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가 수신자를 확인했다. 서울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는 번호를 한참이나 응시하다가 전화를 받았다."도예나씨?"핸드폰 너머 나이 많은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예나가 인상을 쓰고 덤덤히 대답했다."네. 맞습니다. 누구시죠?""저는 진톈건의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진 씨 어르신이 천천히 말했다."통화 가능하신가요?"도예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아이의 일을 들키고 나서 가장 우려하던 일이 결국 발생했다.진톈건은 회사 때문이라도 한발 물러설 수 있었다. 그런데 어르신은 혈통을 각별히 중요하게 생각할 테니 자기 손자가 가문 밖에서 자라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도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며 물었다."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겁니까?""아이는 당신이 여태껏 키워왔으니 저희 진씨 가문이 갑자기 데려가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면담권 문제도 추후 말해봅시다."진 씨 어르신이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뱉었다."그러나 아이를 꼭 한번 만나보아야겠습니다. 도예나 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오거나 톈건이더러 아이를 데리고.......""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도예나가 차갑게 거절했다."제 아이들입니다. 진씨 가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이 말은 조금 모순적이라고 생각되네요. 혼자서 쌍둥이를 낳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진 씨 어르신이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다."톈건이에게 지금껏 아들이 하나만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 쌍둥이가 이 가문에 들어올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톈건이의 아내와도 이미 말이 끝났습니다. 두 아이를 진씨 가문에서 키우기로.""제 아이 문제는 제 변호사에게 연락하시죠."도예나가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창밖의 오가는 차들을 보며 그녀는 마음이 불안해졌다.그날 저녁, 두 아이와 집에 돌아온 그녀는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에서 걸려 온 전화였으나 번호가 달랐다.받고 싶지 않았으나 행여나 중요한 단서를 놓칠까 그녀는 걱정이 되었다.소송에서는 작
"진톈건씨 아내분,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아이들을 진씨 가문에 보내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의 면회권도 절대 넘기지 않을 거라고요!"도예나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뚝 끊었다.핸드폰을 내려놓자 그녀는 한 쌍의 검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제훈아......."도예나는 심장이 철렁했다.진톈건 아내와의 대화를 들은 게 아닐까......?도제훈이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마, 누가 저와 동생의 면회권을 가지겠다고 했어요......?""제훈아, 네가 잘못 들은 거야......."도예나는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아까는 직원이랑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한 거였어.""엄마가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주방에 있었어요."도제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마, 저는 이미 다 컸으니 어깨의 짐을 나눠 들 수 있어요. 그러니 저를 속이지 마세요."도예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이 아버지의 일은 평생 숨기고 싶었다.그러나!그 사람은 아이들의 친부였고 제훈이와 수아의 몸에는 진 씨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과연 이 모든 걸 막을 수 있을까?언젠간 진씨 가문 사람이 두 아이 앞에 나타날 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겨우 몇 마디 말로 혈연의 끌어당김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제훈아, 네가 아주 어렸을 때 너희 아버지가 누구인지 물었잖아?"도예나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이 한 주일 전에 직접 찾아와서 너희들의 양육권을 넘겨달라고 하더라고."도제훈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저와 수아의 친아버지가요?""서울 톈건 그룹의 이사장이자 총대표인 진톈건이 바로 너희들 친아버지야."도예나가 허리를 숙여 도제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너희들의 친아버지는 너희들을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는데 네 입장은 어때?"그녀는 애써 목소리를 가볍게 올렸다. 그러나 눈동자가 흔들렸다.만약 제훈이가 친아버지에게 가고싶어한다면 그녀에게 결정권이 있을까?도제훈은 인상을 굳게 쓰고 고민했다.진톈건 이 사람과 자신의 엄마가 무슨 사이인지 의심했던 적이 있었다. 그
