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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1화

도예나는 다시 거실에 있는 베란다로 돌아갔다.

그녀는 세윤의 그림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겨울철 마른 연꽃을 담은 그림이었는데 벌써 절반 정도 완성이 되었다. 아직 미성숙한 감이 있었지만, 분위기는 남달랐다.

예나는 세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옆자리에 착석했다.

시간은 눈 깜짝 할 새로 지나 벌써 오후 세 시가 넘어갔다. 세윤이의 그림도 마무리 단계가 되었고 별장 밖에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장서원은 세윤의 그림 재능에 푹 빠져 외부 상황은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예나가 고개를 돌리자, 검은색 승용차에서 훤칠한 소년 하나가 내리는 걸 발견했다.

장명훈이었다.

그러자 점심시간 도우미들이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후계자 경쟁을 포기했다는 장명훈.

예나는 입술을 매만지며 앞으로 걸어갔다.

층계로 올라가려던 명훈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등장에 조금 당황한 듯 물었다.

“당신이 여긴 무슨 일로?”

예나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장서원 씨가 나와 아이들을 초대한 걸 장씨 가문 사람들은 모른다는 말인가?’

그녀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장서원 씨가 점심 식사로 초대하셔서 왔어요.”

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식사마저 하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그의 목소리는 평온하고 침착했다.

이에 예나는 도우미들이 허튼소리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몇 번 만난 적도 없는 배다른 형제를 위해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한참 고민을 하는데 명훈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앞으로는 좀 주의하시는 게 좋겠어요. 몰래 사진이나 찍히지 마시고요.”

예나가 입꼬리를 올렸다.

“딱히 사진이 찍혀도 문제가 될 만한 게 없어서요.”

명훈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무슨 말을 꺼내려 다가 또 멈칫했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

“잠시만요.”

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이지원 씨가 무슨 일로 당신을 협박하고 있나요?”

명훈이 고개를 휙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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