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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구재인은 한참 후에야 나도 고성병원에 있다는 걸 떠올린 모양이다.

그는 양채민을 잘 챙겨주고 나서야 나에게 책임을 물으러 왔다. 양채민을 위해 이혼합의서까지 챙겨서 말이다. 아쉽게도 나는 사인할 수 없었다.

병원 복도에서 두 명의 간호사가 지나갔다. 그중 한 간호사는 가슴을 움켜쥐며 놀란 기색으로 말했다.

“그 여자분 얼마나 무섭게 돌아가셨는지 알아요? 사지가 골절됐고 자궁은 그냥 뭉개졌다고 보면 돼요. 임신 2개월 차가 됐는데도요. 병원에 왔을 때는 출혈이 크다 못해 남아 있는 피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도 살아 계시더라고요.”

“도대체 누구의 딸이고, 누구의 아내인지 모르겠어요. 가족분이 알면 얼마나 속상해할까요.”

“내 말이요. 병원에 빨리 왔으면 살 수도 있었어요. 아무리 장애가 남는다고 해도 사는 건 또 다르잖아요.”

이 말을 들은 구재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그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

“저 사람 나야. 내가 지금 어떤 꼴로 누워있는지 직접 확인하지 않을래?”

나는 이상한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나의 시신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양채민의 찰과상을 치료하겠다고 빼앗아 간 시간과 자원 뒤에 남겨진 나와 아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과연 조금이라도 미안해할까, 아니면 그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할까?

구재인은 간호사에게 물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의 곁으로 지나가던 간호사는 마침 당직 간호사 중 한 명이었다. 구재인이 양채민과 함께 실려 온 여자를 찾는 것을 보고 간호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교수님, 혹시 그분이랑 아는 사이세요?”

구재인은 잠깐 멈칫하더니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몰라요. 그냥 친구 부탁으로 알아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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