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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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분명 왕정민이 손을 쓴 게 틀림없다.병원에서 나를 해고하게 한 것도 모자라 비방하기까지 하다니.‘비겁하긴.’“마음대로 생각해요. 그림자가 비뚤었다고 사람도 비뚠 건 아니니까.”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말을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하려 할 때, 지은이 먼저 떠나버렸다.하지만 인사팀에서 수속을 마치고 떠나려 할 때 하필이면 또 지은을 만나버렸다.이번에 지은은 혼자가 아니라 웬 낯선 남자한테 몰려 구석에 서 있었다.“지은아,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상대가 지은의 남자 친구 여준휘라는 걸 알았다.예전에 지은이 남자 친구가 집에 다른 여자를 들였다가 현장을 잡혔다고 했던 게 갑자기 생각났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건 당연한 건데, 여기까지 달려와서 용서해달라고 하는 걸 보니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기 싫어 뒤돌아 다른 쪽 계단으로 올라갔다.이제 막 두 걸음 정도 걸었을 때, 갑자기 지은이 버럭 소리치는 게 들렸다.“여준휘,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이거 놔.”“싫어. 나 용서해주지 않으면 손 안 놓을 거야.”남자는 뻔뻔하게 말하면서 지은을 안고 입까지 맞추려 했다.그러자 지은이 상대의 뺨을 때리며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그런 짓을 했으면서 용서해달라고?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해?”“그래! 아가씨 좀 데려다 놓았다. 세상 남자들 중에 여자 밝히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어? 그런데 그건 그저 논 것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라니까.”여준휘는 펄쩍 뛰며 소리쳤다.그 말을 들으니 너무 놀라웠다.사람이 얼마나 뻔뻔하면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으면서 또 다른 여자한테 사랑을 속삭이다니.아니나 다를까 지은도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다.“그 더러운 손 치워. 역겨우니까. 지금은 너만 봐도 역겨워. 당장 꺼져!”“왜? 설마 너도 딴 남자 생겼어? 안 그러면 이렇게 단호할 리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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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하지만 지은의 쓰레기 전남친은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고 계속 지은을 괴롭혔다.“그래, 내가 너한테 미안한 짓 했고, 너도 나한테 미안한 짓 했으니 이제 쌤쌤이겠네?”남자의 말을 들으니 지은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나 또한 너무나도 내 가치관을 벗어나는 말을 들으니 놀라웠다.‘와, 이렇게도 할 수 있다고?’이건 너무 말도 안 되잖아.지은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 시선을 돌려보니 아예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심지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웃느라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그걸 본 준휘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헤실 웃으며 말했다.“지은아, 지금 나 용서해주는 거지? 역시 너밖에 없어.”짝!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지은은 준휘의 손을 쳐내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용서? 웃기고 자빠졌네! 난 네가 싫고 역겹고 짜증 나서 네가 가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아예 세상에서 사라져서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준휘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꼭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거야? 나를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거야?”“됐으니까 그만 말하고 당장 꺼져. 더 이상 너 보고 싶지 않으니까.”지은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는지 귀찮은 듯 말했다.그때 준휘가 지은의 손을 덥석 잡았다.“너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 그놈 때문이지?”“내가 누구랑 만나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당연히 상관 있지. 우리 아직 정식으로 헤어진 거 아니야. 그럼 넌 아직도 내 여자 친구인 거고.”“저기 비켜. 누가 내 남자 친구라는 거야? 네가 나한테 뭘 해줬는데? 물질적인 걸 해줬어? 사랑을 줬어? 아니면 옆에 있어주길 했어? 뭐 하나 나한테 해준 거 있어?”지은은 말하면서 점점 흐느끼기 시작했다.