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윤이가 왜 자꾸 자신을 귀찮게 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도예나는 세윤이의 불쌍한 작은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수아는 강현석을 찾기 위해 유치원에서 몰래 뛰어나갔고, 세윤이는 자신을 찾기 위해 몰래 집에서 뛰쳐나오다니…….다들 대체 왜 이러는 거야?머리가 깨질 듯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었다.강세윤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그녀는 머리 속에서 화단의 썩은 잎과 먼지들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아들었다.“네 아버지는 20분이나 지나야 도착할 거야. 내가 일단 씻겨줄게.”강현석도 수아를 돌보면서 씻겨 주었으니, 그녀도 세윤이를 씻겨준다면 서로 빚을 갚는 거나 마찬가지다.하지만 그녀가 일어나자마자 도제훈이 따라와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얘도 4살이니까 스스로 씻을 수 있어요.”강세윤은 도예나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며 품에서 조금도 떨어지기 아쉬워했다.“저는 씻을 줄 몰라요, 옷도 벗을 줄 몰라요! 예나 아줌마가 도와주세요!”“남녀칠세부동석인데, 제가 도와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도제훈이 입을 열어 말하자, 도예나도 동의하고 강세윤을 내려놓은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세윤아, 너도 네 살이 되었으니 어떻게 혼자 씻는지 배워야 해. 제훈이 형이 너를 데리고 가서 가르쳐 줄 거야.”“싫어요!”강세윤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리고 제가 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을 거예요, 제가 형이라구요!”그 말을 들은 도제훈은 눈꺼풀을 가볍게 젖혔다.“너 몇 살이야?”“네 살!”강세윤은 자신만만하게 턱을 들어 올리며 계속 말했다.“너는 겨우 세 살 반 밖에 안 됐겠지!”하지만 도제훈도 지지 않고 계속 물었다.“몇 월에 태어났어?”그 물음에 강세윤이 머리카락을 꼬며 말했다.“잘 기억이 안 나. 어차피 나는 분명히 너보다 나이가 많을 거야!”“네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씻을 줄 모르면, 지능이 낮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도제훈의 말에 강세윤이 두 뺨을 불룩하게 내밀고 손을 허리에
“누가 너를 괴롭혔다는 거야?”도제훈이 차갑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물도 못 트는 게 내 탓이야?”그는 도예나를 비롯한 다른 어른들 앞에서는 줄곧 얌전하고 철 든 아이였지만, 지금 표정은 강현석과 비슷했다.냉혹한 웃음에, 미간에 섞인 비웃음까지.지금까지 하늘도 땅도 두려워하지 않던 강세윤이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히게 만들다니.그는 예나 아줌마를 찾아온 거지, 이런 업신여김을 당하러 온 게 아니었다.강씨 집안 도련님으로 마음대로 자라 온 그는 여태껏 남에게 이런 업신여김을 당한 적이 없었다.욕조에서 걸어 나와 재빨리 욕실 문을 당기는 그의 앞을 도제훈이 가로막았다.“네가 한 가지 일을 승낙하면, 내가 나가게 해 주지.”강세윤은 화가 나서 한 판 싸우고 싶었지만, 맨 몸인 상태에서는 뭘 해도 위엄이 없어 보인다.화가 난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렇게 부드러운 예나 아줌마한테서 어떻게 너처럼 밉살스러운 아이가 나왔을까!”도제훈이 비웃었다.그렇다, 그는 밉살스럽고 얄미운 사람이었다.깜찍함과 철든 모습으로 자신을 위장하여 모든 사람의 눈에 착한 아이로 보이지만, 자신은 얼마나 비열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삼촌을 쫓아내고, 수아가 강현석을 찾아가는 걸 막고, 심지어 욕심에서 한 아이를 괴롭히기까지.도제훈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며, 욕실 문을 손으로 받치고 또박또박 말했다.“만약 네가 한번만 더 우리 엄마를 귀찮게 하면, 내가 창문에서 던져 버릴 거야.”음산한 그 목소리에, 강세윤은 마치 독사 한 마리가 자신의 반들반들한 종아리에서 기어오르는 듯한 섬뜩함을 느끼며 더 이상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제하지 못하고 무너져 울었다.“우앙! 예나 아줌마, 도제훈이 저를 괴롭혀요!”그가 힘껏 천지를 뒤흔들 듯 울자, 도제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성남시에서 잘 나가는 강현석 아들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는데,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부잣집 사람들이 엄마한테 접근하는 건 절대 허락할 수 없어. 엄마한테 아빠가 다른 여자랑 아이까지 낳았다는 걸 알려주면
