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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오빠, 다 나 때문이야. 나 대신 언니를 구급차에 태웠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내가 죄인이야. 차라리 죽은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

구재인은 서서히 손을 내려놓았다. 눈빛은 무섭게 번뜩이고 있었다.

“나가 있어. 나 혼자 채연이랑 있고 싶어.”

‘채연...? 언제는 양채연, 이름 석 자 다 부르더니.’

구재인을 이곳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던 양채민은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아파!”

하지만 구재인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그녀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양채민은 불만스러운 듯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녀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떠나기 직전 그녀는 나의 시신을 바라보며 세상 환한 미소를 지었다. 괴이하고도 악독했다.

안에서 구재인은 용기 내서 나의 손을 잡았다. 표정은 아주 슬퍼 보였다. 그러나 그의 반응이 나는 구역질 나기만 했다.

“더러운 손으로 날 건드리지 마!”

아쉽게도 그는 들리지 않았다.

나의 손목에 걸려 있던 팔찌는 그가 손을 들어 올린 순간 끊어져서 툭 떨어졌다.

그는 잠시 멈칫했다. 나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이라는 걸 떠올린 듯했다. 그를 위해 청력을 잃은 후의 첫 번째 생일 선물 말이다.

나는 팔찌를 받았었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씻을 때도 빼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양채훈은 돈도 안 되는 팔찌를 보석 취급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놀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실제로 비싼 팔찌들을 두고 이거 하나만 했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구재인이 준 선물이라는 이유로 애지중지했던 세월이 8년이라는 말이다. 그런 팔찌마저 나의 운명에 한탄하는 듯 끊어지고 말았다.

구재인은 떨리는 손으로 팔찌를 주웠다. 더 이상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 그는 나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뒤늦은 후회보다 지독한 것도 없었다.

구재인이 집에 돌아갔을 때는 아주 늦은 때다. 불을 켜지 않은 방은 아주 어두웠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슬픔이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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