도제훈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사를 클릭했고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졌다.며칠 사이에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다니, 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놓쳐버린 걸까......다행히 엄마가 여효 변호사를 찾았고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저와 동생의 양육권이 정말 진톈건에게 넘어갈 수 있었다.그러나.......진톈건 이 사람은 소송 전에 친자 확인도 해보지 않은 걸까?저와 동생은 애초에 진씨 가문의 자손이 아니었다.그런데 진톈건뿐만아니라 엄마도 이 사실을 몰랐다.......도제훈은 멀리서 저녁 준비를 하는 도예나를 보며 인상을 썼다.이 일 때문에 엄마도 잠자리를 설칠 게 뻔했다.진씨 가문은 사납게 엄마를 몰아세울 것이고 엄마는 혼자 저와 동생을 지키기 위해 두배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도제훈은 주먹 쥔 손에 힘을 주었다.저녁 식사 준비를 마친 도예나가 식탁 위에 반찬 여러 개와 국을 올렸다.수아는 빠르게 턱받이를 하고 의자에 앉아 군침 도는 반찬을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도예나는 미나리와 당근을 골라 수아의 앞접시에 놓았다."고기만 먹지 말고, 볼살이 통통한 것 좀 봐."며칠 사이 수아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얼굴이 만두 같았다.도제훈은 수아에게 제육을 골라 올려주며 말했다."수아는 볼이 통통해야 예뻐요. 그러다가 바람 불면 날아가면 어떡해요."도예나가 부드럽게 웃었다.수아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1살 반쯤, 수아는 10키로가 채 되지 않아 정말 바람에 날려 바닥에 넘어진 적이 있었다.겨우 한살 때 일을 도제훈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수아는 피아노를 연습을 시작했고 도예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설거지했다.도제훈이 복사본 하나를 들고 주방에 들어갔다. "엄마, 아주 중요한 할 말이 있어요."도제훈의 낯선 말투에 그녀는 아주 중요한 일임을 짐작했다.그녀는 손의 물을 닦고 고개를 올렸다."거실에 앉아서 천천히 말해봐.""이 일은 일단 수아가 몰랐으면 해요."도제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복사본을 건넸다."이걸
"저와 동생의 아버지는 진톈건이 아니에요. 그러면 진씨 가문과 소송을 할 필요도 없겠죠."도제훈이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말해서 죄송해요.""언제부터 알고 있었어?"도예나는 목이 메어와 겨우 몇글자를 입 밖으로 냈다."예전부터 의심은 했었어요."도예나는 수아가 강현석을 아빠라고 부르던 모습이 생각이나 가슴이 떨려왔다."수아도 강현석이 너희들 아버지인걸 아는 거야?""동생은 몰라요."도제훈이 입술을 매만졌다."동생이 현석 삼촌을 아주 좋아해요. 현석 삼촌이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현석 삼촌은 저와 수아가 강씨 가문의 아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겠죠......?"도예나는 두 눈을 감았다.그녀의 머릿속이 뒤죽박죽 해졌다.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진톈건이 아이들의 친부가 아니니 소송은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강현석이 아이들의 존재를 알아버린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양육원을 빼앗아 가지 않을까?강현석이 소송을 한다고 하면 여효도 더는 그녀를 돕지 않을 것이다......도예나가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제훈아, 잠시 동생한테 가 있을래? 엄마가 지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도제훈이 얌전히 주방을 나섰다.도예나는 머리를 숙이고 설거지했다. 속도는 더뎠지만 설거지하면서 생각을 정리해갔다.5년 전 그날 밤.그녀는 약에 취해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고 남자의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의 강한 호르몬 향을 기억했다.......그리고 그날 진톈건을 만나고 진톈건이 5년 전 그날 밤에 대해 정확하게 말했을 때 그녀는 당연히 진톈건이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게 바로 강현석이었다.그녀를 망친 사람이 바로 강현석이었다!도예나는 참을 수 없는 감정을 삼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그릇을 하나하나 닦아 서랍 장안에 넣고 나서는 또 다른 생각에 잠겼다.갑자기 강세훈과 강세윤의 얼굴이 떠올랐다.두 아이는 도설혜와 강현석의 아들
