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장기태도 따라서 말했다.“도예나 씨가 회사의 고액 주식을 가지고 있는 데다, 또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성사시켰으니 고객팀 매니저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저는 이상 없다고 생각합니다.”“저도요.”회의실 안의 대다수가 동의하자, 더 이상 돌이킬 가능성이 없었다. 도진호는 도예나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조금 불만이었지만, 어쨌든 도예나가 회사를 도운 셈이었다. 태성 그룹의 프로젝트를 손에 넣었으니 앞으로 반년 동안 회사 수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담담하게 박수를 쳤다.“그래, 그럼 예나가 고객팀 매니저가 되고, 지금 고객님 매니저는 너를 도와 일하도록 해.”“고마워요, 아버지.”도예나가 웃으며 자리에 앉자, 이 장면을 보던 도설혜는 피가 날 정도로 잇몸을 악물었다. 참고 또 참아도 가슴 속의 화는 여전히 끊임없이 역류했다.결국 참지 못한 그녀가 화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아버지, 지금 고객팀 매니저는 박사 학위를 가진 해외파에다, 7~8년 경력의 고참 직원이예요. 이렇게 언니 밑에서 돕도록 하는 건 너무 가벼운 결정 아닌가요?”“설혜 말도 일리가 있어요.”도예나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천설경씨가 해외에서 MBA 박사를 졸업했으니, 고객팀 매니저로 두는 건 확실히 적합하지 않죠. 저는 대표 자리가 천설경씨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도설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씨 그룹의 대표는 자신인데, 도예나 이 천한 것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설혜야, 너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회사 경영관리와는 조금도 관련이 없어. 나는 네가 인재를 위해서 한 발 물러나도 된다고 생각해.”도예나가 웃으며 입을 열고 계속 말했다.“너 어차피 4년 동안 대표 자리에 있으면서 회사에 아무런 공헌도 못했잖아… 아, 이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여민석 이사님이 방금 하신 말이야. 능력이 없으면 적합한 사람한테 자리를 양보해야지. 그렇지?”“그만해!”도진호가 책상을 세게 두드렸다.“이제 막 이사회에 참석한 주제에 회사
열 몇 명의 눈이 분노로 가득 차서 도설혜를 어둠 속으로 끌어당겼다.그녀는 오늘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재무팀의 장부는 전문가를 찾아서 시킨 일인데, 어떻게 밝혀질 수 있단 말인가?다 도예나 때문이야!이 천한 것이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주식 중 절반을 빼앗더니, 지금은 자신을 대표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하고 있다.분명히 오늘 이 천한 것을 주주총회에서 쫓아내려고 했는데, 왜 결국 자신이 대표에서 물러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걸까?‘이게 왜 자꾸 나를 못살게 굴어!”도설혜는 손가락뿐만 아니라 입술까지 하얗게 질려 심하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건 언니가 일부러 가짜 장부를 만들어 저를 모함하는 거예요. 저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어요…….”“내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으면, 경찰을 불러서 조사하게 하자. 네가 전화해서 경찰에 신고할래?”도예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묻자, 도설혜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 꼴을 본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모두 파악했다.그룹 후계자와 2대 주주가 연루된 이런 사건이 경찰에 신고된다면 틀림없이 잡혀가서 철저히 조사될 것이다.만약 도설혜가 당당하게 경찰에 신고했다면 사람들은 그녀를 한 번 더 믿어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주저앉아 온몸을 떨고 있다.그 모습을 본 여민석이 실망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도 이사님, 저는 도설혜 씨가 대표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도설혜 씨가 대표 자리에 있으면 얼마나 더 많은 회계 비리를 저지를 지 모릅니다!”장기태도 씩씩거리며 말했다.“1년에 200억을 빼돌리다니, 우리 주주 한 명당 배당금이 몇 억 줄어든 거나 마찬가이예요, 이 손실은 도 이사님이 메꿔주실 겁니까?”“도 이사님, 빨리 설명해 보세요!”“도설혜씨, 자진해서 떠나세요. 일이 더 커지기 전에!”주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떠드는 여러 소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리자, 도설혜의 가슴이 꽉 막힌듯 답답해지더니 바로 두 눈을 뒤집으며 기절
