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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도 등장했다. 나은별은 그와 팔짱을 끼며 무어라 다정하게 말했다. 유강후는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나란히 선 두 사람은 천상의 커플 같았다.

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입은 옷을 봤다. 캐주얼 하게 예쁜 옷이기는 하지만, 나은별에 비해서는 너무 유치해 보였다.

그녀가 다시 시선을 옮겼을 때 그들은 사라져 있었다. 사무실 문을 여니 밖에서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중에 선명히 들리는 목소리도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요. 그런 분이 왜 연락도 없이 오셨대요?”

“그분 우리 대표님 아버지세요. 몰랐어요?”

“여자분은 대표님 약혼녀시죠? 너무 아름다워요. 역시 재벌가 딸은 다르네요.”

“두 사람 너무 잘 어울려요. 사진 몇 장 찍어서 저장해야겠어요.”

...

온다연은 잠깐 듣고 있다가 외투를 챙겨 들고 탕비실에 갔다. 사무실에 올지도 모르는 나은별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서였다.

유재성은 딱히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있는 자리에 그녀처럼 애매한 사람이 끼어 있는 건 불편할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잠시 후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유재성의 굵은 목소리와 나은별의 맑고 달콤한 목소리 전부 있었다. 간간히 ‘강후 씨’라고 부르는 나은별의 목소리는 귀에 콕 박혔다.

그 소리를 들으며 온다연은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원래도 밝지 않았던 조명이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그녀는 탕비실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른 문을 통해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모든 사람이 유재성을 맞이하는 데 정신이 팔렸기에, 아무도 그녀가 나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회사를 나서며, 온다연은 머리를 돌려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넓은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그녀는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강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때부터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점점 강해져서 옷깃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어 추위가 느껴졌다. 오랫동안 걸은 후에야 그녀는 서둘러 나오느라 목도리를 가져오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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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소리
지금 300회인데 대체 도망은 언제 가냐구요. 독자로서 도망가길 하루빨리 기다리고 있어욧!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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