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들은 방안에서 서로를 마주 향해 앉았다.눈가가 촉촉하고 코를 한번 훌쩍인 세윤이 입을 열었다.“엄마가 조금 다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였어?”“엄마가 많이 속상했겠어…….”수아도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아는 예쁘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였으니 엄마도 당연히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내 얼굴에 그렇게 큰 흉터가 났다면 난 매일 울었을 거야…….’‘엄마도 울었을지도 몰라. 우리 앞에서 울지 않았을 뿐이지.’“엄마가 어떤 얼굴을 하든 우리 엄마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아.”제훈이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그러니까 절대로 엄마 앞에서 티 내지 마. 우리가 엄마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세윤이 눈물을 벅벅 닦으며 말했다.“응, 울지 않을 게. 웃으면서 엄마를 반길래.”제훈이 입술을 매만지다가 입을 열었다.“수아야, 너한테 화장품 장난감 있지 않았어?”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할머니가 사 주셨어.”정지숙은 여자아이가 좋아할 법만 장난감은 모조리 구매했고 따로 수아의 놀이방까지 만들어주었다.세훈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럼 화장할 줄 알아?”“조금.”수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오빠, 그건 왜?”세훈의 물음에 제훈은 바로 눈치를 채고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을 검색해 수아 앞으로 내밀었다.“이것처럼 우리 넷에게 화장을 해줘.”세윤이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 화장품 세트를 들고 내려왔다.수아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신만만하게 세 오빠에게 화장을 해주기 시작했다…….예나와 현석이 집에 도착했을 때, 집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예전에는 문을 열자마자 세윤이와 수아가 달려와 품에 안겼지만, 오늘에는 아이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설마 낮잠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걸까?’예나는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으며 고민하다가 이내 다시 마스크를 착용했다.예나의 상처는 깊은 편이었고 아직 아무는 단계라 색깔이 아주 흉측했다.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놀랄 게 뻔했다.그녀와 현석 두 사람 모두 마스
수아가 세윤의 뒤를 따랐다.“엄마, 이번엔 정말 잘 숨었죠? 엄마와 아빠가 함께 찾아도 한참이나 찾지 못했잖아요!”세훈이와 제훈이도 커튼 뒤에서 나왔다.예나는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세훈이와 제훈이는 절대로 이렇게 유치한 게임에 참여할 아이들이 아니었는데 오늘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 아이 모두 함께 한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역시 아이들이랑 함께 있으면 동화가 되는 게 있지…….’예나는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데 깜짝 놀라 하던 말을 삼켰다.어둡던 방안의 희미한 불빛이 아이들의 얼굴을 비췄고, 네 아이의 얼굴에 총 8개의 흉터가 보였다.빨간 립스틱 위로 아이섀도, 파운데이션으로 덧바른 모습은 마치 깊은 상처를 연출했다…….“엄마, 이건 수아가 우리한테 해준 메이크업이에요.”세윤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형이 그랬는데 요즘에는 이렇게 상처 메이크업이 유행이래요. 어때요? 진짜 같죠?”예나는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아이들이 인터넷 기사를 보고 자기 얼굴에 상처를 그린 게 틀림없었다.‘난 대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 거야. 이렇게 착하고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이 넷씩이나 있다니…….’“엄마, 울지 마요…….”제훈이 걸어와 언제 흘러내렸는지 알 수 없는 눈물을 닦아주었다.“앞으로 외출할 때마다 상처 메이크업을 함께 해요. 우리 가족 모두 얼굴에 흉터가 있다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예요.”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두 눈에 빛이 났다.“엄마 얼굴에 상처가 나도 예쁜 걸요.”제훈이도 입을 열었다.“엄마가 어떤 모습을 해도 우리는 엄마를 사랑해요.”“나도, 나도 사랑해.”현석이 허리를 숙여 예나와 네 아이들을 동시에 품에 안았다.여섯 식구 얼굴에는 모두 크고 작은 흉터가 자리 잡았다. 황금빛 노을 아래 그들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웅웅-핸드폰 진동 소리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울렸다.예나는 황급히 아이들을 품에서 놓고 수신자를 확인했다. 장서원이 걸어온 전화였다.인터넷 기사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자,
