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방의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도제훈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야 살금살금 방을 나섰다.그가 나가자마자 강세윤이 그를 계단 모퉁이로 끌고 갔다.“도제훈, 할 말이 있어.”강세훈과 수아도 옆에 있었다. 그들은 도제훈을 둘러쌌다.“세훈이 형과 내 의견은 모두 일치해. 수아도 그렇고. 그게 뭐냐면.”강세윤이 말했다.그건 바로 강현석과 도예나를 결혼시켜 여섯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게 함께 살자는 것이다.“싫어. 허락할 수 없어.”도제훈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네가 동의하지 않을 것을 알고 이렇게 너랑 상의하러 온 거야.”그러자 강세윤이 그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네가 아직 어려서 남녀의 정을 몰라서 그러는 것 같으니까 내가 잘 설명해줄게.”도제훈은 그를 한 번 훑어보았다.“정말 이해하는 거 맞아?”그의 눈빛에 강세윤은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이내 가슴을 곧게 펴고 자신있게 말했다.“흥, 나는 잘 모르지만, 우리 형님은 잘 알아. 그렇죠, 형?”“••••••.”강세훈이 알리가 없겠는가?하지만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제훈아, 아버지가 엄마를 많이 좋아하는 걸 너도 알고 있지?”“전 우리 엄마가 당신들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만 잘 알아요.”도제훈이 말했다.우리 엄마, 당신 아빠.도제훈은 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는 설령 강세윤과 강세훈과 잘 어울려지낸다고 해도, 그는 강씨 가문 사람들을 자기 친혈육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강세훈은 그의 뜻을 알차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어머니가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엄마와 4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저보다 엄마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도제훈은 당당하게 말했다.“엄마가 아빠를 사랑해서 아빠한테 시집가려는 거면, 저도 말리지 않아요. 하지만, 강씨 가문 사람들이 억지로 엄마를 이 집에 시집오게 하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그러자 강세윤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나도 엄마를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어.”“
강세훈은 도제훈의 손을 잡았다.“가자, 내 방으로 안내할게. 내 방에 좋은 물건이 많으니까 네가 분명 좋아할 거라고 믿어.”이어서 강세윤도 말했다.“수아야, 큰 오빠 따라서 큰 오빠 방에 갈래? 오빠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그는 슬그머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별장 마당으로 갔다.••••••강현석은 요리사의 지도하에 마침내 해장국을 끓였다.그는 해장국 한 그릇을 들고 방 문을 두드렸다. 몇 번이나 두드렸지만 방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그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그러자, 그는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도예나는 외투를 벗고 침대에 누웠는데, 얇은 셔츠가 위로 미끄러져 올라가 백옥 같은 팔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이윽고 술냄새가 천천히 풍겨 나왔다. 그녀의 뺨은 찬란한 석양처럼 붉게 물들었다.그 붉은색은 그녀의 뺨에서 목까지 번졌고 쇄골에는 핑크빛 광택이 났다.이불을 가슴에 딱 덮은 채 가쁘고 숨을 쉬고 있었다.그는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강현석은 마른 기침을 했지만 도예나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일어나요.”강현석은 천천히 두 걸음 다가서며 조용히 두 번 외쳤다.하지만 도예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그녀의 흰 피부는 매혹적인 광택이 감돌았고, 통통한 입술은 윤기가 났다. 그 모습에 강현석은 참지 못하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그의 엄지손가락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그는 힘겹게 손을 들어 도예나의 이마에 붙은 잔머리를 털어주었다.그의 동작이 너무 컸는지 도예나는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는 강현석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잠에서 깨어났다.“당신, 왜 여기 있어요?”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아직 강씨 가문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죄송해요. 술을 많이 마셔서 아직 제정신이 돌아오지 않았어요.”강현석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침대 옆 탁자에 있는 해장국을 가리키며 말했다.“마시면 좀 나아질 거예요.”도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나 다를까, 해장국 한 그릇을
