하곤 어김없이 조롱했다. "은시후 이 새끼가 뻔뻔하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왔어!?"유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그만해요, 혜준 오빠. 시후 씨는 내 남편이니까 엄연한 WS
유나의 돌발 발언에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모두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유나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지금은 공연히 앞에 나서 봤자 득은 커녕 실 밖에 없는 상황이다.한국 최고의 대기업이 WS 그룹 같은 약소 회사에 눈길도 주지 않을 게 뻔한데, 이런 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나와 있었다. 가만히 듣고만 앉아 있을 수 없었던 혜준이 "김유나, 설마 니가 정말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라며 비꼬았다.혜빈도 오빠 혜준을 따라 조롱을 이어 갔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건데? 네가 괜히 설치다가 우리 WS 그룹이 개망신 당하게 될 거라고!""혜빈이 말이 맞아! 유나 네가 엠그란드 그룹에서 쫓겨나기라고 해 봐! 우린 그날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린 듯 유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시후와 결혼한 뒤, 집안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온 식구들은 그녀와 그녀의 부모까지 철저하게 무시하고 조롱해왔다.그런 그녀가 만일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집안 내의 입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더 이상 자신의 부모님이 다른 가족들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 사람들의 끊임없는 조롱에 다시 현실로 끌려 내려 왔다.유나는 시후를 노려보며, '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지...? 애초에 시후 씨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나를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분노의 화살을 남편에게 돌렸다. 말다툼을 지켜보던 신 회장은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이번 일을 맡을 사람이 없냐 재차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더니, 막상 유나가 나서자 일제히 그녀를 무시하고 말리는 꼴이라니...!줄곧 손녀인 유나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오늘 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시작도 안 하려고 하는 일에 유나만
자신의 부모가 남편을 비웃는 것을 보고, 유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아빠. 제가 결정한 일이에요. 시후 씨 탓이 아니라고요. 전 우리 식구가 더 이상 다른 가족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했어요..."유나의 엄마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안 돼! 너희 할머니께서 직접 가셔도 환대하지 않을 텐데, 네가 가서 뭘 하겠다는 거니!"시후는 유나가 부모님과 말다툼하는 걸 지켜보며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들도 내가 엠그란드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잠시만요...!"유나의 모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유나의 엄마가 갑자기 들떠서는 말했다. "어머, 주원이구나! 여기까지 어쩐 일이니?" 그 남자가 바로 유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대현 그룹의 후계자 박주원이다.주원은 싱긋 미소 지으며 "어머님, 엠그란드 그룹과 사업 제안서를 준비한다고 들어서, 유나 씨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아이디어를 주려고 왔어요.""세상에~ 역시 우리 주원이 밖에 없네!"갑작스러운 주원의 방문에 유나의 엄마는 완전히 신이나 서둘러 안으로 들였다. "그래서 주원이가 우리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는 걸 도와줄 수 있을까?"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시후는 완전히 무시한 채. 그는 곧장 유나를 향해 걸어가 상냥하게 말했다. "유나 씨, 이런 큰일이 났는데 왜 저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희 대현 그룹은 엠그란드 그룹과 연줄이 있어요.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사실 박주원의 부친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유나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유나는 주원이 줄곧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원 씨,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제 문제이니 스스로 해결할게요."라고 정중히 거절했다.유나가 거절하자 유나의 엄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나야... 너 제정신이니? 주원이가 기껏 너를 도와주
다음 날 아침, 유나는 밤새 준비한 두툼한 제안서를 품에 꼭 안고, 시후와 함께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 유나는 65층짜리 빌딩 앞에 서자, 현 상황이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어떻게 엠그란드 그룹과 협업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1조 원 규모의 사업이다. 지나가던 거지가 1조 원을 달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하지만 유나는 모두의 앞에서 할머니와 약속을 했기에 어떻게든 이번 거래를 성사시켜야 했다.우두커니 서서 발만 내려다보던 유나는 서류 뭉치를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시후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유나 씨,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유나는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힘없이 대답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시후 씨는 여기서 기다려 줄래요?"