오전 8시.도예나는 아이들을 유치원으로 보내고 강씨 별장으로 운전했다.그녀는 주차장에 강현석의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차에서 내렸다.아침의 정원에는 가정부 한 명 없이 아주 조용했고 그녀는 울타리 밖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도예나 씨가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빨리 들어오세요......."양 집사가 문밖의 그녀를 확인하고 아주 기뻐했다.어젯밤 두 도련님이 다투고 집안 분위기가 아주 삭막했다.오늘 도예나가 찾아왔으니 작은 도련님이 아주 기뻐할 것이다.양 집사는 사람을 시켜 도예나에게 차를 내왔다."작은 도련님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바로 깨우러 가볼게요."도예나는 말없이 거실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셨다."뭐라고요? 예나 이모가 왔어요? 저를 속이시는 거 아니죠!"위층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일어난 강세윤의 목소리가 조금 잠겼지만 여전히 솜사탕같이 폭신폭신하게 들려왔다.도예나는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렸다.고개를 들자 강세윤이 맨발로 층계를 성큼성큼 내려오는 게 보였다."천천히 내려와, 넘어지지 말고."도예나가 빠르게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실내화는 왜 안 신었어? 바닥이 차가워."강세윤이 두 눈을 깜빡이더니 자신의 볼을 잡아당겼다. 그는 아픔에 표정을 찡그리더니 이어서 환호했다."와! 이게 꿈이 아니에요! 예나 이모가 절 보러 온 게 맞죠! 너무 신나요!"강세윤이 도예나의 품에 폭 안겼다.도예나는 처음으로 마음이 솜사탕처럼 폭신해지는 걸 느꼈다.그녀의 손이 강세윤의 눈썹과 눈, 그리고 입술에 닿았다.이 얼굴이 수아와 그렇게 많이 닮았다는 걸 전에는 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예나 이모......"강세윤이 고개를 들어 도예나를 바라보았다.도예나는 부드럽게 아이를 쳐다보며 물었다."세윤아, 생일이 언제인지 기억해?""기억이 나지 않아요......."강세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양 집사님이 여름이 오면 제 생일이라고 했어요. 예나 이모가 제 생일에도 같이 있어 줄 거에요?
두 아들이 살아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가슴이 벅찼다.다행이었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었다.......이건 하늘이 그녀에게 주는 선물이 틀림없었다."예나 이모, 왜 그래요?"강세윤은 도예나의 품에 너무 꼭 안겨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이렇게 안겨있는 게 좋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볼에 떨어지는 걸 느꼈다.고개를 들자 도예나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게 보였다.강세윤이 어쩔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예나 이모, 왜 그래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예나 이모. 다시는 안 그럴게요......."이어 강세윤이 다급하게 도예나의 품에서 나왔다.도예나는 가슴이 더 아파졌다.이 며칠 동안 일부러 강씨 별장에 오지도 않았고 그동안 강세윤도 무시했으니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상했겠는가.......이 아이는 도설혜의 아들이 아니라 제 아들이었다!어떻게 자기 아들에게 벌을 줄 수 있겠는가! 해주지 못한 게 더 많은데!"세윤아, 네 잘못이 아니야. 넌 하나도 잘못한 게 없어!"도예나가 다시 그를 품에 안으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세윤아 내가 너무 미안해. 며칠 동안 연락도 없어서 많이 속상했지? 앞으로 매일 별장에 와서 밥 해줄게. 먹고 싶은 거 모두 말해......."강세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정말이에요? 예나 이모,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예나 이모라고 부르지 말고......."도예나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목이 멨다."뭐라고 불러요?"강세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아니야, 우선 이모라고 불러."도예나는 입안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5년 전의 일을 밝힌다면 제훈이와 수아도 숨길 수가 없었고 강현석은 두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갈 게 뻔했다.이런 큰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두 아이가 멀쩡히 살아있고 이렇게 멀리서 커가는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예나 이모, 괜찮아요?"강세윤이 그녀를 걱정했다."괜찮아......."도예나가 눈물