“도련님, 뭐하세요?”집사는 눈앞의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쉿.”강세윤은 서둘러 집사를 끌고 풀숲 그늘에 쭈그리고 앉았다.“할아버지, 아버지께 절대 말하지 말아 주세요.”집사는 강세윤의 손에 있는 드라이버와 이미 공기가 빠진 타이어 몇 개를 번갈아 보았다. “도련님, 지금 도련님께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물론이죠.”강세윤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우리의 목적이 같으니 협력하는 게 어때요?”강세윤은 눈을 깜박거리더니 주머니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집사에게 건넸다.“아빠 차 타이어에 구멍을 뚫으면 차를 운전할 수 없어서 엄마를 집에 데려다주지 못할 거예요.”집사는 머릿속으로 강세윤이 강현석에게 혼 나 벌 서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나이가 들어 이게 무슨 짓인지, 이런 생각에 그는 드라이버를 다시 돌려주었다.“둘째 도련님, 차 일은 도련님에게 맡기겠습니다. 저는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집사가 일어나서 별장으로 걸어가는데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나란히 걸어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그 모습에 집사는 심장이 마비될 것만 같았다.“집사님, 방금 집사님의 비명소리를 들었어요. 무슨 일 있어요?”도예나가 물었다.“아니요. 괜찮습니다. 길고양이 때문에 조금 놀란 거 뿐이에요.”집사는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저는 할 일이 좀 있어서 먼저 들어갔습니다.”말을 마치자, 집사는 쏜살같이 1층으로 사라졌다.그 모습에 도예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만 집사님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연세가 많으시니 충분히 놀라셨을 수 있어요.”강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길고양이는 병균이 많으니 나가서 길고양이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알아볼게요.”도예나는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길고양이를 쫓아낸 후에 도제훈과 수아를 데리고 가도 늦지 않았다.그녀는 술을 마셔서 그런지 휘청거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막 차로 걸어가는데 검은 그림자가 불쑥 차 가장자리에서 튀어나왔다.
강현석은 피식 웃었다. 만약 강세윤이 그의 맘에 들지 않는 짓을 저질렀다면 그는 분명 강세윤을 적어도 두 시간 동안 혼냈을 것이다.“제 아들인데 어떻게 그를 혼내줄 수 있겠어요?”강현석이 말했다.“지난 4년 동안 일이 너무 바빠서 두 아이에게 소홀했어요. 만약 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신이 얼마든지 지적해 주세요.”그의 말에 도예나는 정신이 멍해졌다.그녀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강현석은 강세윤과 강세훈이 그녀 집에서 자고 싶다면 잘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강현석은 아이들의 교육을 전부 도예나에게 맡기겠다고 한다.강현석은 항상 도예나를 존중해 왔다.하지만 오히려 그녀는••••••수아와 강현석이 너무 친한 것을 보면 질투하고 걱정했다.아이들이 강씨 가문에서 살자고 했을때, 그녀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그녀는 심지어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몰래 성남시에서 멀리 도망가서 이 남자가 다시는 아이를 빼앗을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이렇게 비열하지만, 강현석은 오히려 모든 선택권을 그녀의 손에 넘겨주었다.도예나는 입술을 오므렸다.“당신은 이미 아주 잘하고 있어요. 세훈이는 너무 훌륭하고, 세윤이는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들의 가장 큰 행운은 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다는 거예요.”그녀의 말에 강현석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버렸다.많은 사람들이 그를 모든 자격을 갖춘 아버지라고 말했지만, 도예나만이 그가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부성애보다 어린 아이에게 더 필요한 것은 모성애예요.”“그럼 오늘 밤은 하룻밤 자고 갈게요.”도예나가 말했다.그의 말에 강현석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해장국을 마셨는데도 머리가 좀 무거워서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아요. 그럼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강현석은 깜짝 놀라며 별장 문을 열어주었다.그때, 도예나는 텅 빈 거실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세윤이를 불러오세요. 제가 잘 얘기해 볼게요.”강현석은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세 아이는 강세
