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생신 축하드려요. 만수무강하세요.”도예나는 강 부인의 앞으로 다가가 선물을 건넸다.옆에 선 메이드가 선물을 받아 쥐고 연회장 중간에 놓인 탁자 위로 올렸다. 방금 새에 탁자 위에는 백여 개의 선물이 쌓였다.강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현석아, 소개 좀 해주지 않을래?”도예나는 강현석이 행여나 연인 사이라고 밝힐까 봐 걱정이 되었다. 아직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그래서 도예나가 빠르게 대답했다.“사모님, 저는 도예나라고 합니다.”강 부인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도예나,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언니가 여긴 무슨 일이에요?”도설혜가 걸어와 깜짝 놀란 듯 말했다.그녀는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강현석이 도예나와 함께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질투심에 눈이 돌아갔다.강 부인의 앞에서는 자신을 내쫓지 못할 걸 안 도설혜는 몰래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녀는 강 부인의 옆에 딱 붙어 눈을 깜빡였다.“언니,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어떻게 연회에 참가할 여유가 생겼어요?”그 말에 강 부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강 부인은 도설혜와 제 아들을 맺어주려고 생각하기 전에 도씨 가문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었다. 강 부인은 드디어 도예나가 바로 도씨 가문의 첫째 딸임을 기억해냈다.그 첫째 딸은 사생활에 문제가 많고 혼전임신으로 아이가 둘이나 있다고 했었다…….‘우리 현석이 어떻게 이런 여자와…….'강 부인이 예리한 눈빛으로 도예나를 주시했다.도예나는 강 부인의 시선에도 여전히 침착하게 미소를 유지했다.애초에 강현석과 잘해볼 생각도 없었으니 강 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연회장에 손님이 점점 늘어났다.아름다운 미모의 도예나는 점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의 등장에 많은 사람이 수군거렸다.성남시 최고 미녀, 어디를 가든 화제의 중심이었다.도예나는 강현석이 사업 파트너와 말을 주고받는걸 확인하고 위층에 있는 아이들에게로 가려고 했다.그런데 도설혜가 갑자
도설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도예나를 바라봤다.“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데?”“별거 아니야, 그냥 가볍게 대화하자는 거지. 연회가 끝날 때쯤 베란다에서 봐.”도예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젓고 와인잔을 든 채로 2층으로 향했다.네 아이는 2층에서 난이도 상인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도예나는 아이들과 함께 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연회가 정식 시작되는 소리에 아래층으로 향했다.모든 손님이 연회장에 들어섰다. 대략 60~70명 정도로 보였고 거실에는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강현석 역시 다른 손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이 남자는 어디에 있든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빛이 나는 존재였다.그리고 도예나 역시 성남시 최고 미녀답게 사람들 중에서 빛이 났다.1층에 막 도착했는데 그녀에게 작업을 거는 사람이 나타났다.도예나는 억지 미소로 그 남자를 거절했다…….연회장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도설혜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어머님 생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곡이 있어요. 어머님을 위해 이 곡을 바칩니다. 어머님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도설혜가 말을 마치고 피아노 앞에 자리 잡았다.오늘 연회장에서 그녀는 계속 강 부인의 옆자리를 차지했었다. 연회장의 대부분 사람이 그녀를 미래 강씨 가문 며느리라고 생각했다.그리고 방금 그녀의 말은 그 추측에 박차를 가했다.미래의 강씨 가문 며느리인 만큼 연회장 사람들의 호응이 컸다.도설혜는 피아노 앞에 앉아 경쾌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피아노 실력은 좋은 편이었고 며칠 동안 자주 연주한 만큼 피아노 연주가 수준급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연회장에 큰 박수 소리가 터졌다.연회장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체로 피아노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어렸을 때 배웠거나 현재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기에.그리고 그들은 도설혜의 연주에 감탄을 자아냈다.“도설혜씨, 너무 훌륭한 연주였어요. 어디 세계 피아니스트 연주회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니깐요.”“도설혜씨, 피아노 실