세윤의 얼굴에는 경악으로 가득 찼다. 수아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제훈이와 세훈이는 마치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듯 침착한 모습이었다.“이 일을 설명하려면 사실 많이 복잡해. 어쨌든 장서원 씨가 엄마의 친아버지이고, 그러니 너희들의 외할아버지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돼.”예나가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세윤이 폴짝폴짝 뛰었다.“너무 좋아요, 드디어 나도 외할아버지가 생겼어요!”세윤은 도설혜를 미워했으므로 자연스레 도진호를 외할아버지라고 인정하지 않았다.세윤은 장서원을 몇 번 만나보고, 엄마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이며, 용돈을 주는 모습이며, 더구나 그림을 가르치는 그의 모습에…… 장서원이 외할아버지로 마음에 들었다.수아의 눈망울도 반짝거렸다.“나는 엄마랑 아빠랑 세 오빠, 그리고 할머니, 양 집사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외할아버지도 생겼어요! 너무 행복해요.”“작은 삼촌도 생길 거야.”예나가 지그시 웃으며 말했다.제훈은 예나의 표정을 살며시 살폈다. 엄마의 미소가 억지로 지어낸 것 같지는 않았다.‘엄마는 진심으로 장씨 가문 사람을 받아들였나 봐. 그 사람들이랑 함께 어울리려고 하고…….’‘그런데 장씨 가문 사람들은 엄마가 강씨 가문 사모라는 이유로 엄마랑 친하게 지내려는 건 아닐까?’“아빠가 이미 장씨 가문에 대한 조사를 마쳤어. 외할아버지와 삼촌 모두 엄마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챙겨주고 있어. 이외의 사람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고.”현석이 덤덤하게 꺼낸 말 한마디는 제훈이와 세훈이 마음속 마지막 방어막을 무너뜨렸다.이튿날 아침, 예나는 네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현석은 남천이 남긴 강씨 그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을 피팅샵 앞으로 데려다 주고 회사로 향했다.예나와 네 아이가 입구로 막 들어서려는 데 장서원이 한걸음에 달려 나와 그들을 반겼다.장서원은 오늘, 회색이 도는 연미복 차림이었는데 하늘색 나비넥타이가 전체적인 스타일링과 조화로웠고, 과연 귀족다운 풍모를 뽐냈다.“예나 씨,
예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럼 피팅 시작할까요?”직원이 드레스를 가지고 왔다.맞춤 제작된 드레스는 총 두 개였다. 하나는 핑크색 롱 드레스로 우아하고 여성스러웠으며, 다른 하나는 하얀색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로, 청순하고 깨끗한 스타일이었다.두 드레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것이었다. 팔다리도 꽁꽁 감춰진 드레스는 마치 18~19살 여자아이가 입을 법한 스타일이었다.예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아버지의 눈에 딸은 영원히 크지 않는 소녀로 보이는 게 틀림없었다.예나가 피팅룸 안으로 들어갔다…….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던 드레스를 막상 입으려니 한층 한층 겹겹이 쌓인 구조였고,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드레스라 입는 데에 힘이 들었다…….예나는 7~8분 동안 끙끙대며 핑크 드레스를 입었고 마지막으로 허리 부분을 손보고 커튼을 열려는 찰나, 외부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봤어? 얼굴에 진짜 흉터가 있더라고.”“상처가 엄청 깊던데 시술로 흉터가 지워질까? 흉터가 남을 것 같은데.”“얼굴이 그렇게 망가졌는데 맞춤 제작된 드레스가 입고 싶을까? 드레스만 아깝게 됐지 뭐.”“됐어, 그만해. 도예나가 아직 안에서 옷을 입어보고 있는데 들리겠어…….”직원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예나는 바로 커튼을 열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직원들을 깜짝 놀라 허둥대다가 바로 한 줄로 서서 공손하게 말했다.“드레스가 정말 어울리세요…….”“드레스가 예쁜 거예요? 아니면 사람이 예쁜 거예요?”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방금까지 예나의 흉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던 직원들은 또 저마다 입바른 소리를 해댔다.“당연히 도예나 씨가 아름다우셔서 이 드레스가 빛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이 드레스를 입기 위해 태어나신 것 같아요…….”예나는 거울 속 자신을 확인하며 말했다.“얼굴에 두 흉터가 너무 흉측스러워서 걱정이 많았는데 당신들 얼굴을 보니까 내 흉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가벼운 말 한마디에 직원들의 표