“여준휘, 애초에 너를 좋아한 것 자체가 내 눈이 삐었던 거야. 인성은 쓰레기에 여자 등골이나 빼먹는 남자가 뭐가 좋다고.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일자리를 몇 번이나 바꿨는지 알아? 바뀔 때마다 내가 너 뒷바라지했어. 그동안 내가 뭐든 해주니까 습관 됐지? 당연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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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지은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바람을 피우는 것조차 이 남자의 끝이 아니었다. 이 남자는 애초에 도덕적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우웩!”그녀는 너무 역겨운 나머지 속마저 뒤번저졌다.하지만 준휘 안타까워하기는커녕 눈치 없이 물었다.“왜 그래? 설마 임신한 건 아니지? 설마 그놈 거야?”결국 지은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지은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 준휘한테 복수한 건 맞지만 안전하게 조치했다.이건 임신이 아니라 준휘가 너무 역겨워서 생긴 생리 반응이다.그런데 그 반응을 보고 또 이렇게 쓰레기 같은 말을 하다니.지은은 준휘한테서 벗어나려고 거짓말을 했다.“그래, 맞아. 나 임신했어. 네 아이 아니야. 너 남의 자식 기르고 싶지 않지? 싫으면 꺼져.”그 말을 들은 준휘는 갑자기 웃었다.“그래, 좋아. 그럼 나한테 돈 줘, 바로 사라져 줄게.”“무슨 염치로 돈 달라는 거야? 네가 나 먼저 배신하지 않으면 나도 이런 방식으로 너한테 복수하는 일도 없었을 거잖아.”“밖에서 좀 논 거 갖고 그런 것도 못 하게 하면 나중에 나더러 어떻게 큰일을 하라는 거야?”“큰일 하는 거랑 바람피우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사람이면 좀 염치가 있어. 너도 대학 나왔잖아. 그동안 배운 건 어디 던져버렸어?”지은은 준휘와 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준휘가 이기적인 사람인 데다 무식하기까지 하고, 심지어 그동안 자신이 완전히 눈이 삐어 사람을 잘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에 반해 준휘는 저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마음대로 말해. 난 그딴 거 상관없으니까. 다 네가 선택한 거잖아. 이제 와서 누굴 탓해? 내가 계속 일자리 바꾼 건 더 나은 걸 찾기 위해서야. 그리고 내가 뒷바라지해달라고 했어? 네가 스스로 했으면서 왜 나를 탓해?”“난 네가 마음 쓰여서 돈 줬던 거였어. 그런데 이제는 그게 내 탓이라고?”“그래, 네 탓이지! 네가 자꾸 뒤에서 밀어주고 잘났으니까 나도 계속 더 우수하고 너랑 어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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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윤 쌤, 주치의가 오라고 해요.”나는 지은을 빨리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고 거짓말을 했다.그때 준휘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차갑게 물었다.“넌 또 뭐야?”“남성 비뇨기과 인턴인데요.”“내가 어린애인 줄 알아? 인턴이 의사 가운도 안 입었다고?”“오늘부터 일하기 시작한 거라 아직 옷 갈아입지 못했어요.”“오늘부터 일한 사람한테 이런 심부름을 시킨다고?”‘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렇게 논리적이라고?’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자 준휘가 나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위아래로 훑었다.“설마 네가 그놈은 아니지?”내가 대답하려 할 때 지은이 갑자기 대답했다.“맞아, 이 사람이야.”그 순간 나는 너무 어이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그저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온 사람을 물고 늘어진다고?’나는 이 더러운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아 설명하려고 했지만 준휘는 나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주먹부터 날렸다.“젠장, 네 놈이 내 여자 친구와 바람피운 상대라고? 너 오늘 죽었어.”준휘가 달려들자 나는 결국 손쓸 수밖에 없었다.나는 순식간에 퍽 하고 준휘의 팔에 있는 혈 자리를 눌러 팔을 마비시켰다.그러고는 상대가 힘이 빠지자 솔직하게 말했다.“저 사실 한의과 인턴이에요. 윤 쌤하고는 아는 사이라 도와주려고 나선 거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젠장! 난 그런 거 다 상관없다고. 나 때렸으면 배상해!”‘이젠 나한테까지 돈 뜯어내려고 용쓰네? 이 자식 아주 돈독에 빠진 미친놈이네.’“그저 혈 자리 누른 거예요. 가해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돈 뜯어낼 생각을 한다고요?”그때 지은이 차갑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요. 이 자식은 주식 하면서 미쳤으니까.”‘주식 하면서 미쳐 버린 거였어? 어쩐지 생긴 건 멀쩡한데 인간답지 않게 행동한다 했네.’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은과 함께 떠났다.