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제가 직접 끓인 국수예요. 사과의 의미로 끓여왔어요.”세윤이 미안한 얼굴로 국수를 내밀었다.“어젯밤엔 제가…….”“세윤아, 먼저 나가 줄래?”현석이 아이의 말을 끊었다.“엄마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세윤이 불만이라는 듯 고개를 들었다.“아빠, 제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 말만 다 하고 나가도 될까요?”“안돼, 지금 나가.”현석은 아이의 손에서 국수를 받아 쥐고 아이를 밖으로 내쫓았다.그리고 방문도 잠가버렸다.“아빠 진짜 너무해!”세윤은 손을 허리에 꽂고 불만을 터뜨렸다.현석은 예나 몰래 메시지 하나를 보내고 몸을 돌렸다.“이 녀석이 끓인 게 내가 끓인 것보다 더 맛없을 텐데 굳이 먹을 거예요?”예나는 현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세윤을 내보내고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게 뭐에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현석의 시선이 그녀의 옷깃을 향했다.“이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서 좋을 게 없잖아요.”예나는 고개를 낮춰 자기 잠옷을 확인했다. 옷깃이 아래로 떨어져 속옷이 조금 드러났다.비록 조금 민망해도 세윤은 예나의 친아들이었다!예나는 베개를 현석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아무리 질투가 많다고 해도 아들한테까지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현석은 예나가 던진 베개를 받아 쥐며 드디어 표정을 풀었다.방문 앞에서 씩씩거리던 세윤을 세훈이 잡아당겼다.“형, 날 끌고 가지 마. 아직 엄마한테 사과도 못 했단 말이야!”세훈이 입을 오므렸다가 열었다.“아빠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우리한테 어젯밤 일을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셔.”세윤이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왜?”“왜긴 왜야.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세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엄마도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 거야. 사과하지 마.”“안돼. 잘못했으면 반드시 사과해야 해!”세윤이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아빠는 나와 엄마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그러는 거야! 아빠의 검은 속내를 내가 모를 줄 알고?”제훈이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젯밤
“잊어버렸어요, 엄마.”세윤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하려던 말을 기억해 내려는 연기를 했다.예나는 이런 세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생각나면 다시 엄마한테 말해줄 래?”세윤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리고 예나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양 집사가 아래층에서 외쳤다.“도련님들, 아가씨. 어린이집 가야 할 시간이에요.”그 말에 세훈이 동생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이들이 떠난 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예나는 적어도 세 날 동안 집을 나가지 않고 꼼짝없이 쉬라는 엄포를 받았다. 그녀 역시 자기 몸이 걱정되었기에 얌전히 서재로 들어갔다.현석도 회사로 나가지 않고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했다.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토독토독 울려왔고, 예나는 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그러다가 그녀는 읽던 책의 재밌는 구절을 현석에게 들려주기도 했다.서재에 따듯한 햇살이 찾아 들고, 참 평화롭고 따뜻한 일상이었다.웅웅웅-그런데 핸드폰 진동 소리가 이 평화로움을 깨뜨렸다.현석은 수신자를 확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전화 좀 받고 올 게요.”예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재의 반대편 복도로 걸어간 현석이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강남천 지문을 본떠 이메일로 보냈어요. 다른 지시 사항 있으신 가요?”현석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강남천이 이상 행동을 하지는 않던 가요?”“오늘 아침 지문을 채취하러 갔을 때 전혀 반항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만 함께 온 여성의 상태가 좀…….”레이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온몸에 상처가 났어요.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현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며칠 전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왜 온몸에 상처가 났다는 거지…….’‘캐서린과 강남천은 옛정이 남아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캐서린을…….’‘하지만 강남천은 내 아버지를 누명 씌워 죽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 사람이 못 할 일이 뭐 있겠어.’“사람