피팅룸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한 세윤이 수아를 끌고 가장자리의 드레스 코드로 걸어갔다.그리고 그럴싸한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이 하얀색 드레스가 별로인 것 같은데, 다른 거로 갈아입을까?”한 직원이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물었다.“손님, 마음에 드시는 드레스가 있으면 제가 바로 가지고 올 게요.”수아는 직원의 뒤로 작은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저 예쁜 직원이 가져다줬으면 좋겠어요.”지목된 여 직원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비록 예나와 현석이 앞으로 이혼할지 몰라도, 네 아이만큼은 확실한 강씨 가문 후손이었으므로 이혼을 한다고 해도 아이들의 지위는 여전했다…… 그러니 강씨 가문 공주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도예나는 나한테 평범하다고 했는데, 저 아이는 나한테 예쁜 직원이라고 해줬어…….’‘역시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해.’직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물었다.“손님, 어느 예복이 마음에 드세요?”세윤은 가장자리에 걸린 핑크 레이스 치마를 가리키며 말했다.“동생한테 저 드레스가 어울릴 것 같아요. 가지고 와주세요.”직원이 바로 몸을 일으켜 드레스를 가지러 갔다.그쪽에 걸린 드레스는 모두 최신 한정판 드레스였으므로 직원의 손길이 아주 조심스러웠다. 행여나 드레스에 주름이라도 생길까 그녀는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그런데 직원이 몸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발 하나가 몰래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그녀는 손에 쥔 드레스에 정신이 팔려 바닥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꽈당!드레스는 철 옷걸이에 걸려 쫙 찢겼고 큰 구멍이 났다.직원은 깜짝 놀라 멍하니 찢긴 구멍을 바라보았다.옆에 선 직원도 깜짝 놀랐지만 행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그녀를 부축하는 사람 한 명 없었다…….“어머, 옷이 찢어졌네요.”수아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모, 옷을 찢었으면 배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배상, 두 단어에 직원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분명히 발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세윤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형은 왜 하필 강아지와 나를 비교하는 거야…….’“CCTV 확인하시죠.”제훈이 입을 열었다.“고소한다고 해도 당신이 불리할 거예요. 그리고 여기 배상 금액이 얼마인지 계산 좀 해주세요.”얼어붙었던 다른 직원이 황급히 계산기를 두드렸다.총 17벌 예복에서 가장 싼 게 3,000만 원이고, 가장 비싼 건 1억이었다. 계산해 보니 총 10억에 가까운 금액이었다.직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첫 번째 드레스도 배상할 수 없는 가격이었는데 17벌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무슨 일이야?”예나는 피팅 중에 들려오는 소란에 빠르게 환복하고 피팅룸에서 나왔고,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엉망진창이 된 드레스 룸이었다.세윤이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엄마, 이 직원이 옷을 17벌이나 망가뜨려서 10억이나 배상해야 한대요…….”“제, 제가 그런 게 아니라…….”직원이 입술을 덜덜 떨며 말했다.“도예나 씨, 당신 아들이 일부러 발을 걸어 제가 넘어진 거라 저 혼자 감당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예나는 고개를 돌려 세윤을 살폈다. 세윤은 멋쩍은 듯 코를 만지고 있었다.그러자 예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이 직원이 앞장서 예나의 뒷담을 했고 그걸 들은 아이들이 이러한 일을 벌인 게 틀림없었다.예나는 침착하게 첫 번째 드레스를 손에 쥐며 말했다.“첫 번째 드레스는 저희 쪽에서 부담할 게요.”직원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은 17벌은요?”“저희 강씨 가문이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 배상해주지는 않아요.”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첫 번째 드레스는 확실히 제 아들의 잘못이 맞아요. 하지만 남은 17벌은 저희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그리고 그녀는 드레스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직원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엉망이 된 드레스룸을 바라보았다. 절망에 사로잡힌 그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예나는 돈을 지불하며 아이들
