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몇 명의 눈이 분노로 가득 차서 도설혜를 어둠 속으로 끌어당겼다.그녀는 오늘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재무팀의 장부는 전문가를 찾아서 시킨 일인데, 어떻게 밝혀질 수 있단 말인가?다 도예나 때문이야!이 천한 것이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주식 중 절반을 빼앗더니, 지금은 자신을 대표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하고 있다.분명히 오늘 이 천한 것을 주주총회에서 쫓아내려고 했는데, 왜 결국 자신이 대표에서 물러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걸까?‘이게 왜 자꾸 나를 못살게 굴어!”도설혜는 손가락뿐만 아니라 입술까지 하얗게 질려 심하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건 언니가 일부러 가짜 장부를 만들어 저를 모함하는 거예요. 저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어요…….”“내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으면, 경찰을 불러서 조사하게 하자. 네가 전화해서 경찰에 신고할래?”도예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묻자, 도설혜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 꼴을 본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모두 파악했다.그룹 후계자와 2대 주주가 연루된 이런 사건이 경찰에 신고된다면 틀림없이 잡혀가서 철저히 조사될 것이다.만약 도설혜가 당당하게 경찰에 신고했다면 사람들은 그녀를 한 번 더 믿어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주저앉아 온몸을 떨고 있다.그 모습을 본 여민석이 실망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도 이사님, 저는 도설혜 씨가 대표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도설혜 씨가 대표 자리에 있으면 얼마나 더 많은 회계 비리를 저지를 지 모릅니다!”장기태도 씩씩거리며 말했다.“1년에 200억을 빼돌리다니, 우리 주주 한 명당 배당금이 몇 억 줄어든 거나 마찬가이예요, 이 손실은 도 이사님이 메꿔주실 겁니까?”“도 이사님, 빨리 설명해 보세요!”“도설혜씨, 자진해서 떠나세요. 일이 더 커지기 전에!”주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떠드는 여러 소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리자, 도설혜의 가슴이 꽉 막힌듯 답답해지더니 바로 두 눈을 뒤집으며 기절
그 사람은 성남시를 떠나고 나서도 왜 이럴까?“그래요, 그럼 받을게요.”도예나의 말에 이 사장이 느긋하게 웃었다.“도예나씨, 설 도련님이 좀 여자한테 인기가 많긴 하지만, 정말 당신을 아끼고 좋아해요. 한번 잘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에이, 이 사장님, 그냥 프로젝트 한 번 한 것 가지고 설민준 그 자식이랑 뭘 잘 해보라는 거예요?!”그러자 이 사장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그냥 말해 본 겁니다. 제 말을 듣든 안 듣든 알아서 하시구요.”도예나는 어이가 없어 턱을 괴었다. 애초에 그녀가 설민준에게 이 사장을 소개했고, 이 사장은 그 후에 태성 그룹 고위층의 인정을 받아 직장에서 승승장구했다. 이게 이 사장이 도씨 그룹과 계약하기를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설민준의 꽃다발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녀는 이 사장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도예나가 이 사장과 매우 즐겁게 이야기할 때, 어디선가 두 눈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바로 강세훈이 창가 모퉁이에 앉아 복잡한 표정으로 도예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도예나가 다른 남자와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속에서 왠지 모르게 여태껏 없었던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저기요, 저기요?”그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목소리르 높여 두어 번 소리치다가, 그가 정신을 차리는 걸 보고 그제야 계속 말했다.“앨리스 선생님께 수업을 부탁할까요? 그 분은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강세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언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매주 토요일 오후에 두 시간이요.”여자가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미리 아동용 피아노를 준비해 두세요. 그래야 더 쉽게 칠 수 있어요.”그녀의 말에 강세훈이 고개를 저었다.“제가 배우는 게 아니라, 그쪽 같은 성인 여자가 배울 거라서요.”어머니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던 게 떠오른 그는 어머니를 위해 피아노 수업을 마련해 드리려고 했다. 피아노를 통해 마음을
