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451 - 챕터 460

565 챕터

제451화

최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도 초대하지 않았는데 기어코 따라온 겁니다. 방씨 가문에 시집가고 아드님이 돌아간 후 모든 지참금을 돌려주고, 아드님의 위로금도 주었지요. 게다가 가게 두 군데도 보태줬는데 모두 장군부로 가져갔습니다. 시집갈 때에도 북명왕비와 혼수를 비교하려 했었지요.”“이런 말씀은 원래 드리지 않으려 했으나 그녀 때문에 마음 쓰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보여 드리는 겁니다.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시고 본인의 건강부터 먼저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우울한 모습을 아드님께서 저승에서 내려다본다면 편치 않을 것입니다.”최 씨의 말에 오 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에게 왕청여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리를 분별할 줄 알고 시부모를 공경할 줄 알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하여 이렇게 변한 것인가? 예전의 모습은 모두 거짓이었나? 아니면 변한 것인가?최 씨는 그저 오 씨를 바라볼 뿐이었다. 목구멍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맴돌았지만 결국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씨는 씁쓸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그녀는 항상 딸처럼 여겨져 방씨 가문에서 평생 과부로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었지요. 사실 근래에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을 겁니다. 그녀에 대한 걱정은 그만하겠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니, 그것이 재앙이든 복이든 모두 스스로가 감당해야겠지요.”최 씨는 몸을 낮추며 예의를 갖췄다.“부디 몸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이제 더 머물다간 숨겨야 할 것들이 금방이라도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오 씨도 너무 가여운 사람이다. 방 부인은 오 씨 곁을 지키고 있을때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 씨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상대가 말하지 않으니 물어볼 수 없었다. 어차피 왕청여의 일이니 묻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오 씨가 방 부인에게 말했다. “그대는 저들과 함께 꽃구경하러 가세요. 저는 여기서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겠습니다. 이곳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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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그러자 왕청여가 다급히 말했다.“제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입니다. 바깥에 떠도는 소문은 진실이 아니고 대부분은 북명왕비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저희 장군부에 오물을 던지도록 한 것도 그녀의 짓입니다.”그러자 오 씨는 몸을 훽하고 돌려버렸다. 다리에 힘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벼렸다. 왕청여의 말들은 그녀를 큰 충격에 빠뜨리게 했다.최 씨의 말을 들었을 때에도 오 씨는 왕청여가 전북망에게 시집간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왕청여의 이 말을 듣고 나니 오 씨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어찌 전북망 같은 쓰레기를 방시원과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급히 돌아간 오 씨는 조카며느리와 방 부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 혜태비의 생일 연회를 다 망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방 부인은 오 씨를 데리고 극장으로 갔는데, 그 모습을 본 송석석이 다가와 물었다.“몸이 불편하신가요? 얼른 돌아가서 쉬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앞으로 만날 날은 많으니 언제든 다시 오셔도 됩니다.”“왕비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 일 없습니다.” 오 씨는 감정이 격해져 있었지만 애써 억누르며 품위를 지키려 했다. “그러면 저와 함께 화청으로 가서 좀 쉬시겠습니까?”“감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왕비께서는 여기 계십시오.” 방 부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손님들이 계신데 왕비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그럼 아무 생각도 하지 마시고 연극부터 즐기세요.” 말을 마친 송석석이 돌아서려는 그때, 멀리 서 있는 왕청여이 보였다. 왕청여는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자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복잡함을 가득했다.송석석은 그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이는 두 집안 일이기에 함부로 간섭할 수 없었다. 