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본사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가 걸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시후는 더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태리 씨, 조금 전에 제 아내가 당신을 만나러 올라갔습니다. 태리 씨가 해야 할 일은 아시겠죠?""물론이죠,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모님께서 오시면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그러고 보니... 엠그란드 그룹과 대현 그룹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네,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다수 있습니다. 대현 그룹 쪽에서 이번 호텔 건설 사업 건에 대해서도 협업 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안 검토를 위해 제안서와 자료도 모두 제출 받은 상태인데 어떻게 할까요?""앞으로 두 번 다시 대현 그룹과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그 사이, 유나는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부회장님과 만나게 해 달라고 면담 요청을 하고 있었다. 일류 대기업의 부회장인 이태리가 자신과 만나 줄지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순간 유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시나리오가 떠올랐다.이태리 부회장이 말한 '은 회장'이 만약 내 남편인 '은시후'였다면?이 시나리오를 다시 곱씹어보곤 그녀는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깨달았다.말도 안 돼.시후 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시설에서 자랐으니까.그렇지만... 나에게 이렇게 잘해줄 사람이 시후 씨 말고 또 누가 있단 거지? 150억 원도 너무나 큰 데, 300억 원을 그냥 내줬다. 역시…."이태리 부회장님, 혹시 은 회장님 성함이 '은시후'는 아닌가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유나는 조심스레 물었다.어디서 회장의 신상에 대해 흘린 거지? 태리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근두근.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회장의 엄명 때문에 대중에게도 그의 성만 공개한 상황이었다. 그의 아내와 만난 시점에서 그녀가 회장의 정체를 눈치채면, 자신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유나 씨, 이 얘기는 여기서 그만했으면 해요. 은 회장님은 한국 유수 가문의 자제분이세요. 제 재량으로 마음대로 회장님의 신원을 밝힐 순 없습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수 가문의 자제라는 말에 의심을 접었다.시후는 고아였지, 그런 명문가 자제는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부회장실을 나왔지만, 유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의 손에는 WS 그룹과 엠그란드 그룹 사이의 300억 원짜리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아직도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빌딩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시후를 발견하자, 신이 나서 그에게로 달려갔다. "시후 씨! 시후 씨!! 계약, 따냈어요!!"시후는 마음속으로 '제가 회장이니 당연히 계약이 성사되었겠죠.'라고 생각했지만, 놀란 척하며 말했다."정말인가요, 유나 씨?! 정말 유나 씨는 대단해요!!""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엠그란드에서 이 프로젝트를 저희한테 그냥
후아레스가 입을 열었다. “중요한 일이 생겼어. 너는 여기서 계속 놀고 있어. 칩은 전부 너한테 맡길게.” 그렇게 말한 그는 곧바로 자신의 네 명의 보디가드를 불러 지시했다. “카를로스, 당장 차를 가져와. 엑토르, 애들에게 전화해서 지금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수술실로 집결하라고 해. 기억해, 전원 완전 무장하고!”엑토르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보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형제들 전부를 소집하는 겁니까?”후아레스는 차분히 말했다.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좋은 일도 아닐 수 있어. 자세한 건 가봐야 알겠지만, 좋든 나쁘든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후아레스의 생각은 이랬다. 만약 시후가 자신의 출세를 위한 동아줄이라면, 그는 시후에게 충성심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도 보여줘야 했다. 반면, 만약 시후가 적대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럴 경우에는 최대한 많은 부하를 데리고 가는 것이 위험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크레이지 후아레스’는 총 200명 이상의 직속 조직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멕시코 현지 출신이었다. 그리고 멕시코에서의 총기 보급률은 미국 못지않았다. 특히 범죄 조직의 경우 단순한 총기 소유를 넘어, 상당수는 미국에서 밀수한 군용 장비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크레이지 후아레스의 조직원들의 전투력은 경찰이나 군대에 뒤지지 않았다.후아레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조직원들은 곧바로 무장을 갖추고 수술실이 있는 작은 마을로 빠르게 향했다.오랫동안 거리에서 살아남은 후아레스는 조직의 기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조직원이 반드시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차를 보유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후아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이것은 현대 군대의 기동화와 다를 바 없는 중요한 사항이었다.뿐만 아니라, 그는 조직원들의 차량에 무전기를 필수로 설치하도록 했으며, 통신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엔세나다의 반경 100km 내에 여러 개의 중계기를 설치했고 무선 통신 적용 범위와 품질
