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석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아랑곳하지 않았다.“여왕 폐하께서 저를 계속 가두실 생각이십니까?”“흥, 공장 하나에 내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어요?”스위프트는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이미 두 시간이나 지났어요. 24시간이 지나고 나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그럼, 저에게는 아직 22시간이 남았네요.”현석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말했다.“H 지역에 가치가 십억 대를 넘는 공장은 8개밖에 없어요. 만약 30분마다 공장을 폭발해 버린다고 하면 4시간 뒤면 Y국 경내의 공장도 봉변을 당하겠네요? Y국이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감당해 낼 수 있겠어요?”현석의 말을 듣고 스위프트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두 눈을 부릅떴다.“지금 협박하는 겁니까?”“제가 어찌 감히 여왕 폐하를 협박하겠습니까.”현석은 가볍게 웃었다.“전 단지 여왕 폐하께서 지금의 상황을 똑똑히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깨워 주고 있는 것뿐입니다.”“여왕 폐하, 큰일 났습니다!”암실 밖의 경호원이 황급히 달려왔다.“H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공장이 폭발했습니다! 희귀한 자원도 모조리 다 타버렸습니다.”스위프트는 고개를 숙이고 시간을 보았다.첫 번째 공장이 폭발한 시간과 정확히 30분 차이가 났다.스위프트는 이를 악물고 히스테리를 부렸다.“미쳤어요? 두 공장 안에 있는 자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나 해요? 당신이 얼마나 큰 손실을 초래했는지 아시냐고요!”“이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현석은 한가로이 앉아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다음 폭발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스위프트 여왕은 분노하여 주먹을 꽉 쥐었다.공장 폭발도 문제이지만 공장 파괴로 인한 후속 문제도 골치가 아픈 일이다.이 일로 스위프트는 방금 세운 공적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마피아는 귀순했지만, 여전히 제 명령에 따릅니다. 제가 실종되거나 사망하면 마피아의 모든 사람이 집결하여 동란을 일으킬 겁니다. Y국을 차세대 H지역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습니다.
무사히 돌아온 현석을 보고 예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예나는 이미 준비해 둔 음식을 상에 올리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일단 아빠 식사부터 하시게 그만 매달리고 얼른 가서 손 씻어.”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맛난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아이들도 카엘과 피터도 게 눈 감추듯 흡족해하며 먹고 있었지만, 민준은 안색이 어둡고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식사를 끝내고 나서 카엘과 피터는 소화도 할 겸 게임을 하러 갔다.그리고 민준은 억지로 웃음을 자아내며 아이들한테 말했다.“삼촌이랑 놀러 가자!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어.”그렇게 모두가 떠난 뒤에 식당에는 예나와 현석 두 사람만 남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예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30분 전에 현석은 예나에게 메시지 한 통을 보냈었다.오늘 밤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아이를 데리고 먼저 성남시로 돌아가라고 했다.예나는 분명히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밖에서 폭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예나는 불안한 마음에 숨까지 막혔었다.현석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예나의 손을 살포시 잡고 입을 열었다.“스위프트 여왕이 홍문연을 마련해주셨는데,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었어. 근데 이제 깨끗이 해결되었으니 걱정하지 마.”“그리고…….”현석은 말하다가 잠시 머뭇거렸다.“조금 전에 남천을 잡았다고 레이한테서 소식이 왔어. 마지막으로 보러 갈래?”예나는 순간 제자리에 굳어졌다.“정말 잡았어요?”어젯밤 남천은 예나에게 메시지를 보내 위협을 가했었다.예나는 한참 현석에게 이 얘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었다.“아니요. 만나지 않을래요.”예나는 입술을 오므렸다.“어떻게 처리할 작정이에요?”“아직 그와 나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어.”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일단은 사람 시켜서 감시만 할 생각이야. 아마 평생 H 지역에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우리 먼저 얘들 데리고 귀국하자.”