송석석은 진심으로 방씨 가문이 참석해주기를 바랬기에 초대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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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모든 시선이 전소환에게 집중되었다. 전소환은 무릎이 까지고 이마가 찢어져 있었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아픔 따위는 그녀에게 그리 중요치 않았다. 꿈에 그리던 그 사람에게 닿을 뻔 했는데 실패한게 더 중요했다. 사여묵이 비록 무장이지만 여색을 좋아하는 다른 남자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쓰러지려는 여자를 무의식적으로라도 붙잡아줄 것이라고 전소환은 굳게 믿었다.그녀가 성공할 것이라 믿었던 그 순간, 마치 무언가에 의해 앞으로 끌어당겨진 듯, 그녀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사여묵은 어느새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빨라서, 마치 전혀 움직인 것 같지 않았다.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들은 전소환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곧이어 그녀가 마주한 시선들은 하나같이 한기를 내뿜고 있어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시녀들이 그녀를 일으켰지만 그녀는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시녀의 몸에 기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가의 군주를 바라보았지만, 가의 군주는 저 멀리서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 조금도 도와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모두의 눈빛에는 조롱과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이제야 알아보겠네, 그 여인은 장군부의 아가씨 전소환이오.” “확실하오? 장군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요?” “모르겠소, 왕비께서 장군부 사람을 초대하셨을 리는 없지 않소?” “출세하려는 건가? 저 움직임은 분명 장군을 노린 것이 틀림없소. 장군부 사람들은 정말 염치가 없구려.” “참, 어찌 염치가 있겠소? 그들은 이미 염치도 없고 주제도 모르는 자들이오. 그야말로 구제 불능이오.”모두의 안 좋은 시선에 전소환은 그만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사여묵이 자신을 부축해 주시지 않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왕청여에게 붙잡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형수님,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저를 밀었다고요.”그녀는 변명하려 했다. 하지만 왕청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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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양 마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소환에게 다가갔다.“노비가 이마에 상처를 치료해 드리겠사옵니다.” 양 마마는 장군부에서 집사로 있었기에 전소환과는 오랜 사이라 할 수 있다.전소환도 이마에 상처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가려고 했다. 비록 피는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 상태로 연회에 참석하는 것은 실례가 되므로 어쩔 수 없이 양 마마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양 마마는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남의 그릇에 담긴 것은 탐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옵니다.”그 말에 수치를 느낀 전소환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같은 시각, 시만자는 송석석을 찾아갔다. “가의군주가 밀어버렸어. 사전에 계획을 한게 분명해. 아마 전소환을 네 남편의 품에 안기게 해 어쩔 수 없이 아내로 들이게 할려고 했을거야. 하지만 이상한 점은 가의군주는 이 계획의 성공 여부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음, 난 덕귀 태비가 본인의 손자와 손녀들을 데리고 와 첩을 들이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이미 무슨 꿍꿍인지 눈치챘어. 그들은 어머님이 질투를 느껴 장국에게 측실을 맞이하라고 부추겨 나와 어머님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야. 그들은 애초부터 장군의 측실이 되려는 전소환을 도울 생각이 없었지. 북명왕부는 장군부의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들은 오로지 장군께 여인의 순결을 망쳐 놓고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악명을 씌우려던 계략이었어.” “그럼, 전소환이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감히 장군을 넘볼 수 있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지?” 시만자는 전소환의 행동이 너무나 어리석어 할 말을 잃었다.“오늘 그 난리를 쳤는데 어느 가문에서 그녀를 좋게 보겠어?” 송석석은 여전히 담담한 말투였다.