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내가 이토록 더럽고 처참하게 죽을 줄은 몰랐다.납치범에게 온갖 험한 일을 다 당한 나는 바닷가에 버려졌다. 차가운 바닷물은 한 번, 또 한 번 내 몸을 스쳐 갔다. 내 주변으로 피가 흩어져서 점점 피바다가 만들어졌다.이런 상황에서도 구재인의 눈에는 양채민밖에 없었다. 나는 안중 밖에 있는 듯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온몸에 남아 있는 피가 없었다. 골절한 다리도 부스러진 인형처럼 덜렁거렸다.의사와 간호사는 이 지경이 된 인간을 처음 보는 듯했다. 나의 몸을 앞두고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한 간호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구교수님을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교수님 실력으로는 희망이 있을지도 몰라요.”다른 간호사가 말했다.“교수님은 친구한테 있어요.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을 놔두고 낯선 사람을 구하러 오겠어요?”나는 구재인의 아내다. 낯선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하도 억울하게 죽어서 그런지, 나의 영혼은 떠나지 못하고 허공을 맴돌았다. 원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는 나의 시체가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영혼은 강제적으로 어딘가로 이끌렸다.어지러운 것도 잠시, 다시 눈을 떴을 때 치료실에 있는 구재인과 양채민이 보였다. 양채민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구재인은 의사 가운을 입은 채 상처를 봉합하고 있었다.상처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구재인이 직접 나설 필요는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구재인의 눈빛에서 불안을 보아냈다.“걱정하지 마, 지율아. 흉터 안 남게 잘 꿰맬게.”처치가 끝난 다음 구재인은 직접 양채민을 일반 병실에 데려갔다. 그리고 두 사람만 있는 틈을 타서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나는 처음 보는 다정함과 부드러움이었다.잠시 후 간호사가 들어와서 상처 부위를 소독해줬다. 간호사는 구재인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운명이라는 게 참 알 수 없어요. 똑같이 납치당했는데도 이 환자분은 아주 건강하네요. 같이 온
진정하지 못한 양채민은 눈을 뜨자마자 구재인부터 찾았다. 그녀는 간호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며 구재인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구재인은 부드럽게 양채민을 달래줬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토닥토닥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무사해서 다행이야. 내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이번에는 정말 잃는 줄 알았어.”양채민은 겁먹은 토끼처럼 안색이 창백했다. 그녀는 있는 힘껏 구재인의 옷자락을 잡고 흐느꼈다.“난 내가 죽는 줄 알았어. 다시는 오빠랑 못 만나는 줄 알았어. 만약 오빠가 와주지 않았다면 난 이미 이 세상을 떠났을 거야.”고개를 든 양채민은 깊은 눈으로 구재인을 바라봤다. 눈물은 눈가에서 맴돌고 있었다.“나 때문에 오빠가 채연 언니랑 틀어지는 게 싫었어. 그래서 계속 거절했었는데... 이제는 아니야. 이제 다시는 오빠를 밀어내지 않아.”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구재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나 언니 미워하지 않아. 아무리 언니가 날 불러내지 않았다면 납치당할 일이 없었다고 해도. 덕분에 내가 이렇게 용감하게 오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잖아.”이 말을 들은 구재인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애써 분노를 억눌렀다.“채민아, 다시는 그 여자 언급하지 마. 이번 일도 내가 꼭 해결해 줄게. 이제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해.”
