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어두워지지 않았는데 벌써 급한 거예요?”남자는 조금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이 흥미로워 보였다.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이런 말투로 상대에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아까 철렁 내려앉았던 가슴이 찌릿하고 아파졌다.그녀는 차갑게 그의 팔을 내치고 침대 서랍에서 두 장의 문서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사인해요.”여전히 미소 가득하던 강남천의 얼굴은 문서를 확인하고 차갑게 굳었다.“지금 저랑 이혼하려는 거예요?”“저는 당신을 사랑해서 결혼하려고 했어요. 이제 사랑하지 않으니 이혼하는 게 맞겠죠.”도예나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이혼이 기업과 아이들에게 줄 타격을 생각해서 대외적으로는 이혼 사실을 밝히지 않도록 하죠. 아이들이 적어도 8살이 되고 나서 알려줄 생각이에요. 그전까지는 이 별장에서 머물며 아내와 엄마의 의무를 해줄게요.”강남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날 그렇게 사랑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마음이 변했다고 하면 제가 믿을 것 같아요?”“당신도 날 사랑하지 않잖아요.”도예나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냉소했다.“당신은 하룻밤 사이에, 나에 대한 사랑을 저버렸죠. 저는 이 사랑을 정리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어요. 이 감정에 있어 더 차가웠던 건 당신이에요.”강남천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이 여자,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걸.’도예나처럼 별 볼 일 없는 가문의 사람이 강씨 가문에 시집을 왔으면 앞으로의 인생은 탄탄대로일게 뻔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모든 걸 포기하다니.‘내 사랑이 강현석보다 못하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내 관심을 갈구하는 게 정상 아닌가?’그러나 그녀는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그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서류를 꺼낸 걸 보아 아마 서류는 훨씬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내가 싫다고 하면요?”도예나는 이런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이혼을 하면 당신은 자유에요. 당신이 다른 여자와 무엇을 하든 전혀 터치하지 않을게요. 기사로 나오지 않고, 아이들
“립스틱은 실수였어요.”강남천은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그는 도예나의 턱을 지나 천천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예나 씨, 이번 달은 제가 너무 바빠서 신경을 써주지 못했어요. 제 잘못이에요. 사과할 테니 용서해 주면 안 될까요”이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과거의 강현석이 겹쳐 보였다.그녀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지켜주고, 늘 존중해 주던 그 사람…….“예나 씨,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사랑하는 게 서툴렀을 뿐이에요.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될가요……?”남자의 손이 그녀의 얼굴로 향했고 차가운 입술이 점점 그녀에게 다가갔다.도예나는 머릿속이 윙윙 울렸다.다행히 이성을 되찾은 그녀는 그의 입술을 피했다.그녀가 자신을 외면하자 그의 눈에는 살기가 드러났다.강남천은 입술을 매만지며 천천히 말했다.“아직 이혼하지 않았으니, 당신은 제 법적인 아내가 맞잖아요. 남편이 아내에게 키스도 못 하나요?”도예나는 가까운 거리에 서서 그를 살폈다.방금 고개를 숙여 사과하던 모습은 과거의 강현석을 떠올리게 했다.그러나 그는 또 현재의 냉소적인 사람으로 바뀌어버렸다…….그의 몸 안에 서로 완전히 다른 두 인격체가 들어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그녀는 도대체 누가 진짜 강현석인지 의심이 되었다.“착하지, 거부하지 마요.”강남천이 다시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그는 다시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도예나는 당장이라고 도망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고 하고 싶지 않은 키스를 강제로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바로 그때!그녀는 남자 옷깃 아래…….그는 셔츠 윗 단추를 두 개나 풀어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다.결혼 일주일 전, 그녀와 강현석은 거의 매일 밤 붙어 지냈으며 심지어 샤워도 함께했었다.그러니 그의 몸 어디에 점이 있는지 까지도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일주일 전만 해도 그의 가슴팍에는 타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셔츠 너머로 낯선 타투가 보였다.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아까 저녁을 먹을 때도 그는 단 음식만 골라 먹었다. 