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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구재인은 이틀 연속 외출하지 않았다. 전화가 오는 것도 받지 않았다. 그는 침실에 틀어박혀서 문을 잠갔다. 청소하려는 도우미조차 들이지 않았다.

그는 서랍에서 나의 일기장을 찾았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일기장에는 구재인을 향한 마음도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어리석은 과거를 구재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기를 써서 막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구재인을 좋아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냥 잘생기고 공부를 잘해서 좋았다. 모두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좋아해 본 기억이 있지 않는가? 나도 마찬가지다.

어두운 조명 아래, 10대의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구재인이 좋다. 재인이는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데다가 착하기까지 한 것 같다. 가난한 아이를 위해 기부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

[나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재인이는 재벌가 아들이다. 우리는 영원히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다.]

후에 친부모를 찾은 다음에는 이렇게 적었다.

[채민이 대신 결혼하게 된 게 참 불편하다. 구재인은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결혼 안 하고 싶다고 하니 아버지가 내 뺨을 때렸다. 너무 아팠다.]

[채민이가 양아치 같은 애한테 고백하는 걸 봤다. 채민이는 재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인이가 참 불쌍하다. 차라리 내가 결혼을 해야겠다.]

[양채민 혼자 계단에서 떨어졌다. 근데 재인이는 내가 밀었다고 한다. 나를 더 미워하게 된 것 같다.]

[재인이 다리를 다쳤다. 내가 잘 챙겨줘야 한다. 입맛이 까다로우니 학원에 다녀야겠다. 무조건 재인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고 말겠다.]

[양채민이 귀국했다. 조용히 나를 불러내서는 재인이한테서 멀어지라고 했다. 나는 거절했다. 양채민은 분명히 재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채민이 전화를 해서 울었다. 전화 한 통으로 재인이를 불러냈다. 내가 진짜 빠져줘야 하는 건 아닐까? 세 사람의 연애는 감당 못 하겠다.]

일기장의 마지막 기록은 이랬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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