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별장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 다섯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세윤이는 돌아오는 길 내내 흥분 상태였다.“장씨 할아버지가 나한테 그림 재능이 있다고 하셨어요. 제 그림을 전국 청소년 그림 대회에 출제해도 손색이 없다고 하셨다고요.”“그리고 매주 주말마다 그림을 가르쳐주겠다고 하셨는데, 엄마 매주 저를 그곳으로 데려다 주면 안 돼요?”예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림 그리는 건 생각보다 따분한 일이 될지도 몰라. 일시적인 생각으로는 견지할 수 없을 거야. 정말 계속하고 싶어?”세윤이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엄마, 저도 동생처럼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정말 대단하네, 우리 세윤이.”예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럼 내일 엄마랑 필요한 그림 화구랑 도화지 사러 가자. 오늘은 일단 푹 쉬고.”“고마워요, 엄마!”세윤은 동생의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며 돌아갔다.예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을 현석이 책임진다면 저녁은 그녀의 차례였다.주방에는 각종 신선한 식재료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새우 손질을 마치고 끓는 물에 새우를 삶고, 곁들여 먹을 소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싱싱한 고등어를 손질해 구웠고, 닭으로는 닭볶음탕을 완성했다. 이어 제육볶음, 미나리 볶음과 된장국을 끓였고, 간단한 집 밥이 완성되었다.요리가 완성되자마자 현석이 집으로 돌아왔다.그는 실내화로 갈아 신고 바로 검은색 마스크를 벗었다.수아가 가장 먼저 그를 향해 달려갔다.“아빠. 왜 항상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거예요?”“아빠 흉터를 보고 사람들이 무서워할까 봐 그러지.”현석이 다정한 말투로 대답하고 나서는 아이를 들어 목말을 태웠다.이에 세윤이가 현석의 몸에 퐁퐁 매달리며 말했다.“저도요! 저도 해주세요!”“얘들아, 아빠 그만 괴롭히고 이젠 손 씻고 밥 먹을 준비해야지.”아이들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예나의 요리는 셰프가 한 요리처럼 화려한 요리는 아니었지만, 집밥 향이 물씬 났다. 아이들과 현석의 입
예나는 이 말을 하면서 현석의 표정을 힐끗 살폈다.현석은 입술을 매만지면서 컴퓨터를 작동시켰다. 동시에 서재 흰 벽 위로 감시 카메라 장면이 투영되었다.카메라는 어느 방안을 찍고 있었다. 언뜻 보면 호텔 방 같아 보였지만, 또 아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두운 불빛, 작은 창문, 전체적으로 방은 작고 비좁았다.어두운 방 안에서, 어느 남자의 그림자가 보였다.하얀 가운을 대충 껴입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그의 모습은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캐서린의 눈에 순식간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남천아…….”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의 헐벗은 두 여자가 걸어가 남천의 양 팔에 안겨 그의 몸을 더듬고 키스를 했다.캐서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도예나 씨, 선 넘지 마세요!”예나는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선 넘지 말라고요? 제가 무슨 과분한 행동을 했다고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강남천은 제 남편을 죽일 뻔했고 당신은 제 남편의 기억을 지우기까지 했는데, 겨우 잠시 감금한 거로 왜 그렇게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우리가 선을 넘은 게 어느 부분인지 말해보세요.”“왜 다른 여자를 방안으로 보낸 거예요?”캐서린이 화를 참지 못한 채 씩씩거렸다.현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자를 대신하고 싶은 모양이군요.”그 말에 캐서린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그녀는 남천을 많이 유혹 했었지만 남자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었다.캐서린은 남천을 사랑했고, 그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남천은 그녀와 키스하는 것도 싫어했다.그러나 지금,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양팔에 서로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침대 위를 뒹굴거리니 캐서린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대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요.”현석이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오늘 제 기억을 모두 돌려줘야 해요. 그러면 바로 사람을 시켜 당신을 남천의 옆으로 데려다 줄게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도록.”캐서린의 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심이죠?”“당연하죠.”현
