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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이곳에서 정말 도예나를 만나다니.’

장서원은 급정거해 예나의 차 앞으로 멈췄다.

차에서 내린 그는 빠르게 운전석 쪽으로 걸어가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예나는 차창을 내리며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장서원 씨, 무슨 일이세요?”

“예나 씨, 그동안 어디에 계셨어요? 제가 정말 오랫동안 찾아다녔는데…….”

장서원은 횡설수설 말을 늘려 놨다.

“아니, 얼굴은 왜 그렇게 됐어요? 다쳤어요?”

갑작스레 쏟아지는 그의 걱정에 굳었던 예나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해외에서 어제 돌아왔어요. 장서원 씨, 저한테 볼일이 있나요?”

“아, 아니요.”

장서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 되어서 그랬어요. 괜찮다면 다행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장서원은 마땅한 대화 주제를 찾지 못했지만 떠나기 아쉬워 멍하니 예나를 바라보았다.

“장서원 씨, 별다른 볼일이 없으면 먼저 가볼 게요.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해서요.”

예나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같이 가요.”

장서원은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마침 할 일도 없고, 예나 씨 볼일 끝나면 제가 밥이라도 살 게요.”

“안 돼요.”

세윤이 작은 고개를 뒷좌석에서 내밀며 말했다.

“엄마랑 아빠가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했거든요.”

제훈도 눈치를 채고 말했다.

“할아버지, 엄마가 방금 귀국해서 요즘 좀 많이 바쁘 세요. 엄마와 밥 약속을 잡고 싶다면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약속을 잡으셔야 해요.”

장서원은 아이의 말에 뼈가 담겨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황급히 말했다.

“그럼 다음 주로 저녁 약속을 잡아도 될까요?”

장서원의 표정이 아주 조심스러웠다. 그는 벅찬 마음이 티가 날까 봐 애써 자제하면서도 거절당할까 봐 걱정했다.

예나는 마음이 불편 해졌다.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이번 주 토요일에 점심, 같이 하시죠.”

“고마워요, 예나 씨.”

장서원은 너무 기뻐하며 자리를 비켜줬다.

“그럼, 일 보러 가세요. 차 조심하시고요.”

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창을 올렸다.

근심걱정이 가득하던 장서원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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