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화려한 조명과 불빛이 WS 그룹 회장의 저택을 밝히고 있다.오늘 밤은 WS 그룹 신옥희 회장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그녀의 손자, 손녀들과 그 배우자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선물을 전했다."할머니께서 차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1g에 700만 원이나 하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는 이 대홍포 차를 선물로 드리려고 중국까지 다녀왔답니다. ""할머님께선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셨지요? 다이아몬드가 세팅 된 은십자가가 흠잡을 데 없는 이 묵주는 6,000만 원도 넘어요."화목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 예쁘게 포장된 색색의 꽃과 선물 상자를 바라보며,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한 남자의 말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깨었다.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맏손자사위인 은시후가 말했다. "할머님, 정말 죄송하지만.... 부디 저에게 2억 원만 빌려주실 수 없을까요? 보육원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 3기 진단을 받아서 치료비가 필요해요..." 온 가족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충격과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시후를 바라보았다.더부살이 중인 이 손자사위는 정말이지 염치도 없고 뻔뻔했다! 칠순 생일파티 날 할머님을 위해 생신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2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다니...! WS그룹 김영식 전 회장이 아직 건재하던 3년 전 어느 날, 은시후와 함께 저택에 돌아와선 손녀인 유나와 결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시후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김영식 전 회장은 유나와 시후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WS그룹 일가 모두 시후를 내쫓으려 했지만, 그는 온갖 모욕과 조롱을 받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태연 했고, 데릴 손자사위로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그런 그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님께 돈을 빌려야 했다. 시후를 거두어 그를 절망에서 구원해 주었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에 걸리고 말았다
10억 원?!시후는 자신이 들은 액수에 당황했다. 그의 두 눈은 충격에 휘둥그레지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그는 할아버지가 굉장한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그 당시의 시후는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다. 그래서 집안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까진 몰랐던 것이다.드디어,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10억 원이 푼돈이라면, 조부의 재산은 몇 조 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솔직히 말해서, 순간 그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시후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흉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시후의 동요를 감지한 박 기사는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은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회장님의 전 재산은 도련님의 것이나 다름없죠.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도련님 아버님의 것이지만요.""회장님께선 도련님만 집으로 돌아와 준다면, 총 사업규모 수백조 원에 달하는 가족 사업을 물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돈은 도련님의 생활비로 써 주십시오.""아 그렇지,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더... 어제 할아버님께서 한국 최대 우량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였답니다. 주식 전량이 현재 도련님 명의로 되어있으니, 내일부터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실 수 있답니다!"박 기사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런 막대한 투자를 하다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한도 10억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에 자산 총액 300조 원의 엠그란드 그룹이라니...!엠그란드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다. 그 어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재벌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늘 그를 욕보인 재벌가 모두..... WS 그룹, 로이드 그룹을 포함해 여전히 시후의 아내를 넘보고 있는 대현 그룹 마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그런 대단한 회사가 이제 그의 것이라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시후는 스쿠터를 타고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그는 엠그란드 회사 주차장 한편에 스쿠터를 세웠다. 시후가 시동을 끄자 곧 그의 맞은 편으로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들어왔다.무심코 고개를 들자 한 젊은 커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고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한 눈에 봐도 이지적인 느낌의 미남이었다. 한편, 여자 쪽은 화려하게 빼입고 있었다. 다소 천박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녀 또한 미인이었다. 알고 보니 두 미남 미녀는 유나의 사촌 김혜빈과 그녀의 약혼자 임현우였다.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맞닥트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시후는 그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어째선지 그들에게서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시후 씨 아니에요~" 시후를 발견한 혜빈이 큰 소리로 불렀다.혜빈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시후는 소름이 온몸을 타고 퍼지는 것을 느꼈다.아는 척하는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없었기에, 시후는 예의상 웃으며 물었다. "아, 혜빈 씨... 여기엔 무슨 일로 왔죠?" 혜빈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했다. "저희야 엠그란드 그룹 이태리 부회장님을 만나러 왔죠."그리곤 그녀는 임현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로이드 그룹은 전부터 엠그란드 그룹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거든요. 앞으론 로이드 그룹뿐 아니라 WS 그룹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시후는 로이드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사업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몰랐다. 막 회사를 인수했기에 세부 사상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현우 씨, 사업 수완이 대단하시네요! 두 분 정말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했다.현우는 시후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이 새끼는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지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 있는