연회장 모든 사람의 시선이 도예나에게로 향했다.“제 언니 연주 실력이 엄청나요.”도설혜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다들 언니가 연주하는 게 듣고 싶다고 하네요. 언니도 한 곡해요.”도예나가 입꼬리를 올리고 피식 웃었다.“저는 잘 못 해요.”도설혜가 그녀를 비웃었다.‘당연히 그렇겠지. 5년 전 8개월 동안 갇혀있다가 아이들과 해외로 가서 살았고 그 후에는 돈을 벌어 아이들을 키우느라 피아노 연습할 여유가 어디 있었겠어?'‘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아무리 훌륭한 실력이라도 녹슬었겠지.’‘그러니 이번에야말로 도예나를 누를 수 있는 좋은 기회야!'도설혜는 벅찬 마음을 누르며 또다시 말을 꺼냈다.“언니, 너무 겸손해하지 마요. 언니가 얼마나 연주를 잘하는지 함께 피아노를 배웠던 사람들이 다 알 걸요.”“이미 몇 해동안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아서 이젠 어떻게 연주하는지 잊어버렸어.”도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그녀는 강 부인에게 잘 보일 필요도, 이 연회장 그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없었으므로 피아노를 연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거절할수록 도설혜는 그녀가 피아노에 자신이 없어 그런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그런데 언니가 어젯밤에 사모님을 위해 연주곡을 준비했다고 하지 않았어?”도설혜가 눈을 깜빡였다.“이렇게 좋은 기회에 한번 연주하는 게 어때? 연주가 어설퍼도 마음이 전해지면 되는 거야.”연회장 수많은 사람이 도예나의 미모에 홀려 그녀의 연주를 궁금해했다.“그래요, 도예나 씨. 어디 한번 연주해 봐요. 못하면 뭐 어때요? 편하게 하시면 돼요.”도예나가 웃으며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또각또각 도설혜 앞으로 걸어갔다.“설혜가 이렇게 극구 요청할 줄은 몰랐네요. 부끄러운 실력이라 너그럽게 들어주세요.”그녀는 무대로 올라가 건반 위로 손을 올렸다. 이 피아노는 평범한 피아노라 음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아까 도설혜가 연주할 때에도 여러 음정이 틀린 것을 발견했었다.이건 전문가가 아닌 이상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도예나 씨는 얼굴도 이렇게 아름다우신데 피아노 실력도 남다르니 정말 대단해요…….”‘아악!'도설혜는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어떻게 된 거야!'‘왜 도예나가 오히려 사람들의 찬사를 받게 된 거지!'그녀의 의도는 이런 게 아니었다…….그러나 도설혜가 아무리 후회해도 연회장 사람들이 도예나를 향한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아름다운 미모만으로도 수많은 이목을 끌 수 있었는데 출중한 실력까지 더해지자 모든 사람이 도예나에게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아니나 다를까 도예나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또 다른 남자가 작업을 걸어왔다.그러나 이번에는 강현석이 한 발 더 빨랐다.그는 까만 눈동자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피아노를 연주할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없었지 않아요?”도예나가 무덤덤하게 말했다.“물어본 적도 없었잖아요.”‘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피아노를 칠 줄 안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자신이 강현석과 그 정도로 사이가 가까운 것도 아닌데.'강현석은 그녀의 옆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까 도설혜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어렸을 때 함께 배웠던 거였어요?”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뭐 그런 셈이죠.”그녀는 과거에 대해 입을 열고 싶지 않아 했다. 18살 이전의 과거는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그러나 강현석은 자꾸 과거를 물어왔다.“성남시 1고등학교 다녔었어요?”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왜 자꾸 이런걸 물어보는 거예요?”“그러면 성남시 1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적이 있어요?”강현석은 드디어 자신이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방금 도예나가 연주할 때 그는 그때 학교에서 보았던 작고 어렸던 뒷모습이 떠올랐었다.그는 그 사람이 도설혜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어쩌면 도예나일지도 몰랐다…….‘아니 그 사람이 도예나였으면 좋겠어…….'그는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몰랐다.도예나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자의 강력한 시선에 입술을 매만지다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때 학업 스트레스가