강세윤은 손가락을 접으며 강현석의 장점을 낱낱이 열거했다.그러자 강현석은 헛기침을 했다. “그만해, 입 다물어. 네가 말할 필요 없어.”“••••••.”‘왜 강세윤의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지?’하지만 도예나는 왜 강현석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녀는 아무래도 강현석이 좋아하는 것이 자신의 몸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런 생각에 도예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강세윤, 엄마 차 타이어가 펑크가 났는데, 이 일이 너와 관련이 있는 거야?”그녀의 말에 강세윤의 머리가 요동쳤다.“저 아니에요.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그의 말에 강현석의 표정은 한껏 차가워졌다.도예나는 그런 강현석의 표정을 눈치채고 강세윤에게 몇 걸음 더 걸어갔다.“강세윤,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해.”도예나는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했다고 해도 엄마는 널 탓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엄마는 진실을 듣고 싶어.”"거짓말하면 엄마가 저를 싫어할 거죠?”“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 다 좋아해.”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하지만 만약 네가 거짓말을 하는 습관이 있다면 엄마는 매우 실망할거야. 엄마는 네가 그런 아이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미안해요, 엄마••••••. 전 그냥 엄마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엄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몰래 타이어를 펑크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괜찮아. 잘못을 알고 고치면 착한 아이야.”도예나는 강세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짓을 하면 안 돼, 알았지?”강세윤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도예나는 부드럽게 그를 품에 안았다.강현석은 이 광경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다.예전에 강세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가 아무리 심문해도 이 녀석은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끝내 벌을 받는걸로 일을 끝맺었다.그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엄마, 사실 또 한 가지 잘못한 게 있어요.”강세윤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제가 자백하면
게다가 하면 그만이지, 강세윤이 자백하게 한다니?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그게••••••, 제 실수예요. 실수로 침대에 걸려 넘어져서.”집사는 코를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늦었으니 전 이만 자러 갈께요. 아이참, 늙어서 졸음이 쏟아지는 건 못 견디겠더라고요.”집사는 나이를 한탄하다가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쿵 닫았다.“••••••.”그녀는 갑자기 집사가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알았다. 정말이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아빠, 전 형이랑 같이 놀러 갈게요.”강세윤은 도예나의 손에서 벗어나 쏜살같이 위층으로 올라갔다.거실, 도예나와 강현석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잠시 후, 도예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집사님은 이미 주무시고, 고용인은 모두 없으니 제가 방을 정리할게요.”강현석은 방을 바꿔서 자도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도예나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입술을 오므리고 그녀를 따라갔다.가장 큰 방인 안방의 문은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풍겨나왔다.발을 들여놓자, 새하얀 침대 시트에 정체불명의 액체가 퍼져있는 것이 보였다.아이의 일에 있어서, 그녀는 항상 온화하고 인내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이라도 강세윤을 데려와 한바탕 때리고 싶었다.침대 시트와 이불을 모두 걷어내 바깥 복도에 던진 그녀는 고개를 들고 강현석을 바라보았다.“새 침대 시트랑 이불이 또 있나요?”강현석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잘 모르겠어요. 보통 어디에 두나요?”“••••••.”여기가 그녀의 집도 아닌데, 그녀가 어디에 두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당신이 평소에 어디에 두면 집사님도 같은 위치에 둘 거예요.”강현석이 한마디 덧붙였다.도예나가 옷장 문을 열자 옷장에서도 불쾌한 냄새가 가득 퍼졌다.옷장의 옷들도 모두 망가져버리고 말았다.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강현석의 얼굴빛은 한껏 어두웠고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냄새가 좀 심해서 세탁기로 깨끗이 빨고 햇볕에 쬐면 입을 수 있어요.”입을