안방으로 돌아온 뒤에도 강현석은 여전히 잠에서 깨지 못했다.도예나는 에센셜 오일로 그의 머리를 문지르듯 안마하며 현석의 옆을 지켰다.자정이 넘어서야 현석은 천천히 두 눈을 떴다.“예나 씨, 기억이 돌아왔어요. 2~3살 때부터 납치되기 한 달 전 그날까지의 기억 모두 돌아왔어요.”현석이 예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드디어 우리의 첫 만남이 기억이 나요.”예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머리는 아직도 아파요?”남자가 고개를 저었다.“돌아온 기억을 정리하고 아니 머리가 엄청 개운 해졌어요.”“정말 다행이에요.”예나도 무척 기뻐했다.“빨리 강씨 가문 양아치들을 처리해요. 나는 자꾸 걱정돼요.”오늘 감시 카메라를 통해 남천의 눈빛을 확인한 뒤로 그녀는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남천은 결코 이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예나 씨, 강씨 그룹을 해결하는 건 모두 나중의 일이에요. 저는 우선 진심으로 예나 씨한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현석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넣으며 말했다.“결혼식 당일 내가 납치되고, 강남천이 나를 대신했는데 예나 씨가 달라진 우리를 알아봐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내가 죽지 않았다고, 나를 포기하지 않고 믿고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모든 걸 버리고 아이들과 해외로 날 찾으러 온 것도 정말 고맙고요.”“기억이 돌아오기 전, 아내가 남편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 과거와 우리의 과거를 찾고 나니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결정을 했는지 알 것 같아요. 예나 씨, 내가 이번 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바로 당신을 만나고 당신과 결혼을 한 것이에요.”“예나 씨, 사랑해요.”예나는 텅 비었던 가슴 한구석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그녀의 노력을, 그녀의 헌신을 현석이 알아주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부부는 아마 이런 것이겠지.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현석의 입술에 직진했다.이건 예나가 현석에게 처음으로 먼저 다
“뛰어내려!”목소리가 또다시 예나의 귓가에 울렸다. 그녀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오른쪽 얼굴은 마치 누군가에게 뺨을 세게 맞은 것처럼, 또는 얼굴이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파왔다…….만약 이런 아픔이 끝이 난다면 그녀는 기꺼이 뛰어내리고 싶어졌다.예나는 차가운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몸을 던져 뛰어넘으려 했다.“예나 씨!”현석은 혼비백산해서 달려가 떨어질 뻔한 예나를 품에 안았다.“날 놀래 키지 마요, 예나 씨!”그는 여자를 품에 안은 채로 방 안으로 들어왔고 베란다 문도 잠갔다.갑자기 따뜻해진 방 안 온도에 예나는 몸이 덜덜 떨렸다.천천히 고개를 돌린 예나가 현석에게 물었다.“아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현석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갑자기 베란다로 나가더니 뛰어내리려고 했어요.”“내가…… 뛰어내려요?”예나는 멍하니 현석을 바라보았다.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려고 했으나 머릿속은 텅텅 비워졌다.그녀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그런데, 오른쪽 볼이 또 아파졌다.그녀는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현석 씨…… 아파요. 얼굴이 너무 아파요. 요즘 약을 계속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내일 병원에 같이 가 줄게요. 괜찮을 거예요.”현석은 예나를 품에 안은 채로 그녀를 달랬다.“예나 씨, 그렇게 스트레스 받지 말아요.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나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얼굴에 흉터가 생긴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성남시 최고 미인이고, 당신보다 아름다운 여성은 세상에 없어요…….”예나는 그의 옷깃을 당기며 말했다.“설마 내가 외모 스트레스 때문에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현석은 침묵으로 일관했다.요즘 들어 예나에게 있어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 일을 제외하고 또 다른 충격은 무엇일지 그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리고 세상에 자기 외모에 관심이 없는 여성이 어디 있겠는가?’‘아무리 침착하고, 용감하고 똑똑한 그녀라고