도제훈의 손가락이 꽉 쥐어졌다.그의 기억에 따르면 엄마는 지금 생전 처음으로 자신에게 책망하는 말투로 말했다.다 강세윤 때문이야.고개를 숙인 그는 잘못을 인정했다.“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제훈아, 너는 내려가서 여동생이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내가 세윤이를 씻길게.”도예나가 강세윤을 안고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자, 그 문을 한참 쳐다보던 도제훈은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10분 후, 도예나가 목욕을 마친 강세윤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제훈아, 내가 세윤이한테 네 옷 입혀도 되지?”그 말을 들은 도제훈이 영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세윤아, 너한테 이 옷이 어울려! 사과의 의미로 선물로 줄게.”강세윤은 고개를 돌렸다.그는 도제훈의 옷을 전혀 입고 싶지 않았지만, 입지 않으면 맨 엉덩이를 드러내거나 수아의 치마를 입을 수밖에 없다.그러자 도예나가 그의 작은 머리를 두드렸다.“제훈이 형이 너한테 사과했는데, 그럼 너는 무슨 말을 해야 하지?”그녀의 말을 듣고도 강세윤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전혀 괜찮지 않아!하지만 2분 후.도예나의 비난 가득한 눈빛 아래, 그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괜찮아, 하지만 다음에는 나한테 그러면 안 돼!”도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때 이미 네가 따뜻한 물을 못 틀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다음에는 도와줄게.”“…….”그가 말한 건 이 일에 관한 게 아니었다.도제훈은 정말 약아빠진 게 예나 아줌마의 아들 같지가 않다. 역시 수아가 훨씬 귀엽다고 생각한 강세윤이 삽살개처럼 수아의 곁에 가서 몸을 비볐다.그리고 도예나는 도제훈의 곁에 살며시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제훈아, 엄마도 네가 세윤이를 좋아하지 않는 거 다 알아.”“저는…….”도제훈의 말이 바로 도예나에 의해 중단되었다.“나는 네 엄마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어. 세윤이는 단순해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애가 아니야. 게다가 수아를 아주 좋아하고 수아도 세윤이를 밀어내지 않잖아.
강현석이 별장 밖에 서 있었다.그는 마침 서 있는 각도에서 거실을 볼 수 있었고, 어두운 간접등 아래에서 세 사이가 매트에 앉아 함께 퍼즐을 맞추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도예나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며 수시로 고개를 들어 세 아이를 살펴보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 따뜻한 장면에, 강현석은 차마 바로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잠시 고민하다 눌렀다.‘딩동!’도예나가 고개를 들어 노트북을 내려놓고 와서 문을 연 뒤 앞에 선 차가운 표정의 남자를 보고 잠시 멈추었다.“강 대표님, 이번에 아드님께서 두 번째로 저를 찾아왔네요.”강현석은 말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벌써 일곱여덟 번은 됐겠지. 몇 번은 양집사에게 가로막히고, 몇 번은 이 녀석이 찾아와도 집에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 말을 그녀에게 할 수는 없었다.입구에 선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강세윤, 이리 와.”이미 초인종이 울렸을 때 강세윤은 책상 밑에 숨어있었다. 책상다리를 안은 그가 고집스럽고 억울한 말투로 외쳤다.“안 갈 거예요!”‘가까스로 집에서 몰래 뛰쳐나와 예나 아줌마를 찾아왔는데, 다시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아버지가 화가 나서 그를 때려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기세였다. 강세윤은 심지어 이미 한바탕 얻어맞을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하지만 누가 예상했겠는가. 강현석은 화를 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20분만 더 줄게. 시간이 되면 집에 갈 거야.”20분은 짧지만 그냥 떠나는 것보단 나아!강세윤의 얼굴에 마침내 약간의 기쁨이 생겼다. 그가 책상 밑에서 나와서 경계하는 눈으로 집으로 들어오는 강현석을 주시하자, 도예나도 어쩔 수 없이 말했다.“세윤아, 너 저쪽에 가서 동생 수아랑 제훈이 형이랑 같이 놀아.”이 말을 한 그녀는 좀 우습다고 느꼈다. 도제훈은 수아보다 몇 분 더 나이가 많을 뿐인데, 이렇게 계산한다면 수아는 세윤이보다 나이가 많은 셈이 된다.하지만 수아는 조산의 과정과 여자 아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3살 반밖