하지만 준휘가 갑자기 달려들었다.“안돼. 가면 안 되지. 손해배상 내놔.”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비원한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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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미쳤어요? 아까 내가 도와줬는데 아직도 이런다고요?”“나를 도와주려고 그랬다고요? 내 처참한 꼴 비웃으려고 그런 거잖아요.”지은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안 순간 나는 화가 나 지은을 째려봤다.“마음대로 생각해요. 설명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맹세하라는 건 절대 따라줄 수 없어요.”“맹세도 못 하겠다면서 어떻게 믿어요?”“그건 그쪽 일이죠. 의심 많은 사람이라 다른 사람 믿지 못하면서, 내가 왜 그쪽 요구를 들어주려고 기분 나쁜 일까지 해야 하죠?”나는 기분이 너무 나빴다.방금 분명 도와주려는 마음에 나섰는데 이런 취급을 받으니 좋은 일을 하고 오해받았다는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난 남자 못 믿어요. 그게 누구라도. 이 세상 남자는 다 쓰레기예요. 하나도 빠짐없이!”지은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지은이 쓰레기 남친한테 너무 상처를 받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알기에 결국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세상 모든 남자가 그렇게 이기적인 건 아니에요. 좋은 남자도 많아요. 하지만 다음번에 남자 만날 때는 사람 제대로 보고 신중하게 만나요.”“다시는 남자 친구 안 만들 거예요. 평생 혼자 사는 한이 있더라도 또다시 이런 짓은 안 해요.”지은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래도 지은의 감정이 점차 누그러지는 것을 보니 나는 얼른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내가 이제 막 두 걸음 걸었을 때 지은이 바로 눈치챘다.“거기 서요!”“또 왜요? 난 그래도 그쪽 존중해주는 마음에 떠나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아까처럼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어찌 됐든 내가 남자이기에 떠나고 싶다면 지은의 체격으로 나를 막을 수는 없다.“기분이 꿀꿀해서 그러니 같이 점심 먹지 않을래요?”“네?”나는 지은이 나한테 점심을 같이 하자는 요구를 제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두려워 났다.“왜요? 싫어요? 그쪽 거기 내가 고쳐줬다는 거 잊지 마요.”“그래요, 안 싫어요. 좋아요, 됐죠? 어디서 먹을 건데요? 구내식당이요? 아니면 밖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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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우리는 결국 중국집에 도착했다.하지만 전에 다른 사람한테서 들었는데 이 중식당은 1인당 소비가 16만 원 정도라 나한테는 너무 비싸다.이번에 정산받은 월급이 고작 28만 원이니까.이거로는 턱도 없다.“우리 다른 데로 옮기는 게 어때요?”내가 조용히 제안했다.주요하게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아무리 따로 낸다고 해도 나한테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으니까.밥 한 끼에 16만 원을 낸다는 건 내 살을 도려내는 것보다도 더 괴로웠다.그때 지은이 나를 째려봤다.“지금부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먹기만 해요.”말을 마친 지은은 2인석으로 향하더니 한 상 가득 음식을 시켰다.하지만 이 음식들을 보니 입맛이 하나도 없었다.지은은 내가 움직이지 않자 화가 난 듯 말했다.“말했잖아요. 돈 낼 필요 없다고. 먹기만 하라고. 그러니까 목석처럼 앉아만 있지 말래요?”“정말 돈 낼 필요 없는 거 맞죠?”지은은 테이블 위에 탁하고 제 카드를 올려 놓았다.“나 여기 회원이라 30% 할인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돈은 다 이 카드로 빠져나갈 거예요.”지은의 말을 들으니 나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먹기 시작했다.솔직히 음식은 너무 맛있었다. 게다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끝없이 먹기만 했다.그러자 지은이 발로 나를 툭툭 찼다.“좀 천천히 먹으면 안 돼요? 배고파 죽은 귀신이 붙은 것도 아니고. 체통 좀 지켜요.”“아무 걱정하지 말고 먹기만 하라면서요? 말도 하지 말라고 하니 먹을 수밖에 있어요?”“내 일에 대해 궁금한 거 없어요?”묻지도 않은 말을 지은이 먼저 꺼내자 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안 궁금해요. 외국 속담에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있대요. 난 죽고 싶지 않아요.”내 말이 끝나자마자 지은은 내 발을 차버렸다.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나는 소리쳤다.“뭐 하는 거예요? 아파 죽을 뻔했잖아요.”나는 지은이 찬 다리를 문지르며 억울한 듯 말했다.‘내가 궁금하지 않다는데, 그게 잘못인가? 이건 무슨 논리지?’