장서원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제일 먼저 장대휘를 찾아갔다.“아버지, 해외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 한 분을 알고 계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혹시 저한테 소개해 줄 수 있나요?”장서원의 말에 장대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장서원,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모두 귓등으로 들은 게냐?”장서원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아버지, 예나는 제 딸이에요. 제가 23년을 빚졌다고요. 이제 겨우 아버지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는 것 아닙니까?”“겨우 사생아 주제에 장씨 가문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온 성남시에서 우리 장씨 가문을 비웃을 거다!”장대휘가 핏줄을 곤두세워가며 말했다.“그 애가 강씨 가문 사모라면 아무 소리 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혼한다고 소문이 떠들썩하던데 언제 이혼해도 모르는 것 아니냐! 이런 애를 우리 가문으로 데려온다고 해서 좋은 점 하나 없다!”“그냥 딸아이에게 빚진 걸 갚고 싶은 것뿐이에요!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있었다고 해도 전 꼭 딸아이를 가문에 데리고 왔을 거예요!”장서원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아버지가 계속 반대하셔도 세 날 뒤 연회는 정상대로 진행될 겁니다.”“삼촌, 할아버지도 다 삼촌을 위해서 하시는 말씀 아니겠어요?”이지원은 옆에 앉아 이간질했다.“삼촌도 잘 생각해 보세요. 왜 도예나가 여태껏 장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았는지를 요. 그땐 강현석한테 시집간다고 우리 가문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이혼하게 되니까 급히 비빌 만한 구석을 찾느라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삼촌도 도예나한테 속지 마세요.”장서원이 실망한 눈길로 지원을 바라보았다.예전의 장서원은 딸이 없어 지원을 자기 친딸로 생각하고 사랑을 주었었다.세상에 좋다는 건 모두 지원에게 가져다줬을 정도로 지극 정성이었다.하지만…… 지원은 자기 친딸을 모욕하고 있다. 이에 장서원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예나는 내 딸이에요. 당신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어요.”장서원이 한 글자 한 글자 차갑게 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성형외과
‘도예나를 가르치라고? 허, 말도 안 돼!’이지원은 도예나의 추태를 보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그녀를 진심으로 가르칠 리가 없었다.하지만 성남시 최고 미녀라던 예나의 얼굴에 흉터가 생겼으니, 세 날 뒤 연회에서도 꼴사나울 게 뻔했다.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지원이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아직도 웃음이 나오는 게냐?”장서영 (이지원 모친)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도예나가 장씨 가문으로 돌아온다고 그러던데, 모르는 건 아니지?”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오면 뭐 어때요? 날개 꺾인 독수리가 뭐가 무섭다고.”“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 단다.”장서영이 말했다.“아직 1개월이라는 수습기가 지나야 장씨 그룹 후계자로 정식 인정이 되는데, 한 개월 사이에 문제라도 생겼다가 할아버지가 말을 바꿀 수도 있지 않느냐…….”지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설마 도예나가 일부러 나한테 시비를 걸려고 장씨 가문에 돌아오는 거예요?”“그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지.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나도 사람을 붙여 도예나를 감시할 테니.”장서영이 손가락 스트레칭을 하며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예나는 네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온 후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아이들은 예나의 음식을 좋아했고, 그녀도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즐겼다.그녀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서려는데 별장 앞에 빨간색 스포츠카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전에 본 적이 없는 차종이었다.양 집사가 공손히 다가가 차 문을 열자, 운전석에서 우아한 귀부인이 내렸다.예나는 눈을 가다듬고 살피다가 그 사람이 바로 결혼식 당일에 뵈었었던 강현석의 둘째 숙모 박정화라는 게 기억이 났다.현석에게는 첫째 고모와 둘째 삼촌이 있었다. 고모는 해외로 시집을 갔고 국내에는 극히 드물게 돌아왔으니 예나는 얼굴을 뵌 적이 없었다.둘째 삼촌의 이름은 강지섭으로, 강씨 그룹 최대 규모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박정화는 바로 강지섭의 아내인 둘째 숙모였다.현석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