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가 고개를 들자, 네 아이와, 민준, 카엘, 피터 총 일곱 명이 컴퓨터를 둘러싸고 앉아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이 한순간에 빨개졌다.“그런 말 마요. 끊을 게요.”[오늘 저녁 보러 갈게요.]현석의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예나 씨. 보고 싶어요. 만나면 안 될까요……?]이런 직설적인 작업 멘트에 예나는 가슴이 떨려왔다.그녀는 이러다가 심장에 무리가 갈까 봐 빠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어, 왜 끊었어요?”“엄마, 아빠가 말을 채 하지 못했는데, 왜 끊었어요?”아이들이 거실에서 소리쳤다.예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표정을 굳힌 뒤에 거실로 들어섰다.“앞으로 엄마 통화 내용 엿들으면 안 돼.”수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이 발견한 점을 말했다.“엄마 귀가 엄청 빨개요.”“어어, 진짜네. 엄마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예요?”세윤이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해서 엄마가 부끄러운 가봐.”“…….”‘이 녀석들 눈치가 왜 이렇게 빨라?”제훈이 얌전하게 앉아 물었다.“아빠가 저녁에 올 까요?”“맞아요! 아빠가 엄마 보러 온다고 했어요!”수아는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퐁퐁 뛰었다.“그러면 수아도 아빠 볼 수 있어요!”세윤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드디어 아빠를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너무 기뻐요!”세훈이 마른기침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까 아빠가 한 말 못 들었어? 아빠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올 거라고 했어. 우리는 끼지 말자.”수아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왜 끼면 안 되는 거야?”“우리가 엄마 아빠 연애에 방해가 되니까.”세훈이 설명했다.“근데 우리는 방해하지 않을 건데…….”수아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수아는 구석에서 아빠 얼굴만 봐도 좋은데.”수아의 눈망울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예나는 허리를 숙여 수아를 다독이며 말했다.“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같이 아빠 기다릴까?”수아와 세윤이 다시 폴짝폴짝 뛰었다
안방은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도예나는 남성의 강한 호르몬 냄새를 맡았다.처음에는 현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자기 팔을 잡아당기는 힘이 너무 세서 그녀는 팔이 끊어질 것 같았다.기억을 잃기 전의 현석이든, 기억을 잃은 현석이든, 절대로 그녀에게 이렇게 거칠게 대한 적이 없었다.예나는 몰래 남자가 있는 방향으로 의자를 발로 찼지만, 그 사람은 쉽게 몸을 피했다.어둠 속 남자는 화가 많이 난 듯싶었는데,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바로 침대로 끌고 갔다.거대한 그림자가 그녀의 위로 내려앉았다.“도예나. 이곳에서 꽤 재밌게 지냈나 봐? 내 생각은 했었어?”낮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예나의 귓가에 울렸다. 예나는 눈을 크게 뜨고 상대를 살폈다.그녀는 바로 팔꿈치로 남자의 목을 가격하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호신술 배운 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고, 지금 나한테 함부로 대했다가는 당신이 크게 다칠 수가 있어.”“그래?”남천이 주머니에서 검은색 물체를 꺼내 예나의 이마를 노렸다.“지금도 내가 널 이기지 못할 거로 생각해?”검은색 차가운 물건,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도예나는 자기 이마를 노리는 물체가 무엇인지 빠르게 눈치를 챘다.미약한 달빛을 빌려 그녀는 남천의 차갑고 정교한 얼굴을 확인했다.“이 먼 곳까지 찾아와 내 시체를 거둬갈 생각은 아닐 텐데.”“당연히 널 죽이지는 않을 거야. 아직 널 가지지 못했으니까.”남천은 천천히 총을 아래로 겨누며 그녀의 옷깃을 들쳤다. 검은색 총이 그녀의 쇄골로 향했다.“빨리 벗어!”예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강남천, 당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아?”“당연하지.”남천이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넌 너에 대한 내 감정을 이용해 여태껏 날 속였어. 널 사랑하게 했으니 네 몸도 내 것이야. 내 인내심은 이미 바닥났고, 셋 셀 테니 옷을 벗어. 안 그러면 옆방에 가서 아이들부터 죽일 테니까.”예나가 이를 악물었다.“결국 너희 가문 핏줄인데 어떻게 그런 미친 짓을 할 수가 있어?”
