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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구석에 서 있던 도제훈의 얼굴은 온통 흙빛으로 변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막으려는 충동을 참았다. 비록 이 남자는 그들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그들의 아버지였다. 강현석 덕분에 여동생의 자폐증이 호전됐는데, 더 이상 이기적으로 여동생의 선택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도제훈은 그냥 고개를 돌려 자신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장면을 외면했다.

그리고 도예나는 머리가 아파와 얼굴을 가린 채 수아를 안으려고 걸어갔다. 하지만 딸이 이렇게 황소 고집을 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가 아무리 힘을 써도 잡아당길 수 없었다.

“예나 아줌마, 저랑 아버지가 여기서 하룻밤 지내도 돼요?”

강세윤이 큰 눈을 깜박이며 계속 말했다.

“수아가 우리 아버지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틀림없이 아버지가 떠나는 걸 싫어할 거예요… 예나 아줌마, 저는 그냥 땅에서 자도 돼요, 정말!”

강현석도 담담하게 말했다.

“도예나 씨, 저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 집에서 묵은 적이 없는데… 오늘 수아를 위해 그 법칙을 깨야겠네요.”

그 말은 뭔가 그녀의 집에서 억지로 묵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만약 수아가 이렇게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벌써 이 부자 둘을 내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미간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수아야, 손 놔.”

하지만 수아는 힘껏 고개를 저으며 강현석의 허벅지를 더욱 꽉 안았다.

“네가 손을 안 놓으면 삼촌이 어떻게 세수하러 가겠어?”

도예나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수아의 두 눈이 밝아오며 그제야 순순히 손을 놓았다. 하지만 강현석이 막 한 걸음을 떼자 다시 재빨리 경계하며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그 모습을 본 강현석이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안심해, 삼촌 오늘 저녁에 집에 안 갈 테니까, 여기서 너랑 함께 있을게.”

수아가 그제야 웃기 시작했다.

네 살이 될때까지 이렇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행동을 한 적이 없었는데, 예쁘게 웃는 딸을 보고 도예나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

어떤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인연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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