현석이 실소를 터뜨렸다.“방으로 돌아가요. 재워 줄게요.”“내가 수아도 아니고, 현석 씨가 재워줄 필요 없어요.”예나가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으나 표정만은 행복해 보였다.그녀는 남자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던 일마저 해요. 난 책이나 더 볼 게요. 책 읽다가 잠에 들면 담요라도 덮어줘요.”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여전히 키보드를 두드렸다.예나는 도저히 책 내용 읽히지 않아 핸드폰을 꺼내 들어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본인의 새로운 기사 하나가 보였다.“공사 현장을 찾은 성남시 최고 미녀 도예나, 지나친 업무 강도로 현장에서 쓰러져.”기사를 읽은 예나는 어이가 없었다.‘뭘 또 이렇게 사연 있어 보이게 쓴 거야.’기사를 클릭하고 댓글을 살피는데 예나는 더 의문스러워졌다.이전의 기사에서는 모두 예나를 헐뜯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오늘 기사에서는 모두 그녀를 걱정하는 댓글만 있었다.예나가 눈꼬리를 치켜세우고 물었다.“현석 씨, 이 일 혹시 현석 씨와 상관있어요?”현석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예나 씨, 너무 총명한 거 아니에요?”“정말 당신이 한 거예요?”예나가 그의 턱을 감싸 쥐고 눈을 마주했다.“왜 이런 기사를 썼는지 어디 한번 맞춰볼까요…… 장씨 가문에 압력을 주려고 그런 것 같은데, 이 기사 할아버지한테 보여주려고 일부러 지시한 거죠?”“그런 셈이죠.”현석이 입꼬리를 올렸다.“장서영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으니, 우리도 반격해야 할 것 아니에요?”예나가 고개를 들어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예나와 현석은 그렇게 시공간에 둘만 남겨진 것처럼 서로에게 집중했다.다른 한편, 장씨 가문에서는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명훈의 얼굴도 싸늘했다. 겨우 화를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말수가 적은 명훈은 그 어떤 불공평한 상황에서도 먼저 고자질하러 올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모는 이미 큰
장서영이 이지원과 함께 서재를 나섰고 모녀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씩씩거렸다.“엄마, 할아버지 편애가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이지원이 이를 악물었다.“사생아 주제에 이렇게 감싸고 돌 필요가 있대요?”“그러니 지원아, 넌 더 노력해야 한단다.”장서영이 분노를 참으며 덤덤하게 말했다.“넌 장씨 성이 아니지 않느냐? 할아버지가 너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란다. 그러니 넌 반드시 명훈이보다 열 배, 백배는 더 훌륭해야 후계자가 될 수 있어.”지원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석유 화학 프로젝트는 내가 반드시 이겨요. 예나가 내 발 밑으로 무릎 꿇을 그날만 기다리세요.”장서영이 고개를 저었다.“도예나가 리조트 방향을 다시 정리를 했는데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이익률과 영향력에 있어서 석유 화학과 견주어 볼 만해.”“리조트 사업이라는 건 끝없이 투자해야 이익이 나올까 말까 하는 사업이에요. 회사가 투자 금액을 주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이익을 낼 수 있겠어요?”지원이 입꼬리를 올렸다.“엄마, 엄마가 대표잖아요. 엄마 말 한마디면 저쪽 팀에 투자 금액이 하나도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요.”장서영이 입술을 매만졌다.‘아버지가 살아 계시는 한 내가 회사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어.’‘하지만 이번 후계자 경쟁에서는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지원이를 그 자리로 올릴 거야.’모녀가 서재를 떠나고 방안에서는 여전히 대화가 이어졌다.장대휘의 시선이 명훈에게로 향했다. 장대휘는 드디어 명훈에게 만족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이번에야 말로 손자 녀석이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는 모양이구나.’“명훈아, 두 날 동안 직접 프로젝트를 운영해 본 소감이 어떠냐?”명훈이 무뚝뚝하게 말했다.“아직은 순조로운 편이에요. 고모가 다시 우리에게 태클만 걸지 않는다 면요.”장대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바로 나를 찾아오거라. 내 직고모와 면담할 테니.”명훈이 입술을 매만졌다.‘할아버지가 직접 면담한다고
