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섭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됐어. 지금 밥이 뭐가 중요해? 지영아, 얼른 여길 떠나자.""..."대답을 듣기도 전에 안진섭은 딸의 손을 잡아당겼다.그러자 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희가 안 선생님과 아가씨를 직접 공항에 바래다 드리겠습니다."곧이어 진혁이 손짓하자 방금 주위를 둘러싸던 무리들이 일사불란히 두 대의 차에 올라탔다.안진섭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안지영을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안지영은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고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은영아, 나 먼저 돌아갈게.""그래." 그제서야 고은영은 정신을 차렸다.그렇게 몇 대의 차들이 잇달아 자리를 떠났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같은 시각, 라벤더 장원에 도착한 장선명은 곧 차 몇 대가 나가는 것을 발견하였다.눈 깜짝할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차 안에 탄 안지영을 알아보았고,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당장 차 돌려서 저 차를 쫓아가!"나태웅 이 자식, 또 어딜 데려가려는거지?장선명은 단단히 화가 났고, 비서는 두말 없이 차를 유턴하여 추격을 시작하였다.하지만 안지영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아버지가 여긴 왜 오셨어요?"바로 그때, 차가 갑작스레 엑셀을 밟았고, 두 부녀는 재빨리 팔걸이를 꽉 잡았다.그들의 차가 빨리 달릴수록 뒤의 차는 더욱 바짝 따라왔다.안지영은 놀란 나머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우리를 쫓아오는 사람이 있는거예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 있던 운전자가 대답했다.안지영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 피그스에는 정말 안전지대가 없나 싶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쫓기게 되는 운명이 된건지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다."핸드폰 줘봐요."이때, 안지영은 급히 안진섭으로부터 핸드폰을 건네받았고 곧이어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걸렸고, 전화기 너머로는 나태웅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나태웅,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우릴 쫓아오는 사람이 있는
현장은 그야말로 참담했다.화물차는 옆 난간에 부딪혀 기울어져 있었고, 안지영이 타고 있던 차는 화물차 밑에 깔려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어 보였다."쾅!"장선명은 서둘러 망치를 들고와 미친 듯이 차창을 부수기 시작했다."안지영! 대답해!"그러자 안지영의 의식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얼굴을 쓰다듬더니 온통 피투성이가 된 손을 보며 그녀는 크게 놀랐다. 그리고는 재빨리 안진섭의 상황을 확인했다."아버지, 정신 차리세요!""아버지!"안진섭 또한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녀의 끝없는 외침에도 대답이 없자, 심상치 않음을 느낀 장선명은 더더욱 힘껏 차창을 내리쳤다.그를 도우러 온 사람들은 다 같이 옆에서 화물차를 들어보려고 시도했다.수많은 힘을 합치고 나서야 화물차는 비로소 뒤집혀질 수 있었다.곧이어 차 문이 열렸고 처참한 차 안의 상황을 확인한 장선명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안지영."익숙한 목소리에 안지영은 울먹이는 얼굴로 장선명을 바라보았다."저희 아버지 좀 살려줘요. 제발요…!""일단 진정해."장선명은 몇 사람과 함께 안지영과 안진섭을 차에서 끌어올렸다.안진섭은 워낙 많은 피를 흘렸고 상처도 매우 심했던 상황이었기에 곧바로 구급차가 와 그를 응급실로 실어갔다.구급차 안에서는 의사들이 안진섭을 위해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있었다.안지영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곁에서 계속해서 소리쳤다."아버지!!"10여분이 흐르고 나서야 병원에 도착하였고, 안진섭은 서둘러 중환자실로 실려갔다."넌 괜찮아?"지금 상황으로선 고통이 신경 쓰이지도 않았지만, 그녀도 꽤나 크게 다치긴 했다.하지만 장선명이 어떻게 설득해도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수습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집요하게 중환자실만 쳐다보고 있었다.곧이어 나태웅과 나태현, 그리고 배준우가 함께 달려왔다. 멀리서 다가오는 나태웅을 발견한 안지영은 다시 이성을 잃었고, 곧바로 저벅저벅 걸어가 그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차라리 날 죽이지 그랬어. 내가 대체