후아레스의 풀네임은 라파엘 코로나 후아레스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태어난 곳은 멕시코 북부 국경 도시이며, 이 도시의 이름도 후아레스였다.후아레스라는 이 도시는 멕시코 최대 범죄 조직이 활발히 활동하는 곳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 범죄가 심각한 도시로 매년 순위에 오른다. 이곳을 현실판 고담이라고 부르는 것은 고담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다. 적어도 고담에는 슈퍼 빌런 뿐만 아니라 슈퍼 히어로도 존재하지만, 여기에는 악랄한 슈퍼 빌런 들만 존재하기 때문이다.후아레스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 도시에서 성장했다. 그의 부모는 범죄 조직의 정식 일원은 아니었지만, 조직의 밑에서 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아버지는 범죄 조직을 위해 트럭을 운전했으며, 때로는 무기를, 때로는 마약을, 심지어는 시체를 운반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범죄 조직의 마약 제조 공장에서 일하며, 마약의 무게를 달아주고, 포장하며, 여러 차례 조직이 주최한 기술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기도 했다.이런 환경에서 자란 후아레스는 어릴 때부터 폭력 범죄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12살이 되던 해, 지역 범죄 조직의 한 중간 보스가 권총 한 자루, 자전거 한 대, 그리고 50달러를 건네 주면서 그에게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가, 방심하고 있는 적대 조직의 일원을 사살하라고 지시했다.그래서 후아레스는 자전거를 타고 코스의 지시에 따라 거리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던 적대 조직의 단원을 총으로 쏴 죽였다. 권총의 반동으로 손목이 며칠 동안 아팠지만, 며칠 동안 후아레스는 상대의 머리가 터지는 장면이 계속 떠올라 밤마다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순간, 후아레스는 자신이 이런 일을 하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부터 그는 갱단의 일원이 되었고 약 10년간 실력을 쌓아가며, 점점 유명한 작은 보스로 성장했다. 그러던 중, 그의 보스가 적대 조직에 의해 암살당하자, 후아레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도시를 떠나 엔세나다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그로부터 다시
마윤걸은 진지하게 말했다. "확실히 진짜야. 만졌을 때 느낌부터가 절대 위조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게다가 저 자식은 우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우리의 움직임까지 꿰뚫고 있었단 말이야. 분명 우리에 대해서 미리 조사했을 거야."이호량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경찰은 아니겠죠?""그건 아닐 거야." 마윤걸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경찰이 이런 수법을 쓸 리가 없잖아. 이런 방식을 쓸 수 있다는 건 저 자식이 아무리 봐도 겪을 대로 겪은 놈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우리가 이렇게 많은 총을 들고 있는데도,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잖아. 오히려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지. 네 생각엔 경찰 따위가 그런 강심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냐?" 말을 마친 마윤걸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나는 지금 심각하게 저 자식이 이미 우리를 포위해 놓은 건 아닐까 하고 의심 중이다. 그냥 우리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이호량은 이 말을 듣자 더욱 초조해졌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아 참 마 형님, 조금 전에 저 놈이 어떻게 케이블 타이를 끊었는지 보셨어요? 난 못 봤어요! 그거 완전 단단하게 묶여 있었잖아요! 소 한 마리라도 못 풀었을 텐데, 저 놈은 어떻게 그걸 끊은 거죠?"마윤걸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자식은 엄청난 부자고,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엄청난 배짱을 지닌 놈이라는 거야. 이런 놈이 그냥 평범한 사람일 리가 없지. 어쩌면... 정말로 우리의 '크레이지 후아레스'를 흡수하려는 걸지도 몰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저 놈이 적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건드릴 상대는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보스가 와서 직접 결정하게 두자.""맞는 말이네요..." 이호량은 땀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너무 이상한 상황이에요... 보스가 직접 판단하는 게 맞겠어요..."......
시후의 말이 끝나자, 마윤걸과 이호량의 목덜미까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마윤걸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예... 은 선생님... 당신은 그저 우리를 조사하려고 혼자서 멕시코까지 온 겁니까?"시후는 오히려 되물었다. "누가 너한테 내가 혼자 왔다고 했지?"이 말을 듣자, 마윤걸과 이호량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시후는 옆에 있던 나훈구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둘이 같이 온 거 아니었나?"마윤걸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만약 시후가 나훈구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마윤걸은 그나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후가 나훈구를 언급한 순간, 그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왜냐하면, 마윤걸은 이미 나훈구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고, 그가 철저히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시후가 그와 함께 이곳에 왔다는 것은, 시후가 처음부터 이 모든 계획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즉, 시후는 나훈구가 위험에 빠질 걸 알고 일부러 접근했고, 그를 데리고 함께 멕시코까지 따라온 것이었다.그는 이것을 생각하며 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이제야 마윤걸은 깨달았다. 왜 사람들은 항상 최고의 사냥꾼은, 진짜 사냥감처럼 보이는 법이라고 하는 것인지 말이다. 처음에 마윤걸은 자신이 엄청난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사냥꾼이 의도한 덫이었다. 이것은 마치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말벌 사냥법과도 같았다. 사냥꾼들은 먼저 말벌들이 좋아하는 고깃덩이를 던져 놓는다. 말벌들은 그것을 발견하고 득템했다고 기뻐하며 덥석 물어 간다. 그러나, 말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고깃덩이를 뜯어먹을 때, 사냥꾼들은 그들의 몸에 가벼운 깃털을 붙여 놓고, 깃털을 따라 말벌의 둥지를 찾아낸다는 것을 말이다.둥지를 발견한 순간, 사냥꾼들은 그곳에 있는 모든 성충을 죽이고 애벌레들은 삶아서 먹어 버린다. 즉, 한 번 사냥꾼에게 둥지를 들키는
