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 Chapter 291 - Chapter 300

All Chapters of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Chapter 291 - Chapter 300

920 Chapters

제291화

지난 일들이 머릿속에 물밀듯 떠올라 온다연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속도 울렁거려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방금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을 전부 게워낸 것도 모자라 위액까지 게워냈다.화장실로 달려들어 가면서 문을 잠갔기에 유강후는 밖에서 두드리고 있었다.“다연아?”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일어선 뒤 간단히 세수했다.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평정을 되찾은 뒤였지만 안색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먹은 음식이 속을 뒤집히게 한 거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가 뻗은 손을 피한 뒤 천천히 소파로 다가가 누웠다.너무도 피곤해 잠을 자고 싶었다.유강후는 점점 야위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은별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그는 무슨 일을 하든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이미 속으로 그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돈 많은 남자들이 밖에서 내연녀 한 명쯤 키우는 건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본처가 내연녀가 친 사고를 수습하는 황당한 일도 많았다.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녀는 아니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바로 내연녀의 손에 사망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죽어도 내연녀가 되고 싶지 않았다.인생에 결혼도 한 번으로 충분했다. 만약 유강후가 해외에서 이미 결혼하고도 국내에서 그녀와 결혼하려 한다면 그녀의 처지는 내연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더욱 아팠다.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아저씨, 전 좀 피곤해서 잘게요. 사람들이 아직도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가보세요. 전 걱정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누우며 유강후에게 등을 보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올린 후 안아 올려 안방으로 갔다.“잘 거면 침대에서 자. 불편하게 소파에서 자지 말고.”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
Read more

제292화

그중에 재개발 구역 기초 공사도 있었다. 후반기에 더 큰 추가 투자와 민생 프로젝트가 있을 뿐 아니라 전부 큰 프로젝트였던지라 만약 지금 무산된다면 기초 공사부터 헛수고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유강후가 들어가자 모든 이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하지만 그는 그들의 시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 듯 무시하며 자리에 앉았다.그가 입을 열지 않자 누구도 먼저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고 긴장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천천히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청운 그룹, 흔정 투자, 세원 그룹은 더 이상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마세요. 세 분의 자리는 이미 탈락한 리스트에서 다시 뽑아 채울 겁니다.”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담하게 세 회사의 살길을 막아버렸다.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목된 세 회사의 사장들의 안색은 사색이 되었다.“대표님, 대체 왜 저희를 제외하는 겁니까?”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다른 사람이 제 일을 입에 올리는 거 싫어합니다.”그 사람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유강후의 싸늘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앞으로 더는 저와 나은별에 대한 일을 입에 올리지 마세요. 만에 하나 누가 또 입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미래 그룹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을 전부 중단할 겁니다.”현장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누구도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세 회사의 책임자들은 말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다른 회사 책임자들이 말렸다.짧은 침묵이 끝나고 현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한편, 로열 스위트룸에 누워있던 온다연은 핸드폰을 꺼냈다.곰곰이 생각한 뒤 유민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빠, 아저씨 정말로 해외에서 나은별 씨랑 결혼한 거예요?]그러자 빠르게 답장이 왔다.[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결혼을 약속했었어. 중간에 어떤 오해가 있는 바람에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거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결혼식을 올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게다가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우리 집안에 좋은 일이기도 해. 그런데
Read more

제293화

이권은 숨길 엄두가 나지 않아 사실 그대로 말했다.“지금 민준 도련님 방에 있습니다.”“안내해!”빠르게 두 사람은 유민준이 체크인한 아래층으로 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효진이 얇은 잠옷을 입은 채 방 문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들리는 인기척에 그녀는 유강후가 왔음을 눈치채고 더 크게 울었다.“작은 아버님, 민준 씨가, 민준 씨가 온다연이랑...”“방금 누가 와서 알려줬어요. 민준 씨가 온다연이랑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고...”눈물을 뚝뚝 떨구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가련해 보였다.“전 온다연이 유씨 집안사람마저 꼬실 거라곤 전혀 몰랐어요. 심지어 민준 씨는 호적상 오빠잖아요...”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다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닥쳐.”“여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창문으로 던져 버릴 거니까.”놀란 이효진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더는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유강후는 다시 시선을 돌려 굳게 닫힌 문을 보았다.“당장 호텔 매니저 불러서 열라고 해.”말을 마치기도 전에 호텔 매니저가 도착했다. 호텔 매니저 뒤로 네 명의 제복을 입은 경찰이 있었다.유강후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하며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이효진을 힐끗 보았다.이효진도 당황했다.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제, 제가 연락한 거 아녜요. 전, 전 그냥...”그녀는 그저 온다연을 끌어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고 싶었다. 유민준까지 해칠 마음은 전혀 없었다.정말로 유민준과 결혼해 유씨 가문 며느리로 호화롭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호텔 매니저는 유강후도 현장에 있자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으며 눈치를 보았다.“죄송합니다, 대표님. 방금 그 경찰들은 누군가의 신고로 찾아온 것이랍니다. 경찰이 말하긴 저희 호텔 308호와 309호에서 마약을 팔고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그때 309호의 문이 열리면서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남자가 나오며 이효진을 향해 말했다.“자기야, 난 이미 준비가 다 됐어. 그
Read more