나는 고개를 숙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걸림돌은 내가 아닌 양채민 본인이었기 때문이다.구재인과 양채민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결혼을 약속했다.내가 16살 되던 해, 나야말로 자연그룹의 친딸이라는 게 밝혀졌다. 양채민은 도우미의 자식인데 악의적으로 나와 뒤바뀌어졌다.내가 집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마음 약한 부모님은 양채민을 돌려보내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큰딸, 양채민은 둘째 딸이 되었다.집에서 보내는 첫 번째 생일에 부모님은 구재인과 그의 부모님을 초대했다. 구재인의 어머니는 나한테 예쁘다고 칭찬하며 손을 잡고 대화를 해줬다. 이걸로 양채민은 질투심을 품기 시작했다.양채민은 어른들이 대화를 나누는 틈을 타서 뜨거운 물을 들고 내 앞으로 왔다. 그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넌 나한테 뜨거운 물을 부을 거야. 그런 애를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말을 마친 그녀는 자신의 손에 물을 부으려고 했다.나는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몸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그녀를 말렸다.뜨거운 물은 내 팔뚝에 떨어졌다. 피부가 타들어 가는 느낌에 나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덴 부위는 빨갛게 번지며 붓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상처였다.가장 먼저 나의 비명을 들은 사람은 구재인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나를 안고 주방으로 가서 찬물에 팔뚝을 헹궈줬다.뒤늦게 온 부모님은 후다닥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양채민은 우물쭈물 고개를 숙이더니 눈물을 쏟아냈다.“저는 그냥 물을 따르려고 했는데, 언니가 갑자기...”애매모호한 말이었다. 부모님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봤다.양채민은 줄곧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를 모함했다. 그리고 부모님은 언제나 그녀의 편이었다.오늘은 내가 집에서 첫 번째 생일을 보내는 날이다. 일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절대 싫었다. 그래서 나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구재인의 어머니는 줄곧 나만 바라봐 줬다.“우리 채연이는 벌써 철이
구재인은 한참 후에야 나도 고성병원에 있다는 걸 떠올린 모양이다.그는 양채민을 잘 챙겨주고 나서야 나에게 책임을 물으러 왔다. 양채민을 위해 이혼합의서까지 챙겨서 말이다. 아쉽게도 나는 사인할 수 없었다.병원 복도에서 두 명의 간호사가 지나갔다. 그중 한 간호사는 가슴을 움켜쥐며 놀란 기색으로 말했다.“그 여자분 얼마나 무섭게 돌아가셨는지 알아요? 사지가 골절됐고 자궁은 그냥 뭉개졌다고 보면 돼요. 임신 2개월 차가 됐는데도요. 병원에 왔을 때는 출혈이 크다 못해 남아 있는 피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도 살아 계시더라고요.”“도대체 누구의 딸이고, 누구의 아내인지 모르겠어요. 가족분이 알면 얼마나 속상해할까요.”“내 말이요. 병원에 빨리 왔으면 살 수도 있었어요. 아무리 장애가 남는다고 해도 사는 건 또 다르잖아요.”이 말을 들은 구재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그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저 사람 나야. 내가 지금 어떤 꼴로 누워있는지 직접 확인하지 않을래?”나는 이상한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나의 시신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그가 양채민의 찰과상을 치료하겠다고 빼앗아 간 시간과 자원 뒤에 남겨진 나와 아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과연 조금이라도 미안해할까, 아니면 그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할까?구재인은 간호사에게 물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의 곁으로 지나가던 간호사는 마침 당직 간호사 중 한 명이었다. 구재인이 양채민과 함께 실려 온 여자를 찾는 것을 보고 간호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교수님, 혹시 그분이랑 아는 사이세요?”구재인은 잠깐 멈칫하더니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몰라요. 그냥 친구 부탁으로 알아보는 거예요.”