그 사람은 성남시를 떠나고 나서도 왜 이럴까?“그래요, 그럼 받을게요.”도예나의 말에 이 사장이 느긋하게 웃었다.“도예나씨, 설 도련님이 좀 여자한테 인기가 많긴 하지만, 정말 당신을 아끼고 좋아해요. 한번 잘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에이, 이 사장님, 그냥 프로젝트 한 번 한 것 가지고 설민준 그 자식이랑 뭘 잘 해보라는 거예요?!”그러자 이 사장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그냥 말해 본 겁니다. 제 말을 듣든 안 듣든 알아서 하시구요.”도예나는 어이가 없어 턱을 괴었다. 애초에 그녀가 설민준에게 이 사장을 소개했고, 이 사장은 그 후에 태성 그룹 고위층의 인정을 받아 직장에서 승승장구했다. 이게 이 사장이 도씨 그룹과 계약하기를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설민준의 꽃다발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녀는 이 사장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도예나가 이 사장과 매우 즐겁게 이야기할 때, 어디선가 두 눈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바로 강세훈이 창가 모퉁이에 앉아 복잡한 표정으로 도예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도예나가 다른 남자와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속에서 왠지 모르게 여태껏 없었던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저기요, 저기요?”그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목소리르 높여 두어 번 소리치다가, 그가 정신을 차리는 걸 보고 그제야 계속 말했다.“앨리스 선생님께 수업을 부탁할까요? 그 분은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강세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언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매주 토요일 오후에 두 시간이요.”여자가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미리 아동용 피아노를 준비해 두세요. 그래야 더 쉽게 칠 수 있어요.”그녀의 말에 강세훈이 고개를 저었다.“제가 배우는 게 아니라, 그쪽 같은 성인 여자가 배울 거라서요.”어머니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던 게 떠오른 그는 어머니를 위해 피아노 수업을 마련해 드리려고 했다. 피아노를 통해 마음을
도예나가 다가오는 걸 보고, 강세훈은 갑자기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그가 두세 걸음 움직이자마자 휴대폰이 진동하더니 ‘어머니’라는 발신자가 표시되었다.휴대폰을 본 강세훈이 아버지와 닮은 입술을 오므리며 전화를 연결하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 울먹이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세훈아, 난 끝났어, 이번에 다 끝나버렸어…….”그녀의 말을 들은 강세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엄마, 무슨 일 있으면 천천히 말씀하세요. 듣고 있어요.”“도예나가 나를 해치려고 일을 꾸몄어. 그 일로 내가 도씨 그룹 대표직을 사직하고 다시는 이사회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됐어…….”도설혜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나는 도씨 그룹의 후계자고 회사의 제2대 주주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세훈아, 네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만큼 도와줘야 해…….”얘기를 듣던 강세훈의 미간이 점점 팽팽하게 조였다.“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죠?”어떻게 한 회사의 대주주가 이유 없이 이사회에서 물러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다시 한 번 천천히 물었다.“엄마, 이사회를 화나게 하는 일이라도 한 거예요?”“나, 나는…….”도설혜가 무너질 듯 울었다.“작년 네 생일에 생일 선물을 사주려고 내가… 도씨 그룹 공금에서 200억을 빼돌렸어……. 도예나가 어디가 증거를 찾은 건지, 모두 앞에서 나에게 물러나라고 강요했어.”“공금을 쓴 건 확실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예요.”강세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울지 마세요. 이건 원래 엄마가 잘못한 일이예요.”“세훈아, 어떻게 그 사람들과 똑같이 말할 수 있니? 내가 틀리고 도예나가 옳아? 그 여자가 일부러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거를 내던지고, 온갖 수단을 다 써서 나를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강요했어! 굶주린 늑대처럼 도씨 가문의 모든 걸 빼앗으려 한다고! 세훈아, 내가 네 생일 선물을 사려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어, 한 번만 도와줘!”강세훈의 미간이 여전히 찌푸려져 있다. 작년 생일에 그가 받은 생일 선물은 잘 세공된 옥돌이었다. 그쪽 시장을 잘 아