제294화

유민준의 말에 유강후의 이마엔 핏대가 드러났고 찢어 죽여버릴 듯이 이불을 꽁꽁 덮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이불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유민준은 이런 무시무시한 유강후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황급히 이불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죄송해요, 작은아버지. 저랑 다연이는 정말로,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다연이한테 평생 잘해줄 거니까 제발 저랑 다연이 사이를 허락해 주세요...”‘사랑? 허락?'유강후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더니 서슬 퍼런 눈빛으로 손을 들어 살인 병기를 휘두르듯 유민준의 머리를 가격했다.그의 눈빛은 유민준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듯한 눈빛이었다.유민준은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유강후의 살기를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다.그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유강후를 불렀다.“작은아버지...”하지만 말을 이을 수 없었다.유강후는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그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방금 그의 머리로 닿은 것이 유강후의 손바닥이 아니라 총기였다면 그는 바로 사망했을 것이다.이때 이불 속에 있던 사람이 머리를 내밀었다.그를 본 순간 여자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제발 민준 오빠를 한 번만 봐주세요! 저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제발 민준 오빠를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온다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유강후는 고개를 홱 돌렸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공포에 휩싸인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꼭 어디서 본 것처럼.그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조금 전까지 가득하던 살기도 사라지고 손에도 힘이 풀려 툭 내려놓았다.이때 유민준이 고개를 돌리며 놀란 눈으로 침대에 누운 여자를 보곤 소리를 질렀다.“진설아! 네가 왜 거기에 있는 거야? 다연이는?”밖에 있던 경찰이 들어왔다.“누군가로부터 여기서 약을 팔고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그러니 협조해주시죠!”유강후의 표정은 빠르게 평상시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너무도 싸늘해 감히 쳐
Read more

제295화

유강후는 벌을 주듯 그녀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어디 갔었어?”온다연은 고통에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아무리 밀어내도 꿈쩍도 하지 않아 몸을 웅크리며 그의 손길을 최대한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내려가 뭘 좀 먹었어요.”‘뭘 좀 먹고 왔다고?'‘또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품으로 확 당기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온다연은 그의 몸 위로 안긴 꼴이 되었다.“정말로 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내려간 거야? 룸서비스도 있는데 굳이?”그의 차가운 시선을 도저히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작게 말했다.“정말로 배가 고파서 뭘 좀 먹으로 내려갔던 거예요. 못 믿으시겠으면 내려가서 물어보셔도 돼요. 음식을 주문한 기록도 있으니까...”유강후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어투는 여전히 냉담했다.“정말로 그랬어?”온다연은 고개를 돌리며 다소 삐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못 믿겠으면 믿지 마세요.”작고 나른한 목소리엔 불만이 가득했다. 보기 드물게 삐친 것이다.유강후는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네가 신고한 거야?”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른다는 얼굴로 보았다. 아주 순진하고 무구한 눈빛으로 말이다.“아저씨, 무슨 말씀이세요? 신고라니요?”유강후는 그녀의 턱을 잡으며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똑바로 말해.”그녀가 장난을 치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가 어떻게든 수습해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온다연은 막막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그러니까 누가 신고를 했다는 말씀이세요?”“그래, 누군가 신고했더군. 3층에 누군가 나쁜 짓을 한다고. 호텔 매니저까지 올라왔었어.”그녀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말했다.“아저씨가 방금 3층에 계셨잖아요. 3층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유강후는 손에 힘을 주었다.“똑바로 말하라고!”온다연은 느껴지는 통증에 유강후의
Read more