두 형제는 비상계단에 서서 나란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너 설마, 안진섭이 장선명을 싫어하게끔 해서 안지영과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던거야?"수술실에 들어간 안진섭의 모습을 본 나태현은 뭔가 짐작이 갔고 나태웅의 꿍꿍이를 대충 알아챌 수가 있었다. "일단 안진섭이 무사히 살아나야 돼."안진섭에게 정말 큰일이라도 난다면 자신과 안지영 사이는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난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그의 계획대로라면 장선명이 안지영을 쫓아와, 안진섭으로 하여금 장선명을 싫어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래도 그게 나름 좋은 방법이긴 해. 안진섭이 반대하면 장선명도 더이상 집착하진 못할테니깐."안진섭이 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회사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도 안진섭은 오직 딸을 위하여 이익을 포기했었다. 그리하여 그의 눈에는 장선명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애초에 두 사람의 혼인을 막은 것도 그 이유였다.나태웅은 바로 그 심리를 이용하여 둘의 사이를 철저히 갈라놓고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는 잘 생각해 봐."지금으로선 일단 장씨 집안의 일보다도 안지영을 달래주는게 우선이었다.......한편 장선명은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물 좀 마셔."하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매우 쓸쓸해 보였다.다들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 미처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대화를 마친 나태현과 나태웅이 다시 돌아왔을 때 마침 응급실에서 의사 한 명이 나왔다.안지영은 벌떡 일어서 초조한 상태로 물었다."선생님, 저희 아버지는 어떤가요…?"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안지영을 바라보며 설명했다."일단 응급처치는 해드렸지만, 상황이 그닥 좋지는 않습니다. 내장 출혈과 심각한 뇌진탕 증상에다가 등에는 큰 상처도 있어서요.. 무사히 깨어나실 수 있을지는 앞으로 3일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
장선명은 재빨리 그녀를 품에 안았고 안지영은 그렇게 완전히 기절해버렸다.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딸은 이렇게 기절을 해버리다니.한편 상황을 알 리가 없던 고은영은 불안한 나머지 수도 없이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끊임없이 울리는 전화에 배준우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지영이는 별일 없죠?""별일 없어. 피곤할텐데 얼른 자.""그럼 지영이 지금 비행기에 탔나요?" 고은영이 다시 물었다.“탔어. 지금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얼른 자. 알겠지?""알겠어요."안지영이 비행기에 탔다는 소식을 듣고나서야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느새 밤이 되었고, 영문을 알 리 없던 고은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나태웅과 장선명은 아무 말 없이 안지영의 병실을 지키고만 있었다. 둘 중 누구도 먼저 떠나려 하지 않으며 소리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고나서야, 안지영은 다시 깨어났다.그녀의 첫마디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보러 가겠다는 것이었다.나태웅과 장선명도 그녀의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그녀에게 거절 당했다."따라오지 마요."그녀의 말투는 얼음장마냥 차가웠고, 눈빛에는 한이 맺혀있었다.지금으로선 오로지 안진섭의 안위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 당분간은 그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그렇게 안지영은 겨우 화를 억누르며 가버렸다.그렇게 두 남자는 덩그러니 남겨졌고, 이때 장선명이 갑자기 나태웅에게 주먹을 날렸다."이 개자식아!" 장선명은 아예 이성을 잃어 버린 상태였다.한 대로는 부족한지 계속하여 주먹을 날렸다.나태웅이 반격하려는 찰나, 수상한 인기척을 들은 배준우와 나태현이 다가가 서둘러 두 사람을 말렸다."선명아, 그만해!""그만하라고? 장인어른께서 아직도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다고!"나태웅은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내며 장선명을 노려보았다."네가 그렇게 급하게 쫓아가니까 교통사고가 난거잖아.""내가 쫓아갔다고? 내가 왜? 이게
