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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수능시험이 끝난 날 오후, 나는 구재인과 함께 시험장에서 나왔다. 구재인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면서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한적한 골목을 지나고 있을 때, 양아치처럼 생긴 사람들이 그를 둘러쌌다. 그리고 다짜고짜 연장을 쳐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나는 신고할 정신도 없이 몸으로 연장을 막았다. 그들이 휘두른 연장은 나의 등으로 떨어졌다. 그중 한 몽둥이는 나의 머리에 떨어졌다.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 다음에야 그들은 공격을 멈췄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병원의 천장이 보였다. 구재인의 부모님과 나의 부모님은 함께 앉아서 무언가 얘기하고 있었다. 후에야 나는 머리를 맞은 탓에 오른쪽 귀가 영원히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구재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약간 달라졌다. 더 이상 냉정하게 무시하지 않았고 생일이면 선물도 꼬박꼬박 챙겨줬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의 예상대로 결혼까지 했다.

나의 영혼은 부쩍 허약해졌다. 온몸이 아팠다.

나는 그때 그 순간 구재인을 구했던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만약 그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결혼까지 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양채민의 손에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때 병실 문이 활짝 열렸다. 나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얼굴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휙 지나가더니 구재인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

구재인은 바닥에 쓰러졌다. 얼굴은 서서히 빨개졌다. 고개를 들고 초점을 맞춘 그는 상대가 양채훈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무섭도록 어두워졌다.

“양채훈 너 미쳤어?”

구재인은 가만히 있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전에 양채훈이 그의 팔을 잡고 복부를 가격했다.

“넌 인간도 아니야. 내 동생이 죽었는데 여기서 다른 여자랑 같이 있어? 너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구재인은 분이 치밀었다.

“우리가 친구였던 걸 생각해서 지금까지 참았어. 너도 작작 해. 이 따위 허접한 연기 하는 거 다 이혼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잖아!”

이 말을 들은 나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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