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도예나는 아이들을 유치원으로 보내고 강씨 별장으로 운전했다.그녀는 주차장에 강현석의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차에서 내렸다.아침의 정원에는 가정부 한 명 없이 아주 조용했고 그녀는 울타리 밖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도예나 씨가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빨리 들어오세요......."양 집사가 문밖의 그녀를 확인하고 아주 기뻐했다.어젯밤 두 도련님이 다투고 집안 분위기가 아주 삭막했다.오늘 도예나가 찾아왔으니 작은 도련님이 아주 기뻐할 것이다.양 집사는 사람을 시켜 도예나에게 차를 내왔다."작은 도련님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바로 깨우러 가볼게요."도예나는 말없이 거실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셨다."뭐라고요? 예나 이모가 왔어요? 저를 속이시는 거 아니죠!"위층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일어난 강세윤의 목소리가 조금 잠겼지만 여전히 솜사탕같이 폭신폭신하게 들려왔다.도예나는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렸다.고개를 들자 강세윤이 맨발로 층계를 성큼성큼 내려오는 게 보였다."천천히 내려와, 넘어지지 말고."도예나가 빠르게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실내화는 왜 안 신었어? 바닥이 차가워."강세윤이 두 눈을 깜빡이더니 자신의 볼을 잡아당겼다. 그는 아픔에 표정을 찡그리더니 이어서 환호했다."와! 이게 꿈이 아니에요! 예나 이모가 절 보러 온 게 맞죠! 너무 신나요!"강세윤이 도예나의 품에 폭 안겼다.도예나는 처음으로 마음이 솜사탕처럼 폭신해지는 걸 느꼈다.그녀의 손이 강세윤의 눈썹과 눈, 그리고 입술에 닿았다.이 얼굴이 수아와 그렇게 많이 닮았다는 걸 전에는 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예나 이모......"강세윤이 고개를 들어 도예나를 바라보았다.도예나는 부드럽게 아이를 쳐다보며 물었다."세윤아, 생일이 언제인지 기억해?""기억이 나지 않아요......."강세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양 집사님이 여름이 오면 제 생일이라고 했어요. 예나 이모가 제 생일에도 같이 있어 줄 거에요?
두 아들이 살아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가슴이 벅찼다.다행이었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었다.......이건 하늘이 그녀에게 주는 선물이 틀림없었다."예나 이모, 왜 그래요?"강세윤은 도예나의 품에 너무 꼭 안겨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이렇게 안겨있는 게 좋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볼에 떨어지는 걸 느꼈다.고개를 들자 도예나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게 보였다.강세윤이 어쩔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예나 이모, 왜 그래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예나 이모. 다시는 안 그럴게요......."이어 강세윤이 다급하게 도예나의 품에서 나왔다.도예나는 가슴이 더 아파졌다.이 며칠 동안 일부러 강씨 별장에 오지도 않았고 그동안 강세윤도 무시했으니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상했겠는가.......이 아이는 도설혜의 아들이 아니라 제 아들이었다!어떻게 자기 아들에게 벌을 줄 수 있겠는가! 해주지 못한 게 더 많은데!"세윤아, 네 잘못이 아니야. 넌 하나도 잘못한 게 없어!"도예나가 다시 그를 품에 안으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세윤아 내가 너무 미안해. 며칠 동안 연락도 없어서 많이 속상했지? 앞으로 매일 별장에 와서 밥 해줄게. 먹고 싶은 거 모두 말해......."강세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정말이에요? 예나 이모,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예나 이모라고 부르지 말고......."도예나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목이 멨다."뭐라고 불러요?"강세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아니야, 우선 이모라고 불러."도예나는 입안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5년 전의 일을 밝힌다면 제훈이와 수아도 숨길 수가 없었고 강현석은 두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갈 게 뻔했다.이런 큰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두 아이가 멀쩡히 살아있고 이렇게 멀리서 커가는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예나 이모, 괜찮아요?"강세윤이 그녀를 걱정했다."괜찮아......."도예나가 눈물
