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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잊어버렸어요, 엄마.”

세윤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하려던 말을 기억해 내려는 연기를 했다.

예나는 이런 세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나면 다시 엄마한테 말해줄 래?”

세윤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리고 예나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 집사가 아래층에서 외쳤다.

“도련님들, 아가씨. 어린이집 가야 할 시간이에요.”

그 말에 세훈이 동생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이들이 떠난 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예나는 적어도 세 날 동안 집을 나가지 않고 꼼짝없이 쉬라는 엄포를 받았다. 그녀 역시 자기 몸이 걱정되었기에 얌전히 서재로 들어갔다.

현석도 회사로 나가지 않고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토독토독 울려왔고, 예나는 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읽던 책의 재밌는 구절을 현석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서재에 따듯한 햇살이 찾아 들고, 참 평화롭고 따뜻한 일상이었다.

웅웅웅-

그런데 핸드폰 진동 소리가 이 평화로움을 깨뜨렸다.

현석은 수신자를 확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 좀 받고 올 게요.”

예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재의 반대편 복도로 걸어간 현석이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

“강남천 지문을 본떠 이메일로 보냈어요. 다른 지시 사항 있으신 가요?”

현석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강남천이 이상 행동을 하지는 않던 가요?”

“오늘 아침 지문을 채취하러 갔을 때 전혀 반항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만 함께 온 여성의 상태가 좀…….”

레이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온몸에 상처가 났어요.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현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

‘며칠 전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왜 온몸에 상처가 났다는 거지…….’

‘캐서린과 강남천은 옛정이 남아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캐서린을…….’

‘하지만 강남천은 내 아버지를 누명 씌워 죽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 사람이 못 할 일이 뭐 있겠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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