“됐어요! 먼저 갈 테니, 앞으로 될 수 있는 한 만나지는 말고 온라인에서만 얘기해요.”카엘은 가방을 메고 멋지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현석의 기억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피터는 먼저 그들을 따라 성남시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피터는 그들보다 하루 정도 늦게 떠날 예정이다.민준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별장 입구에 서서 홀가분한 척하며 말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바래다줄 수 없을 거 같아. 안전에 주의하면서 조심해서 가.”“민준 삼촌, 보고 싶을 거예요.”수아는 민준의 목을 꼭 껴안고 그의 볼에 뽀뽀도 했다.다소 쓸쓸했던 민준의 마음은 수아의 뽀뽀에 큰 위안을 받는 듯했다.“삼촌을 의부로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았어?”민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수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예나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예나는 웃으며 현석에게 말했다.“현석 씨, 민준이가 정식으로 아이들의 의부가 되어줬으면 하는데, 어때요?”“아이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나도 다른 의견 없어.”현석은 성큼성큼 다가가 진지하고도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민준 씨, 그동안 제 아내랑 아이들 잘 챙겨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그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민준은 이렇게 의젓한 모습을 하는 현석을 본 것은 처음이다.예전의 현석은 일단 민준을 마주치기만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온 세상 질투를 혼자서 다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기억을 잃은 후 질투 쟁이었던 모습은 가뭇없이 사라졌다.하여 민준도 덩달아 진지하게 말했다.“예나와 저는 오랜 시간 동안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왔습니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 고맙다는 말은 넣어두셔도 좋습니다.”“이쪽의 일을 정리하시고 성남시로 돌아오시면 정식으로 자리 한 번 마련하겠습니다. 구두로만 의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격식을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현석은 덧붙여 말했다.“앞으로 민준 씨도 아이를 품게 된다면, 그때는 저와 예나가 민준 씨 아이의 수양부모가 되겠습니다.”“와, 그럼
“아!”여자 화장실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려왔다.순간 놀란 얼굴로 허둥지둥거리며 여자 화장실에서 대여섯 명이 우르르 도망쳐 나왔다.그리고 곧 울음을 터뜨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우리 엄마 돌려줘요!”수아의 목소리에 현석은 순간 얼굴이 얼음장이 되어 아이 셋을 안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 창문이 크게 열려있고 괴한 두 명은 가냘픈 예나를 어깨에 메고 인산인해인 공항 안으로 도망갔다.“수아야, 울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빨리 말해줘.”제훈은 차가운 얼굴로 초조하게 물었다.“갑자기 괴한 두 명이 뛰어 들어와서 엄마를 기절 시켰어요. 그리고 엄마를 어깨에 메고 저기 창문으로 도망갔는데, 수아가 엄마 보호하지 못했어요.”수아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이때의 현석은 이미 품속의 아이들을 모조리 내려놓았다. 현석은 상황을 듣고 입술을 오므렸다.“세훈아, 아빠 대신 동생들 잘 지켜줄 수 있지?”그러자 세훈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 얼른 우리 엄마 데리고 오세요.”세훈의 말이 떨어지자, 현석은 화장실 창문으로 뛰어나갔다.그리고 세훈은 세 동생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 경비실을 찾아가 자리 잡고 앉았다.제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책가방에 있는 노트북을 펼치고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어느 붉은 점을 찾고 나서 제훈은 즉시 현석에게 연락했다.“아빠, 엄마 지금 남동쪽으로 가고 있어요. 그쪽에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하나는 H 지역으로 다른 하나는 이웃 나라로 가는 길이에요.”그리고 세훈은 지금 현지 경찰에 연락하고 있다.“마피아 잔당이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했습니다! 전방 통로를 봉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공항은 순간 계엄 상태에 들어섰고 출발하려던 비행기는 어쩔 수 없이 무한 대기에 들어갔다.한편, 예나는 뒤통수가 심하게 아프고 강렬한 흔들림에 불편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예나는 지금 좁은 공간에 갇혀있고 기복도 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그리고 몇
