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04화

예나는 이 말을 하면서 현석의 표정을 힐끗 살폈다.

현석은 입술을 매만지면서 컴퓨터를 작동시켰다. 동시에 서재 흰 벽 위로 감시 카메라 장면이 투영되었다.

카메라는 어느 방안을 찍고 있었다. 언뜻 보면 호텔 방 같아 보였지만, 또 아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두운 불빛, 작은 창문, 전체적으로 방은 작고 비좁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어느 남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하얀 가운을 대충 껴입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그의 모습은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캐서린의 눈에 순식간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

“남천아…….”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의 헐벗은 두 여자가 걸어가 남천의 양 팔에 안겨 그의 몸을 더듬고 키스를 했다.

캐서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도예나 씨, 선 넘지 마세요!”

예나는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선 넘지 말라고요? 제가 무슨 과분한 행동을 했다고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강남천은 제 남편을 죽일 뻔했고 당신은 제 남편의 기억을 지우기까지 했는데, 겨우 잠시 감금한 거로 왜 그렇게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우리가 선을 넘은 게 어느 부분인지 말해보세요.”

“왜 다른 여자를 방안으로 보낸 거예요?”

캐서린이 화를 참지 못한 채 씩씩거렸다.

현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를 대신하고 싶은 모양이군요.”

그 말에 캐서린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그녀는 남천을 많이 유혹 했었지만 남자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었다.

캐서린은 남천을 사랑했고, 그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남천은 그녀와 키스하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양팔에 서로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침대 위를 뒹굴거리니 캐서린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대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요.”

현석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오늘 제 기억을 모두 돌려줘야 해요. 그러면 바로 사람을 시켜 당신을 남천의 옆으로 데려다 줄게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도록.”

캐서린의 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

“진심이죠?”

“당연하죠.”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