장씨 그룹 건물은 주변 상가에 비해서도 한 뼘이나 더 높았다. 건물은 이 곳 상권의 랜드마크 건물이기도 했다. 몇 십 년 동안의 오랜 역사를 가진 장씨 그룹은 성남시에서 뿌리를 깊게 박았다.장씨 그룹이 정식으로 후계자 경쟁을 시작하고 회사 내부도 전보다 훨씬 바빠졌다.명훈이 문서를 재무팀에 건넸다.“도련님, 무슨 일로 이곳을 다 찾아오신 거예요?”재무팀 매니저가 빙그레 웃으며 명훈이 건넨 문서를 받아 쥐었다.“리조트 투자금 때문이었군요. 장 대표가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줘서 알고 있었어요. 지금 바로 절차 밟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명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그러나 얼마 뒤 지출 목록을 받아 쥔 면 훈의 표정이 굳어졌다.“전기 프로젝트 투자 금액이 3,000억은 될 거라고 했는데요.”재무팀 매니저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애초에 계획서에 적힌 금액이 2,000억이에요. 저는 적힌 대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지라. 남은 4,000억은 모두 석유 화학 프로젝트의 투자 금액이에요. 제 권한으로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죄송해요, 도련님.”명훈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다.최초 계획서의 투자 금액은 2,000억이었지만 수정된 계획서가 통과되면서 초기 투자 금액이 3,000억으로 책정이 되었다.3,000억의 회사 투자 금액 외에도 1,000억은 고지훈이 투자자들을 찾아 메꾸어야 했다.초기에는 최소 4,000억의 투자 금액이 있어야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도련님, 저희는 모두 서류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에요. 장 대표가 서류에 도장을 찍어 보낸다면 저희도 금액을 더 늘일 수 있어요.”재무팀 매니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 말에 명훈은 모든 게 이해가 갔다.회사에서 지원 금액을 낮춘 게 아니라 고모가 재무팀을 억압해 리조트 프로젝트의 투자 금액을 낮춘 것이었다.명훈은 입술을 매만지며 재무팀을 나가 고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지훈이 투자자를 더 많이 찾는다면 재무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명훈은 예나가 눈치를 챌까 봐 황급히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러나 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명훈아, 재무 팀 만나고 오는 길 아니야?”예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명훈은 입맛만 다실 뿐 대답하지 못했다.그는 장씨 가문의 더러운 내막을 예나에게 알리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2,000억만 투자하는 건 장씨 그룹의 손해야.”예나가 웃으며 말했다.“고지훈 씨에게도 전해줘. 애써 투자자들을 만날 필요 없다고. 부족한 투자 금액은 이미 채워 넣었으니까.”명훈이 조금 놀라서 되물었다.“아직 2,000억이 비는데요.”일반적인 회사로 본다면, 200억의 투자 금액도 분에 차는 액수였다. 2,000억을 채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투자 금액을 받는 일이 아마 모든 회사의 최대 난제일 것이다.예나가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안심하고 하던 일마저 해. 투자 금액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며칠 뒤 프로젝트 진행 상황 체크하러 갈게.”그 말을 끝으로 예나는 통화를 종료했다.명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멍 때리다가 몇 초 후, 다시 전화를 꺼내 들고 고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예나는 핸드폰을 탁자 위로 올려 두고 현석의 목에 팔을 둘렀다.“여보, 리조트 프로젝트에 관심 있어요?”여보라고 애교스럽게 운을 떼자 현석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남자의 손이 예나의 허리를 향했다.“왜 내가 투자해 줬으면 좋겠어요?”“기회를 줄게요.”예나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잘 보이고 싶지 않나요?”사실 그녀는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하고 싶었으나 장서영이 투자 금액이 그녀의 회사로부터 이체가 된 걸 확인하고 또 꼬투리를 잡을까 봐 걱정되었다.경쟁인 만큼 그녀는 완벽하게 승리하고 싶었다.사실, 절대적인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예나가 자신을 빌미로 현석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유혹하고 있지 않는가?현석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리조트 프로젝트는 적어도 4,000억이 필요할 텐데요.”“경쟁 시간은 한 달이에요. 한
