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석은 빠르게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에서 따뜻한 물 한 잔과 약 두 알을 가지고 올라와 건넸다. 그리고 예나가 약을 삼키는 걸 보고 나서야 그녀를 품에 안고 다시 잠이 들었다.하지만 예나는 한참이나 뒤척이다가 동이 틀 때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진 후였다.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와 방안이 포근했다.그녀는 이를 닦고 간단한 샤워를 한 뒤 머리를 묶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방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현석은 식탁에 앉아 수아가 먹을 계란의 껍데기를 까고 있었다.너무 따뜻한 일상에 예나는 가슴 한쪽이 포근해졌다.그녀가 입을 열려는 찰나, 두 볼이 또 갑자기 간지러웠다. 특히 오른쪽 얼굴에는 무수히 많은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 같았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데 견딜 수 없을 만큼 간지러웠다.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 약을 두 알 삼키고 주방으로 돌아왔다.“굿모닝, 엄마.”“좋은 아침이에요, 엄마. 빨리 아침 먹어요. 이건 아빠가 직접 만든 아침이에요.”예나가 깜짝 놀라 물었다.“당신, 요리할 줄도 알았어요?”현석이 마른기침하며 말했다.“셰프가 가르쳐준 대로 해봤어요. 빨리 맛있는지 먹어봐요.”예나는 고개를 숙여 국을 한 입 떠먹으며 말했다.“간도 딱 맞고,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요?”“그렇게 맛있어요?”세윤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엄마, 나도 한 입 먹어 볼래요.”예나가 숟가락으로 한술 떠서 세윤이 입에 넣어주었다.“우엑!”세윤은 다급하게 싱크대로 달아가며 말했다.“맛이 하나도 없잖아요! 엄마, 거짓말쟁이!”“…….”‘나쁘지 않은 맛인데? 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세훈이 입을 열었다.“나도 한번 맛볼래요.”세훈이 다가와 한술 떠먹더니, 그 자리에 잠시 얼어붙었다. 그리고 힘겹게 국을 넘기더니 말했다.“평범한 맛이네요.”“…….”‘내 혀에 문제가 생긴 걸까?’그녀는 다시 한술 떠서 입에 넣었다. 정말 맛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이 한 요리와 다
여섯 식구는 즐거운 아침 식사를 마쳤다그때, 정지숙이 창백한 얼굴로 계단을 내려왔다.“할머니,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 할머니.”아이들은 정지숙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정지숙이 식탁에 앉자, 양 집사는 이미 준비된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었다.도예나는 빠르게 젓가락을 내려놓고 거실로 나가려고 했는데, 정지숙이 그녀를 불렀다.“현석아, 예나야. 할 말이 있어.”예나가 발걸음을 멈추고 덤덤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오늘 비행기로 이만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갈 생각이야.”정지숙은 목이 메어 말했다.“앞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남을 생각이니까 너희들은 시간이 되면 놀러 와.”예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지금 이런 관계로는 함께 지내는 건 무리야.’‘어머님께 나가 달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는데, 먼저 이 말을 꺼내 주신 건 서로 얼굴 붉힐 일을 만들지 않은 거야.’아이들은 깜짝 놀랐다.세윤이는 정지숙의 무릎을 타고 올라가 앉으며 말했다.“할머니, 왜 갑자기 오스트레일리아 가는 거예요? 전에 물어봤을 때는 저희가 다 클 때까지 성남시에 있다고 했잖아요.”수아도 아쉬운 듯 정지숙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할머니, 저 보석 목걸이 사 주신다면서요. 왜 약속 안 지켜요?”세훈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할머니, 굳이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없다면 계속 여기에 계세요.”제훈이는 입술만 매만질 뿐 입을 열지 않았다.정지숙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의 머리를 차례대로 쓰다듬으며 말했다.“할머니는 성남시 날씨가 너무 힘들어. 매일 머리가 어지럽고 기침도 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쉬면 좀 나을 것 같아. 할머니가 보고 싶으면 양 집사님한테 오스트레일리아 보내주세요, 하면 돼.”“안 돼요. 제가 허락하지 않아요.”현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에 정지숙뿐만 아니라 예나도 깜짝 놀랐다.아무리 열다섯 살 기억을 찾았다고 해도, 현석이 정지숙에게 큰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고 그녀는 생각했었다.또한 기억을 되찾을수록, 모자