그때 지은이 화가 난 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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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지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도 몰라요.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대학교 바로 졸업하고 나서일 수도 있고,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 현실이 너무 가혹해서일 수도 있죠. 졸업하고 난 강북 한의원에서 인턴을 했고,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레지던트가 됐고, 또 얼마 안 돼서 한의과 부교수가 됐거든요.”“반면 남자 친구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러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해도 이런 저러한 이유 때문에 레지던트로 되지 못했어요.”여기까지 들었을 때, 마침 거의 다 먹은 나는 더 이상 들어줄 심정도 아니라 곧바로 끼어들었다.“그러면 충격이 컸겠네요.”내 말에 지은은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째려봤다.“그러니까 지금 그 자식이 바람피운 이유가 정당하다는 뜻이에요?”“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그저 갓 졸업하고 그렇게 많은 역경에 부딪혔으니 충격이 컸을 거라는 얘기예요. 그런데 여자 친구가 너무 대단하니 자격지심도 느꼈을 거고.”“그런데 난 내 노력으로 레지던트가 된 거잖아요. 근데 그 자식은 내가 가족 백으로 됐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뭐라고 하든 믿어주지 않았어요!”“그러면 나중에는요? 주식은 왜 갑자기 했대요?”“병원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까 아예 다른 쪽으로 일자리 알아봤거든요. 그래서 내가 마침 의료 기기 판매하는 일을 소개해 줬어요. 일 잘하면 수익도 괜찮아 보이니까.”“그런데 얼마 안 하고 또 그만두더라고요. 동료들이 따돌리고 상사가 괴롭힌다면서. 그리고 혼자서 일자리 찾을 수 있다면서 나더러 찾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관계하지 않았죠. 그런데 허구한 날 일자리를 바꿨어요.”“대학 졸업하고 지금까지 5년이 흘렀는데 반년 이상 다녀 본 곳이 없을 지경이라고요. 내가 이유를 물을 때면 온갖 변명을 댔어요. 항상 남 탓만 하고 본인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듯이.”“그러다가 주식에 빠졌는데 헤어 나오지 못했어요. 그것 때문에 몇 번이나 싸우고, 물건도 집어 던지고 했는데 나중에 배신까지 하더라고요.”지은은 지난날을 생각하자 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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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안 좋은 일 겪고 정신 차렸다고요? 난 내 청춘을 잃었어요. 내가 그동안 진심을 바쳤던 건 그저 없었던 셈 치라고요?”지은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힘없이 말했다.나는 순간 지은이 왜 자꾸 안 좋은 일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계속 이렇게 고통 속에서 살면 너무 힘들 거다.밥을 얻어먹는 입장에서 나는 지은을 위로했다.“사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나중에 아플 수밖에 없으니까.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봐요. 아직 살날은 많잖아요, 40년, 50년 심지어는 60년일 수도 있고. 그 몇십 년 동안 후회 속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을 거잖아요.”“미래에 비하면 지난 몇 년 동안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래를 정말 멋지게 살면 적어도 이번 인생을 멋지게 산 거로 되잖아요.”지은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네요. 의외로 다시 봤어요.”‘이거 칭찬받은 건가?’나는 순간 너무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사실 나 그쪽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쪽이 계속 색안경을 끼고 나를 봐서 그렇지.”“그게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건가요? 그쪽이 너무 경망스럽게 굴었잖아요. 그게 왜 내 탓이에요?”화제가 다시 돌아가자 나는 다급히 말했다.“그만해요. 예전 일은 우리 얘기하지 말아요. 지금 여기서 이렇게 마주 앉아 식사하고 있는 것도 인연인데, 지난 일은 평화롭게 그만두고 밥 먹어요. 되죠?”나는 정말 이 여자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이제 곧 병원을 떠날 텐데, 서로 좋은 인상을 남겨두는 것도 좋은 거 아닌가?게다가 이렇게 풍성한 한 끼를 제대로 즐기지도 않으면 너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지은은 갑자기 나를 꿰뚫어 볼 것처럼 바라봤다.“사실대로 말해요. 정말 나랑 자고 싶은 거 아니에요?”나는 순간 너무 당황했다.‘갑자기 왜 이런 걸 묻는 거야?’너무 가슴이 쿡쿡 찔려 침을 꿀꺽 삼키고 난 뒤 말했다.“그날 일은 내가 잘못했어요. 