이렇게 클 동안, 아버지는 아직 그에게 한번도 이런 말투로 말한 적이 없었는데…….만약 아버지가 자신에게 이렇게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대한다면, 어떻게 그가 매일 집에서 뛰쳐나올 생각만 하겠는가.그러나, 강세윤은 예쁜 소녀를 한 번 보더니 갑자기 당황했다. 만약 그가 여동생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예쁘게 생겼다면, 아버지도 틀림없이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누가 자신을 이렇게 못생기게 만들었을까.수아는 손에 든 퍼즐을 던지고 일어나서 강현석을 보면서 천천히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한 걸음 내디딘 후에 다시 망설이며 발을 거두어들였다. 수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도제훈을 힐끗 보았다.다른 사람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도제훈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가 여동생에게 이 남자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동생이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도제훈의 마음이 극도로 복잡해지며 일어나서 수아의 손을 잡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수아야, 네가 어디를 가든지 내가 같이 갈게.”그제야 입꼬리를 올린 수아가 도제훈의 손을 잡고 지체없이 강현석 쪽으로 걸어갔다.“수아 착하네.”강현석은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그는 수아가 오지 않을까 봐 정말 두려웠다. 만약 정말 오지 않았다면 그가 그날 도예나에게 한 말은 우스운 말이 될 뻔했는데, 다행히 수아가 그의 체면을 세워주었다.그가 손을 들어 수아의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을 문지르며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그날 삼촌 사무실에서 말 했지?”수아의 나비 날개 같은 속눈썹이 부채질하며, 맑은 눈동자가 망연자실해졌다.도예나도 옆에서 수아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수아야, 엄마한테 말해봐. 말 할 수 있지, 그치?”하지만 멍하니 서 있는 수아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그리고 옆에 서 있던 도제훈의 미간이 찡그러졌다. 설마 자신의 여동생이 강현석과 함께 있을 때 입을 열었단 말인가? 이 남자가 여동생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그런 생각
가을밤의 바람이 정원의 나무에 불어오자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고, 집 밖의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나가자 실내는 온통 고요해졌다.고요함이 만연하여 마치 바늘 하나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이렇게 조용한데, 잘못 들었을 리가.도예나가 어렵게 입술을 벌렸다.“수아야, 너 정말 말을 할 줄 아는구나…….”그리고 그녀는 일부러 수아가 외친 그 두 글자를 신경 쓰지 않았다.“내 동생, 정말 대단해!”도제훈의 검고 잔잔한 눈동자에도 기쁨이 가득했다.“앞으로 아무도 너한테 말을 못 한다고 놀리지 못할 거야!”“와, 수아 정말 대단해!”강세윤도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흥분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빨리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봐, 너무 듣고 싶어!”수아의 목소리는 정말 듣기 좋아서, 마치 우유 사탕을 코코넛 소스에 한 바퀴 굴린 듯 달콤해서 멈출 수가 없다.하지만 좋아하던 강세윤이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말했다.“수아야, 너 방금… 잘못 말한 거 아니야?”강현석은 그의 아버지인데, 수아가 왜 아빠라고 부르는 거지? 자신이 잘못 들은 걸까, 아니면 동생이 잘못 외친 걸까?강세윤이 모두가 일부러 신경 쓰지 않고 있던 문제를 들춰내자,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강현석은 수아의 달짝지근한 아빠라는 말 때문에 무려 십여 초 동안 정신을 잃었다. 심지어 갑자기 딸을 갖고 싶은 충동마저 생겼다.“수아야, 나는 삼촌이지, 네 아빠가 아니야.”비록 그는 그녀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방금 말을 배운 아이를 잘못 인도해서는 안 된다.“아빠.”수아가 고개를 들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그녀의 목소리에는 망설임과 어려움이 없어진 대신, 확고함과 고집이 있었다.수아의 촉촉한 눈동자는 별빛처럼 반짝이며 강현석의 그림자를 거꾸로 비추고 있다. 마치 그녀의 세계에서 지금 이 순간 강현석 한 사람만 수용할 수 있는 것처럼…….이 장면을 보던 도예나는 가슴이 찡해졌다. 자신은 엄마 한 마디도 듣지 못했는