첫째 아들은 생사가 불분명하고, 둘째 아들은 자신을 원수처럼 생각했다. 정지숙은 자신의 인생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절망에 빠졌다.정지숙이 울먹이며 말했다.“캐서린부터 놔줘…… 너한테 잘못을 저질렀던 건 모두 남천이 협박해서 그런 거야. 저 애는 죄가 없어.”“어머님, 본인부터 챙기세요.”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남천 씨가 받아야 할 벌을 받고 나면 어머님도 자유로워질 거예요.”정지숙이 고개를 떨구었다.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다.아이들은 어쩔 바를 몰라 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지만, 이건 아이들이 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그때, 양 집사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대표님, 비서가 왔어요.”현석이 고개를 들었다.그는 강씨 그룹에 대해 미리 조사를 해보았다. 예전의 비서는 정재욱이라는 사람이었지만, 남천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 비서는 김용식이라는 양아치 같은 사람으로 대체가 되었다.현석이 성남시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비밀이었지만, 김용식이 이튿날에 바로 자신을 찾아왔다는 건 별장 내부에 사람을 꽂았다는 걸 설명했다.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요.”예나가 네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가자, 우린 거실에서 티비나 볼까?”정지숙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김용식은 양 집사를 따라 마당에서부터 주방으로 걸어왔고, 단번에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했다.보름 동안 보지 못했던 형님한테서 살기가 더 넘친다고 그는 생각했다.몇 걸음 앞으로 걸어간 김용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형님, 이 며칠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내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무슨 일?”차가운 세 글자로 현석이 대답했다.김용식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예전 회사를 운영한 지 보름 만에 사람들이 앞다퉈 인수하려고 합니다. 가격이 다 높은 편인데 팔 가요?”현석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물었다.“지하 생체 에너지 회사?”“암시장에서 이 산업이 아주
도예나와 아이들은 거실 카펫에 앉아 퍼즐 게임을 하고 있었다.텔레비전은 뉴스가 틀어져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이름에 예나가 고개를 들었다.“장씨 가문 후계자 경쟁이 정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장씨 가문처럼 유서 깊은 가문의 후계자 경쟁은 매번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씨 가문에 자식은 현재 장명훈 하나로, 장명훈이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거와는 달리, 장명훈은 현재 경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예나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예전에 옐리토스 프로젝트에서, 이지원이 그녀를 속였던 건 모두 그 속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어 후계자 경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현재 장씨 가문의 후계자 경쟁에 참여한 건 이지원과 장명훈 두 사람뿐이었다.이지원은 성씨부터 달랐으니, 후계자 경쟁에 더 많은 품을 들이는 건 당연했다.하지만 명훈의 포기 선언으로, 지원이 장씨 그룹 후계자가 되는 건 시간 문제가 되었다.‘장씨 그룹 같은 대기업이 이지원 같은 사람한테 넘어간 다니, 정말 한순간에 무너질까 봐 겁이 나지 않은가?’예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을 지웠다.그녀와 장씨 가문은 평행선처럼 늘 접점이 없었다. 장씨 그룹이 무너진다고 해도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텔레비전을 끄는데 현석이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셔츠 단추를 잠그며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갔다 올 게요.”예나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저도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해요. 저녁 일찍 돌아와요.”현석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볼에 키스하고 몸을 돌려 집을 나섰다.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예나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헤헤, 엄마랑 아빠랑 연애한대요!”수아가 히죽거리며 말했다.“엄마 얼굴이 빨개졌어요.”제훈이 마른기침하며 말했다.“수아야, 엄마 놀리지 마.”‘동생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많았던가?’