도예나가 다가오는 걸 보고, 강세훈은 갑자기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그가 두세 걸음 움직이자마자 휴대폰이 진동하더니 ‘어머니’라는 발신자가 표시되었다.휴대폰을 본 강세훈이 아버지와 닮은 입술을 오므리며 전화를 연결하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 울먹이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세훈아, 난 끝났어, 이번에 다 끝나버렸어…….”그녀의 말을 들은 강세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엄마, 무슨 일 있으면 천천히 말씀하세요. 듣고 있어요.”“도예나가 나를 해치려고 일을 꾸몄어. 그 일로 내가 도씨 그룹 대표직을 사직하고 다시는 이사회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됐어…….”도설혜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나는 도씨 그룹의 후계자고 회사의 제2대 주주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세훈아, 네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만큼 도와줘야 해…….”얘기를 듣던 강세훈의 미간이 점점 팽팽하게 조였다.“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죠?”어떻게 한 회사의 대주주가 이유 없이 이사회에서 물러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다시 한 번 천천히 물었다.“엄마, 이사회를 화나게 하는 일이라도 한 거예요?”“나, 나는…….”도설혜가 무너질 듯 울었다.“작년 네 생일에 생일 선물을 사주려고 내가… 도씨 그룹 공금에서 200억을 빼돌렸어……. 도예나가 어디가 증거를 찾은 건지, 모두 앞에서 나에게 물러나라고 강요했어.”“공금을 쓴 건 확실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예요.”강세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울지 마세요. 이건 원래 엄마가 잘못한 일이예요.”“세훈아, 어떻게 그 사람들과 똑같이 말할 수 있니? 내가 틀리고 도예나가 옳아? 그 여자가 일부러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거를 내던지고, 온갖 수단을 다 써서 나를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강요했어! 굶주린 늑대처럼 도씨 가문의 모든 걸 빼앗으려 한다고! 세훈아, 내가 네 생일 선물을 사려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어, 한 번만 도와줘!”강세훈의 미간이 여전히 찌푸려져 있다. 작년 생일에 그가 받은 생일 선물은 잘 세공된 옥돌이었다. 그쪽 시장을 잘 아
마치 어디서 본 것만 같다.하지만 그녀는 머릿속의 이상한 생각을 내팽개치고 몸을 웅크린 채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물어봐.”“왜 도씨 집안에 그런 짓을 하는 거죠?”강세훈이 내뱉는 한 글자 한 글자는 칼날처럼 예리했고, 도예나를 완전히 멍하게 만들었다. 생명의 은인인 이 아이를 우연히 만났을 때 그녀의 마음 속은 온통 기쁨으로 가득했지만, 지금 그 기쁨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기로 가득하다는 걸 알아차렸다.4살짜리 아이 같지 않은 눈빛.그녀의 새빨간 입술이 굳어지며 옅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가 어떻게 도씨 집안을 아니?”“제 엄마가 도설혜예요.”강세훈의 목소리는 차갑고, 말투는 담담했으며, 눈썹 사이에는 무심함이 서려 있었다.평온한 그와는 달리 도예나는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콰르르! 수많은 천둥이 머리 위에서 내리친다.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쉬어 있었다.“네가 도설혜의 친아들이라고?”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강세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엄마가 지금 입원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가봐요?”자신의 앞에 서 있는 도제훈과 비슷한 키의 아이를 보면서, 도예나의 마음에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이 아이는 4~5살로 보이는데, 4~5년 전에 도설혜는 임신을 한 적이 없다. 어떻게 갑자기 이런 아이가 생길 수 있단 말인가?어렵게 입을 연 도예나가 물었다.“너 몇 살이니?”“그런 건 말한 의무가 없는 것 같은데요.”강세훈이 냉담하게 말했다.“빨리 손을 떼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그의 눈빛이 인정사정없이 도예나를 향해 찔러왔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단단하게 몸과 마음을 단련한 도예나는 최근 4년동안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엄청난 통증이 그녀의 심장을 찢는 것 같았고, 가슴을 부여잡은 그녀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내 것을 다 돌려받을 때까지 손을 떼지 않을거야.”도예나가