의사는 거즈를 조심스레 떼어냈다. 안의 상처는 이미 아물어 더 이상 거즈가 필요 없었다.도예나는 거울로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는 생각했던 것보다 흉측하지 않았다. 다만 왼쪽 얼굴이 오른쪽보다 회복이 빨랐다.그녀는 자신의 오른쪽 볼을 가볍게 건드렸지만, 어젯밤처럼 따끔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오른쪽 볼이 가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요. 왼쪽 얼굴은 그런 적이 없는데, 왜 그럴까요?”의사는 상처를 찬찬히 살피며 말했다.“오른쪽 상처가 더 깊고 면적도 더 큽니다. 아마도 아물고 있는 과정이라 따끔한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손으로 긁으시면 안 됩니다.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깐요.”“이 따끔한 느낌은 치료가 가능하나요?”예나가 계속해서 물었다.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아마도 오른쪽 볼이 따끔거리다가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그런 일이 생긴 것으로 그녀는 추측했다.강현석도 입을 열었다.“진통제를 처방해 주실 수 있나요?”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진통제는 대체로 큰 수술 직후 복용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상처에는 큰 부작용이 따르는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상처가 아무는 고통은 낮은 단계의 고통으로 약 없이도 견딜 수 있습니다…….”의사는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늘어놨지만 들어보면 예나가 엄살을 피우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예나도 자신이 오버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진통제는 괜찮아요. 참아볼 게요.”현석이 그녀를 뒤에서 껴안으며 귓가에 대고 말했다.“아플 때면 날 꼬집어요. 적어도 함께 아파줄 게요.”예나는 그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그래요, 다음엔 현석 씨를 꼬집을 게요. 아프다고 소리 지르지나 마요.”병원에서 나온 뒤 현석은 예나를 끌고 성형외과로 향했다.언젠간 가야 했으니, 예나도 잠자코 그의 뒤를 따랐다.그녀는 주차장에서 현석의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그 몇 분 사이에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녀를 알아보았다.몇몇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니까 강현석이 바람을 피운 거야. 아내 얼굴이 그렇게 되니까 이혼도 하려는 거고.][맞아, 도예나와 강현석의 이혼설은 어떻게 된 거야? 왜 뒷말이 없어?][도예나 얼굴이 망가지기 전부터 강현석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도예나 얼굴이 이렇게 된 이상 이혼은 당연한 수순 아니야?][남자들은 다 시각 동물이라, 얼굴이 망가진 아내를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댓글은 하나같이 기발하고 무책임했다. 예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핸드폰을 껐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연예인도 아닌데 왜 사소한 일이 기삿거리가 되는지 당최 이해되지 않았다.앞으로 외출할 때는 현석처럼 마스크라도 껴야 겠다고 예나는 다짐했다.현석은 핸들을 잡은 채로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네티즌들이 내 얼굴이 망가져서 남편이 날 버리고 이혼하는 거래요.”장난처럼 꺼낸 예나의 말에 현석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예나 씨, 나는 절대 예나 씨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영원히 이혼도 하지 않을 거고요.”예나는 가슴이 따듯해졌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툴툴대며 말했다.“장난이에요, 뭐가 그렇게 심각해요? 그리고 당신이 이혼하려고 한다고 해도 누가 허락해 준 대요?”‘그 먼 곳에서 어렵게 되찾은 남편을 누구 좋아하라고 놔줘?’성형외과 앞으로 차가 멈춰 서고 예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서 현석의 차에서 내렸다.이 곳은 성남시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전문적인 성형외과였다. 수많은 여배우가 이곳을 찾았는데 그렇다 보니 안전과 보안도 큰 보장이 있었다.현석은 미리 예약을 잡아 두었고 둘은 성형외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VIP실로 들어갔다.의사는 우선 현석의 상처를 살폈다. 면적은 큰 편이었지만 상처가 깊지 않았으므로 수술을 거치면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예나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고 있는 단계라 완전히 아문 뒤에야 수술할 수 있다고 했다.성형외과에서 나오고 예나는 한숨을 돌렸다.“그래도 당신 상처는 한 달 안으로 아물 수 있다고 하니까 다