마치 어디서 본 것만 같다.하지만 그녀는 머릿속의 이상한 생각을 내팽개치고 몸을 웅크린 채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물어봐.”“왜 도씨 집안에 그런 짓을 하는 거죠?”강세훈이 내뱉는 한 글자 한 글자는 칼날처럼 예리했고, 도예나를 완전히 멍하게 만들었다. 생명의 은인인 이 아이를 우연히 만났을 때 그녀의 마음 속은 온통 기쁨으로 가득했지만, 지금 그 기쁨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기로 가득하다는 걸 알아차렸다.4살짜리 아이 같지 않은 눈빛.그녀의 새빨간 입술이 굳어지며 옅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가 어떻게 도씨 집안을 아니?”“제 엄마가 도설혜예요.”강세훈의 목소리는 차갑고, 말투는 담담했으며, 눈썹 사이에는 무심함이 서려 있었다.평온한 그와는 달리 도예나는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콰르르! 수많은 천둥이 머리 위에서 내리친다.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쉬어 있었다.“네가 도설혜의 친아들이라고?”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강세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엄마가 지금 입원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가봐요?”자신의 앞에 서 있는 도제훈과 비슷한 키의 아이를 보면서, 도예나의 마음에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이 아이는 4~5살로 보이는데, 4~5년 전에 도설혜는 임신을 한 적이 없다. 어떻게 갑자기 이런 아이가 생길 수 있단 말인가?어렵게 입을 연 도예나가 물었다.“너 몇 살이니?”“그런 건 말한 의무가 없는 것 같은데요.”강세훈이 냉담하게 말했다.“빨리 손을 떼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그의 눈빛이 인정사정없이 도예나를 향해 찔러왔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단단하게 몸과 마음을 단련한 도예나는 최근 4년동안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엄청난 통증이 그녀의 심장을 찢는 것 같았고, 가슴을 부여잡은 그녀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내 것을 다 돌려받을 때까지 손을 떼지 않을거야.”도예나가
도예나와 헤어진 후, 강세훈은 병원에 도착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초췌한 도설혜가 강세훈을 보고 비로소 표정을 지어보였다.“세훈아! 역시 내 아들은 효자야, 병문안을 오다니, 정말 기뻐… 내 생애 가장 행운은 바로 너처럼 똑똑하고 철든 아들을 낳은 거야…….”그녀가 강세훈의 손을 잡고 힘껏 만지자, 강세훈은 불편함을 내색하지 않고 손을 빼며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회사 일은 생각하지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세요.”“어떻게 생각을 안 할 수 있겠어?”옆에 앉은 서영옥이 차갑게 말했다.“세훈아, 지금 너희 엄마가 이사회에서 쫓겨났고, 도예나는 성공적으로 입사했어. 며칠만 지나면 도씨 그룹은 도예나 손에 들어갈 거야. 그때는 우리가 뭘 해도 의미 없어! 네 엄마가 10달 동안 얼마나 힘들게 너를 품었다가 낳았는데, 이렇게 억울함을 당할 때 그냥 지켜만 봐서 되겠니?”하지만 강세훈은 턱을 괴고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니가 도씨 그룹에서 4년 동안 대표로 일했는데 그룹에 큰 공헌이 없었잖아요. 사업에 소질이 없다는 걸 증명한 거죠. 차라리 도씨 그룹에서 이대로 물러나는 게 나아요.”“이게!”서영옥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야 이 자식아, 너 도예나랑 한 패야?”그리고 도설혜는 입술을 깨물고 울기 시작했다.“세훈아, 내가 확실히 소질이 없는 게 맞아. 하지만 나는 도씨 그룹의 후계자야, 조만간 회사를 인수해야 해. 만약 내가 이렇게 회사에서 물러난다면 그 회사는 도예나가 쥐고 흔들게 될 텐데, 그 여자가 사장 자리에 앉으면 나는 어떻게 해…….”“엄마는 제가 있잖아요.”강세훈은 여전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있으니 누구도 감히 엄마를 무시할 수 없어요.”“하지만 아무도 네가 내 아들이라는 걸 모르잖아!”도설혜가 통제력을 잃고 소리쳤다.“강씨 집안이 반드시 내 신분을 공개하기만 한다면, 나도 도씨 그룹에서 쫓겨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만약 온 성남시 사람들이 그녀가 강씨 가문 도련님의 친어머니라는 걸 알고 있다면, 도시 그룹 대표 자