죄책감이 몰려와 어쩔 바를 모르는 장선명과는 달리 나태웅은 아무 말도 없었다.교통사고가 일어난 후부터 그의 말수는 확실히 적어졌다.분명히 내심 자책은 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새 사흘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그러나 그동안, 안진섭은 한번도 깨어나지 못했다.결국 병원에선 그에게 식물인간 진단을 내렸다. "식물인간..? 식물인간이 대체 뭔데요?"식물인간이라는 단어를 들은 안지영은 숨이 턱 막혀왔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건 아니겠지? 우리 아버지가 정말.. 영영 깨어나지 못한다는거야?하지만 의사는 여전히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안지영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환자분께서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기적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다시 한번 온몸에 힘이 빠져 바로 기절해버렸다.이때 나태웅이 재빨리 그녀를 안았다.그 순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크게 놀란 장선명은 재빨리 다가가 그의 품에서 안지영을 빼앗아갔다. "...""아무리 지영이가 지금은 날 미워해도, 어쨌든 내가 지영이 약혼남이야. 넌 나서지 마.” 그리고는 곧바로 안지영을 안고 의사를 찾으러 갔다.선 넘는 발언에 열 받은 나태웅이 앞으로 나아가 뭐라 하려던 순간, 나태현이 그를 가로막았다."네가 안지영이랑 친한건 잘 알겠는데, 어쨌든 그녀는 지금 유부녀야.”"아직 둘은 약혼하지도 않았어.""약혼을 했든 안 했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인 부부 사이야.”"..."분하긴 하지만 나태현의 말이 맞긴 했다. 현재로선 안지영의 약혼자는 장선명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잠시 후 그의 시선이 배준우에게로 쏠렸다. 배준우도 고은영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건가? 그나저나 임신까지 한 여자를 왜 그냥 두고 나온거지? 나태웅은 이래저래 이 상황들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그렇게 어느덧 피그스에서 지낸지도 보름 정도 됐지만 안진섭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의사 말대로 여전히 식물인간으로서 숨만
일행은 무사히 전용기에 올라탔고, 고은영은 안지영의 곁을 지키고만 있었다.그러나 장선명과 나태웅은 여전히 신경전을 펼치며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때 나태현이 물었다."안씨 집안한테는 이번 일을 어떻게 수습할 계획이야?"지금으로선 수습이 가장 큰 문제였다.안진섭이 멀리 피그스까지 와서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으로 변한 소식이 전해지기라도 한다면 안씨 집안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안지영이 귀국하면 어떤 짓을 벌일지 대충 감이 잡히기도 했다. "두 사람이 벌인 일이니까 알아서 잘 해결해."배준우가 말했다.그러자 장선명은 발끈했다. "제가 뭘 어쨌다고요? 전 지영이랑 약혼한 사이에요."안지영을 지키려다 이렇게 벌어진 일에,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자 그는 억울했다. 하지만 배준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는 더이상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때 나태웅이 입을 열었다."내가 해결할게.""누가 너더러 나서래? 내 약혼녀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거야. 넌 신경 꺼."장선명은 나태웅이 참견하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나태웅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배준우는 그런 장선명의 무서운 태도에 놀랐다. 안지영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나 진심일 줄은 몰랐다.그와 마찬가지로 나태웅 또한 꽤나 진심이었다. ......얼마 뒤 이들은 강성에 도착했고, 고은영은 안지영과 함께 병원으로 돌아가자고 했다.하지만 안지영은 말렸다."은영아, 넌 먼저 돌아가. 피곤하잖아.""너랑 같이 갈래." 하지만 고은영은 힘든 안색을 감추지 못했다."아가씨!"이때 뜻밖에도 안진섭의 비서인 주안조가 공항에 나타나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비서님, 오셨군요.""병원 쪽에서는 이미 안 선생님을 위해 병실을 안배해 놓았습니다. 아가씨는 얼른 회사로 돌아가서 회의를 진행해야 합니다."주안조는 다급한 말투로 상황을 전했다.회사로 돌아가 회의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 회사가 얼마나 아수라장이 되었을지 예상이 갔다.그
