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화

구재인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나의 심장에 꽂혔다.

양채민은 손가락을 흠칫 떨더니 약간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달콤한 미소로 대체 되었다.

그녀는 예쁜 얼굴을 들어서 구재인을 바라봤다.

“우리 꼭 용감해지자. 이제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해.”

햇살은 창문을 통해 병실을 밝혔다. 양채민은 발끝을 들어 구재인에게 입술을 맞추려고 했다.

나는 구재인이 당연히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그녀를 밀어냈다. 언제나 양채민이 하자는 대로 해주는 그에게서 참 보기 드문 일이다.

양채민은 잠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구재인은 다소 당황한 말투로 설명했다.

“나 아직 이혼하지 않았잖아. 너를 위해서 이게 맞아.”

구재인은 양채민이 내연녀 소리를 들을까 봐서 걱정했던 것이다. 양채민은 유명한 모델이다. 공인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지킬 건 지켜야 했다.

그렇게 무딘 구재인이 양채민을 위해 섬세해졌다. 보는 내가 다 부러울 정도였다. 주제도 모르고 끼어든 내가 참 한스러웠다.

나는 어두운 구석에 쭈그려 앉아 힘겹게 호흡했다. 이곳에는 도무지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결국 영안실로 돌아갔다.

한 남자가 내 시신 곁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상대는 다름 아닌 나의 오빠 양채훈이었다.

구재인과 대비되는 모습에 나의 마음은 이제야 약간 따듯해졌다. 양채훈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나를 가족 취급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싸늘한 주검이 된 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구재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한참 들려온 끝에 전화가 통했다. 양채훈은 분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망할 자식아! 네 와이프가 죽었어! 내 동생이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죽었다고 쳐다보지도 않는 거야?”

다짜고짜 이런 전화를 받은 구재인은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에 이어서 너까지 합세해서 연기하네. 다들 심심한가 봐? 양채연한테 전해줘. 날 피해 봤자 소용없다
잠긴 책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