그저 단순히 농담하고 싶어서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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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눈을 뒤집었다.“호의를 몰라주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도 않았어요.”“안 도와주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 먹어요? 여기 들어오고부터 한 번도 쉬지 않고 먹었으면서.”지은은 진작 내 마음을 간파한 모양이었다.하지만 나 역시 들켰다는 난처함이 하나도 없었다. 지은과 이렇게 말싸움하는 게 습관된 것처럼.나는 뻔뻔하게 히죽거렸다.“그쪽이 나한테 부탁했잖아요. 그래서 왔는데.”“아!”지은이 갑자기 내 다리를 차버리는 바람에 너무 아파 비명이 새어 나왔다.그러자 지은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은이 웃으니 너무 예뻤다. 워낙 예쁜 데다 이런 식사까지 대접받았으니 나는 지은을 용서하기로 했다.그렇게 배불리 먹고 마셨을 때, 지은이 갑자기 나를 불러 계산하라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그 순간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지금 나 놀리는 거예요? 나한테 돈이 어디 있다고.”“요즘 출근했으니 벌었을 거 아니에요. 28만 정도.”“여기 음식 32만 원이잖아요.”나는 순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방금 너무 기쁘게 음식을 먹었는데 순간 너무 괴로워졌다.심지어 먹었던 음식을 모두 토해내고 싶었다.그때 지은이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내가 돈 낼 테니 가서 계산만 하라는 거예요. 여기 와서 식사하는 사람들 대부분 커플이라는 거 못 느꼈어요? 남자가 대부분 계산하고. 그런데 내가 계산하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이런 깊은 뜻이. 놀라 죽는 줄 알았잖아.’지은은 카톡으로 돈을 보내겠다며 친구 추가를 하자고 폰을 내밀었다.이에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지만 카톡을 켠 순간 지은과 이미 친구로 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런데 다시 추가하면 들통날 건 뻔하다.다행히 나한테 카톡 아이디가 하나 더 있어 나는 곧바로 지은을 다른 계정으로 추가했다.그걸 모르는 지은은 나를 바로 친구로 추가했다.“한의 문화를 널리 알리자? 프로필 이름 너무 어이없는 거 아니에요?”지은은 내 프로필 아이디를 보더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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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그럼 8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는 거 아니에요? 아깝지도 않나?”‘아깝지 않을 리가! 살점이 뜯겨 나가는 것처럼 아픈데.’“제발 그만 말할래요? 이번 한 번은 그냥 지르려는 거니까.”내가 뒤돌아서 떠나는 순간 지은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의외네, 조금 찌질한 건 있지만 그렇게 미운 사람은 아니네.”지은의 평가에 나는 너무 어이없었다.‘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중식당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다시 돌아갈 준비를 했다.일이 없으니까 어깨에 짊어진 부담도 덜어진 것처럼 홀가분했다.한의원에 있는 동안은 즐거운 줄 모르고 생활했었다.쓸모 있는 건 배우지도 못하고 매일 부민규 같은 사람을 상대해야 해서 너무 스트레스도 받았고.나는 서로 속고 속이는 건 딱 질색인 사람이다.단지 의술을 더 한층 증진하고 싶은 마음만 있을 뿐.“이봐요, 정수호 씨!”내가 가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지은이 나를 불러 세웠다.‘뭐야? 이미 떠난 거 아니었나?’“왜요?”내가 답답해서 묻자 지은이 다가와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오후에 출근하기 싫으니 같이 쇼핑하러 가줘요.”“네?”‘지금 장난하나? 밥도 같이 먹어줬는데 쇼핑도 하겠다고? 설마 나한테 들러붙으려는 건가?’게다가 이 여자의 소비 수준은 딱 봐도 엄청난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니다.이에 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안 돼요. 오후에 일이 있어 같이 갈 수 없어요.”내가 바로 거절하자 지은은 바로 화를 냈다.“같이 쇼핑 좀 하자는 게 뭐 어렵다고, 누가 잡아먹겠대요? 왜 그렇게 두려워해요?”“당연히 두렵죠. 밥 한번 먹는데 20만 원도 넘게 썼는데, 쇼핑 한번 하면 또 얼마나 많이 쓰겠어요? 나 이제 땡전 한 푼 없으니까 더 이상 그쪽 괴롭힘 당해낼 수 없어요.”나는 핸드폰을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꽉 쥐었다. 그 안에 있는 돈은 내 앞으로의 생활비이기에 절대 써버릴 수 없다.지은은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정색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돈 쓰라는 말 안 해요. 그냥 같이 가 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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