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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온다연은 잠시 침묵한 후 가볍게 입술을 움직였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생각나서 전화 한 통 했을 뿐이에요. 아저씨한테 안 전해도 돼요. 그럼 저는 이만...”

전화를 끊고, 그녀는 다시 천천히 호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로는 고작 10분 정도의 거리였지만, 걸어서 가자니 시간이 생각 밖으로 오래 걸렸다.

눈은 점점 많이 내렸다. 가슴 속에 뚫린 구멍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차가운 바람은 일부러 그녀를 괴롭히려는 듯 구멍을 향해 몰아쳤다.

호텔 정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온다연은 몇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천천히 나오는 것을 보았다. 어두운 환경 속에서도 그중 한 대가 유강후의 차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회사에 있는 줄 알았더니... 벌써 호텔에 돌아온 거야? 그렇다면 나은별 씨는 호텔에서 전화를 받은 건가? 샤워도 호텔에서 했다는 말이네.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온다연은 그림자 속에 서서 열린 차창 너머로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남자는 냉정하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겼고 여자는 달콤하고 우아했다.

정말이지, 그들은 빛나는 한 쌍으로 늘 햇빛 속에 서 있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그녀는 어둡고 초라한 구석에 숨어서 살아가야 할 한낱 들풀에 불과했다.

이때 차 안에 있던 나은별의 시선이 그녀 쪽으로 스쳐 지나갔다. 마치 그녀를 발견한 듯 나은별은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나은별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유강후의 시선을 막고 차창을 올렸다. 온다연의 시선을 차단하는 동시에 두 사람의 세계를 완전히 갈라놓은 것처럼 보였다.

온다연은 눈보라 속에 서서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았다. 유강후와 함께했던 모든 일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두 사람의 신분 차이를 생각했을 때, 유강후가 그녀를 의도적으로 찾아주지 않았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에 들어서자, 지배인이 그녀를 알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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