강현석은 자신이 다가가기만 하면 도예나가 자주 두려워했던 걸 생각해냈다.‘나를 무서워하는 걸까? 내가 다가가는 게 두려운 걸까?'강현석이 입을 열려는 찰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그는 도예나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연회장이 많이 시끄럽죠? 베란다에서 바람 좀 쐬어요.”그 말을 끝으로 그 역시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았다.핸드폰 너머로 어눌한 한국어가 들려왔다.“강현석 씨, 안녕하세요. 캐서린이에요. 혹시 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캐서린 씨, 안녕하세요.”강 부인이 호주에서 홀로 지낼 때 캐서린이라는 사람이 자주 강 부인의 곁을 지켰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처음에 강현석은 캐서린이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캐서린은 심리학을 연구하는 의사였고 강 부인을 자주 찾아뵈었던 건 연구의 목적이 있었던 것이었다…….나쁜 의도는 아니었으므로 강현석은 그녀와 강 부인의 만남을 막지 않았었다.그리고 그녀와 강 부인은 몇 년 동안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다.강현석은 캐서린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지만 일이 바빴던 탓에 몇 년 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다.“제가 어머님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 강씨 별장 앞으로 배달이 갔다고 하는데 초대장이 없어서 입장이 안 된다고 하네요. 강현석 씨가 직접 가져다주시면 안 될까요?”한국어가 어눌한 탓에 그녀는 짧은 몇 마디를 1분이나 늘여놨다.강현석은 전화를 쥐고 밖으로 걸어갔다. 입구에 선물 상자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양 집사에게 선물을 가지고 들어와도 된다고 말을 전했다.“고마워요, 캐서린 씨. 선물은 이미 전해 받았어요.”그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잠시만요!”캐서린이 다급하게 말했다.“제 연락처 저장하세요. 제가 보내드릴 게 있어요.”강현석이 덤덤히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캐서린이 문서 하나를 보내왔다.“제가 어머님을 대상으로 쓴 심리 상담 보고예요. 어머님이 몇 년 동안 홀로 호주에 계시면서
“여긴 다른 사람도 없으니까 빙빙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도설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전에부터 그랬잖아, 성남시만 떠난다면 뭐든지 해주겠다고. 이 말 아직도 유효하니까 기회 잘 잡는 게 좋을 거야.”“왜 내가 성남시에 남아있는 걸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도예나가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다.“내가 돌아오자마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내가 사라지길 바랐었지. 난 또 도씨 가문 후계자 문제 때문인 줄 알았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과는 아예 상관이 없는 일이었어…….”도설혜는 긴장되어 손끝이 떨려왔다.그녀는 눈앞의 사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돌아와서 도씨 가문의 모든 걸 빼앗으려 한 거 아니었어? 나는 절대 빼앗기지 않을 거야…….”“허!”도예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도예나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상반신을 도설혜 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내리 깐 시선에 위압감이 느껴졌다.“강씨 가문 사모 자리에 비하면 도씨 가문 후계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안 그래? 도설혜, 너는 내가 강씨 가문 사모가 되는 게 두려운 거잖아!”“꿈 깨!”도설혜가 이를 악물었다.“너, 얼굴 믿고 나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강현석은 너를 가지고 놀 뿐이라고. 그러다가 질리면 널 버리고 나한테로 돌아올 거야. 나는 두 아들의 친모니까, 반드시 나와 결혼을…….”“그래?”도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소리 내서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에 도설혜는 소름이 돋았다. 마치 온몸이 발가벗긴 것 같았다…….“강씨 그룹 두 도련님, 강세훈과 강세윤이 정말 네가 낳은 아들이 맞아?”도예나가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뱉었다. 말은 가시가 되어 도설혜의 가슴에 찍혀갔다.도설혜는 숨이 가빠지는 게 느껴졌다.“당연히 내가 낳은 아들이지. 내가 열 달 임신해서 배 아파 낳은 아들…….”도예나는 가차 없이 도설혜의 말을 끊었다.“정말 궁금해서 그래. 어떻게 강씨 가문 사람들을