탕수육, 양념치킨…… 평소의 강현석은 단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었다.아까 밥 먹는 자세도 한껏 늘어져 있었는데, 전혀 가문의 후손다운 자태가 아니었다.그 사람의 눈빛, 행동, 언어 모든 게 강현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잠시만요!”도예나가 갑자기 그를 붙잡았다.갑자기 붙잡힌 손에 강남천은 얼굴을 굳히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할 말이 남았나요?”“이혼하고 싶지 않다면서요?”도예나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매일 외박하는 건 이혼 사유에요. 그러니 오늘 밤은 이곳에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이인지 저도 다시 고민해 봐야겠어요.”강남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여기에서 당신이랑 한 이불 덮고 자도 돼요?”“네, 저는 상관없어요.”도예나가 무덤덤하게 말했다.“침대 시트 바꿔줄게요. 좋아하는 색깔 말해줘요.”강남천은 핑크 빛 침대를 바라보며 잔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도 나쁘지 않은걸요. 먼저 씻고 올게요.”그는 검은색 슈트를 냉큼 벗어 소파에 던져두고 욕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도예나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강현석은 평소 깔끔한 성격이었다. 씻기 전엔 외투를 모두 옷걸이에 걸고 나서야 욕실로 향했었다. 이처럼 옷을 함부로 벗어두는 건 평소의 그답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날이 벌써 어두워졌다. 강 부인은 네 아이들을 눕히고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있었다.도예나는 별채 밖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는 양 집사를 향해 걸어갔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에 물을 주는 양 집사의 기분이 퍽 좋아 보였다.“양 집사님, 요즘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잘 지내고 있나요?”도예나가 웃으며 물었다.“제가 요즘 너무 바쁘다 보니 유치원 선생님이랑 자주 연락을 못해서요.”사실 그녀는 날마다 유치원 선생님이랑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도련님과 아가씨 모두 아주 잘하고 있어요.”양 집사는 자랑스러워하며 입을 열었다.“큰 도련님과 셋째 도련님
강 부인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야 긴장했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그녀는 도예나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예나야, 모든 사람에게 다양한 얼굴이 존재하는 거야. 네가 회사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다정한 엄마인 것처럼,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져도 너는 여전히 네가 맞지 않느냐. 현석이도 마찬가지로 어떤 모습이든 내 아들이고, 네 남편이며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네, 어머님.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아들었어요.”도예나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을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자기 손을 빼며 강 부인에게 말했다.“현석 씨가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만 올라가 볼게요.”그녀는 큰 보폭으로 별장 안으로 걸어갔고 뚜벅뚜벅 2층 안방으로 향했다.강 부인은 두 손을 모아 하늘에 기도했다.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현석아, 엄마가 미안하다…… 네가 이미 떠나버렸으니 네 아내와 자식은 네 형이 지켜주게 하마…… 현석아, 엄마도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구나. 미안하다…… 미안해…….”그녀는 달을 향해 용서를 구했다.도예나는 안방 문 앞에 서서 한참이나 심호흡하고 문을 열었다.마침 강남천이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그는 샤워 가운 하나만을 걸쳤고 조명 아래 타투가 유난히 선명히 보였다.강남천은 침대 위로 털썩 앉더니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도예나를 위아래로 살폈다.“먼저 옷 좀 갈아 입을래요?”도예나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부탁할 게 있어요.”강남천은 입술을 매만지며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을 겨우 가라앉히며 말했다.“무슨 일인데요? 시간도 많이 늦었고 오늘은 이만 쉬는 게 어때요?”도예나는 표정 변화 없이 잠옷을 뒤적이며 말했다.“생리가 왔어요. 집에 여분 생리대가 없는데 마트에 가서 몇 개 좀 사줘요.”강남천의 얼굴이 구겨졌다.그러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이곳에 남아달라고 했던 건 내가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그녀와 강현석은 이제 막 결혼 생활을 시작했고 아직 서로의 속옷까지는 익숙하지 않았다…….