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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데 도예나는 얇은 잠옷 차림이었다.

강현석은 옷걸이에 걸어진 패딩을 들고 빠르게 그녀의 뒤를 쫓았다.

“예나 씨, 옷이라도 걸쳐요.”

그러나 그는 한발 늦어버렸다.

예나는 빠르게 운전석에 올라타 강씨 별장을 벗어났다.

“대표님, 사모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양 집사도 적지 않게 놀란 눈치였다.

“이렇게 얇은 옷차림으로 나가면 감기 드실 거예요. 빨리 따라가서 사모님 데리고 오세요.”

양 집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석은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타 그녀의 뒤를 쫓았다.

평일 오후라 거리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추운 날씨 탓에 행인도 적었고 두 차가 앞뒤로 큰길을 질주했다.

현석은 예나의 차량으로 바짝 붙어 서지도 못했다. 행여나 예나가 더 빨리 달려 사고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예나는 생물 칩이 조종하고 있어 모든 이성을 잃어버렸다.

현석은 문득 어제 읽은 문장을 떠올랐다. 칩의 명령을 받들기 위해 피해자는 물불 가리지 않는다.

자살하라는 명령에도 무조건 복종했다.

남천이 예나에게 칩을 삽입했다면 자살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천이 예나의 목숨을 노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테니.

하지만 만약 칩을 삽입한 게 엘리자라면……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엘리자는 이미 목숨을 잃었는데 이 명령은 대체 누가 내리고 있는 걸까?’

현석은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핸들을 꼭 쥐고 질주하는 앞 차량을 끈질기게 쫓았다.

차량은 아스팔트 길을 지나 점점 교외로 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과 인적이 더욱 드물어졌다.

어느새 산길까지 달렸는데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길이 많이 울퉁불퉁했다.

현석의 초조한 마음은 극에 달했지만, 예나의 감정이 더 극단화 될까 봐 차량을 함부로 가로막지도 못했다.

“펑!”

그 순간, 예나의 차량이 산길의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 다행히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 차 앞머리가 움푹 팬 것 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현석이 빠르게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또 한발 늦어버렸다.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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