도예나와 헤어진 후, 강세훈은 병원에 도착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초췌한 도설혜가 강세훈을 보고 비로소 표정을 지어보였다.“세훈아! 역시 내 아들은 효자야, 병문안을 오다니, 정말 기뻐… 내 생애 가장 행운은 바로 너처럼 똑똑하고 철든 아들을 낳은 거야…….”그녀가 강세훈의 손을 잡고 힘껏 만지자, 강세훈은 불편함을 내색하지 않고 손을 빼며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회사 일은 생각하지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세요.”“어떻게 생각을 안 할 수 있겠어?”옆에 앉은 서영옥이 차갑게 말했다.“세훈아, 지금 너희 엄마가 이사회에서 쫓겨났고, 도예나는 성공적으로 입사했어. 며칠만 지나면 도씨 그룹은 도예나 손에 들어갈 거야. 그때는 우리가 뭘 해도 의미 없어! 네 엄마가 10달 동안 얼마나 힘들게 너를 품었다가 낳았는데, 이렇게 억울함을 당할 때 그냥 지켜만 봐서 되겠니?”하지만 강세훈은 턱을 괴고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니가 도씨 그룹에서 4년 동안 대표로 일했는데 그룹에 큰 공헌이 없었잖아요. 사업에 소질이 없다는 걸 증명한 거죠. 차라리 도씨 그룹에서 이대로 물러나는 게 나아요.”“이게!”서영옥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야 이 자식아, 너 도예나랑 한 패야?”그리고 도설혜는 입술을 깨물고 울기 시작했다.“세훈아, 내가 확실히 소질이 없는 게 맞아. 하지만 나는 도씨 그룹의 후계자야, 조만간 회사를 인수해야 해. 만약 내가 이렇게 회사에서 물러난다면 그 회사는 도예나가 쥐고 흔들게 될 텐데, 그 여자가 사장 자리에 앉으면 나는 어떻게 해…….”“엄마는 제가 있잖아요.”강세훈은 여전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있으니 누구도 감히 엄마를 무시할 수 없어요.”“하지만 아무도 네가 내 아들이라는 걸 모르잖아!”도설혜가 통제력을 잃고 소리쳤다.“강씨 집안이 반드시 내 신분을 공개하기만 한다면, 나도 도씨 그룹에서 쫓겨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만약 온 성남시 사람들이 그녀가 강씨 가문 도련님의 친어머니라는 걸 알고 있다면, 도시 그룹 대표 자
그의 질문에 도설혜가 눈을 크게 뜨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세훈아, 나는 너희 아버지를 사랑해. 너와 세윤이도 사랑하고! 나는 너희들과 한 가족이 되고 싶어. 하지만 너희 아버지는 나는 더 보기 싫어하고… 나는 정말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할까 두려워. 너희들에게 계모가 생기고 그 계모가 너희를 학대할까 봐 두렵다고! 아니면 계모가 너희들에게 너무 잘해줘서 두 형제가 나를 잊을까봐 그것도 두려워…….”이 말은 도설혜의 진심이었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표정이 구슬펐다.“아버지가 5년 동안이나 지체한 건 확실히 잘못하신 거예요. 제가 오늘 아버지와 이 일을 잘 상의해 볼게요.”강세훈이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는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병을 치료하면서 소식을 기다려 보세요.”그가 말을 마치고 병실을 걸어 나가자, 도설혜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서영옥의 손을 잡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엄마, 들었어요? 세훈이가 저를 도와 현석씨랑 얘기해 본대요. 세훈이는 똑똑하니까 반드시 현석씨가 저랑 결혼하도록 설득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강현석 그 놈도 정말 찌질해!”서영옥이 낮은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자식을 낳아 줬는데, 게다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렸는데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니! 세훈이가 저렇게 철이 들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네 머리카락이 모두 하얗게 될 때까지 기다려도 강씨 집안에 시집 못 갔을 거야!”도설혜도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제가 현석씨에게 시집가면 가장 먼저 해치워야 될 건 도예나예요! 지금 좋은 날을 잘 누리게 놔두고, 행복이 절정일 때 제가 다시 그 여자를 지옥으로 끌고 갈 거예요. 그게 더 비참할 테니까!”강세훈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강현석이 회사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가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가 서재 문을 여니, 선생님이 열정적인 목소리로 수업을 하고 계시는 반면 강세윤은 책을 뒤집어 쓰고 책상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었다.그