도예나의 차가웠던 마음이 점점 누그러지고 있었다.그녀는 강세윤의 포동포동한 손을 잡고 나긋하게 말했다."이모도 세윤이를 많이 좋아해......."강세윤이 두 눈을 반짝였다. 마치 캄캄한 밤하늘의 은하수같이 반짝였다.도예나는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더 바라보다가는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그녀는 앨범을 펼치며 부드럽게 물었다."세윤아, 세훈이랑 너의 어렸을 때 이야기 좀 해줘......."강세윤은 도예나의 무릎에 턱을 괴고 입을 열었다."형은 좀 고지식한 편이에요. 진짜 애어른 같아서 어렸을 때 재밌었던 일도 별로 없어요...... 그래도 예나 이모, 형이 재미는 없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수아도 엄청나게 좋아하고, 수아랑 예나 이모를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건 오해일 거예요......."도예나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나도 세훈이가 악의가 없었다는 걸 알아."강세윤이 몸을 일으키고 진지하게 말했다."예나 이모, 내가 형을 대신해서 정식으로 사과드릴게요. 제발 형을 용서해주세요. 형 때문에 저를 버리지 마세요, 네......?"그는 조심스레 도예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도예나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4살짜리 아이한테 화를 내겠어?"강세훈이 도예나에게 그러한 일을 저질렀던 건 그가 도설혜를 친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도설혜가 두 아이의 어머니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친모의 잘못이 컸다.......4년 전 그날 밤, 조금 더 강했고 조금 더 현명했다면 두 아이와 이렇게 오랜 시간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예나 이모, 왜 또 울어요......?"강세윤이 걱정했다.도예나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우리 앨범 계속 보자......."사진을 통해 아이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볼 수 있었고 아이들이 훌쩍 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강씨 그룹.회의실 분위기가 아주 우중충했다.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
강현석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A-F 프로젝트 3차 회의 총책임자로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미리 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강현석 씨, 3차 회의의 모든 자료는 제 비서 박정연씨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박정연씨는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인 만큼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침착했다. 강현석은 현재 그녀의 표정까지 상상해낼 수 있었다.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자료는 모두 확인했습니다. 아주 좋더군요. 제 예상에 도달했으니 오늘 저녁을 사드리고 싶은데 언제쯤 시간이 되시나요?"이 말에 회의실의 모든 사람이 놀라 얼어붙었다.수많은 시선이 박정연의 자료로 향했다.회의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고 회의 자료는 아직 펼치지도 않은 상태였다. 강 대표는 언제 확인한 것이지?더구나 자료가 자신의 예상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부터 굳은 얼굴이었는데 이게 만족한 사람의 표정이 옳은가?그러나 밥을 사준다는 건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뜻일지도.......회의실의 사람들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한숨을 돌리자마자 그들은 강현석의 더 얼어붙은 표정을 발견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오늘 저녁에 따로 약속이 있습니다."도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강현석이 인상을 찌푸렸다."내일 저녁은 어떤가요?"그는 반드시 그녀와 만나서 하지 못했던 말을 마저 해야 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영원히 도망갈지도 모른다.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을 모두 세윤이를 위한 길이라고 단정 지었다......"앞으로 매일 저녁 시간을 낼 수 없을 거예요."도예나가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세윤이에게 매일 저녁밥을 차려주기로 약속했거든요."강현석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며칠 동안 강 씨 별장으로 오지 않았는데?