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석은 가만히 도예나의 옆모습을 지켜보았다.그는 사람의 행동으로 거짓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눈앞의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왜 거짓말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는 주머니에서 티켓 여러 장으로 꺼냈다."수아를 데리고 피아노 연주회에 가고 싶어요. 토요일 오후 연주회인데 시간 내줄 수 있나요?"도예나가 시선을 돌려왔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피아니스트가 모두 참석하는 연주회라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그런데 이 남자에게는 네댓장의 표가 있었다.......그녀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수아가 좋다면 저도 좋아요."강현석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갑자기 이렇게 다정한 거지?며칠 전 날을 세우던 그녀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웅웅--탁자 위의 핸드폰이 울렸다.도예나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여효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는 손의 물기를 닦고 전화를 받았다."여 변호사님.""도예나 씨, 방금 진씨 가문의 변호사 연락을 받았어요."여효의 목소리가 어두웠다."전에는 진톈건씨 혼자 하는 소송이라 쉽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진씨 가문이 모든 힘을 동원해서 소송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진씨 어르신이 거금을 들여 해외 변호사도 섭외하고 그 수가 족히 15명은 넘어요......."도예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여 변호사님."진씨 가문이 아무리 많은 변호사를 섭외한다고 해도 그녀의 양육권을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진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었으니.전화를 끊고 도예나는 여효에게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강현석이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방금 핸드폰 너머로 모두 들은 모양이었다.아무리 실력이 있는 여효라고 해도 변호사 열몇명을 상대로는 무리일 것이다.도예나가 시선을 내리깔고 감자를 채를 썰며 말했다."강현석 씨, 물어볼 게 있어요. 만약 도설혜
세훈이와 세윤에게 4년 동안 빚을 졌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또 버리고 갈 수 있겠는가?두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강현석과의 소송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왜요? 무슨 생각 해요?"강현석이 고개를 숙이고 볼이 빨개진 그녀를 살폈다.도에나가 식칼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강현석 씨, 제 남자친구 하실래요?""네?!"강현석은 깜짝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떴다.귀가 잘못되어 헛것을 들었다고 의심한 그는 숨을 들이쉬고 재차 물었다."도예나 씨, 다시 말해봐요, 뭐라고요?"도예나는 그의 눈을 마주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강현석 씨, 아까 들었다시피 진씨 가문이 본격적으로 소송을 걸어온다고 하네요. 저는 아이들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어요. 여효 변호사님께서 장기간의 안정적인 연애 사이가 소송에 이로울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강현석 씨 제 가짜 남자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어요."그녀는 강현석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주먹 쥐고 말했다.강현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제가 왜 그렇게 해야 하죠?"도예나가 입을 열었다."강현석 씨가 도와준다면 저도 아무 부탁이나 들어줄게요.""단지 소송 때문인가요?"강현석이 그녀를 몰아붙였다.도예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시선을 마주했다."네, 소송에서 이기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예요.""조금 고민해볼게요."강현석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지금까지 저한테는 그 어떤 여자도 없었어요. 만약 제 여자친구가 된다면 여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일 거고 이는 강씨 가문에 좋은 점이 없을 거예요......."도예나가 입술을 매만졌다."강현석 씨,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남자친구가 되어달라는 건 단지 소송에서 증명을 해달라는 것이지 관계를 공개하자는 게 아니에요...... 걱정마세요. 제 남자친구가 된다고 해도 우리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을 거예요