“어리석긴 하지. 가의 군주를 따라 북명왕부에 온 것은 자기 어머니의 지지가 있었을 거야. 전북망의 품계가 낮아졌으니 내가 아는 노부인은 무척이나 초조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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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아니꼬운 시선들이 왕청여에게 날아와 꽂혔고, 왕청여는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하지만 아직 그녀가 고대했던 광경을 보지 못했기에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전 시댁 사람들과 마주하더라도, 송석석이 난처해하는 모습은 꼭 보고 싶었다. 이토록 성대한 연회에서 작은 실수 정도는 꼭 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굳게 믿었다. 이어 축배를 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식사 중 축배를 올리는 것은 필수적인 절차이므로, 남자 손님들이 한 명씩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태비님께 축배를 올리러 가세.” 그러자 여자 손님들도 젓가락을 내려놓고, 둥근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축배를 올릴 준비를 했다.북명왕이 앞장섰고 회왕과 목 승상, 안만수가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여자 손님들에게 단 하나의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태비를 향해 걸어갔다.“태비 마마께서 복수강녕하시고,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어머니를 대신해 술을 마시려고 북명왕이 따라온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기뻤던 혜태비가 술잔을 들더니 웃으며 말했다. “좋다! 우리 모두 오래도록 건강하게 자손들과 복을 누리자꾸나.” 나이가 좀 있는 목 승상과 안만수에게는 어울리는 축복이었지만 회왕만은 조금 난감했다.목 승상과 안만수가 먼저 술잔을 비우자 태비도 따라 잔을 비웠고, 그 모습에 회왕은 황급히 술을 들이키고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춘 후 물러났다. 남자 손님들도 세 명씩 다가와 혜태비에게 축배를 올렸고 혜태비는 그렇게 이미 몇 잔을 비운 상태였다. 그때 송석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어머님 대신 후작님과 백작님께 술을 올리겠사옵니다. 오늘 자리를 빛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만약 접대에 부족함이 있었다면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송석석이 말한 그들은 평양후와 두 백부의 가주들이다. 평양후는 가의군주의 남편인데, 들어오면서부터 가의 군주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아 가의 군주는 이미 화가 난 상태였다.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그녀도 굳이 그를 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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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왕청여는 벼락 맞은 것 같이 충격을 받았다. 전소환이 계속해서 염치없는 행동을 반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번에는 평양후까지 건드리다니..그리고 중요한 것은 평양후가 단순히 잡아준 것이 아니라, 허리를 감싸안았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무의식적인 반응이었을 것이다. 평양후는 남자 손님이었기에, 전소환이 조금 전 정원에서 벌였던 소동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저 이마에 상처를 입은 채 곧 기절할 것 같은 여인이 쓰러지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은 것이었다. 머리보다 행동이 빨랐기에 결국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를 품에 안게 된 것이다.모두가 휘둥그레지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진 송석석이 말했다. “여봐라, 소환 아가씨께서 몸이 불편하시니 집으로 돌려보내거라.” 평양후부의 노부인은 송석석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전소환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상황을 수습할 수 없을 것이다.양 마마와 부인 2명이 급히 들어왔다. 그들은 전소환의 팔을 양측에서 부축했다. 실상은 끌어내고 있는 것이었다.정신을 못 차리던 전소환은 막 끌려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몸부림치며 가의 군주를 향해 울부짖었다. “군주님께서 저를 도와주신다고 하셨잖습니까. 제발 저를 도와주시옵소서..!”그녀의 말에 장내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북명왕을 노린 거야, 아니면 평양후를 노린 거야?” “가의 군주가 돕겠다고 했으니 평양후를 노린 걸 수도 있겠군. 듣기로는 평양후의 첩이 노부인의 친척 조카딸이라는데 그 여인이 장남과 장녀를 낳았는데 지금 또 임신 중이라 하더군. 평양후에게 또 첩을 맞이하게 하려는 건가?” “허나 이건 너무 비열하지 않나? 자신이 군주이니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하면 될 텐데 말이야.” “자네들은 평양후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게로군. 