남천은 허리를 숙여 예나의 입술을 깨물려고 했다.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키스하지 마!”“왜 내가 역겨워?”남천이 그녀의 턱을 낚아채며 말했다.“도예나, 난 네가 싫어하는 모든 걸 할 거야. 그러면 넌 날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래야 네가 내 옆에서 도망가지 못할 테니까.”예나가 그를 노려보았다.“당신은 현석 씨한테 죄책감이 느껴지지도 않아?”“이미 죽은 사람한테 죄책감을 느껴서 뭐 해?”남천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그리고 이제 와서 죽은 사람 이름 꺼내지도 마.”예나가 눈을 내리깔았다.‘현석 씨가 살아있다는 걸 남천은 아직 모르고 있어.’‘그렇다면 이걸 이용하면 돼…….’한참 고민하는데 남천의 고개가 어느새 그녀의 목 가까이에 다가왔다. 1센치 거리를 남긴 상태에서 안방 베란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찬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예나의 위에 올라탄 남자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남천의 살기가 도는 눈빛이 금색 가면을 쓴 남자에게로 향했다. 가면을 쓴 남자는 베란다에서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금색 가면, 검은색 외투…… H 지역 근처…… 남천은 원래 이곳에서 살던 사람인 만큼 금색 가면의 존재를 빠르게 눈치챘다.“트레이북, 날 구해줘요!”예나는 빠르게 외투를 챙겨 입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방 안으로 들어선 현석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베란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한 남자가 예나의 위로 올라타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순간 그는 분노에 휩싸였다.첫 번째로 든 생각은, ‘배신’이었다.그러나 예나가 구해달라고 하자, 그는 자기 여인이 다른 사람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빠르게 허리에서 총을 꺼내든 현석은 남천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오른쪽 손목을 노렸다.예나는 방안을 진동하는 피비린내를 맡았다.“그래, 아주 좋아!”남천은 오른손 부상으로 허리춤의 총을 꺼내지도 못한 채로 말했다.“도예나, 너 재주가 아주 좋아. 벌써 마피아 우두머리를 꼬시다니. 내가 널 너무 쉽
현석의 말을 끝으로 방안은 정적이 찾아왔다. 방안에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매서운 바람 소리만 들렸다.예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가 결혼하던 날, 당신은 실종됐어요. 그리고 남천은 당신의 신분으로 강씨 가문에 들어왔고, 당신의 집에서 내 남편과 아이들의 아버지 노릇을 하고, 당신의 회사까지 손에 넣었어요…… 당신은 이곳에 버려졌고, 당신이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기구한 운명을 가지게 되었죠…….”그녀의 목소리가 현석의 귓가에 윙윙 울렸다. 그의 머릿속에 파편 같은 기억들이 떠올랐다.파편 같은 기억은 마치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식은땀이 그의 이마 위로 뚝뚝 떨어졌다.“현석 씨, 왜 그래요?”예나는 다급하게 그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물었다.“머리가 너무 아파요.”현석은 두 눈을 꼭 감았다.“많은 기억이 어딘가 억눌러져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기억나지 않으면 그만해도 돼요.”예나는 그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그냥 당신이 제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버지고, 당신에게 행복한 가족이 있다는 것만…… 알아줘요. 당신이 H 지역 쪽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나면 우리 가족은 다시 돌아갈 수 있어요.”현석은 강제로 기억을 떠올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안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을 모두 잊은 채 살고 싶지 않았다…… 자기 아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통스러워하는 현석을 보며 예나도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일단 마피아 일부터 처리하고 강남천을 상대하는 게 좋겠어요. 적어도 강남천 일은 마피아 쪽보다는 수월할 듯싶으니까요.”“그동안 고생 많았어요.”현석은 예나를 끌어안았다.그는 방금 남천과 예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남천의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게 손에 피를 묻히며 살아가는 사람 같아 보였다.그리고 현석은 이런 그녀가 어떻게 남천 옆에서 버텼는지 상상도 가
