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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나의 시신은 해부되었다. 경찰은 적극적으로 내 죽음의 진실을 조사했다.

납치는 양채민이 꾸민 짓이다. 그래서 구재인에게 구해질 때 절대 신고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구재인은 진짜 신고하지 않았다. 그저 돈만 들고 그녀를 구하러 왔다. 동시에 납치범에게 도망갈 시간도 줬다.

대부분 증거가 양채민에 의해 악의적으로 파괴되었다. 그래서 진상 조사는 훨씬 어려워졌다. 구재인의 선택이 나를 더 큰 고통으로 밀어넣은 것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의 시신은 남겨둘 필요가 없어졌다. 부모님과 양채훈은 화장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구재인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장례식 소식을 알게 된 구재인은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염까지 깎았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내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채연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 뿐이야. 난 내가 양채민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잃고 나니 알겠어. 난 너를 사랑했어. 나한테 제일 중요한 사람은 너야.”

나는 구재인의 곁에 서서 그의 고백을 들어줬다. 조금 역겨운 느낌이 들었다. 뒤늦은 고백 따위, 나는 필요 없었다.

“내가 자기 마음도 모르고 멍청한 짓을 했어. 난 너한테 마음이 흔들렸어. 근데 그게 양채민한테 못된 짓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널 일부러 더 무시했던 거야. 난 양채민에 대한 집념을 사랑으로 착각했어. 그래서 너한테 상처주는 짓을 했어. 만약 한 번만 더 기회가 온다면 오직 너한테만 집중할게.”

죽어도 이런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게 참 한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기분이 나빴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냥 썩 꺼져버려. 채연이 눈 더럽히지 말고.”

양채훈은 내 마음의 대변인이었다.

“채연이 이번 생은 사람 잘못 믿어서 망쳤어. 다음 생에는 꼭 사람 가릴 줄 알아야지.”

구재인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눈도 빨갛게 충혈되었다. 그렇다고 한들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오늘은 장례식 마지막 날이다. 나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던 부모님은 사람들을 부르지 않았다. 찾아온 사람이라고는 시부모님과 양채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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