그의 질문에 도설혜가 눈을 크게 뜨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세훈아, 나는 너희 아버지를 사랑해. 너와 세윤이도 사랑하고! 나는 너희들과 한 가족이 되고 싶어. 하지만 너희 아버지는 나는 더 보기 싫어하고… 나는 정말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할까 두려워. 너희들에게 계모가 생기고 그 계모가 너희를 학대할까 봐 두렵다고! 아니면 계모가 너희들에게 너무 잘해줘서 두 형제가 나를 잊을까봐 그것도 두려워…….”이 말은 도설혜의 진심이었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표정이 구슬펐다.“아버지가 5년 동안이나 지체한 건 확실히 잘못하신 거예요. 제가 오늘 아버지와 이 일을 잘 상의해 볼게요.”강세훈이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는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병을 치료하면서 소식을 기다려 보세요.”그가 말을 마치고 병실을 걸어 나가자, 도설혜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서영옥의 손을 잡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엄마, 들었어요? 세훈이가 저를 도와 현석씨랑 얘기해 본대요. 세훈이는 똑똑하니까 반드시 현석씨가 저랑 결혼하도록 설득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강현석 그 놈도 정말 찌질해!”서영옥이 낮은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자식을 낳아 줬는데, 게다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렸는데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니! 세훈이가 저렇게 철이 들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네 머리카락이 모두 하얗게 될 때까지 기다려도 강씨 집안에 시집 못 갔을 거야!”도설혜도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제가 현석씨에게 시집가면 가장 먼저 해치워야 될 건 도예나예요! 지금 좋은 날을 잘 누리게 놔두고, 행복이 절정일 때 제가 다시 그 여자를 지옥으로 끌고 갈 거예요. 그게 더 비참할 테니까!”강세훈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강현석이 회사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가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가 서재 문을 여니, 선생님이 열정적인 목소리로 수업을 하고 계시는 반면 강세윤은 책을 뒤집어 쓰고 책상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었다.그
강현석이 별장에 들어서자 양집사가 즉시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 있는 서류 가방을 받았다.“지금 작은 도련님은 수업을 하고 계시고, 큰 도련님은 막 돌아오셨습니다.”그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 강현석이 신발을 갈아 신고 서재로 올라가 덜 처리한 회사 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재 문을 연 순간, 강세훈이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아버지, 잠깐 얘기할 시간 있을까요?”강세훈이 고개를 들어 입을 열자, 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얘기를 하려고?”자신을 닮은 아들은 겨우 네 살에 그룹 경영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가 도설혜를 가만히 두는 것도 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 우수한 후계자를 낳아주었기 때문이다.“어머니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요.”강세훈의 그 말에 강현석의 표정이 차가워지며 귀찮은 듯이 넥타이를 풀었다.“그 여자에 대해서 무슨 할 말이 있어?”그는 도설혜에 대한 일은 한 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다.“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으시는 거 알지만, 그래도 저와 세윤이 어머니예요.”강세훈이 또박또박 말했다.“아버지도 아시겠지만, 어머니의 가장 큰 소원은 강씨 집안에 시집와서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저와 세윤이의 어머니가 되는 거예요.”하지만 강현석은 비웃었다.“세훈아, 나를 속일 순 없어. 너도 세윤이와 마찬가지로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잖아?”“하지만 제 어머니예요, 이건 누구도 바꿀 수 없죠. 아버지한테 하나말 물을게요. 어머니가 평생 강씨 집안에 시집 올 날이 올까요?”“아니.”강현석이 차갑게 두 글자를 던졌다. 그는 지금까지 결혼할 생각이 없었고, 만약 두 아들이 없었다면 아마 강씨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정략결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차라리 고독하게 늙을지언정 도설혜에게 장가를 들 수는 없다.이때, 그의 머릿속에 왠지 모르게 갑자기 도예나의 그림자가 떠올랐다.결혼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왜 그 여자가 떠올랐을까…?“알겠어요.”강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저와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