도예나는 처음에 바람 때문에 문이 닫힌 줄 알았다. 하지만 강현석의 어두운 얼굴을 보자마자 갑자기 뭔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문으로 가서 미닫이문의 손잡이를 당겼다. 아니나 다를까,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다.“아빠, 엄마, 두 사람 오늘 밤에 같이 주무세요.”문밖에서 강세윤의 능구렁이같은 웃음소리가 들렸다.도예나는 어쩔 줄 몰랐다.“세윤아, 착하지? 어서 문 열어.”“아무것도 안 들려요. 제 귀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형, 빨리 와서 귀 좀 파주세요.”강세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재빨리 도망쳤다.잠시 후, 밖은 어느새 조용해졌다.도예나는 머리가 지끈 아팠다. 강세윤은 정말 장난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그녀는 도제훈에게 전화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려 하는데 강현석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그의 나지막하고 쉰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만약 이번에도 세윤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는 앞으로 매일 우리가 같이 자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매일 그가 이렇게 장난치기 보다는, 오늘 밤 그의 뜻대로 하게 하는 것이 나아요.”도예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전 어째 당신이 저랑 같은 방에서 자는 걸 원하고 있는 것 같죠?”콜록콜록-강현석은 두 주먹을 입술에 대고 기침을 했다. “당신은 어쨌든 제 아이들의 엄마니까 당신을 존중 해 줄게요. 안심하세요. 같은 방에 있어도 당신한테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도예나는 입술을 오므렸다. 처음 만난 이후 부터 지금까지 강현석은 그녀의 몸에 깊은 관심을 보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그녀는 강현석이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자기 몸만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다.도예나는 강현석이 남자로서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검은 정장차림에 하얀셔츠, 매서운 눈빛과 뚜렷한 이목구비는 불빛 아래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그의 그런 얼굴은 인생을 한순간에 뒤집기에 충분했다.그리고 그의 최근 행동은 그녀에게 많은 호감을 더해 주었다.지금과 같은
그녀는 불그스름한 입술을 오므리고 욕실의 창문을 통해서 소파에 누워있는 강현석을 바라 보았다.한 방에 같이 있게 되었으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아이의 아버지가 정말로 성인 군자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도예나는 욕실에서 나오면서 담 담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늘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아서 그런데 당신 옷을 입어도 될까요?”그 말에 강현석은 벌떡 일어나 옷장 앞으로 걸어 갔다. 하지만 옷장을 열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풍겼다.다행히 그의 방에는 옷장이 하나뿐이 아니었다. 그는 또 다른 작은 옷장을 열고 흰색 셔츠를 꺼내 내밀었다.“당신은 치마처럼 입을 수 있을 거예요. 내일 옷을 가져다 줄게요.”“고마워요.”도예나는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강현석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이윽고 욕실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욕실은 스크럽 유리 칸막이로 되어 있어 유리 창문을 통해 그녀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그는 시선을 거두려고 했지만 자꾸만 시선이 욕실로 향했다.그는 혈기 왕성한 남자였다. 어언 20여 년 동안, 오 년 전 그날 밤을 제외하고는, 그는 어떤 여자도 만진적이 없었다.강현석의 몸은 점점 더 뜨거웠다. 그는 뜨거운 기운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는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나갔다. 그러자 밖에서 찬 바람이 불어와 그는 비로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렇게 강현석 몸의 열기가 점차 물러갈 때, 욕실 안의 물소리가 마침내 멈췄다.강현석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도예나를 바라 보았다. 그녀를 보는 순간, 그는 갑자기 숨이 턱턱 막혀 왔다. 도예나는 그의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셔츠는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고 있었다. 셔츠가 통이 넓은 탓에 그녀의 몸매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바라 보면 바라 볼 수록 강현석은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혔다.속옷을 입지 않은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강현석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욕실에 들어간 그는, 도예나의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