네 아이들은 방안에서 서로를 마주 향해 앉았다.눈가가 촉촉하고 코를 한번 훌쩍인 세윤이 입을 열었다.“엄마가 조금 다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였어?”“엄마가 많이 속상했겠어…….”수아도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아는 예쁘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였으니 엄마도 당연히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내 얼굴에 그렇게 큰 흉터가 났다면 난 매일 울었을 거야…….’‘엄마도 울었을지도 몰라. 우리 앞에서 울지 않았을 뿐이지.’“엄마가 어떤 얼굴을 하든 우리 엄마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아.”제훈이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그러니까 절대로 엄마 앞에서 티 내지 마. 우리가 엄마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세윤이 눈물을 벅벅 닦으며 말했다.“응, 울지 않을 게. 웃으면서 엄마를 반길래.”제훈이 입술을 매만지다가 입을 열었다.“수아야, 너한테 화장품 장난감 있지 않았어?”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할머니가 사 주셨어.”정지숙은 여자아이가 좋아할 법만 장난감은 모조리 구매했고 따로 수아의 놀이방까지 만들어주었다.세훈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럼 화장할 줄 알아?”“조금.”수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오빠, 그건 왜?”세훈의 물음에 제훈은 바로 눈치를 채고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을 검색해 수아 앞으로 내밀었다.“이것처럼 우리 넷에게 화장을 해줘.”세윤이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 화장품 세트를 들고 내려왔다.수아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신만만하게 세 오빠에게 화장을 해주기 시작했다…….예나와 현석이 집에 도착했을 때, 집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예전에는 문을 열자마자 세윤이와 수아가 달려와 품에 안겼지만, 오늘에는 아이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설마 낮잠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걸까?’예나는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으며 고민하다가 이내 다시 마스크를 착용했다.예나의 상처는 깊은 편이었고 아직 아무는 단계라 색깔이 아주 흉측했다.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놀랄 게 뻔했다.그녀와 현석 두 사람 모두 마스
수아가 세윤의 뒤를 따랐다.“엄마, 이번엔 정말 잘 숨었죠? 엄마와 아빠가 함께 찾아도 한참이나 찾지 못했잖아요!”세훈이와 제훈이도 커튼 뒤에서 나왔다.예나는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세훈이와 제훈이는 절대로 이렇게 유치한 게임에 참여할 아이들이 아니었는데 오늘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 아이 모두 함께 한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역시 아이들이랑 함께 있으면 동화가 되는 게 있지…….’예나는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데 깜짝 놀라 하던 말을 삼켰다.어둡던 방안의 희미한 불빛이 아이들의 얼굴을 비췄고, 네 아이의 얼굴에 총 8개의 흉터가 보였다.빨간 립스틱 위로 아이섀도, 파운데이션으로 덧바른 모습은 마치 깊은 상처를 연출했다…….“엄마, 이건 수아가 우리한테 해준 메이크업이에요.”세윤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형이 그랬는데 요즘에는 이렇게 상처 메이크업이 유행이래요. 어때요? 진짜 같죠?”예나는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아이들이 인터넷 기사를 보고 자기 얼굴에 상처를 그린 게 틀림없었다.‘난 대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 거야. 이렇게 착하고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이 넷씩이나 있다니…….’“엄마, 울지 마요…….”제훈이 걸어와 언제 흘러내렸는지 알 수 없는 눈물을 닦아주었다.“앞으로 외출할 때마다 상처 메이크업을 함께 해요. 우리 가족 모두 얼굴에 흉터가 있다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예요.”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두 눈에 빛이 났다.“엄마 얼굴에 상처가 나도 예쁜 걸요.”제훈이도 입을 열었다.“엄마가 어떤 모습을 해도 우리는 엄마를 사랑해요.”“나도, 나도 사랑해.”현석이 허리를 숙여 예나와 네 아이들을 동시에 품에 안았다.여섯 식구 얼굴에는 모두 크고 작은 흉터가 자리 잡았다. 황금빛 노을 아래 그들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웅웅-핸드폰 진동 소리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울렸다.예나는 황급히 아이들을 품에서 놓고 수신자를 확인했다. 장서원이 걸어온 전화였다.인터넷 기사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