세윤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엄마, 우리 또 학교 가요?”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정말 도예나를 만나다니.’장서원은 급정거해 예나의 차 앞으로 멈췄다.차에서 내린 그는 빠르게 운전석 쪽으로 걸어가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예나는 차창을 내리며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장서원 씨, 무슨 일이세요?”“예나 씨, 그동안 어디에 계셨어요? 제가 정말 오랫동안 찾아다녔는데…….”장서원은 횡설수설 말을 늘려 놨다.“아니, 얼굴은 왜 그렇게 됐어요? 다쳤어요?”갑작스레 쏟아지는 그의 걱정에 굳었던 예나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해외에서 어제 돌아왔어요. 장서원 씨, 저한테 볼일이 있나요?”“아, 아니요.”장서원은 한숨을 내쉬었다.“걱정이 되어서 그랬어요. 괜찮다면 다행이에요…….”그 말을 끝으로 장서원은 마땅한 대화 주제를 찾지 못했지만 떠나기 아쉬워 멍하니 예나를 바라보았다.“장서원 씨, 별다른 볼일이 없으면 먼저 가볼 게요.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해서요.”예나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같이 가요.”장서원은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마침 할 일도 없고, 예나 씨 볼일 끝나면 제가 밥이라도 살 게요.”“안 돼요.”세윤이 작은 고개를 뒷좌석에서 내밀며 말했다.“엄마랑 아빠가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했거든요.”제훈도 눈치를 채고 말했다.“할아버지, 엄마가 방금 귀국해서 요즘 좀 많이 바쁘 세요. 엄마와 밥 약속을 잡고 싶다면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약속을 잡으셔야 해요.”장서원은 아이의 말에 뼈가 담겨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황급히 말했다.“그럼 다음 주로 저녁 약속을 잡아도 될까요?”장서원의 표정이 아주 조심스러웠다. 그는 벅찬 마음이 티가 날까 봐 애써 자제하면서도 거절당할까 봐 걱정했다.예나는 마음이 불편 해졌다.“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이번 주 토요일에 점심, 같이 하시죠.”“고마워요, 예나 씨.”장서원은 너무 기뻐하며 자리를 비켜줬다.“그럼, 일 보러 가세요. 차 조심하시고요.”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창을 올렸다.근심걱정이 가득하던 장서원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떠
도예나는 아이들의 유치원 수속을 마치고 바로 서씨 가문으로 함께 향했다.그녀가 스무 날 째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아무리 강씨 가문에서 막았다고 해도 서씨 가문이 이 소식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그녀는 서씨 가문 별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도우미가 바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아가씨, 그동안 사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매일 눈물로 지새우시고, 입맛도 없으셔서 살도 많이 빠졌어요…….”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이현숙이 마당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외 증조 할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세윤이 먼저 총알같이 달려가 이현숙의 품에 안겼다.“외 증조 할머니, 저는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수아가 이현숙의 무릎을 올라타며 말했다.세훈은 따끈따끈한 도시락을 들고 오며 말했다.“할머니, 이건 엄마가 직접 만든 떡이에요.”“할머니 한입 드세요.”제훈은 떡을 하나 들고 이현숙 입가에 가져갔다.그러자 예나에게 한 소리 하려던 이현숙은 말문이 막혔다. 이현숙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미소가 피었다.예나는 의자 하나를 꺼내 이현숙의 옆에 앉았다.“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이현숙이 흥, 하며 콧방귀를 뀌었다.“말해보거라, 뭘 잘못했는지를.”“할머니, 엄마한테 너무 화내지 마세요. 엄마도 그동안 아주 힘들었어요.”세윤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현숙이 손을 휘휘 저었다.“애들은 이만하고 저기 마당에서 놀거라. 나는 너희 엄마랑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몰래 엿들을 생각 말고 빨리 가거라.”세훈은 얌전히 동생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예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제가 떠나기 전 먼저 말씀 드렸어야 했어요. 걱정하실 걸 뻔히 알면서도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 그러지 않을 게요.”그날은 너무 급하게 성남시를 떠났었다. 행여나 서씨 가문에 소식을 전했다가 강남천이 바로 서씨 가문을 찾아가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틀렸다!”