도예나의 차가웠던 마음이 점점 누그러지고 있었다.그녀는 강세윤의 포동포동한 손을 잡고 나긋하게 말했다."이모도 세윤이를 많이 좋아해......."강세윤이 두 눈을 반짝였다. 마치 캄캄한 밤하늘의 은하수같이 반짝였다.도예나는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더 바라보다가는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그녀는 앨범을 펼치며 부드럽게 물었다."세윤아, 세훈이랑 너의 어렸을 때 이야기 좀 해줘......."강세윤은 도예나의 무릎에 턱을 괴고 입을 열었다."형은 좀 고지식한 편이에요. 진짜 애어른 같아서 어렸을 때 재밌었던 일도 별로 없어요...... 그래도 예나 이모, 형이 재미는 없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수아도 엄청나게 좋아하고, 수아랑 예나 이모를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건 오해일 거예요......."도예나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나도 세훈이가 악의가 없었다는 걸 알아."강세윤이 몸을 일으키고 진지하게 말했다."예나 이모, 내가 형을 대신해서 정식으로 사과드릴게요. 제발 형을 용서해주세요. 형 때문에 저를 버리지 마세요, 네......?"그는 조심스레 도예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도예나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4살짜리 아이한테 화를 내겠어?"강세훈이 도예나에게 그러한 일을 저질렀던 건 그가 도설혜를 친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도설혜가 두 아이의 어머니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친모의 잘못이 컸다.......4년 전 그날 밤, 조금 더 강했고 조금 더 현명했다면 두 아이와 이렇게 오랜 시간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예나 이모, 왜 또 울어요......?"강세윤이 걱정했다.도예나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우리 앨범 계속 보자......."사진을 통해 아이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볼 수 있었고 아이들이 훌쩍 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강씨 그룹.회의실 분위기가 아주 우중충했다.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
강현석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A-F 프로젝트 3차 회의 총책임자로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미리 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강현석 씨, 3차 회의의 모든 자료는 제 비서 박정연씨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박정연씨는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인 만큼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침착했다. 강현석은 현재 그녀의 표정까지 상상해낼 수 있었다.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자료는 모두 확인했습니다. 아주 좋더군요. 제 예상에 도달했으니 오늘 저녁을 사드리고 싶은데 언제쯤 시간이 되시나요?"이 말에 회의실의 모든 사람이 놀라 얼어붙었다.수많은 시선이 박정연의 자료로 향했다.회의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고 회의 자료는 아직 펼치지도 않은 상태였다. 강 대표는 언제 확인한 것이지?더구나 자료가 자신의 예상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부터 굳은 얼굴이었는데 이게 만족한 사람의 표정이 옳은가?그러나 밥을 사준다는 건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뜻일지도.......회의실의 사람들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한숨을 돌리자마자 그들은 강현석의 더 얼어붙은 표정을 발견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오늘 저녁에 따로 약속이 있습니다."도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강현석이 인상을 찌푸렸다."내일 저녁은 어떤가요?"그는 반드시 그녀와 만나서 하지 못했던 말을 마저 해야 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영원히 도망갈지도 모른다.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을 모두 세윤이를 위한 길이라고 단정 지었다......"앞으로 매일 저녁 시간을 낼 수 없을 거예요."도예나가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세윤이에게 매일 저녁밥을 차려주기로 약속했거든요."강현석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며칠 동안 강 씨 별장으로 오지 않았는데?앞으로 세윤이를 위해 저녁밥을 해주지 않을 줄만 알았다.그런데 갑자기......"예나 이모, 지금 우리 아빠랑 통화하는 거예요?"핸드폰 너머 세윤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