배준우는 고은영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안지영과 주안조도 곧이어 병원으로 떠났다.장선명, 나태웅과 나태현... 세 사람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장선명은 여전히 독기 어린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너 두고 봐."나태웅은 더이상 차마 뭐라고 대들지 못했다. 오고 가는 사람이 많은 이 공항에서 유명한 재벌 2세에게 손을 대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장선명의 화가 난 뒷모습을 보고도 그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나태현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진혁이 뒤에서 나타났다."선생님."그의 말투는 다소 긴박해 보였다. 그러자 나태웅도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를 떠났다."얼른 가자.""네."진혁은 나태웅의 뒤를 따랐다.한편 차에 오른 장선명은 계속해서 여러 번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두 안씨 집안에 관한 일들이었다. "그래. 넌 빨리 안씨 집안 상황부터 파악해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씨 집안 이사회 는 막아야 돼. 절대로 안지영을 건드려서는 안 돼.""네, 사장님!"그가 연락한 사람은 바로 가장 유능한 비서 중 하나인 안열이었다.요 몇 년 동안 안열은 장선명의 곁에서 그를 도와 크고 작은 사건들을 깔끔히 처리해왔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선명은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찡그렸다.곧이어 또 배준우에게도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형. 안씨 집안이랑 합작 많이 했었죠?" 장선명은 직접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네가 원하는게 뭔데?""만약 안씨 집안 내부에 변동이 생긴다면, 얼른 합작을 취소해주세요.”무슨 변동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배준우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그 또한 안진섭이 위기에 놓인 이 상황에 내부에서 안지영을 무너뜨리려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안지영이 자연스럽게 안씨 집안을 장악하기를 바랬다. "네가 생각하기엔 안지영이 이번 기회에 회사를 순조롭게 인수할 수 있을 것 같아?""그게 순조롭든 아니든,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저희 장씨 집안은 가만 있지 않을겁니다."장선명의 말투는 굳건
나태웅이 물었다."우리가 지금 안씨 집안이랑 하고 있는 합작들이 뭐가 있지?""너 설마...!""안씨 집안은 반드시 안지영의 손에 들어가야 돼.""그 여자가 경영할 능력이 있긴 한 것 같아?""당연히 있지." 안지영에 대한 나태웅의 믿음은 굳건했다.천락그룹 영업부에서 그녀는 고작 판매부의 일반 직원일뿐이었지만 그동안 이뤄낸 실적으로만 보면 어느 정도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알겠어."설사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안씨 집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나태현 또한 잘 알고 있었다.안진섭이 살아있었다면 그 또한 이런 상황에서 절대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너 말해봐. 대체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나태현은 한바탕 화를 냈다.결국 안진섭은 장선명을 싫어하게 됐고 그들의 약혼도 막아냈지만, 이런 일은 예견하지 못했다."..."이번 사고에 대해 나태웅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나태웅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선생님. 안씨 집안에서 저희가 배치한 의료진과 간호사들을 모두 쫓아냈습니다."다름아닌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들이 피그스에서 출발하기 전에, 나태웅은 이미 강성에서 할 일들을 모두 안배해뒀었다.그런데 안지영이 그가 배치한 의사와 간호사들을 쫓아내려 한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답답해졌다.다소 우울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자 곧이어 안지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나태웅이 입을 떼기도 전에 안지영이 말했다."약간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우리 사이에 더 이상 아무런 연락도 하지 말았으면 해."그녀의 태도는 매우 차가웠다.그렇게 둘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우리 사이의 거래를 벌써 잊은거야?"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나태현은 참지 못하고 웃어댔다.자신의 동생이 저지리는 이 일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거래라니?비록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심상치 않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