구석에 서 있던 도제훈의 얼굴은 온통 흙빛으로 변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막으려는 충동을 참았다. 비록 이 남자는 그들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그들의 아버지였다. 강현석 덕분에 여동생의 자폐증이 호전됐는데, 더 이상 이기적으로 여동생의 선택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도제훈은 그냥 고개를 돌려 자신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장면을 외면했다.그리고 도예나는 머리가 아파와 얼굴을 가린 채 수아를 안으려고 걸어갔다. 하지만 딸이 이렇게 황소 고집을 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가 아무리 힘을 써도 잡아당길 수 없었다.“예나 아줌마, 저랑 아버지가 여기서 하룻밤 지내도 돼요?”강세윤이 큰 눈을 깜박이며 계속 말했다.“수아가 우리 아버지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틀림없이 아버지가 떠나는 걸 싫어할 거예요… 예나 아줌마, 저는 그냥 땅에서 자도 돼요, 정말!”강현석도 담담하게 말했다.“도예나 씨, 저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 집에서 묵은 적이 없는데… 오늘 수아를 위해 그 법칙을 깨야겠네요.”그 말은 뭔가 그녀의 집에서 억지로 묵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만약 수아가 이렇게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벌써 이 부자 둘을 내보냈을 것이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미간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수아야, 손 놔.”하지만 수아는 힘껏 고개를 저으며 강현석의 허벅지를 더욱 꽉 안았다.“네가 손을 안 놓으면 삼촌이 어떻게 세수하러 가겠어?”도예나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수아의 두 눈이 밝아오며 그제야 순순히 손을 놓았다. 하지만 강현석이 막 한 걸음을 떼자 다시 재빨리 경계하며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그 모습을 본 강현석이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안심해, 삼촌 오늘 저녁에 집에 안 갈 테니까, 여기서 너랑 함께 있을게.”수아가 그제야 웃기 시작했다.네 살이 될때까지 이렇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행동을 한 적이 없었는데, 예쁘게 웃는 딸을 보고 도예나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어떤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인연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
강세윤의 손이 이불 속에 숨겨서 꼭 쥐어져 있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고개를 저을까봐 그는 긴장한 상태로 도예나를 간절히 바라보았다.도예나는 몇 초 동안 생각에 잠겼다.사실, 그녀는 지금 수아가 왜 강현석을 아빠라고 불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리고 저번에도, 수아가 왜 유치원에서 강씨 그룹으로 몰래 달려갔을까…….강현석이 도대체 무슨 끼를 부렸길래?하지만 다행히 수아가 이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머지않아 직접 답을 알려줄 거라고 믿고 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린 도예나가 강세윤의 눈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수아는 아빠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잘못 말한 거야. 하지만 너는 엄마가 무슨 뜻인지 알잖아? 나는 네 엄마가 아니야. 너도 엄마가 있을 거 아니니?”이 순간, 강세윤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아랫입술을 깨물며 화를 냈다.“있는 게 뭐 어때서요! 저는 그 여자가 싫어요, 그 이기적인 여자는 제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요!”도예나의 마음이 갑자기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시큰거렸다. 그녀가 강세윤의 얼굴을 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자기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엄마는 없어. 방금 네가 한 말을 어머니가 들으시면 정말 슬퍼할 거야.”“안 슬퍼할 걸요? 저는 전혀 사랑하지 않으니까요!”꽉 깨문 강세윤의 입술에 흰 자국이 남았다.“그 여자는 매일 아버지한테 시집가는 방법만 생각하고, 어떻게 강씨 집안 사모님이 될 지만 연구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저한테 관심을 가진 적도 없고, 저를 아들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강세윤의 마음 속 억울함이 점점 커져, 도예나의 품에 뛰어들어 낮은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도예나는 그저 한숨을 쉬며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강씨 집안 일은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아이가 말하는 걸로 봐서 많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외부에서는 강씨 집안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고, 강현석도 결혼 소식을 전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해서 세윤이는 사생아인 것이다.아마도, 어떤 여자가 강씨 집안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