예나는 들어가자마자 두 손이 꽁꽁 묶였다.예나가 발버둥을 치자 괴한은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한 번만 더 움직이면 손가락 잘려버릴 거야!”괴한의 목소리는 음침하고 더없이 차가웠다.예나는 괴한의 말이 결코 거짓인 것 같지는 않았다.일단 계속 발버둥 친다면, 이 사람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예나에게 손을 댈 것이다.불행 중 다행으로 괴한들은 수아에게 관심이 없었고 수아까지 납치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수아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 예나는 지금처럼 이성을 부여잡고 차분할 수 없었을 것이다.두 괴한은 예나를 꽁꽁 묶고 나서 단층집 밖으로 나갔다.이 단층집은 아주 작고 창문 하나 없이 작은 출입문밖에 없다.예나가 한창 탈출 계획을 생각하고 있을 때,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온몸에 검은 두루마기를 두른 여자가 음흉한 눈만 드러내고 서서히 들어왔다.“엘리자?”예나는 순식간에 여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예나가 알아본 이상 엘리자도 더 이상 위장하지 않았다.엘리자는 즉시 온몸을 두른 검은 두루마기를 찢고 음산한 얼굴을 드러냈다.“허, 미친 X! 언젠가는 네가 내 손에 잡힐 거라고 말했는데, 이제 믿겠어?”예나는 조용히 엘리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보란 듯이 저를 이곳으로 납치해 온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알기나 해요?”“결과? 내가 그딴 결과에 신경 쓸 것 같아?”엘리자는 미친 듯이 웃었다.“트레이북이 우리 아빠 죽였어. 내 밑에 있는 부하들도 모두 잡혀갔어. 지금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는 X이 눈에 보이는 게 있을 것 같아?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트레이북이 가장 신경 쓰는 여자가 너잖아. 난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 그 사람이 너를 찾아냈을 때 완전한 시체 한 구도 품에 안지 못하게 산산조각 내버릴 거야! 그 사람이 가슴 찢어지게 우는 모습도 평생 지옥에서 발버둥 치며 사는 모습도 똑똑히 지켜 볼거야! 하하하!”엘리자의 말을 듣고 예나는 입술을 오므렸다.예나는 엘리자가 정말로 결과를 따지지
엘리자는 앞으로 다가가 피투성이가 된 예나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스쳤다.엘리자의 손끝에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나타났는데, 엘리자는 그것을 예나의 피부 속으로 꾹 눌렀다.두 눈을 감고 있던 예나는 눈을 뜰 뻔했고, 지나친 아픔으로 심장이 당장이라도 멈출 듯했다.하지만 예나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버티며 눈을 뜨지 않았다.“됐어, 옆방으로 끌고 가서 놀고 싶은 대로 놀아. 근데 목숨은 내가 해결할 수 있게 남겨 놔.”괴한은 엘리자는 말을 듣고 더 이상 욕정을 숨길 수 없었다.두 사람은 앞을 다투어 앞으로 나가 예나의 팔목에 묶은 밧줄을 풀었다.그리고 예나를 끌고 옆방으로 걸어갔다.바로 이때 예나는 두 눈을 번쩍 떴다.예나는 팔꿈치를 무기로 삼아 그중 한 괴한의 목을 호되게 쳤다.그러자 괴한은 비명을 지르며 땅에 쓰러졌다.예나는 재빨리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긴 막대기를 주워 다른 괴한의 어깨를 세게 내리쳤다.괴한이 연이어 쓰러지자 예나는 감히 더 머물지 못하고 발걸음을 내디디면 가려고 했다.“멈춰.”뒤에서 엘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차갑고 새까만 총구가 예나의 뒤통수에 닿았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 천한 X이 이렇게 쉽게 기절할 리가 없지!”엘리자는 예나의 관자놀이를 가리키며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엘리자의 얼굴은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도망가려고? 그게 쉬울 것 같아?”엘리자는 손을 들어 예나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아직 아물지도 않은 칼 상처에 충격이 더해지자 또다시 피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뚝뚝-피는 끊임없이 예나의 옷으로 떨어져 옷을 물들였다.“도망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네 다리 내가 확 잘라버릴까? 그럼,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겠지?”엘리자는 예나의 머리카락을 잡고 집안으로 끌고 갔다.예나는 짙어지는 통증에 눈을 가늘게 뜨고 곁눈질로 밖을 보았는데, 수풀 속에 여러 그림자가 가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절망으로 달리고 있던 예나의 마음에 마침내 한 줄기의 빛이 들어왔다.“잠깐만요!”