현석은 네 아이들을 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네 명을 동시에 만나니 전해지는 감동이 두 배였다.현석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아빠가 미안해. 엄마도, 너희들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엉엉, 아빠는 나쁜 사람이에요.”수아는 현석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세윤이도 울먹였다.“아빠, 또 갑자기 사라질 거예요?”현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다시 그럴 일 없어.”‘다시는 내 아내와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세훈의 눈꼬리도 빨갰다.“아빠, 우리 언제 집으로 돌아가요?”“여기 일들 처리되는 대로 아빠랑 집에 돌아가자.”현석이 크게 팔을 벌려 네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제훈은 작게 몸부림치며 말했다.“아빠, 엄마가 고생 많이 했어요. 앞으로 엄마한테 잘해야 해요.”현석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당연하지.”아이들을 껴안고 있는 현석을 본 예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평범한 일상이었던 이 모습이, 왜 이렇게 감동적인 거지?’아이들은 소란에, 잠에서 깨어났던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꾸벅꾸벅 졸았다. 현석은 한 손에 아이 한 명을 안아 들고, 두 번 만에 아이들을 모두 방안에 눕혔다.방은 점점 깊어져 갔다.“예나 씨, 정말 미안해요.”현석은 예나를 품에 앉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마피아 쪽 일은 나한테 일주일 동안의 시간을 줘요. 일곱 날 동안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날 찾으러 오지 마요.”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일주일만 더 기다릴 게요.”현석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고 베란다 창가로 뛰어내려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예나는 깜깜한 밤하늘에 그의 일이 무사히 끝나도록 묵묵히 빌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석은 마피아 핵심 구역에 위치한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부터 입구 앞에 누군가 서성이는 게 보였다.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새벽 네 시에,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지?’그는 천천히 다가갔다.발걸음 소리의 입구에 서 있던 사람이 고개를 홱 돌리며 믿기
“대장로 부하들은 총 몇 명인데?”트레이북이 차갑게 물었다.엘리자는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답했다.“고위 장교 8명, 중급 장교 23명, 그리고 기타 군부 사람들 200여 명.”현석의 눈빛이 더 섬뜩해졌다.예나에게 준 명단의 인수보다 배로 사람이 많았다…….‘정체를 정말 잘 숨기고 있었나 보네…….’‘언제든지 내 통수를 노리고 있던 사람들일 텐데, 이젠 모두 처리할 때가 되었어.’그는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세 날 뒤, 그 사람들이랑 강가에서 만나. 난 대장로를 데리고 올 테니.”“약속 지켜.”엘리자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그녀는 트레이북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숨겨진 분노를 드러냈다.‘지금껏 대장로 딸로 떵떵거리며 살아왔는데, 감히 너 따위가 뭐라고.’엘리자는 허리를 숙여 차 안으로 올라타며 전화를 걸었다.“모든 사람들을 집합시켜. 세 날 뒤, 강가. 기억해, 트레이북은 반드시 생포해야 해.”그녀는 트레이북의 무릎을 반드시 꿇리고 싶었다.자신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새벽의 어둠이 점점 가시고, 동쪽 하늘에서 동이 트기 시작했다.현석은 서재 문서를 뒤적거리며 필요 없는 문서는 분쇄기에 넣었고, 나머지는 잘 정리해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현석이 자리에 앉은 지 어느새 세 시간이 지났고, 오전 8시가 되었다.조용하던 별장도 북적거리기 시작했다.현석은 밤을 새웠지만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는 정장을 갈아입으며 말했다.“레이, 날 따라와.”레이는 구석 자리에서 한 걸음 걸어 나와 명을 받았다.“네.”두 사람은 나란히 별장을 벗어났다. 사람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레이를 살폈다.트레이북에게 숨겨진 경호원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경호원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터라 다들 궁금해했다. 하지만 레이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레이가 운전한 차는 Y국 변경안의 어느 오페라하우스 앞에 멈춰 섰다.음악회는 이미 시작된 듯싶었다. 은은한 피아노
