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화

나는 구재인의 찌푸려진 미간을 멍하니 바라봤다. 나 때문에 빨리 이혼 절차를 밟지 못해서 짜증이 난 것 같다.

우리는 결혼한 지 2년 되었다. 나는 고성병원을 포함한 고성그룹의 영역에 한 번도 들어간 적 없다. 몸이 불편해서 찾아갔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다른 병원이다.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분 온 지 얼마 안 돼서 돌아가셨어요. 원래 교수님을 호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무튼 혹시 그분 친구나 가족한테 연락이 가능하면 대신 해주실 수 있나요? 저희는 핸드폰을 찾지 못해서 경찰이 조사하는 중이에요. 그분 시신이 조금 험해서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예요.”

“일 이런 식으로 할 거예요?”

구재인은 예리한 말투로 간호사의 말을 끊었다.

“실습생도 치료할 수 있을 상처 가지고, 환자랑 손잡고 연기까지 하는 거예요? 그 여자 마음이 독한 만큼 몸도 좋아요.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 거 다 알고 있어요.”

코가 시큰거리더니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구재인은 항상 내가 몸이 좋다고 비웃었다. 결혼한 2년 동안 약 먹는 꼴을 한 번도 못 봤다면서 말이다.

그는 몰랐다. 나는 몸이 약한 탓에 감기를 달고 살았다. 열도 시도 때도 없이 나서 해열제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다.

한 번은 외출 중 목이 너무 심하게 아파서 그에게 전화한 적 있다. 말할 힘도 없는 나에게 그는 꾀병으로 일을 방해한다고 짜증이나 부렸다.

의사로서 구재인은 환자에게 무한한 인내심이 있었다. 짜증은 나에게만 부렸다.

그날 이후 나는 한 번도 그에게 아프다는 말을 한 적 없다. 일 때문에 새벽이 되어야 돌아오는 그도 내가 아픈 걸 잘 몰랐다. 어쩌면 그냥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나는 구재인이 양채민을 걱정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 왔다. 양채민이 해외에서 혼자 아프다면 밤새 고성병원의 약을 들고 찾아갔다. 그리고 자주 전화해서 걱정도 해줬다.

구재인은 사람 걱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 이유가 모든 걱정을 한 사람에게 퍼부어서일 줄은 누가
잠긴 책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