예나는 떨고 있는 현석의 손끝을 잡고 입꼬리를 올렸다.“나 괜찮아요. 피가 좀 많이 흘러서 심각해 보이는 것뿐이에요.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돼요.”현석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예나를 가로질러 안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의사는 얼굴의 혈흔을 깨끗이 씻어주었는데, 왼쪽과 오른쪽에 약 서너 센티미터 길이의 흉터가 각각 남았다.현석의 두 눈에는 밀려오는 슬픔과 후회가 가득했다.예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괜찮은 척하며 말했다.“현석 씨 얼굴에는 흉터가 하나 있고, 내 얼굴에는 두 개나 있네요. 얼굴에 흉터 있는 사람끼리 앞으로 잘 지내봐요.”현석은 내내 침묵만 유지했지만, 예나를 품에 꼭 껴안았다.차라리 모든 흉터가 자신의 얼굴에 있었으면 하면 현석이다.자신이 미움을 받을지언정 예나의 얼굴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미녀의 대명사였던 예나는 늘 거울을 즐겨 보았고 항상 자기 얼굴을 자랑스럽게 여겨왔었다.평생 예쁜 얼굴로 지내왔던 예나인데, 어떻게 얼굴이 망가진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나나야, 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다시는!”현석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예나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현석의 말에 예나는 눈가가 촉촉해졌다.사실 예나는 괜찮다고 느꼈다.미녀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추녀로 살아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라고 생각했다.만약 행인들의 이상한 시선을 견딜 수 없다면 성형하면 그만이다.다만 예나의 흉터는 콧대를 지나가서 성형하기도 매우 어려울 것 같다.다행히 예나는 그렇게 개의치 않았다.왜냐하면 예나의 인생에는 외모보다 신경 쓸 만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예나는 얼굴의 흉터에 약을 바른 후 거즈 붕대로 싸맸다.상처 치료를 다 받고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예나는 병원 입구에 이르자마자 상처가 좀 가렵다고 느껴졌다.“왜, 아파?”현석은 마냥 걱정스러워 조심스레 물었다.“좀 간지러워요.”예나는 거즈를 사이에 두고 상처를 만졌다.“벌써 아물기 시작한 걸까요?”“성남시로 돌아가서 다시 검사해 보자. 이쪽 의
경호팀 팀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총을 만져만 보라고 했을 뿐인데, 총은 어느새 수아의 품에 들어가 있었다.그는 조금 겁이 나서 권총을 가져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엄마 아빠 오셨어, 얼른 탑승하도록 해.”그렇지 않으면 그는 얼떨결에 이 총을 수아에게 선물로 줄까 봐 걱정되었다.엄마 아빠가 왔다는 말에 아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예나를 보고 홀가분했던 분위기는 순간 좀 억눌러졌다.침묵을 깨뜨리고 제훈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 다쳤어요?”“괜찮아.”예나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미소를 지었다.“넘어진 바람에 얼굴에 상처를 좀 입게 됐어. 약도 발랐으니, 며칠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세훈은 예나의 상처를 꽁꽁 싸맨 거즈 붕대를 보았는데, 여러 겹이나 되어 있었다.한눈에 봐도 옅은 상처가 아니었다.하지만 진실을 숨기려는 예나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세훈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저희 얼른 탑승해요! 성남시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세윤도 무심코 환호성을 질렀다.“드디어 간다! 성남시로 가면 할머니도 볼 수 있어요!”그렇게 현석네 일가족은 순조롭게 헬기에 올랐다.헬기는 구름층을 가로지나 10시간 만에 드디어 성남시 공항에 도착했다.예나는 이번 귀국 일정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현석은 공항 입구에서 차 한 대를 세웠고 여섯 사람은 택시를 타고 강씨 별장으로 향했다.저녁 6시, 석양이 대지에 쏟아졌을 때, 차는 별장 입구에 세워졌다.하인은 별장 입구에서 왔다 갔다 하며 바삐 돌아쳤는데, 모든 것은 떠날 때와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다만, 현석네 일가족이 별장 입구에 나타났을 때 모든 하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특히 양 집사는 눈시울까지 붉어졌다.‘도련님!’비록 현석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양집사는 단번에 알아보았다.양 집사는 눈가에 흘러나온 눈물을 닦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다가왔다.철문을 활짝 열고 양 집사는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