장서원을 여러 번 만나본 적이 있는 현석이였지만, 장인어른 대 사위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강현석 씨, 안녕하세요.”장서원이 침착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현석에게 손을 내밀었다.현석이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아버님, 편하게 말씀하세요.”아버님이라는 호칭에 긴장하던 장서원의 표정이 풀어졌다.자신을 아버님이라고 칭하는 건 부부 사이에 확실히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아버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예나가 차 한잔을 들고 장서원 앞으로 걸어갔다.“명훈이한테서 네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 어제 병원으로 가고 싶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이렇게 찾아왔 단다.”장서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하루 쉬고 나니 몸은 좀 괜찮아졌어?”“네, 별일 아니에요.”예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오늘 프로젝트 현장에도 가보고 싶은데 현석 씨가 집에서 쉬라고 해서 심심하던 참이었어요.”장서원이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현석의 말을 듣거라. 프로젝트는 명훈이가 맡고 있고, 명훈의 뒤에는 나도 있고, 네 할아버지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예나 씨는 세 날만 쉬고 다시 현장을 나가려고 해요. 저는 적어도 일주일은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일주일로는 부족해. 보름은 쉬어 야지.”장서원이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예나야, 착하지. 일단 보름만 집에서 쉬고…….”“…….”‘두 사람이 언제부터 이렇게 친했다고?’‘보름이나 쉬라고? 내가 임산부도 아니고…… 보름동안 누워만 있으면 몸에 곰팡이가 생기겠어.’하지만 예나는 두 사람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가 두 사람은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성남시 현재 상황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다.예나는 이런 얘기를 듣고 있자니 따분한 마음에 하품만 나왔다. 그녀가 소파 등받이에 몸을 나른하게 기대앉자, 장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럼 예나야 이만 푹 쉬거라. 나는 이만 돌아가 볼 테니
“강현석 씨, 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어요?”설민준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예나가 왜 갑자기 생물 칩을 조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래요. H 지역의 조직에서 생물 칩은 아주 흔하게 보이고 있는데 예나가 왜 이걸 조사하는 거예요?”현석의 목소리가 무거웠다.“무슨 일인지 제대로 조사하고 알려 줄게요. 일단 레이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보내도록 하죠.”통화를 종료하고 현석이 레이에게 문자를 남겼다.그때, 택배 하나가 도착했고 양 집사가 위층으로 가져왔다. 열어보니 안에는 오전에 의뢰한 지문 필름이 담겨있었다.현석은 필름을 자신의 식지에 씌우고 작은 통신기 하나를 꺼내 지문 인식을 시작했다.“띡- 연결되었습니다.”3초 후 냉소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유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했다.“형님, 드디어 연락하셨군요.”현석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앨릭 박사. 요즘 연구 진행은 순조로운 가요?”“새로운 칩 연구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실험체는 이미 폐기 완료했습니다.”앨릭 박사가 전하는 말을 들은 현석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생물 칩의 실험체는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다.강남천의 수법은 늘 예상보다 더 지독했다.“형님, 이 칩을 시장에 투입할 겁니까?”현석은 탁자 위를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일단 생물 칩 사용법을 나한테 하나 보내줘요.”앨릭 박사는 바로 문서를 그에게 전송했다.현석이 빠르게 클릭해 확인했고 어두워진 표정으로 물었다.“생물 칩을 인체에 삽입하고 제거할 방법은 따로 없는 건가요?”앨릭 박사는 조금 의아한 듯 말했다.“제거 장치는 형님한테 있지 않습니까?”현석이 주먹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칩은 일단 보류하고 내 명령을 기다리세요.”전화를 끊고 현석은 한참이나 고민에 빠졌다.사용법을 바라보고 있는 현석의 표정은 더없이 차가웠다.생물 칩을 인체에 삽입하는 방법은 1밀리미터 미만의 이 작은 칩을 혈관에 넣는 것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