스위프트 여왕은 현석의 손목을 지그시 잡으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누구와 좀 닮은 것 같아서 그래요…….”현석은 자기 팔을 쭉 빼서 여왕의 손길에서 벗어났다.“죄송해요,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스위프트 여왕은 눈길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제야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았다.이어진 대화는 아주 순조로웠고 둘은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수단, 그리고 사건 종료 후 어떻게 권력을 나누어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논했다…….“스위프트 여왕님, 그럼, 이틀 뒤 뵙도록 하겠습니다.”현석은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가면을 고쳐 쓴 뒤 하우스를 벗어났다.스위프트 여왕은 계단에 기대고 서서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다가 눈물을 쏟아냈다.그녀는 새로 부임한 마피아 우두머리가, 자신의 죽은 남편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얼굴 상처 깊이 마저 똑같았다…….그녀가 서른 살이 되던 해에, 남편은 그녀를 지키고 그만 목숨을 잃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시절 남편의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그리웠던 그 얼굴이 트레이북과 겹쳐 보였다…….오페라 하우스를 벗어난 뒤 현석은 레이한테 Y국 최대 규모의 놀이공원으로 운전하라고 했다.차에서 내린 그는 길가 벤치에 앉아있는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옆에는 네 명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있었다.금색 가면을 벗고 까만 마스크를 착용한 현석이 빠르게 그곳으로 걸어갔다.“와와! 아빠가 진짜 왔어요!”세윤이 제자리에 퐁퐁 뛰며 말했다.예나도 그를 확인하고 입꼬리를 올렸다.아침 일찍 그의 연락을 받은 예나는 이곳에서 만나자는 그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걱정했었다.그런데 그는 약속을 지켰다.그의 앞으로 다가간 예나가 말했다.“일은 끝났어요?”현석은 자연스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끝났어요. 오늘 내 시간은 모두 당신과 아이들 거예요.”“아빠, 안아줘요!”수아가 짧은 두 팔을 벌렸고, 두 다리를 아등바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는 건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그래서 현석은 빠르게 검은색 마스크를 벗었다.직원은 다시 허리를 숙여 사진을 찍으려 는데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카메라 렌즈를 통해 확인한 그의 얼굴에는 긴 흉터가 있어 두렵고 흉악한 인상이었다. 거기에 눈빛은 또 얼마나 날카로운지 마치 비수처럼 찔러왔다.‘이 눈길, 어딘가 익숙해.’‘마피아 우두머리, 트레이북이 바로 이런 눈길을 가졌지. 네티즌들이 죽음의 눈길이라는 별명을 지어줬을 정도니까.’“아!”직원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를 들고 도망을 갔다.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여섯 명은 눈만 깜박거렸다.“직원분이 아빠 때문에 놀라셨나 봐요.”세윤이 큰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아빠 얼굴 흉터가 조금 무서워서 저도 처음 봤을 땐 놀랐는 걸요.”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마법을 배워서 흉터 지워주고 싶어요.”세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지금은 의학이 많이 발달해서 좋은 성형외과 가면 지울 수 있을 거예요.”제훈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평범한 상처는 병원에 가면 지울 수 있을지 몰라도 현석의 얼굴 흉터는 누군가 일부러 안면 신경이 많은 부위를 찌른 흉터였다.‘이런 흉터면, 성형외과 진료를 받는다고 해도 완벽히 지울 수 없을 거야…….’네 아이의 각기 다른 눈길을 보며 현석은 처음으로 얼굴 흉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다.그리고 예나의 허리를 감싸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당신도 내 흉터가 무섭나요?”“그럴 리가요.”예나가 웃으며 말했다.“이 흉터는 영광의 상처잖아요.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요. 오히려 이런 당신의 옆에 있으면 안정감이 들고 좋아요. 나쁜 사람들이 당신 흉터만 보고 도망갈 테니 저와 아이들은 걱정이 없어졌어요.”세윤이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맞아요, 이젠 나쁜 사람들이 하나도 안 무서워요!”수아도 현석의 목을 끌어안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저도 아빠 얼굴에 흉터가 있어도 괜찮아요. 아빠가 우릴 지켜줄 테니깐요.”현석의 얼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