"예나 이모, 요리 솜씨가 점점 더 좋아졌어요! 너무 맛있어서 접시까지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강세윤은 고개를 그릇에 파묻고 입 옆에 밥알을 붙인 채로 말했다.강세훈도 제육 하나를 집어 자신의 앞접시에 내려놓았다. 제육의 빛깔과 향은 전에 먹어봤던 것과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그러나 입에 넣고 보니 편식이 심하던 강세윤이 왜 그토록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진짜 너무 맛있었다.재료 본연의 맛을 제외하고 친근한 향이 풍겨왔다.......그는 모든 반찬을 한 번씩 맛보고 방금 느꼈던 친근함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바로 요리하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이 아닐까?강세훈은 고개를 숙이고 밥을 한술 크게 입에 넣었다.......평소에는 한 그릇이면 충분했지만 오늘 그는 두 그릇이나 비워냈다.......그러나 강세윤과 수아의 식사량에 비하면 강세훈이 비운 그릇은 눈에 띄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강현석이 주머니에서 피아노 티켓을 꺼내서 오른쪽 편에 앉은 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이번 주 토요일 오후에 뭐해? 삼촌이랑 피아노 연주회 보러 갈래?"아이의 두 눈이 반짝였다. 아이는 빠르게 티켓을 전부 손에 쥐고 한장 한장 세였다.옆에 앉은 강세윤도 합세를 했다."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다섯 장, 여섯 장! 마침 여섯장이네요! 우리 여섯명 모두 피아노 연주회에 가면 되겠어요! 너무 기대돼요!"도예나가 조용히 물었다."제훈아, 너도 가고 싶어?"도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과 강현석이 단둘이 연주회를 가는 건 안심이 되지 않았다."형! 형도 같이 가자!"강세윤이 재촉했다."피아노 연주회가 얼마나 재밌는데. 일은 잠시 미루고 같이 가자, 응?""......"전에 강세훈은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다고 했었다.도설혜가 연주하는 피아노는 소음에 가까웠지만 수아가 연주하는 건 아름다운 선율이었다......강세훈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토요일 오후 마침 시간이 돼요, 같이 가요 우리."강현석이 그를 살폈
식사를 마치자 벌써 저녁 8시가 되었고 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강현석이 따라나서며 말했다."내가 바래다줄게요.""그럴 필요 없어요."도예나가 그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강현석 씨, 제가 했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아이와 함께 차에 올랐다.강현석은 별장 입구에 서서 차가 큰길에서 사라지는 걸 바라보았고 작은 점이 되어서야 시선을 거두었다.그녀의 남자친구라......정확히 말한다면 가짜 남자친구였다.......만약 가짜라고 선을 긋지 않았다면 바로 대답했을 수도 있었다."아빠!"강세윤이 그의 정장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아빠도 예나 이모가 가는 게 아쉽죠?"강현석이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해?""드라마에서 그러잖아요. 떠나는 게 아쉬워서 멀리서 지켜보고."강세윤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너무 아쉬워 마세요, 아빠. 예나 이모는 내일 또 올 거예요. 매일 저녁 세윤이를 보러 온다고 약속했어요, 헤헤."녀석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얼굴을 굳힌 강세윤이 말했다."아빠, 두날 뒤 할머니 생신에 그 여자를 못 오게 하면 안 돼요?"강현석은 여전히 도예나에게로 신경이 쏠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어느 사람?""그 나쁜 마녀, 도설혜!"강세윤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예나 이모는 그 나쁜 마녀를 싫어해요. 마녀가 오면 예나 이모가 오지 않을 거예요!"강세훈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그러자 강세윤이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형, 형이 무슨 말 할지 알아. 도설혜가 내 엄마라고 해도 나는 도설혜가 싫어!"강세훈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아버지, 저도 어머니가 참석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어머니가 오면 예나 이모와 불필요한 다툼이 일어날 수 있어요. 어머니한테 초대장을 보내지 마세요.""나도 그럴 생각이었다."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설혜의 말이 나오자 그는 손동원에게