앞으로 세윤이를 위해 저녁밥을 해주지 않을 줄만 알았다.그런데 갑자기......"예나 이모, 지금 우리 아빠랑 통화하는 거예요?"핸드폰 너머 세윤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강세훈은 오늘 A-F 프로젝트 3차 회의의 독창적인 기술에 관심이 있어 회의에 참석하러 온 것이었다."회의는 일찍 끝났어."강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물어볼 게 있으면 직접 도예나 씨에게 물어봐."강세훈이 입술을 매만졌다."예나 이모는 다시 우리 별장으로 오지 않는 거 아니에요?"세훈이 예성과학기술회사를 해킹해서 그녀가 다시 세윤이에게 저녁밥을 해주지도, 강 씨 별장에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사적으로 만날 수가 없으니 공적인 문제로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번에도 만나지 못했다.강현석이 입을 열었다."도예나 씨는 지금 별장에서 세윤이에게 차려줄 저녁밥 준비를 하고 있어."강세훈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정말이에요?"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갑게 말했다."도예나를 만나고 싶지 않으면 별장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강세훈이 조금 고민하다가 말했다."예나 이모는 하버드 교수가 인정한 프로그래밍 천재라고 했잖아요. 예나 이모한테 몇 가지 문제를 물어보고 싶어요."그 말뜻은 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이었다.강현석은 별 말없이 엘리베이터로 들어갔고 강세훈도 그를 따랐다.부자는 엘리베이터에서 똑 닮은 얼굴을 굳히고 말없이 서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강세훈은 자신의 차에 올라타지 않고 강현석 차의 뒷좌석에 올라탔다.강현석은 시동을 걸려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이 난 듯 바로 전화를 꺼내 들었다.다른 한편, 도예나는 마침 앨범 구경을 마쳤다.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오후 5시가 되었다.오늘 하루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그녀는 우선 유치원으로 가서 아이를 데리고 돌아와 세윤이에게 밥을 차려주어야 했다. 바로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와, 아빠가 또 예나 이모한테 전화 걸었어요!"강세윤이 다급하게 소파의 핸드폰을 도예나에게 건네주었다.아이는 미소를 한가득 지었다.......'오늘 아빠는 예나 이모한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예나 이모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아빠와 예나 이모가
강현석은 그녀가 이렇게 흔쾌히 대답할 줄 예상 못했다. 입꼬리를 올린 그가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뒷좌석의 강세훈이 물었다."아버지, 지금 수아 데리러 유치원에 가는 거예요?""그래, 수아와 제훈이를 데리러 가는 거야."강현석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가기 싫다면 차에서 내려도 된다."......"'언제 싫다고 했었나?'"회사 일은 모두 처리했으니까 빨리 가요."강세훈이 말했다.차가 달리기 시작하고 강세훈은 창밖의 풍경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이게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짜증이 나고 가슴이 답답했다.......20분 후, 차가 유치원 입구에 멈추어 섰다.하교 5분 전이었다.우세정이 전화를 끊고 도제훈 앞으로 걸어갔다."제훈이 어린이, 오늘 엄마가 일이 생겨서 데리러 올 수 없을 것 같다네요."도제훈이 얌전히 대답했다."괜찮아요. 저와 동생은 차 타고 돌아가면 돼요."우세정이 웃음을 터뜨렸다."제훈이 어린이는 너무 의젓하고 똑똑해서 아주 마음이 든든하네요. 그래도 어린아이를 홀로 차에 태워 보내는 건 위험하니까 강씨 아저씨를 보냈다고 하네요!"도제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강씨 아저씨요?""네, 저번에 유치원에 왔었던 아저씨예요......."우세정이 얼굴을 붉혔다.저번에 진톈건이 제훈이와 수아의 아버지로 가장을 하고 난동을 부렸는데 강현석과 변호사가 진톈건을 내쫓아주었다.강현석이라는 사람의 이목구비는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었다.......'이 두녀석과 그 사람은 과연 무슨 관계인지.......'하교종이 울리고 우세정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유치원 입구로 걸어갔다.나가자마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차림의 강현석이 보였다. 오렌지빛 노을이 그의 몸에 내려와 차가운 냉기가 조금 중화된 모습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 오뚝한 콧날이 노을빛 아래에서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옆에 선 강세훈도 검은 정장 차림이었는데 눈빛에서 내뿜는 차가운 냉기가 강현석과 똑 닮았었다.지나가던 유치원 친구들도 그들을 보며
