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소리가 한바탕 들려오자, 휴게실안의 여직원 몇 명이 놀라서 온몸을 벌벌 떨었다.그들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도예나는 웃는 듯 비웃는 듯 뒤에 서 있었고, 분명히 그녀들이 방금 한 말을 모두 들었다.지금, 이 순간, 다행인 건 바로 그녀들이 도예나의 뒷담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만약 도설혜가 그녀들이 뒤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다면, 해고됐을 것이다…….“도…… 도…….”여직원 몇 명이 말을 더듬으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전혀 몰랐다.도진호는 도 이사님이고 도설혜는 도 대표님인데 도예나는 어떻게 불러야 하는 거지?“도 매니저라고 부르는 게 낫지?”도예나는 웃었다.“조금 있으면 내가 매니저가 될 거야.”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여직원 몇 명이 서로 쳐다보았다.도예나는 주주들과 내기했는데 그녀들도 이것저것 좀 들었다.태성 그룹은 국제적인 대기업이다. 지금까지 해외 회사와만 협력했을 뿐, 한 번도 국내 회사를 선택하지 않았다.도씨 그룹은 성남시에서의 인지도는 괜찮지만 태성 그룹의 요구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3일 안에 태성 그룹과 협력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하지만 지금 도예나는 자신이 고객부 매니저가 된 후의 일을 환상하기 시작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그녀를 묵묵히 응원해 주었다.도예나는 문틀에 기대어 천천히 말했다.“곧 점심 시간이니까 제가 밥 살게요.”“매니저님,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저희는 구내식당 가서 먹으면 돼요.”여직원들이 잇달아 사양했다.“회사 근처에 레스토랑이 새로 생겼다던데, 맛이 괜찮을 것 같아서요. 가서 맛보고 싶지 않아요?”도예나는 웃으며 물었다.새로 개업한 레스토랑의 평균 소비가 20만 정도인데, 누가 가고 싶지 않을까?그러나 상대방은 도씨 그룹의 큰아가씨로서 현재 성남시 핫이슈의 단골손님이다.그녀들은 정말 이런 인물과 엮이고 싶지 않다.“제가 여기 온 지 얼마 안돼서, 그냥 누구나 다 아는 회사 사정 좀 물어보려는 거예요.”도예나는
도진호의 중얼거림에, 도설혜는 머리가 아파왔다. 일이 그녀의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 책임을 지게 하다니, 결국 짜증이 나서 말했다.“그냥 고객 한 명일 뿐이잖아요, 강씨 그룹이 이런 고객 열 명은 되겠어요.”하지만 도진호는 뒷짐을 지고 왔다갔다하며 눈썹을 비틀었다.“말도 마, 강씨 그룹의 프로젝트는 3년 후에야 착공돼! 맞다, 태성 그룹 일은 어떻게 됐어? 오늘이 이틀째야, 예나가 태성 그룹 책임자를 찾았어?”도설혜가 눈을 찌푸리며 답했다.“제가 아침에 회사에 왔을 때 누가 예나가 왔다고 하는 걸 듣긴 했는데, 뭘 하러 온건지는 모르겠어요.”도진호의 손가락이 책상 위를 두드렸다.“만약 예나가 이번에 태성 그룹 프로젝트를 잘 해결한다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도…….”이 말을 듣던 도설혜는 깜짝 놀랐다.도예나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다고? 그게 무슨 뜻일까?정말 도예나를 도씨 그룹에서 일하게 하려는 걸까?그녀가 회사에 들어오면 온종일 감시하느라 일할 마음은 생기지도 않을 게 뻔하다. 자신의 후계자 신분도 조만간 그녀에게 빼앗기겠지.입을 열고 뭔가 말하려던 도설혜는 결국 그만두었다. 어쨌든 도진호는 도예나의 친아버지이기에, 이런 일은 어머니와 상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그 후로 다시 여러 가지 일을 보고한 후, 대표 사무실에서 떠난 그녀는 아래층에 내려오자마자 도예나가 재무팀에서 걸어나오는 것을 보았다.두 자매가 좁고 긴 복도에서 만나자 도예나는 입술을 올리며 웃었다.“설혜야, 너 잠 잘 못 잤어?”도설혜의 눈 밑에는 아침에 30분동안 화장을 했는데도 가리지 못한 다크서클이 있었다. 어젯밤에 자신의 컴퓨터를 공격한 사람이 도예나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지만, 어떤 증거도 꺼낼 수가 없었다.‘그래도 괜찮아, 강세훈이 이미 가서 조사하고 있으니 단서만 찾으면 바로 도예나를 감옥에 보낼 수 있어.’숨을 가라앉힌 도설혜가 차갑게 말했다.“재무팀에는 뭐 하러 왔어?”그녀의 물음에 도예나가 여유롭게 웃었다.“그냥 와서 좀