시후도 오늘 처음 부회장을 만났다.그 또한 태리가 놀랍도록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녀는 늘씬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몸매에 매혹적인 외모, 그리고 당당한 자신감을 가진 27, 28살 정도의 젊은 여성이었다.시후는 태리의 책상에 앉으며 "전 사무실에 자주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저를 대신해서 앞으로도 회사를 경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 신원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당부했다.태리는 지금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시후가 한국 최고의 재벌가인 은 회장의 가족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겐 엠그란드 그룹 따윈 그저 평범한 기업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이죠, 회장님. 또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그때였다. 한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부회장님, 로이드 그룹의 임현우 님과 그의 약혼자분께서 만나러 오셨습니다.""지금 VIP를 만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세요.""임현우를 아시나요?" 시후가 물었다."로이드 그룹은 저희 엠그란드의 파트너사 중 하나입니다. 몇몇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라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시후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엠그란드 그룹은 로이드와는 그 어떠한 사업 거래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도 중단해주세요. 이 순간 이후로 우리 회사를 통해 로이드 그룹이 한 푼이라도 벌게 된다면, 이태리 씨 당신은 해고입니다."도대체 로이드 그룹의 관계자 중 누가 이토록 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태리는 깜짝 놀라 필사적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지금 바로 직원들에게 로이드 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엠그란드 그룹은 저급한 쓰레기와 협업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경비원에게 쫓아내라고 하세요."***사무실 밖에서 임현우와 김혜빈이 걱정하며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발표는 한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다.WS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의 취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로이드 그룹과의 일체의 거래가 중단된 이유가 납득되었다.엠그란드의 새 주인은 로이드 그룹을 홀대하고 있는 듯했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신임 회장인 은회장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산총액 300조 원 상당의 엠그란드 그룹을 사들이다니, 이 베일에 싸인 '은 사장'이란 인물의 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딸을 시집 보냄으로써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무엇보다도 엠그란드 그룹의 1조 원 규모의 호텔 건설 사업 공고는 국내 건축, 디자인 업계를 뒤흔들었다.1조 원...!이 최대 규모의 호텔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라도 입찰을 따낼 수 있다면, 로또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하는 신옥희 회장을 포함해, 여러 회사들이 당첨의 꿈을 꾸며 로또에 참가했다.신회장은 이번 사업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건 WS 그룹이 메가 프로젝트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일만 잘 되면 WS 그룹은 한 단계 레벨 업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옥희 회장은 엠그란드 그룹의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오늘 밤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미팅엔 일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은시후는 그날 밤늦게 WS 그룹 회장 저택으로 향했다. 신회장이 일가 전원 소집을 명령했기에, 물론 시후도 참석해야 했다!그는 신회장의 회의 주요 의제가 무엇일지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WS 그룹 내에서 유나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유나의 사촌 김혜준이 시후를 발견하곤 어김없이 조롱했다. "은시후 이 새끼가 뻔뻔하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왔어!?"유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그만해요, 혜준 오빠. 시후 씨는 내 남편이니까 엄연한 WS
유나의 돌발 발언에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모두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유나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지금은 공연히 앞에 나서 봤자 득은 커녕 실 밖에 없는 상황이다.한국 최고의 대기업이 WS 그룹 같은 약소 회사에 눈길도 주지 않을 게 뻔한데, 이런 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나와 있었다. 가만히 듣고만 앉아 있을 수 없었던 혜준이 "김유나, 설마 니가 정말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라며 비꼬았다.혜빈도 오빠 혜준을 따라 조롱을 이어 갔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건데? 네가 괜히 설치다가 우리 WS 그룹이 개망신 당하게 될 거라고!""혜빈이 말이 맞아! 유나 네가 엠그란드 그룹에서 쫓겨나기라고 해 봐! 우린 그날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린 듯 유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시후와 결혼한 뒤, 집안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온 식구들은 그녀와 그녀의 부모까지 철저하게 무시하고 조롱해왔다.그런 그녀가 만일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집안 내의 입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더 이상 자신의 부모님이 다른 가족들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 사람들의 끊임없는 조롱에 다시 현실로 끌려 내려 왔다.유나는 시후를 노려보며, '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지...? 애초에 시후 씨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나를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분노의 화살을 남편에게 돌렸다. 말다툼을 지켜보던 신 회장은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이번 일을 맡을 사람이 없냐 재차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더니, 막상 유나가 나서자 일제히 그녀를 무시하고 말리는 꼴이라니...!줄곧 손녀인 유나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오늘 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시작도 안 하려고 하는 일에 유나만
자신의 부모가 남편을 비웃는 것을 보고, 유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아빠. 제가 결정한 일이에요. 시후 씨 탓이 아니라고요. 전 우리 식구가 더 이상 다른 가족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했어요..."유나의 엄마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안 돼! 너희 할머니께서 직접 가셔도 환대하지 않을 텐데, 네가 가서 뭘 하겠다는 거니!"시후는 유나가 부모님과 말다툼하는 걸 지켜보며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들도 내가 엠그란드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잠시만요...!"유나의 모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유나의 엄마가 갑자기 들떠서는 말했다. "어머, 주원이구나! 여기까지 어쩐 일이니?" 그 남자가 바로 유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대현 그룹의 후계자 박주원이다.주원은 싱긋 미소 지으며 "어머님, 엠그란드 그룹과 사업 제안서를 준비한다고 들어서, 유나 씨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아이디어를 주려고 왔어요.""세상에~ 역시 우리 주원이 밖에 없네!"갑작스러운 주원의 방문에 유나의 엄마는 완전히 신이나 서둘러 안으로 들였다. "그래서 주원이가 우리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는 걸 도와줄 수 있을까?"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시후는 완전히 무시한 채. 그는 곧장 유나를 향해 걸어가 상냥하게 말했다. "유나 씨, 이런 큰일이 났는데 왜 저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희 대현 그룹은 엠그란드 그룹과 연줄이 있어요.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사실 박주원의 부친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유나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유나는 주원이 줄곧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원 씨,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제 문제이니 스스로 해결할게요."라고 정중히 거절했다.유나가 거절하자 유나의 엄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나야... 너 제정신이니? 주원이가 기껏 너를 도와주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