도예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샤워를 마쳤다. 욕실에서 나오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강 부인이 초조한 얼굴로 거실을 오가는 게 보였다.“예나야, 회사에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현석이는 방금 막 떠났어.”강 부인이 급히 말을 이었다.“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내가 아주 혼쭐을 내주마.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너도 일찍 쉬고.”도예나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머니.”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피터, 심리 상담할 수 있어요?”“예나, 요즘 또 악몽 꾸는 거예요?”피터는 도예나의 해외에서 지낼 때 담당 정신과 의사였다. 그때의 도예나는 두 아이를 잃은 고통에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었다.그녀는 매주일마다 피터의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갔고 그렇게 천천히 고통을 이겨내며 4년을 보냈다…….도예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는 이제 악몽을 꾸지 않아요. 제 친구가 있는데요…… 평소에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요즘엔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처럼 언행이 거칠어지고 일상적인 습관도 달라졌어요. 피터, 이걸 심리학적으로 저한테 해석해 주실 수 있나요?”피터는 머리를 조금 앓다가 말을 이었다.“중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어요. 강산이 변하기는 쉬워도, 사람의 본성이 바뀌기는 어렵다. 사람의 성격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요. 다만…….”“다만?”“이중인격장애가 있다면 말이 다르죠.”피터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한 사람의 몸에 두 가지 인격이 들어있는 겁니다. 본체는 아마 자주 보이는 인격일 테지만 두 번째 인격은 자주 보이지 않았던 인격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변했다고 생각되는 이때에는 두 번째 인격이 몸을 장악하고 있는 거고요.”도예나가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되물었다.“왜 이중인격이 생기게 되는 거예요?”“어릴 때 겪었던 트라우마, 예를 들어 부
“사모님, 왜 더 주무시지 않고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양 집사도 막 일어난 시간에 도예나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오늘은 회사를 안 나가도 되어서 아이들 아침이나 해주려고요.”도예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양 집사님은 뭘 좋아하세요? 함께 만들게요.”“아니에요, 아니에요.”양 집사는 몸 둘 바를 몰라 황급히 손을 저었다.“제가 옆에서 사모님을 도울게요.”도예나는 양 집사의 말에 괜찮다고 하며 주방으로 향했다.강씨 별장으로 들어온 후 그녀는 적어도 하루 한 끼는 꼭 직접 했다. 아침이거나, 저녁 식사 위주로 그녀는 요리했고 아이들은 그녀의 요리를 아주 좋아했다.‘그러고 보니 현석 씨가 내 요리를 안 먹은 지 꽤 되었네.’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달걀 프라이를 하고, 밥을 짓고 나서 강현석을 위한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그녀는 강현석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하트 틀로 프라이를 만들어 달걀 프라이를 하트 모양으로 만들었다.“양 집사님, 저 나갔다 올게요.”도예나는 샌드위치를 도시락통에 담고 별장을 나섰다.그 모습에 양 집사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이 자주 외박하시는데 도예나와도 냉전을 하고 있어 양 집사는 그동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지금 도예나가 한발 다가가는 게 어쩌면 관계 회복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양 집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별장에 또다시 웃음소리 가득한 날이 돌아오기를 기도했다.도예나는 강씨 그룹으로 운전했다.시간대가 마침 출근 시간이었던 지라 그녀의 등장은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결혼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도예나였다.“뵜어? 저 사람이 바로 우리 그룹 사모님이셔!”“불화설이 웬 말이야, 사모님께서 이렇게 회사에도 찾아오시는데!”“대표님을 위해 도시락을 가지고 오셨나 봐. 너무 부러워!”“아침부터 부러워 죽겠네!”“……”도예나는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에도 침착하게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는 1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그녀