보좌관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네, 대표님. 곧 처리하겠습니다.”도예나는 장부를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 장부는 도씨 그룹의 대외장부로, 아주 잘 조작되어 있어 대충 보면 아무런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다.그녀가 장부를 찍어 설민준에게 보냈다.“3시간 안에 장부의 허점을 찾아내.”“예나야, 나 금융학과 졸업했어. 또 장부를 보라고?”“시험 문제 아니니까 안심해. 이건 도씨 그룹 장부야. 허점을 찾아내면 보상은 두둑히 줄게.”이 메시지를 끝으로, 도예나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컴퓨터를 켠 후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A-F 프로젝트는 사실 복잡하지 않지만, 디자인에 구불구불한 점이 있어서 이걸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틀에 박힐 수밖에 없고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과 겹칠 수도 있다.5시가 되어서야 유치원에 가려던 그녀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이 사장님.”전화를 힐끗 쳐다본 뒤 미소를 지은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도예나 씨, 제가 전자 계약서를 메일로 보내드렸어요. 전자 서명을 해 주시면 됩니다.”“네, 감사해요. 내일 도씨 그룹 주주총회가 끝난 뒤에 밥 한 끼 사드릴게요.”도예나가 걸으면서 말했다.“별 말씀을요. 큰 도움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사실 도씨 그룹 대표 보좌관이 저에게 연락이 와서 단 둘이 밥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도씨 그룹의 대표는 도설혜다. 다시 말해서, 도설혜가 자신의 보좌관을 보내서 태성 그룹 사람들과 접촉하게 한 것이다.그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다고 느낀 도예나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성남시 음식이 참 맛있죠. 오늘 저녁에 가서 드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네, 도예나 씨 말대로 하겠습니다.”도씨 그룹.“도 대표님, 이 사장님이 같이 식사하기로 승낙하셨어요!”보좌관이 기뻐하며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저녁 7시 반이예요!”도설혜 마음 속에 있던 우울함이 싹 사라졌다. 이렇게 재수가 없던 차에 드디어 좋은 일이 하나 생기다니. 사무실에서 몇
그때 작은 가방을 든 도예나가 도씨 그룹 건물에 들어서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상한 눈빛으로 훑어봤다.“도예나 씨가 이제 막 도씨 그룹 주식을 손에 넣었는데, 곧 이사회에서 쫓겨나게 생겼네. 비참해라.”“뭐가 비참해.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폭탄발언을 한 거지. 자업자득이야.”“도씨 그룹 관리는 아무래도 도설혜 씨가 적합한 것 같아. 도예나 씨는 가만히 있는 게…….”“어제 도설혜 씨가 입찰 공고회 사건을 망친 걸 벌써 잊었어?”“…….”마치 이 소리들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엘리베이터로 향한 도예나는 바로 꼭대기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 입구에 선 그녀는 주변을 힐끗 관찰했다.‘좋아, 모두들 도착했군.’하이힐을 신고 막 한 걸음 걸어 들어간 그녀는 여민석의 차가운 얼굴을 맞이했다.“태성 그룹과 얘기가 잘 되지 않아서 앞으로 너는 더 이상 주주총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어.”장기태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회사에서 내부 회의를 할 거야. 그냥 돌아가.”도진호도 차갑게 말했다.“이건 네가 스스로 약속한 거야. 졌으니 승복해야지, 나가!”그날 도예나의 자신있는 말에, 그는 딸이 정말 태성 그룹 사건을 잘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사람들이 모두 태성 그룹은 임씨 가문과 계약할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애초에 도예나가 태성 그룹 책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안 되면서 허수아비처럼 허세를 부렸던 걸까? 딸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걸까?“아빠, 아무리 그래도 언니가 회사 주주인데, 쫓아내는 건 좀 그렇죠.”도설혜가 웃으며 그들을 말렸다.“언니가 회사 지분의 25%를 가지고 있으니까, 고객팀 매니저로 두는 게 어때요?”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 화살이 숨어져 있었고, 이 말에 회의실 주주들이 발칵 뒤집혔다.“고객팀 매니저 자리는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회사의 큰 고객들은 모두 고객팀에서 관리하는데, 도예나 씨가 고객팀에 가면 도시 그룹 고객들이 놀라서 도망갈 거야!”“어쨌든 나는 도예나 씨가 고객