네 사람이 나란히 차로 걸어갔다.강현석은 앞자리, 세 아이는 뒷좌석에 비집고 탔다.차가운 표정의 강세훈이 주머니에서 알록달록한 사탕을 꺼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수아야, 어느 맛 사탕을 먹을래?""동생은 사탕을 좋아하지 않아."도제훈이 중간에서 거절했다.강세훈의 손이 조금 멈칫하다가 다시 뻗어졌다."수아가 싫어하면 네가 먹어."알록달록한 사탕이 억지로 도제훈의 손에 넣어졌다. 거절할 기회도 없었다."세윤이는 딸기 맛을 좋아하던데 너도 한번 먹어봐."강세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도제훈이 조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고마워."그는 평소 사탕을 즐겨 먹지 않았지만 딸기 맛 사탕 하나를 까서 입에 넣었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딸기 맛 사탕이 생각보다 맛있었다.강현석은 백미러로 아이들을 살펴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차는 안전하게 달려 10여분 후 강씨 별장에 도착했다.......그러자 도제훈이 조금 놀라서 말했다."삼촌, 우리 집으로 바래다주는 거 아니었어요?"강현석이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너희 엄마가 별장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어. 그러니 너희들도 이곳으로 와야지."도제훈이 또 놀라 했다.어젯밤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해주었으니 강씨 집안 사람들과 더 거리를 두는 게 맞지 않은가?도제훈은 떨떠름해서 수아의 안전벨트를 우선 풀어주려 했지만 수아는 이미 강세훈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린 뒤였다. 차에서 내리자 별장안에서 강세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와, 예나 이모. 내가 씻은 배추 보세요!""우리 세윤이 아주 잘했어요!""예나 이모, 또 뭘 도와줄까요? 계란이라도 깰까요...... 아야, 죄송해요, 예나 이모.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주방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손을 다쳤어?"도예나가 황급히 하던 일을 멈추고 무릎을 굽혀 아이의 손을 확인했다. 피가 나지 않는 걸 확인한 그녀가 안심하고 말했다."세윤아, 이만 나가서 노는 게 어때? 여기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그래도 예나 이모랑
깨진 조각을 줍던 도예나는 강세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차가운 얼굴이 점점 4년 전의 작고 빨갛다 못해 파랗던 아기의 얼굴과 중첩이 되었다........그녀의 큰아들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눈감았던 그녀의 아이.......도예나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엄마, 왜 그래요?"도제훈이 가장 먼저 주방으로 달려가 도예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괜, 괜찮아!"도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눈물을 닦아냈다."아까 고추 썰던 손으로 눈을 비벼서 그래.......""예나 이모, 제가 불어줄게요........"강세윤도 따라 들어와 도예나의 옆에 붙어 서서 호호 입김을 불었다.어느새 수아도 옆에 다가와 도예나의 팔목을 잡고 입김을 불고 있었다......도예나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세 아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엄마는 괜찮아. 괜찮아......."그 모습에 강세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자신도 도예나의 품에 안기고 싶어졌다.......그러나 그가 무슨 자격으로?그는 그녀의 회사를 해킹했었고 그녀에게 함정을 파놓았었다. 언제나 그녀에게 적대감을 보였었다.......강세훈은 그 자리에 뚝 멈추어 서서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도예나의 눈빛이 갑자기 그에게 닿았다.강세훈은 깜짝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주먹 쥔 손에 힘만 주었다."네가 바로 세윤이가 계속 말하던 똑 부러지는 형이구나."도예나가 입꼬리를 올리고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처음 만나는데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부드러워서 마치 가을의 단비가 되어 그의 마음속에 내렸다.강세훈은 주먹 쥔 손을 풀며 말했다."이름을 부르시면 돼요."도예나는 잠시 고민했다.강현석은 늘 두 아이를 부를 때 성까지 붙여 차갑게 불렀다.강세훈은 4살 아이였지만 그 나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세훈이라고 부를게.""푸하하!"강세윤이 웃음을 터뜨렸다."예나 이모, 그렇게 형을 부르니까 형이 엄청 아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