도설혜의 입술에 거의 핏기가 없어졌다. 그녀는 도예나보다 강현석을 두려워했으니.강현석은 무자비하고 냉혹한 사람이라 적을 처리할 때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만약 도설혜가 자신을 4년 동안 속였다는 걸 알아버린다면 그녀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도예나, 나 좀 도와줘…….”도설혜가 도예나의 손을 덥석 잡고 애원했다.강씨 가문의 사모가 되려는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젠 자신의 목숨과 도씨 가문의 목숨만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강현석 씨는 아직 아이들 일을 몰라…….”도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그러자 도설혜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강현석이 모른다면 기회는 아직 있어.'“그렇다면 이 일에 대해 너 말고 누가 또 알고 있는데?”도설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예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냉소하며 말했다.“왜,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을 모두 죽여버린다면 비밀이 영원히 지켜질 것 같아?”도설혜가 표정을 굳혔다.“이미 친자확인 보고서를 이메일로 작성해놓았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동으로 강씨 가문 모든 사람한테로 이메일이 전송될 거야.”도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만약 내 손가락 하나 건드린다면 네 비밀은 언제든지 공개될 거야.”도설혜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이렇게 화가 나고 불안했던 적은 없었다. 도설혜는 당장 눈앞의 사람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당분간 비밀은 지켜줄게.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 넌 그냥 얌전히 있어. 감히 내 아이들을 건들 생각하지 말고.”도예나가 차갑게 말했다.“아이들한테서 멀리 떨어진다면 당분간 강현석 씨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을게.”도설혜는 점차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녀는 도예나의 미소를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왜 강현석 씨에게 아이들의 일을 밝히지 않는 거야? 네가 세훈이와 세윤이의 친모이고 제훈이와 수아도 자신의 아이들임을 안다면 넌 강씨 가문 사모가 될 수 있을 텐데…….”“모든 사람이 너처럼 허영심이 많은 건 아니야.”도예나는 커피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난 강씨 가
강현석이 인상을 썼다.“어머니, 제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땐 아이들의 큰 이모인 줄 몰랐어요.”“이제 알았으니 포기할 때가 된 거지.”강 부인이 차갑게 말했다.“도씨 가문의 둘째 딸이 아이들을 낳아줬는데 첫째 딸과 결혼했다는 소문이 돌면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얼마나 손가락질할지 생각해 보았느냐!”두 아이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도예나는 무심결에 그 말을 엿듣게 되었다.그녀의 눈에는 충격, 놀라움, 의아함…… 등의 감정이 뒤섞여있었다…….현재 애인 사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그런데 지금 이 남자는 강 부인의 앞에서 그녀를 좋아한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녀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강 부인은 층계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하던 말을 멈췄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도예나의 얼굴을 확인하고 점차 도예나의 옆에 서 있던 두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방금 연회장에서 강 부인은 많은 사람이 성남시 최고 미녀의 두 아이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걸 들었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서울 진씨 가문의 아이들이라는데 이건 거의 루머에 가까운 말이라고 했다…….강 부인의 차갑던 얼굴은 수아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마주했을 때 순식간에 많이 유해졌다.도예나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강 부인에게로 다가갔다.“사모님, 시간이 많이 늦어 아이들과 함께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이 두 아이가 당신의 아이들인가요?”강 부인이 천천히 물었다.“올해 몇살이나 되는가요?”강 부인은 이 말을 끝으로 수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했다.그러나 수아는 겁먹은 표정으로 빠르게 도예나의 뒤로 몸을 숨겼다.“어머니, 수아가 낯을 많이 가려요.”강현석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바래다주고 올게요.”그는 한손으로 수아를 품에 안고 다른 한손으로는 도예나의 허리를 감은 채로 나란히 별장을 벗어났다.강 부인이 소파에 앉아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그리고 옆에서 연회장을 정리하고 있던 양 집사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