강현석이 별장에 들어서자 양집사가 즉시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 있는 서류 가방을 받았다.“지금 작은 도련님은 수업을 하고 계시고, 큰 도련님은 막 돌아오셨습니다.”그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 강현석이 신발을 갈아 신고 서재로 올라가 덜 처리한 회사 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재 문을 연 순간, 강세훈이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아버지, 잠깐 얘기할 시간 있을까요?”강세훈이 고개를 들어 입을 열자, 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얘기를 하려고?”자신을 닮은 아들은 겨우 네 살에 그룹 경영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가 도설혜를 가만히 두는 것도 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 우수한 후계자를 낳아주었기 때문이다.“어머니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요.”강세훈의 그 말에 강현석의 표정이 차가워지며 귀찮은 듯이 넥타이를 풀었다.“그 여자에 대해서 무슨 할 말이 있어?”그는 도설혜에 대한 일은 한 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다.“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으시는 거 알지만, 그래도 저와 세윤이 어머니예요.”강세훈이 또박또박 말했다.“아버지도 아시겠지만, 어머니의 가장 큰 소원은 강씨 집안에 시집와서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저와 세윤이의 어머니가 되는 거예요.”하지만 강현석은 비웃었다.“세훈아, 나를 속일 순 없어. 너도 세윤이와 마찬가지로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잖아?”“하지만 제 어머니예요, 이건 누구도 바꿀 수 없죠. 아버지한테 하나말 물을게요. 어머니가 평생 강씨 집안에 시집 올 날이 올까요?”“아니.”강현석이 차갑게 두 글자를 던졌다. 그는 지금까지 결혼할 생각이 없었고, 만약 두 아들이 없었다면 아마 강씨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정략결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차라리 고독하게 늙을지언정 도설혜에게 장가를 들 수는 없다.이때, 그의 머릿속에 왠지 모르게 갑자기 도예나의 그림자가 떠올랐다.결혼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왜 그 여자가 떠올랐을까…?“알겠어요.”강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저와
옆에 있던 강세훈은 소리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차를 몰고 서씨 가문 별장 문어귀에 도착했다.매주 금요일에 서씨 집안 모임이 있었기에, 특별히 목요일에 온 것이다. 도착했을 때는 노부인과 서지우만 있었고, 식당에는 이미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할머니, 삼촌!”도제훈이 수아를 데리고 들어가 영리한 말투로 인사하자, 노부인이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제훈이는 자랄수록 잘생겨지고, 수아도 갈수록 예뻐지네!”“어휴, 그렇게 칭찬하지 마세요.”도예나가 노부인에게 말했다.“제훈이가 원래 내성적이었는데, 유치원에서 선생님이랑 친구들, 학부모들까지 잘생겼다고 칭찬하니까 지금 아주 자신감이 하늘 끝까지 솟았어요.”그러자 도제훈이 작은 얼굴을 붉혔다.“엄마, 제가 언제 자신감이 하늘 끝까지 솟았어요!”“그래, 자신감이 하늘 끝까지가 아니라 아주 끝도 없이 솟았지!”도예나가 크게 웃으며 그의 얼굴을 쥐려고 하자, 도제훈이 얼른 피했다.도제훈은 자신이 조금 잘생기고 멋있게 굴어야 반의 소녀들의 그를 좋아할 것이고, 여동생도 구석에 혼자 앉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도예나에게 할 수는 없었다.나이가 많아 입맛이 줄곧 좋지 않은 노부인에게 도예나가 특별히 주방에 가서 수제비 한 그릇을 만들어 가져왔다.“예나야, 이런 요리 솜씨로 음식점을 안 하는 게 너무 아쉬워. 너한테 생각만 있으면 내가 투자할게.”수제비를 다 먹은 노부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말하자, 도예나가 입을 오므리고 웃었다.“할머니가 좋아하신다면 매일 와서 저녁 해드릴게요.”그녀의 손을 잡은 노부인이 굳은살을 발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도예나의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요리를 배울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노부인이 슬픔에 한숨을 쉬는 걸 보고, 서지우는 얼른 입을 열어 화제를 돌렸다.“예나 너 내일 저녁에 시간 있어?”그의 물음에 도예나가 살짝 고개를 돌려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