마윤걸은 허둥지둥 손을 뻗어 간신히 건넨 카드를 잡았다. 그는 곧바로 카드를 들여다보았고,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블랙 골드 카드! 실물을 본 적은 없었지만, 그는 그 존재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마윤걸은 속으로 경악하며 생각했다. ‘젠장, 이런 블랙 골드 카드는 전 세계적으로 몇 십 장 밖에 발급되지 않는단 말이야! 이런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카드에 얼마나 있는지는 몰라도, 자산이 최소 100억 달러는 넘겠지?! 100억 달러가 멕시코 같은 이 시골에서 어떤 의미인지 아나? 이건 그냥 돈이 많은 걸 넘어, 도저히 개념조차 잡히지 않는 수준이라고!’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손에 든 블랙 골드 카드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이 카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었다. 그 질감이며, 촉감이며, 평생 수많은 카드들을 만져봤지만, 이런 카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카드 표면의 은은한 무광 질감과 엠보싱된 디자인은 그야말로 예술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카드의 왼쪽 하단에는 영문 대문자로 각인된 이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후의 이름이었다!이 순간, 마윤걸은 속으로 외쳤다. ‘젠장, 이거 진짜잖아!!’ 다음 순간, 그의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윤걸은 단순한 깡패가 아니었다. 그는 꽤나 실력 좋은 무술가였는데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도 자동소총 AK-47을 들고 반동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 몇 그램 밖에 나가지 않는 카드 한 장조차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경외와 공포가 가득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아니, 아니... 은... 은 선생님...!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마윤걸은 단순한 바보가 아니었다. 블랙 골드 카드를 본 순간, 시후가 어마어마한
상대방의 질문을 들은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단순히 김미희의 이름만 아는 게 아니라, 함께 식사도 한 적이 있어. 프로비던스에서 전지영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고, 곁에는 민건산이라고 부르는 남자와 부부 행세를 하고 있더군. 내 말이 맞지?"시후의 이 말을 듣자, 마윤걸뿐만 아니라, 나훈구도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훈구는 김미희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전지영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멕시코에서 선원을 모집한다고 말했고, 조건이 아주 좋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전지영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고, 그녀 덕분에 가족이 구원받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심장을 적출하여 만큼 사악한 인간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나훈구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자... 자네는 어떻게 전지영을 알고 있는 거야?! 설마 자네도 그녀에게 속아서 여기로 끌려온 거야?!"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형님, 전지영 따위가 저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정도 잔재주로는 어림도 없죠."마윤걸은 시후가 보이는 여유로운 태도에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는 이미 김미희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홀로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분명히 뭔가 든든한 빽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마윤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이, 보아하니 보통 사람이 아니군. 괜한 밀당하지 말고, 네가 누구인지 솔직히 말해. 혹시라도 우리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절대 널 건드리지 않겠다!"시후는 조소하며 말했다. "너희가 하는 짓을 보니, 진심으로 역겹다. 어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속여 납치한 뒤, 그들을 죽여서 장기를 적출해... 너희들의 행태는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거지 갱단보다 더 비열하고 악질적이야. 솔직히 말해서, 너희 같은 놈들이랑 같은 길을 가는 건 내 인생의 수치일 걸?!"마윤걸은 속으로 더욱 공포를 느꼈다. 그는 시후가 김미희