띵동-강현석의 핸드폰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이메일이었다.그는 바로 컴퓨터를 열고 이메일의 동영상을 다운로드했다.5년 전 로얄 호텔 18층 복도에 설치된 CCTV 동영상은 많이 압축되어 겨우 십여분밖에 하지 않았다.복도의 불빛은 어두웠고 직원들이 자주 오고 갔다. 그러던 새벽 1시쯤, 두 여자의 모습이 동영상에 담겼다.흐릿한 화면이었지만 강현석은 그 두 사람이 바로 도예나와 도설혜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도예나는 술에 많이 취한 듯 보였고 도설혜의 부축받아 어느 방의 입구로 걸어갔다.이어 방문이 열리고 도설혜와 도예나는 그 방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동영상은 바로 여기에서 끝나버렸다. 강현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전화를 들었다.손동원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다.“또 왜 그래?”“동영상이 새벽 2시에서 끝났어. 이후의 동영상은?”“아, 직원이 하드 용량 문제로 매일 영상은 새벽까지만 저장되고 그 시간 이후로는 포맷이 되었다고 하더라고.”강현석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다시 찾을 수 없는 거야?”“새롭게 녹화된 동영상이 저장되고 예전의 동영상은 자동 삭제가 되었을걸. 아무리 대단한 해커에게 부탁한다고 해도 어려울 거야.”손동원이 하품했다.“현석아, 5년 전 동영상으로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네가 누구와 뭘 했는지 기억을 못 하겠다면 다시 한번 해봐, 그러면 바로 생각이 날걸…….”강현석이 전화를 뚝 끊었다.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멈춘 화면을 골똘히 바라보았다.정지된 화면에서 도예나와 도설혜는 어느 방의 입구에 같이 서 있었다. 흐릿한 화면 탓에 방 번호도 알 수가 없었다.그는 5년 전 그날 밤이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의 직감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었다…….‘그날 밤 정말 도설혜였을까?’도설혜와 아이들의 친자 확인을 해본 적이 있었다. 결과는 확실히 아이 친모라고 나왔다.하늘에 맹세코 술에 취해 여자와 밤을 보낸 건 그날뿐이었다. 도설혜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그러니 이상한 상
“엉엉! 정말 그렇게 못생겼어?”강세윤은 인형을 잡고 요리조리 살폈다. 밤을 새워 10시간 넘게 만든 목각 인형이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왜 다들 싫어하는 거지?그때 통통한 손이 다시 다가와 인형을 가져갔다.수아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인형을 자기 가방에 넣었다.그 모습에 강세윤의 얼굴에도 드디어 미소가 걸렸다.“봐봐! 수아는 내가 준 선물이 마음에 든대!”도예나가 웃음을 터뜨렸다.네 아이가 나란히 서 있는 화목한 모습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네 아이가 웃는 걸 보기만 해도 그녀는 행복했다.그리고 아이들을 보는 도예나를 향하는 시선 하나가 있었다.강현석의 차가운 눈꼬리에서 이렇게 따뜻한 눈빛이 나올 수 있었다는걸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는 시간이 지금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뜨거운 시선이 느껴지자 도예나는 고개를 들었고 강현석의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까만 눈동자는 마치 블랙홀같이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심연 어딘가로 빠져들어 갈 것 같았다…….그녀는 이런 눈빛을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졌다…….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 한 채로 말없이 한동안 서 있었다.“쉿!”강세윤이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수아와 자기 형을 뒤로 끌었다.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바로 책에서 말하는 '한눈에 반했다'는 거 아니야? 우리 아빠랑 예나 이모가 사랑하는데 방해하면 안돼…….”“……”강세윤은 말없이 한걸음 물러섰다.‘아빠와 예나 이모가 주고받는 시선은 연인의 눈빛 같지 않은걸……'도제훈은 도예나의 옆에 서서 입술을 모으고 고민에 빠졌다…….‘엄마는 현석 삼촌이 우리 친부인 걸 알고 다른 관계로 발전하려는 건가?'‘정말 그렇다면 차라리 엄마한테 말하지 말걸…….'도제훈은 인상을 쓰고 주먹에 힘을 주었다.“수아야, 네 엄마와 우리 아빠가 결혼했으면 좋겠어?”강세윤이 수아에게 귓속말했다.“만약, 네 엄마와 우리 아빠가 결혼하면 너는 우리 아빠를 진짜