관계를 끊은 후, 도예나는 단 한 번도 도씨 가문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애초에 그녀는 도씨 가문 사람도 아니었다.“설혜가 감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더라…….”이현숙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보름 전에 임신했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감옥 사람들의 폭행에 그만 유산을 하고 말았단다…… 설혜는 몸도 망가지고 정신상에서도 큰 타격을 받아 지금 정신 병동에 들어갔어…….”예나도 착잡해진 마음이 들어 입술만 매만졌다.어린 시절, 예나는 설혜를 친동생처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18살 성인식 이후로 자매의 관계에는 금이 갔다.그리고 예나가 아이를 낳던 그날 밤, 둘의 관계는 철저히 끝이 났다.예나는 설혜를 4년 동안 사무치게 미워했고,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차로 설혜를 치고 싶을 정도의 충동에 휩싸이기도 했다…….하지만 세훈이와 세윤이를 되찾고 그녀가 여태껏 품었던 원한은 어느새 사라져갔다.예나와 설혜, 두 사람 사이에 이젠 서로 빚진 게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너와 설혜 모두 도씨 가문의 핏줄이지 않더냐. 그 애가 그렇게 되면 너희 아버지는 꼭 너를 다시 찾아올 것이다. 결국 딸은 너 하나만 남았기에…….”예나는 이현숙의 말을 잘랐다.“외할머니, 저는 도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도 제 아버지가 아니고요.”“예나야 홧김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이현숙이 예나를 타일렀다.“네 몸에는 도씨 가문의 피가 흐르지 않더냐, 이건 바꿀 수 없는 사실이고…….”“외할머니, 홧김에 하는 말이 아니에요.”예나가 입을 열었다.“친자확인을 해본 결과, 도진호는 제 친부가 아니에요.”이현숙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뭐라고?”예나는 이 비밀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실을 밝혔다.“어머니가 도진호와 결혼을 했을 때는 이미 임신 중이었어요. 도진호가 제 어머니와 결혼한 이유는 서씨 가문의 투자를 받아 도 씨 그룹을 창건하기 위해서였구요…….”“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이현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강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 도예나는 장씨 가문의 일을 강현석에게 전했다.현석은 예나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당신이 어느 가문 사람이든, 당신은 그저 제 아내일 뿐이에요. 그건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에요.”그 말뜻은 현석은 예나의 친부가 누구인지, 어느 가문 사람인지, 설사 고아라고 해도 그녀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뜻이었다.예나는 그의 탄탄한 가슴에 얼굴을 기대며 말했다.“장서원 씨가 내일 장씨 가문에 초대했어요. 제 어머니와 장서원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거에요…….”“같이 가줄 게요.”현석이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이들이랑 가면 돼요.”예나는 현석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비록 강남천이 감금되었다고 해도, 그의 손발은 여전히 성남시 곳곳에 숨어있어요. 지켜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데 저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면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만약 남천의 손발들이 사람이 바뀐 걸 알아차린다면 작지 않은 소동이 일어날 게 뻔했다.조용히 지나갈 수 있는 일에서 큰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그러면 내가 데려다 줄 게요.”현석이 그녀를 더 꽉 껴안았고 그의 손은 어느새 예나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해도 돼요?”예나는 얼굴을 붉혔다.안 된다고 대답해봤 자 포기할 현석이 아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할 거예요?”“아니요.”현석이 고개를 돌려 키스했다.바로 그때, 방문 손잡이가 돌려졌다.짧은 1초 사이에 현석은 예나의 몸에서 벌떡 일어났고 예나도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예나는 빠른 시간 안에 책 한 권을 손에 쥐었다.수아가 방문을 열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둘째 오빠가 나 괴롭혀요.”현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강세윤, 당장 이리로 와!”세윤은 방문 뒤에 숨어서 소심하게 반격했다.“저는 동생을 괴롭히지 않았어요. 형이 증명해 줄 수 있어요.”세훈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수아가 초콜릿 케이크 위의 초콜릿을 먹으려고 했는데 세윤이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