나는 구재인의 찌푸려진 미간을 멍하니 바라봤다. 나 때문에 빨리 이혼 절차를 밟지 못해서 짜증이 난 것 같다.우리는 결혼한 지 2년 되었다. 나는 고성병원을 포함한 고성그룹의 영역에 한 번도 들어간 적 없다. 몸이 불편해서 찾아갔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다른 병원이다.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었다.“그분 온 지 얼마 안 돼서 돌아가셨어요. 원래 교수님을 호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무튼 혹시 그분 친구나 가족한테 연락이 가능하면 대신 해주실 수 있나요? 저희는 핸드폰을 찾지 못해서 경찰이 조사하는 중이에요. 그분 시신이 조금 험해서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예요.”“일 이런 식으로 할 거예요?”구재인은 예리한 말투로 간호사의 말을 끊었다.“실습생도 치료할 수 있을 상처 가지고, 환자랑 손잡고 연기까지 하는 거예요? 그 여자 마음이 독한 만큼 몸도 좋아요.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 거 다 알고 있어요.”코가 시큰거리더니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구재인은 항상 내가 몸이 좋다고 비웃었다. 결혼한 2년 동안 약 먹는 꼴을 한 번도 못 봤다면서 말이다.그는 몰랐다. 나는 몸이 약한 탓에 감기를 달고 살았다. 열도 시도 때도 없이 나서 해열제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다.한 번은 외출 중 목이 너무 심하게 아파서 그에게 전화한 적 있다. 말할 힘도 없는 나에게 그는 꾀병으로 일을 방해한다고 짜증이나 부렸다.의사로서 구재인은 환자에게 무한한 인내심이 있었다. 짜증은 나에게만 부렸다.그날 이후 나는 한 번도 그에게 아프다는 말을 한 적 없다. 일 때문에 새벽이 되어야 돌아오는 그도 내가 아픈 걸 잘 몰랐다. 어쩌면 그냥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반대로 나는 구재인이 양채민을 걱정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 왔다. 양채민이 해외에서 혼자 아프다면 밤새 고성병원의 약을 들고 찾아갔다. 그리고 자주 전화해서 걱정도 해줬다.구재인은 사람 걱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 이유가 모든 걱정을 한 사람에게 퍼부어서일 줄은 누가
구재인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나의 심장에 꽂혔다.양채민은 손가락을 흠칫 떨더니 약간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달콤한 미소로 대체 되었다.그녀는 예쁜 얼굴을 들어서 구재인을 바라봤다.“우리 꼭 용감해지자. 이제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해.”햇살은 창문을 통해 병실을 밝혔다. 양채민은 발끝을 들어 구재인에게 입술을 맞추려고 했다.나는 구재인이 당연히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그녀를 밀어냈다. 언제나 양채민이 하자는 대로 해주는 그에게서 참 보기 드문 일이다.양채민은 잠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구재인은 다소 당황한 말투로 설명했다.“나 아직 이혼하지 않았잖아. 너를 위해서 이게 맞아.”구재인은 양채민이 내연녀 소리를 들을까 봐서 걱정했던 것이다. 양채민은 유명한 모델이다. 공인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지킬 건 지켜야 했다.그렇게 무딘 구재인이 양채민을 위해 섬세해졌다. 보는 내가 다 부러울 정도였다. 주제도 모르고 끼어든 내가 참 한스러웠다.나는 어두운 구석에 쭈그려 앉아 힘겹게 호흡했다. 이곳에는 도무지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결국 영안실로 돌아갔다.한 남자가 내 시신 곁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상대는 다름 아닌 나의 오빠 양채훈이었다.구재인과 대비되는 모습에 나의 마음은 이제야 약간 따듯해졌다. 양채훈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나를 가족 취급해 주는 사람이었다.그는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싸늘한 주검이 된 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구재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한참 들려온 끝에 전화가 통했다. 양채훈은 분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망할 자식아! 네 와이프가 죽었어! 내 동생이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죽었다고 쳐다보지도 않는 거야?”다짜고짜 이런 전화를 받은 구재인은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간호사에 이어서 너까지 합세해서 연기하네. 다들 심심한가 봐? 양채연한테 전해줘. 날 피해 봤자 소용없다