그러면서 마윤걸은 더욱 음산하고 독기가 어린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좋아, 네가 만약 내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난 널 생지옥에 빠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아주 많이 알고 있지.”시후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방법인데? 한번 들어보자고."마윤걸의 표정은 더욱 사악해지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수술할 때 마취 없이 진행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될 거다. 그때 네가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오, 그거 괜찮네. 참신한 발상이야!" 그러더니 옆에 서 있던 인도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딕 맞지? 여기서 수석 집도의인가?"하딕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나는 수술만 책임질 뿐, 다른 건 신경 쓰지 않는다.""좋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꽤 쓸모가 있겠군."이호량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마윤걸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이놈 미쳐버린 거 아닙니까? 제가 보기엔 완전히 실성한 것 같은데요?"마윤걸 또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신중을 기해 이호량에게 물었다. "올 때 혹시 누군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는 건 아니었어?""말도 안 됩니다!" 이호량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내내 백미러를 확인하면서 왔는데, 어떤 차량도 우리를 계속 따라온 적이 없었습니다. 행동이 수상한 차량도 없었고요. 게다가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멕시코 조직원들이 주변을 다 확인했어요. 시야 내에 의심스러운 차량은 전혀 없었습니다."마윤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시후를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봐, 꼬맹이. 정말 궁금하다. 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설마 죽음이 무섭지 않단 말인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무섭지."마윤걸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도 이따위로 허세를 부리는 거냐?"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이호량은 이때 무심한 표정으로 시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잠시 후 네 혈액을 채취한 다음, 혈액형과 기타 정보를 인터넷에 올릴 거다. 만약 적합한 환자가 나오면 가격을 협상한 후, 너도 수술대에 오를 차례가 될 거야."옆에 있던 인도 의사 하딕이 갑자기 놀란 듯 말했다. "제기랄,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군. 수술대 위에 아직 두 명이 더 있지!" 그는 황급히 옆에 있던 흰색 커튼을 걷어 올렸다. 시후가 예상했던 대로, 그 안에는 조잡한 수술실이 있었고, 두 개의 수술대 위에 각각 한 명씩 누워 있었다.하딕은 급히 다가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핀 뒤, 마윤걸에게 말했다. "마 선생님, 손님 상태는 거의 안정됐습니다. 이제 회복실로 옮겨도 될 것 같습니다.""좋아." 마윤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몇 명의 멕시코인들이 다가와 남자를 이동식 침대에 옮긴 뒤 밖으로 나갔다.마윤걸은 또 다른 한 명을 바라보며, 여전히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자는 상태가 어떤가?"하딕은 그를 살펴본 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로 좋지 않습니다. 너무 허약해서 며칠도 못 버틸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마윤걸에게 물었다. "이 사람의 다른 신체 부위는 구매자가 정해졌나요?"마윤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적합한 사람이 안 나왔어." 그런 뒤 그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신경 쓰지 마. 그냥 여기 두고, 후반부 밤에 처리해서 묻어버려."하딕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난 신경 안 씁니다. 오늘 할 일 끝났으니 위층에 올라가 자겠습니다."마윤걸은 그에게 당부했다. "잊지 마. 내일 수술 두 건이 더 있다. 너무 늦게 일어나지 말라고."하딕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품을 하더니 방을 나섰다.이때 이호량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하딕! 아직 이놈 채혈 안 했잖아!"하딕은 뒤돌아보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하자고. 채혈하고 엔세나다로 보내서 검사해야 하니까, 지금
이호량은 히죽대며 차갑게 말했다. "난 네 신장 하나를 잘라내고 싶었는데, 아직 너랑 적합한 이식 환자를 못 찾아서 말이야. 만약 찾았다면, 한 번 수술로 돈을 두 배, 아니 세 배로 벌 수 있었을 텐데!"나훈구는 이 말을 듣자 더욱 긴장하며 황급히 물었다. "너희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인도인 의사는 나훈구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모레 수술이 있으니, 지금 너무 많은 걸 아는 건 좋지 않을 걸."이때 마윤걸이 이호량에게 말했다. "아, 참. 아직 네게 통보하지 못한 일이 있었네. 캐나다에서 온 한 말기 신부전 환자가 훈구와 조직 적합 판정을 받았어. 그쪽에서 신장 하나에 20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는데, 내가 가격을 60만 달러로 불렀지. 두 개를 한꺼번에 사라고 말이야. 신부전 환자 입장에서는 양쪽 신장을 이식할 기회가 굉장히 귀하니까."이호량은 이 말을 듣자 즉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동의했습니까?"마윤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민해 보겠다고는 했지만, 난 확신해. 결국엔 수락할 거야. 만약 승낙하면 모레 한꺼번에 수술하자고."인도 의사 하딕이 즉시 말했다. "마 선생님, 저 모레 이미 수술이 세 건 있어요. 끝나고 나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거기에 신장 두 개 이식까지 추가되면 한밤중에 수술이 끝날 것 같습니다만..."마윤걸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하딕 선생. 좀 더 고생해줘. 대신 수술비 5천 달러 더 얹어 줄게. 수술 끝나면 호량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 거야."하딕은 이 말을 듣고 동그랗고 튀어나온 눈을 몇 번 깜박이며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마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뭐, 좀 더 수고해보죠."이제야 나훈구는 대략 이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훈구는 상대방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적출하려는지도 몰랐는데, 신장 두 개를 적출하겠다니! 정말 신장 두 개를 다 떼버린다면, 자신은 죽는 게 아닌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극도의 공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