“제 앞에서 무슨 말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차가운 목소리가 그들 뒤로 들려왔다.비서실 사람들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주 비서가 천천히 고래를 돌리자, 문에 기대어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도예나가 보였다.“사, 사모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주 비서가 다급하게 손에 들린 커피를 내어주며 말했다.“사모님, 커피 드세요.”도예나는 커피를 받아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듣자 하니 강 대표가 외국 여자랑 바람이 났다고요?”“사, 사모님. 잘못 들으셨어요!”주 비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그냥 연예인 소식을 말하던 중이었어요. 대표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도예나는 사람들을 살피다가 검은색 정장을 입은 비서를 가리키며 말했다.“당신이 아까 그렇게 말했잖아요. 저랑 사무실에서 얘기 좀 해요.”검은색 정장의 비서가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그녀는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고 싶어졌다.‘왜 하필 대표님 얘기를 해서…….’‘현장에서 잡히다니 정말 죽을 맛이야!’“사, 사모님. 죄송합니다…….”비서는 몸을 벌벌 떨며 말했다.“제가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다시는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겠습니다…….”도예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강 대표에 대해 물어보려는 것뿐인데 뭘 그렇게 놀래요?”“궁금한 게 있다면 나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강남천이 천천히 걸어왔다. 긴 다리로 걸어오는 그에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졌다.비서들은 강 대표 등장에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간절한 눈빛을 보내왔다.“대표님, 사모님. 그럼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시고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주 비서는 다른 비서들을 이끌고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강남천의 까만 눈동자가 도예나를 향했고 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침부터 내 사무실에서 기강을 잡다니 이젠 비서들한테도 질투가 나는 거예요?”그의 비웃음에 도예나는 마음이 아파졌다.그녀는 강현석이 지금 병에 걸려서 그런 것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지금의 그는 자신을 사랑
도예나가 고개를 들어 표정이 전혀 읽히지 않는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어쩌면 이 방법이 본체를 불러오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하지만 그녀는 꼭 본체를 불러오리라 마음을 먹었다.“현석 씨, 그럼, 먼저 일 봐요. 저는 집에 돌아가 아이들이랑 있을게요. 오늘은 일찍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어요.”그 말을 끝으로 도예나는 도시락통을 들고 사무실을 벗어났다.도예나가 나가고 강남천은 바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자욱한 연기속 강남천의 표정이 착잡했다.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현석의 신분으로 살아간 한 달 동안 그는 그 어떤 여자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강남천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보좌관에게 여자 한 명을 데리고 오라고 시키려고 했다.이번에 새로 들어온 보좌관은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오른팔이었다.이전의 정 보좌관은 다른 계열사로 보내버렸다…….“형님!”강남천이 부르기도 전에 검은색 옷차림의 보좌관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큰일 났어요!”강남천은 담배를 끄며 사무실 문을 닫으라고 손짓했다.“무슨 일인데 천천히 말해봐.”“보름 전에 김두철이 죽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보좌관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그날로 조직 두목이 바뀌었어요. 김두철 바로 아래 녀석이 두목이 되었다는데…… 오늘 새벽 그 녀석도 암살당해, 지금 조직 두목이 또 바뀌었다고 합니다.”강남천이 조소했다.“멍청한 것들. 김두철이 죽고 나서 조직이 다시 자리를 잡자면 시간이 몇 년은 걸릴 것이다.”“새로운 두목이 오늘 아침 8시로 조직을 물려받았는데, 첫 번째 명령이 바로 모든 암거래를 중지하라는 거예요.”보좌관이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우리 거래는 모두 암거래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만약 그걸 금지한다면 저희는 더 이상 영업을 진행할 수 없게 돼요.”“웃긴 녀석이네.”강남천은 또 담배에 불을 붙였다.“암거래로 돈 버는 녀석들이 암거래를 중지시킨다고, 그럼 무슨 돈으로 조직을 키울 수 있는데? 새로운 두목이 내린 금지 사항은 전체 조직을 적으로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