이미 친정으로 돌아가 숨어 지낸 지 꽤 되었고, 직접 돌아가기가 꺼려져서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네.”저저마다 의견이 분분했고 평양후는 이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가의 군주는 분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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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손님들을 접대하는 와중에도 송석석은 시만자에게 사람들을 감시하게 했다. 특히 속셈이 있는 아가씨들을 주의 깊게 살피라고 했다.시만자는 장공주와 두 여자가 자주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발견하고 양 마마에게 그들의 신분을 물었다. 양 마마는 안으로 들어가 그들에 대해 알아본 후 시만자에게 와서 말했다. “그 두 아가씨 중, 황색 옷을 입은 아가씨는 영태비의 친척 아가씨로, 이름은 모른다. 보랏빛 옷을 입은 아가씨는 의귀비의 친척 아가씨로, 이름은 위여은이라 합니다. 미모와 재주가 뛰어나 모두가 그녀를 제황후와 비교하곤 하지요. 제황후의 아우라는 당시 진성에서 제일 으뜸이었으니깐요.”이를 기억해 둔 시만자는 송석석이 나오자마자 두 사람의 신분을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송석석은 금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영비든 의귀비든 모두 장공주와 연왕과 관련이 있었기에 그들은 북명왕부에 자신들의 사람을 심으려 했다.그 중 전소환은 단지 그들이 데려온 앞잡이일 뿐이었다. 송석석은 연왕을 연주에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를 진성으로 불러들여 눈앞에 두고 감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고모의 원수를 갚아야 할 때가 왔다.연회가 끝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의 손을 잡고 함께 귀빈들을 배웅했다. 준수한 외모에 늠름한 자태를 자랑하는 왕예와 아름다운 왕비,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선남선녀요, 천생연분이 아닌가?손님들은 부병의 지시에 따라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밀치거나 붐비는 일은 조금도 없었다. 같은 마차에 탄 장공주와 가의 군주는 떠나기 전 송석석이 화답의 의미로 건넨 선물을 열어보았다. 송석석은 한 사람당 하나의 선물을 준비했고 각각 다른 내용물이 담겨있었다.가의 군주에게 선물한 것은 장수 노인의 조각상이였는데, 가의 군주는 화들짝 놀라 그것을 한쪽에 던져버렸다. “이게 뭐야?” 그러고 나서 장공주의 것을 열어보았는데 도덕 노인의 조각상이 들어 있었다. 가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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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그 계집애를 생각하니 왕청여는 또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시어머니의 친척 조카로, 남편의 첩이 된 후 돼지마냥 아들과 딸을 쑥쑥 낳았고, 심지어 지금도 임신 중이었다. 곧 출산 예정이라 지금 돌아가면 고통만 더할 게 분명했지만 어머니께서 명령을 내리셨으니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 친정으로 가겠다고 위풍당당하게 나왔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혼자 돌아가야 하는 것이 너무나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전소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아들과 딸을 낳고도 또다시 출산을 앞두고 있는 그 계집을 조금은 어리석어 보이지만, 젊고 아름다운 전소환이 상대하게 한다면 자신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전소환이 미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얀 것! 모두가 교얀 것들이다!’가의군주는 결국 그렇게 돌을 들어 자신의 발을 찍은 격이 되었다.반면, 눈을 감고 있는 장공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연왕이 시씨 가문의 여인을 후처로 맞이하려는 것이다. 그것도 연왕비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해진 혼사였다. 시씨 가문은 권력과 병무와 무기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맞이하려는 시씨 가문의 그 여인이 가문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마침, 평서백 왕표의 딸도 이제 혼인을 할 나이가 되었으니 만약 연왕의 장남인 사여령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면, 왕가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왕표는 현재 북명군과 송가군을 지휘하고 있으니 말이다.또한 옥영과 옥경 두 현주의 혼사도 진성의 공신 가문과 연결시키면 된다. 그러면 혼인을 통해서라도 중요한 인물들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 이제는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녀는 가의 군주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시간을 들여 계획을 세워야 했다.손님들이 떠나면서 떠들썩하던 북명왕부는 다시 고요해졌다.하인들은 뒷정리했고, 송석석은 혜태비를 방으로 모셨다. 