그렇기에 왜 태성 그룹이 임씨 가문을 선택했는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도 사실이다.도예나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켜고 녹음 파일을 틀었다.“…이 사장님, 도씨 그룹 내부는 사실 지금 엉망입니다. 고위층에서는 고객을 속이기 바쁘죠… 이 사장님처럼 큰 회사는 바로 그 고위층이 속이기 좋아하는 고객이예요. 만약 도씨 그룹과 계약을 하신다면 틀림없이 태성 그룹에 말도 못할 손실을 가져다줄 겁니다…….”회의실 안의 사람들이 녹음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녹음 파일 속의 음성이 도씨 그룹의 고위층을 헐뜯기 시작할 때, 모두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이게 무슨 헛소리야!”여민석이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이 녹음은 어디서 난 거지?”도예나가 나른하게 웃으며 말했다.“설혜한테 물어보세요.”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도설혜를 향해 꽂혔고, 아랫입술을 깨문 도설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다른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녹음 속의 그 목소리가 그녀의 보좌관이라는 걸 자신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왜 도예나가 자신의 보좌관과 이 사장의 대화를 녹음했는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다. 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손바닥을 힘껏 움켜잡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언니, 나도 이 녹음 파일이 도대체 뭔지 알고 있어. 누가 이 사장님 앞에서 우리 도씨 그룹을 헐뜯는 거지?”그 물음에 도예나가 가볍게 웃었다.“설혜 너는 보좌관 목소리도 못 알아듣니?”그리고 일어나며 더욱 예리한 목소리로 말했다.“태성 그룹과 도씨 그룹의 계약을 막으려고, 네 보좌관을 이 사장에게 보내 도씨 그룹을 비방했어. 그래서 태성 그룹이 결국 임씨 가문과 계약하기로 한 거야!”“무슨 소리야!”도설혜가 억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언니, 태성 그룹은 원래 계약을 따내기 어려운 곳이라 모두들 언니를 탓하지 않았어. 근데 어떻게 그 실패를 내 탓으로 돌릴 수 있어? 나는 도씨 그룹의 후계자인데, 당연히
도설혜의 변명은, 이 사장의 SNS 사진 앞에서 아무 효력이 없었다.이 사장은 태성 그룹 성남시 지부의 대표로서, 성남시의 여러 사업가들이 친해지고 싶은 인맥이다. 그런 사람이 도예나와 짜고 가짜 사진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회의실의 많은 사람들이 도설혜 앞에서 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도설혜씨, 정말 이 사장에게 보좌관을 보내서 도씨 그룹을 헐뜯은 겁니까?”그 물음에 도설혜가 손바닥을 움켜쥐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저는 그런 적 없어요… 제 보좌관이 멋대로 그런 거예요, 저랑은 상관없어요…….”그 힘없는 변명에 여민석과 장기태의 눈빛이 모두 실망으로 가득찼다.“내 보좌관이 이 사장과 어제 식사를 안 했더라도, 우리는 어차피 태성 그룹과 계약할 수 없었을 거예요!”도설혜가 마지막 숨을 참으며 말했다.“이 계약이 실패한 원인을 제 보좌관에게 돌릴 수는 없습니다!”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한, 도예나는 이사회에 들어갈 수 없을 테니까!그러나 바로 이때, 회의실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이 사장님께 전화가 왔네요.”도예나가 웃으며 통화 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에서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예나씨, 전자 계약서 잘 받았습니다. 프로젝트 자료는 이메일로 보내 드렸으니 보시면 됩니다.”“네, 이 사장님, 좋게 계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도예나가 입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제가 여기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이따가 식사 한번 하시죠.”그리고는 바로 전화를 끊더니 휴대폰을 쥔 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쳐다보았다.“지금 저를 쫓아내실 건가요?”“말도 안 돼!”도설혜가 미친듯이 소리쳤다.“태성 그룹은 임씨 가문과 계약했어, 언니하고 계약 할 수 없어! 어디서 허세를 부리는 거야!”“설혜야, 너는 우리가 태성 그룹과 계약하는 게 그렇게도 싫니? 사실이 눈앞에 있는데 왜 아직 믿지 않는 거야?”도예나가 손으로 회의실 문을 밀자, 그녀의 보좌관이 인쇄된 문서들을 한 부 한 부 사람들 앞에