제296화

유강후는 창밖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밖은 추워. 나 오늘 밤늦게 끝날 것 같아.”온다연은 그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말했다.“저 혼자 있으면 무서워요.”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럼 두꺼운 패딩 입고 와.”온다연은 곧 가장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집을 나서기 전 유강후가 또 목도리를 둘러주었다.그들이 향한 곳은 경찰서였다. 유민준과 이효진은 그곳에서 심하게 싸우고 있었다.이효진은 유민준과 함께 있던 사람이 온다연이 아닌 진설아라는 사실에 적지 않게 충격받았다. 진설아는 매일 그녀에게 아부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평소에는 잘 유지하던 재벌가 딸의 이미지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진설아의 머리채를 잡고 마구 뺨을 때렸다.진설아는 전혀 반항하지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 그리고 자신과 유민준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며 이효진에게 양보해 달라고 애원했다.그 말을 들은 이효진은 거의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진설아를 죽을 때까지 때릴 기세였다. 다행히 경찰이 말려선 덕분에 초상 치를 일은 없었다.이때 유민준은 술이 완전히 깬 상태였다. 그는 차갑게 이효진과 진설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진설아와는 더 이상 엮일 필요가 없었다. 돈 좀 주면 끝날 일이니 말이다. 대신 이효진이 빨리 파혼을 결심해 주기를 바랐다.그는 비교적 평온했다. 온다연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온다연이 유강후와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온다연의 손을 잡으려고 하며 말했다.“다연아, 난 너랑 같이 있는 줄 알았어. 근데 왜 갑자기 진설아가 됐는지는 정말 모르겠어.”온다연은 그를 피하며 유강후의 뒤로 숨었다.“오빠가 사람 잘못 봤겠죠.”그녀의 냉담한 태도와 시선에, 유민준은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하늘에 대고 맹세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아니야, 내 기억 속에서는 분명히 너였어. 내가 아무리 취해도 그거까지 착각하지는 않아. 다연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그는 또다
Read more

제297화

온다연은 처음 스스로 사냥에 나선 어린 짐승과 같았다. 그녀는 어떻게 먹이를 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채, 그저 유강후가 하던 것처럼 입술을 마구 물어뜯었다. 그녀의 작은 혀가 입술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그는 몸속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그녀는 키스를 하면서 손을 대지 말아야 할 곳에까지 뻗었다.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들였다.그녀의 키스는 처음 하는 것처럼 어설프고 서툴렀다. 이 점이 그는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키스한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온다연은 힘든 생활을 해왔다. 그렇다 보니 남자들이 접근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유강후가 알기로 그녀의 곁에서 도와준 적 있는 사람은 이웃 한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부모가 사망한 후 경원을 떠났다.즉, 지난 몇 년 동안 온다연은 임혜린 이외의 친구가 없었다.이는 그가 바라는 바였다. 그는 자신이 온다연의 유일한 친구이자, 유일한 가족이 되기를 바랐다. 온다연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줄 생각이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도록 말이다.이런 생각과 함께 그는 입을 더 깊게 맞췄다. 주동권을 빼앗은 그는 그녀를 완전히 지배하기 시작했다. 온다연은 당황한 듯 손을 놓으며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다.“살살해요, 아저씨. 아파요.”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생각으로 그랬어?”온다연은 그의 손가락을 살짝 물며 말했다.“싫어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된 걸 보니, 조금 기뻐서요.”“기뻐서 나한테 키스하고 싶어진 거야?”온다연의 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스쳤다. 조금 전에는 이유 없이 그냥 키스하고 싶었다. 그와 더 가까이 있고 싶었다.오늘 일어난 일로 봤을 때, 그녀가 이곳을 떠날 날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유강후와 함께 할 날도 얼마 없다는 뜻이다.그녀는 이런 생각들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헤어질 사이에 미련을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은별에게 밟혀
Read more

제298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만족했어?”온다연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몇 곳은 심하게 아프기까지 했다. 그녀는 몸을 뒤척이며 작은 목소리로 투덜댔다.“아저씨, 그런 말 하지 마요!”유강후는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왜 아까처럼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온다연은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조금 전의 장면이 다시 떠오르자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고삐 풀린 자신이 너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온다연이 아니었다. 유강후에게 홀린 다른 사람이었다.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다리가 풀렸어요. 저 좀 안아서 데려다주세요.”유강후는 이불을 가져와 그녀를 감싸서 위층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간단한 청소를 마치고 그녀를 이불 속에 넣어주었다.온다연은 침대에 닿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유강후는 방을 나와 거실에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영상을 정리해서 올려줘요. 내일 오후 검색어 순위에 올라가야 해요. 그리고 진설아라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 집안 도우미의 딸이에요. 최근 소비 내역과 인간관계 전부 조사해서 알려줘요.”...온다연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오후였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토록 깊게 잠들어 봤다. 꿈속에는 주한도, 어머니도, 그녀를 괴롭히던 사람들도 없었다.그녀는 몸을 움직여 봤다. 아픔이 한결 덜해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반쯤 잠든 상태에서 유강후가 약을 발라주었던 것이 생각났다.부끄러운 생각이 또다시 밀려오자,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시간은 오후 2시 반이었다.유강후는 보이지 않았고, 침대 머리맡에는 그가 남긴 쪽지가 있었다. 쪽지에는 짧은 몇 글자만 적혀 있었다.“깨어나면 전화해.”간결한 일곱 글자는 마치 그처럼 우아하고 기품이 넘쳤다. 힘찬 필체는 마치 금으로 조각한 듯 아름다웠다.온다연은 그 작은 쪽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이 접어서 핸드폰 케이스 안에 끼워 넣었
Read more