수능시험이 끝난 날 오후, 나는 구재인과 함께 시험장에서 나왔다. 구재인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면서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그렇게 한적한 골목을 지나고 있을 때, 양아치처럼 생긴 사람들이 그를 둘러쌌다. 그리고 다짜고짜 연장을 쳐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나는 신고할 정신도 없이 몸으로 연장을 막았다. 그들이 휘두른 연장은 나의 등으로 떨어졌다. 그중 한 몽둥이는 나의 머리에 떨어졌다.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 다음에야 그들은 공격을 멈췄다.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병원의 천장이 보였다. 구재인의 부모님과 나의 부모님은 함께 앉아서 무언가 얘기하고 있었다. 후에야 나는 머리를 맞은 탓에 오른쪽 귀가 영원히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뒤로 구재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약간 달라졌다. 더 이상 냉정하게 무시하지 않았고 생일이면 선물도 꼬박꼬박 챙겨줬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의 예상대로 결혼까지 했다.나의 영혼은 부쩍 허약해졌다. 온몸이 아팠다.나는 그때 그 순간 구재인을 구했던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만약 그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결혼까지 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양채민의 손에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이때 병실 문이 활짝 열렸다. 나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얼굴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휙 지나가더니 구재인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구재인은 바닥에 쓰러졌다. 얼굴은 서서히 빨개졌다. 고개를 들고 초점을 맞춘 그는 상대가 양채훈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무섭도록 어두워졌다.“양채훈 너 미쳤어?”구재인은 가만히 있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전에 양채훈이 그의 팔을 잡고 복부를 가격했다.“넌 인간도 아니야. 내 동생이 죽었는데 여기서 다른 여자랑 같이 있어? 너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구재인은 분이 치밀었다.“우리가 친구였던 걸 생각해서 지금까지 참았어. 너도 작작 해. 이 따위 허접한 연기 하는 거 다 이혼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잖아!”이 말을 들은 나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그는 나
따라왔다가 이 말을 들은 양채민은 몸을 떨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당황함을 감췄다. 참 이상했다. 양채훈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그녀를 싫어했으니 말이다.나의 양부모는 자연그룹의 기사와 도우미였다. 내가 친동생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양채훈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랐다.“그래서 채연이 널 볼 때마다 익숙한 느낌이 들었구나. 네가 내 친동생이었어. 앞으로 오빠가 지켜줄게.”내가 집에 돌아온 첫날, 양채훈은 나를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 그렇게 했다.그는 모든 명절과 기념일에 나의 선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부모님도 안 주는 용돈을 꼬박꼬박 챙겨줬다. 내가 돈 모자랄 일 없도록 말이다.내가 죽은 다음 속상해 해주는 사람도 양채훈 밖에 없을 것이다. 그라면 범인을 찾을 때까지 노력해 줄 것 같았다.양채훈은 문을 열고 사정없이 구재인을 밀었다. 나의 시신을 직면한 구재인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기대가 되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릴까? 아니면 조금이라고 속상해할까?당장이라도 화내려고 했던 구재인의 표정은 내 옆모습을 본 순간 굳어버렸다. 그는 멍하니 영안실에 꼼짝하지 않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양채훈은 그를 억지로 끌고 가서 내 시신 앞에 무릎 꿇렸다. 그는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말도 안 돼. 내가 떠날 때만 해도 멀쩡했어. 말까지 했다고! 죽었을 리가 없어...”‘난 죽기 적전 도움을 청했던 거야. 그러게 도와주지 않고 뭐했어?’구재인은 양채민의 찰과상에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래서 구급차에 그녀만 태웠다. 나는 바닷속에서 죽어가는 몸뚱이를 마냥 느낄 수밖에 없었다.“10분만 일찍 왔어도 살 수 있었대. 채연이는 살 수 있었어. 근데 현장에 도착한 구급차에 양채민만 태웠다더라. 채연이를 죽이는데 너도 한몫했어. 아주 대단해.”너무나도 잔인한 말이었다.말을 마친 양채훈은 구재인의 기분을 신경 쓰지도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구재인은 넋을 잃은 표정으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