그러자 장기태도 따라서 말했다.“도예나 씨가 회사의 고액 주식을 가지고 있는 데다, 또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성사시켰으니 고객팀 매니저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저는 이상 없다고 생각합니다.”“저도요.”회의실 안의 대다수가 동의하자, 더 이상 돌이킬 가능성이 없었다. 도진호는 도예나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조금 불만이었지만, 어쨌든 도예나가 회사를 도운 셈이었다. 태성 그룹의 프로젝트를 손에 넣었으니 앞으로 반년 동안 회사 수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담담하게 박수를 쳤다.“그래, 그럼 예나가 고객팀 매니저가 되고, 지금 고객님 매니저는 너를 도와 일하도록 해.”“고마워요, 아버지.”도예나가 웃으며 자리에 앉자, 이 장면을 보던 도설혜는 피가 날 정도로 잇몸을 악물었다. 참고 또 참아도 가슴 속의 화는 여전히 끊임없이 역류했다.결국 참지 못한 그녀가 화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아버지, 지금 고객팀 매니저는 박사 학위를 가진 해외파에다, 7~8년 경력의 고참 직원이예요. 이렇게 언니 밑에서 돕도록 하는 건 너무 가벼운 결정 아닌가요?”“설혜 말도 일리가 있어요.”도예나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천설경씨가 해외에서 MBA 박사를 졸업했으니, 고객팀 매니저로 두는 건 확실히 적합하지 않죠. 저는 대표 자리가 천설경씨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도설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씨 그룹의 대표는 자신인데, 도예나 이 천한 것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설혜야, 너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회사 경영관리와는 조금도 관련이 없어. 나는 네가 인재를 위해서 한 발 물러나도 된다고 생각해.”도예나가 웃으며 입을 열고 계속 말했다.“너 어차피 4년 동안 대표 자리에 있으면서 회사에 아무런 공헌도 못했잖아… 아, 이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여민석 이사님이 방금 하신 말이야. 능력이 없으면 적합한 사람한테 자리를 양보해야지. 그렇지?”“그만해!”도진호가 책상을 세게 두드렸다.“이제 막 이사회에 참석한 주제에 회사
열 몇 명의 눈이 분노로 가득 차서 도설혜를 어둠 속으로 끌어당겼다.그녀는 오늘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재무팀의 장부는 전문가를 찾아서 시킨 일인데, 어떻게 밝혀질 수 있단 말인가?다 도예나 때문이야!이 천한 것이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주식 중 절반을 빼앗더니, 지금은 자신을 대표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하고 있다.분명히 오늘 이 천한 것을 주주총회에서 쫓아내려고 했는데, 왜 결국 자신이 대표에서 물러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걸까?‘이게 왜 자꾸 나를 못살게 굴어!”도설혜는 손가락뿐만 아니라 입술까지 하얗게 질려 심하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건 언니가 일부러 가짜 장부를 만들어 저를 모함하는 거예요. 저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어요…….”“내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으면, 경찰을 불러서 조사하게 하자. 네가 전화해서 경찰에 신고할래?”도예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묻자, 도설혜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 꼴을 본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모두 파악했다.그룹 후계자와 2대 주주가 연루된 이런 사건이 경찰에 신고된다면 틀림없이 잡혀가서 철저히 조사될 것이다.만약 도설혜가 당당하게 경찰에 신고했다면 사람들은 그녀를 한 번 더 믿어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주저앉아 온몸을 떨고 있다.그 모습을 본 여민석이 실망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도 이사님, 저는 도설혜 씨가 대표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도설혜 씨가 대표 자리에 있으면 얼마나 더 많은 회계 비리를 저지를 지 모릅니다!”장기태도 씩씩거리며 말했다.“1년에 200억을 빼돌리다니, 우리 주주 한 명당 배당금이 몇 억 줄어든 거나 마찬가이예요, 이 손실은 도 이사님이 메꿔주실 겁니까?”“도 이사님, 빨리 설명해 보세요!”“도설혜씨, 자진해서 떠나세요. 일이 더 커지기 전에!”주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떠드는 여러 소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리자, 도설혜의 가슴이 꽉 막힌듯 답답해지더니 바로 두 눈을 뒤집으며 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