제299화

전화 너머로도 온다연은 유강후가 주는 강렬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전화를 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아저씨, 인터넷에서 보니까 근처에 괜찮은 분식집이 있던데... 저 거기 가서 먹고 싶어요. 집이랑 엄청 가까워요. 저 ... 가도 돼요?”마치 초등학생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온다연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반대로 유강후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식당 음식은 깨끗하지 않아.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주방에 얘기해.”온다연은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래도 전 가고 싶어요!”잠시 침묵이 흐른 후, 유강후가 마침내 대답했다.“알았어. 근데 너무 많이 먹지는 마. 뭘 먹었는지 사진 찍어 보내고.”“네, 아저씨.”“어제저녁에 입었던 두꺼운 옷 입고, 목도리도 잘 두르고 나가.”온다연은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곧 준비를 마치고 호텔을 나섰다. 뒤에는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왔다. 누가 봐도 유강후의 사람들이었다.발걸음을 재촉해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온다연은 빠르게 골목길로 들어서서 ATM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재빨리 어딘가로 송금했다.다시 모퉁이로 돌아갔을 때, 검은색 승용차는 도로 끝에 정차해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의 건장한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그중 한 명은 어딘가 약간 비굴해 보이는 모습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온다연이 다시 나타나자, 두 남자는 누가 봐도 안도하는 기색을 보였다.온다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담담하게 근처의 분식집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다 먹고 나왔을 때 검은색 승용차는 여전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줬다. 타라는 뜻으로 말이다.그녀는 이 차가 유강후의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올라탔다. 차는 유강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온다연이 도착했을 때 유강후는 아직 회의 중이었다. 온다연은 그의 사무실에서 기다렸다.핸드폰을 보던 중, 온다연은 이효진이 인기 검색어에 오른 것을 발견했다
Read more

제300화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도 등장했다. 나은별은 그와 팔짱을 끼며 무어라 다정하게 말했다. 유강후는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나란히 선 두 사람은 천상의 커플 같았다.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입은 옷을 봤다. 캐주얼 하게 예쁜 옷이기는 하지만, 나은별에 비해서는 너무 유치해 보였다.그녀가 다시 시선을 옮겼을 때 그들은 사라져 있었다. 사무실 문을 여니 밖에서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중에 선명히 들리는 목소리도 있었다.“너무 갑작스러워요. 그런 분이 왜 연락도 없이 오셨대요?”“그분 우리 대표님 아버지세요. 몰랐어요?”“여자분은 대표님 약혼녀시죠? 너무 아름다워요. 역시 재벌가 딸은 다르네요.”“두 사람 너무 잘 어울려요. 사진 몇 장 찍어서 저장해야겠어요.”...온다연은 잠깐 듣고 있다가 외투를 챙겨 들고 탕비실에 갔다. 사무실에 올지도 모르는 나은별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서였다.유재성은 딱히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있는 자리에 그녀처럼 애매한 사람이 끼어 있는 건 불편할 것이다.역시 예상대로, 잠시 후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유재성의 굵은 목소리와 나은별의 맑고 달콤한 목소리 전부 있었다. 간간히 ‘강후 씨’라고 부르는 나은별의 목소리는 귀에 콕 박혔다.그 소리를 들으며 온다연은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원래도 밝지 않았던 조명이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그녀는 탕비실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른 문을 통해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모든 사람이 유재성을 맞이하는 데 정신이 팔렸기에, 아무도 그녀가 나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회사를 나서며, 온다연은 머리를 돌려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넓은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그녀는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강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이때부터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점점 강해져서 옷깃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어 추위가 느껴졌다. 오랫동안 걸은 후에야 그녀는 서둘러 나오느라 목도리를 가져오지 않았던
Read more
PREV
1
...
2829303132
...
9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