오늘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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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고집을 부리던 사여묵은 어머니를 가볍게 밀어내고 한 손으로 송석석의 손을 낚아챘다.“방금 당신이 내게 측실을 들이겠다는 말을 들었소. 이리 오시오. 아주 단단히 혼쭐을 내줄테니!” 말을 마친 그는 송석석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본 혜태비는 화들짝 놀랐다.그저 한 번 언급한 것 뿐인데 저렇게 날뛰니 단단히 미쳐버린 것 같았다.“유모, 어서 따라가 보거라!” 혜태비는 마음이 급했다. “정말로 때리기라도 한다면 난 언니에게 뭐라고 하냔 말이다. 석석이를 가장 아낄텐데…” 그러자 고 씨 유모가 한숨을 쉬었다.“제가 어떻게 감히 따라가겠습니까? 태비께서도 장공주와 덕귀 태비의 말을 들으시고 장군께 측실을 맞이하게 하려 하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노비인 제가 따라가기라도 한다면 장군을 더욱 화나게 할 것입니다. 보아하니 왕비께서 맷집이 좋은 것 같사오니 부디 염려하지…” “어리석다! 아내는 때리려고 맞이하는 거라고 누가 그러더냐? 네가 가지 않으면, 내가 가겠다.” 그러자 고 씨 유모가 급히 그녀를 막아섰다.“알겠사옵니다. 장군께서는 염 선생의 말을 잘 들으시니 노비가 염 선생을 모셔 오겠습니다.” “어서 서두르거라!” 마음이 급했던 혜태비는 책상까지 두드리며 재촉했다. 아름다운 송석석의 얼굴에 상처가 하나라도 난다면... 혜태비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송석석을 끌고 태비의 앞마당을 벗어난 사여묵은 바로 그녀를 들쳐멨다.순간, 송석석은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를 들은 혜태비는 하늘과 땅이 맞붙는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맙소사, 정말로 때리는 것인가? 두려운 마음에 계속속 고 씨 유모를 밀며 재촉했다. “아직도 가지 않고 뭐 하느냐? 당장 움직여라!” 고 씨 유모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으나, 그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 뜰 안을 한 바퀴나 돌았다. 비록 태비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장군은 일부러 그렇게 화를 낸 것이었다. 이는 태비에게 측실 이야기를 집안에서 꺼내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왕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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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오늘 하루 너무 바쁘게 움직였고 날씨도 더웠기에 샤워를 꼭 해야했다.사여묵은 송석석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그녀의 귀가에 속삭였다.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딱 좋군, 함께 씻으면 되겠소.” 송석석은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약간 의아해했다. “매일 밤 사랑을 나누는데 왜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걸까요?” “빨리 아이를 갖고 싶단 뜻이오?” 그녀를 안은 사여묵은 욕실로 성큼성큼 들어가 갑자기 그녀의 겉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런 건 아니고,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두 분이 혼인하시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임신하셨다고 하셨거든요.” “나는 굳이 아이를 빨리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보오.” 사여묵은 드디어 그녀의 매혹적인 어깨선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단신의에게 약을 부탁했소. 당신도 전장에서 부상을 입었으니 충분히 회복된 후에 다시 얘기하기오.” 송석석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피임약을 먹고 있단 말입니까? 그 약은 몸에 해롭다고 들었습니다만.” “여자도 먹을 수 있는 걸 남자가 못 먹는단 법은 없소.” 사여묵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당신은 몸도 안 좋은데 임신하지 못하게 하려고 피임약을 먹일 수는 없소. 단신의께서도 여자는 기와 혈을 기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셨소. 만약 당신에게만 피임하도록 한다면 그동안 기른 것들이 모두 허사가 될뿐만 아니라 몸에도 해가 될 것이오.” 송석석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여묵의 태도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피임약을 자처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정실부인이 피임약을 먹는다는 것이 알려지면 현면하지 못하다고 손가락질받고 남편에게도 미움을 받을 것이다. 정실부인이 아이를 가지면 낳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일곱 남매를 낳았기에 어머니가 복 받은 사람이며 다들 부러워했다. 여섯, 일곱이나 자식을 낳는 여인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무사히 자란 것은 하늘의 축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축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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