도예나가 고개를 휙 돌려왔다.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수아를 바라보았다.“수아야, 방금 뭐라고 한 거야?”그녀는 수아가 강현석에게 아빠라고 두 번 불렀던 걸 제외하고 수아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심리 상담도 받아봤었는데 의사는 그녀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었다…….그래서 늘 대수롭지 않은 척 했었지만 사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수아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그런데 방금, 아빠라는 말 외에 드디어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도예나가 무릎을 꿇고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천천히 물었다.“방금 뭐라고 한 거야? 다시 한번만 말해줘.”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큰 눈을 깜빡일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예나 이모, 수아가 방금 아빠랑 뽀뽀하라고 한 거에요!”강세윤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말했다.“수아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는데 빨리 우리 아빠랑 뽀뽀해요! 빨리!”“강세윤!”도제훈이 인상을 쓴 채로 걸어와 강세윤을 확 낚아챘다.강세윤은 도제훈의 차가운 눈빛에 깜짝 놀라 강세훈의 뒤로 몸을 숨겼다.도예나는 강세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모든 신경을 수아에게 쏟고 있었기에.수아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앵두 입술을 다시 열고 짧은 한마디를 했다.“엄마…….”선명한 두 글자가 들려오자 도예나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4년 만이야. 4년 동안 매일매일 기도해 드디어 오늘 엄마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어…….’심리 상담 의사는 수아가 성인이 되어서야 엄마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10년 넘게 앞당겨졌으니 그녀는 너무 기뻤다…….“수아야, 정말 고마워…….”도예나는 작은 딸아이를 품에 안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엄마…….”아이가 또 입을 열었다. 수아는 손으로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엄마는 왜 아빠랑 뽀뽀 안 해?”“……”임신기간을 포함해 낳아 기른 세월이 5년이 되어가는 딸아이가 처음 입을 연 이유가 엄마가 다른 남자와 뽀뽀하라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도예나에게도 들려왔지만 그녀는 개의치않고 묵묵히 안으로 걸어갔다.그러나 강현석은 남몰래 입꼬리를 올렸다.그들의 좌석은 VIP석으로 가장 앞줄에 있었고 여섯 식구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강세윤은 강현석의 경고를 벌써 잊어버렸는지 다시 재잘대기 시작했다.“수아야, 우리 여기 같이 앉을래?”그러자 수아는 도예나의 품에서 내려와 강세윤의 옆자리인 끝자리에 앉았다.“형, 형이 내 왼쪽에 앉아. 도제훈, 너는 수아의 오른쪽에 앉아.”강세윤은 순식간에 자리를 다시 배정하여 끝의 두 자리를 도예나와 강현석을 위해 남겨놓았다.도예나는 강현성을 따라 옆에 앉으며 강세윤이 재잘대는 소리를 들었다.“수아야, 연주 금방 시작할 텐데, 신나?”“수아야, 나는 오늘 처음 연주회 보러 왔어. 내가 이해하지 못해도 비웃으면 안 돼!”“수아야, 손 좀 잡으면 안 될까? 네 손이 너무 말랑말랑해…….”“강세윤, 좀 조용히 할래?”강세훈이 짜증을 담아 말했다.그러나 강세윤은 말썽꾸러기 표정을 지었다.“수아는 내가 말하는 게 좋대! 형이 무슨 상관이야? 그렇지, 수아야?”“응!”수아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짧은 음절을 내뱉었다.그러자 강세윤은 더 득의양양해졌다.“들었지 형? 수아가 내가 말해도 된다고 했어!”아이들의 모습에 도예나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친오빠가 옆에 있으니 수아도 천천히 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겠지.활발하고 구김살이 없는 강세윤은 수아의 침묵과 정반대되는 아이였다. 수아가 이런 강세윤과 나란히 앉으려는 건…… 그들 몸에 같은 피가 흐른다는 증거였다. 그들의 혈연은 말없이 강했다…….연주회가 시작되고 불빛이 어두워지자 강세윤도 입을 다물었다.첫 번째 곡은 기세가 웅장한 찬가였다. 두 명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합작하여 연주하는 이 곡은 매 음표마다 세상에 대한 열정과 찬송이 느껴졌다. 듣고 있자니 몸에 힘이 불끈 솟아나고 열정이 샘솟았다…….도예나는 연주회에 가는 걸 좋아했지만 이 몇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