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565 챕터

제431화

전북망과 왕청여는 화청에 마주 앉았다. 왕청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전북망의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는 울먹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날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그랬사옵니다.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북명왕비의 마차가 우리 장군부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송석석이 사람을 시켜 장군부에 똥칠했다고 의심은 했지만 증거가 없어 그녀와 다른 말을 몇 마디 했는데 그녀에게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장군부에 돌아와 똥물을 뿌리던 사람을 잡았다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그의 손을 잘랐사옵니다...” 전북망은 그녀의 말에서 중점을 잡고 물었다. “어제 송석석이 장군부에 왔었다는 말이오?” “장군부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우리 골목 어귀에서 나가자마자 똥물을 뿌린 사람을 잡았습니다. 증거만 있었다면 내가 그 자리에서 그녀를 폭로할 텐데 안타깝게도 증거가 없었습니다.” “당신 정말 송석석과 다퉜소? 그녀가 뭐라고 했소?” 전북망은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고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손톱이 나무속으로 박힐 지경이었다. 왕청여는 어리둥절했다. ‘뭐야?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건가?’ “부군, 내가 그녀와 다툰 게 아니라 그녀가 나에게 모욕을 줬습니다.” 전북망은 가만히 앉아서 중얼거렸다. “그녀가 누군가와 싸울 리는 없지. 그녀는 심지어 사람들과 말도 잘하지 않는 성격이니 말이야.” 왕청여는 전북망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아 고개를 들고 물었다. “뭐라고요..?” 전북망은 왕청여의 물음을 무시한채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왕청여에게 물었다. “그래서 당신이 그녀에게 뭐라고 했소? 그녀는 또 뭐라고 했소? 왜 장군부에 온 건지 말했소?”“그녀는...”왕청여는 전북망의 표정을 보더니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다.“그녀가 날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부군도 모욕했습니다. 그녀는 부군을 자기가 버린 쓰레기라며 내가 마침 주워 갔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화를 못 이겨 그녀와 몇 마디 다투었습니다. 하지만 똥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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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전북망은 왕청여의 고백을 들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왕청여에 대해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애초에 방 씨 가문에서 왕청여를 집으로 돌려보내 다른 가문으로 시집을 가도 된다고 했던 것도 그녀의 성격이 온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도 잘 알 수가 없었다. 집사와 몇 명의 호위는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피해자가 협상하지 않겠다고 하면 때린 사람과 지시한 사람을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데 집사는 자신이 내린 명령이라고 자백해서 왕청여를 보호했다. 경조부에선 그들은 모두 수감했으니 형사 부분은 해결된 셈이지만 손발이 잘린 사람이 치료가 필요하기에 여전히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었다. 왕청여는 하루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어 그가 생떼를 부리기 전에 은 천 냥을 보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부인은 왕청여를 꾸짖었다. “정말 손발이 잘린 건지 사람을 보내 확인해보기는 했느냐? 속임수일 수도 있지 않느냐? 그가 우리 장군부에 똥물을 뿌린 주제에 자기가 먼저 고발을 하다니? 게다가 손과 발이 부러졌다고 해도 기껏해야 골절한 것뿐이지 아니냐? 치료하는데 백 냥도 안 들 텐데 천 냥이나 주다니. 쉽게 돈을 받았으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장군부를 협박하지 않겠느냐?” 그러자 왕청여가 말했다. “어머님, 화내지 마십시오. 다시는 우리를 협박하러 올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분명 송석석이 보낸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방이 사과만 하면 끝날 일입니다.” “뭐야? 그날 똥을 뿌리러 온 자들은 송석석이 보낸 것이라는 거냐?” 노부인은 화가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왕청여는 그날 저택 앞에서 송석석을 본 일을 꺼냈다. 그러자 노부인이 너무 격노해 말을 다 더듬을 정도였다. “그.. 그녀는 이미 왕비가 아니냐? 그런데 왜 우리 장군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냐? 우리 장군부의 사람들이 모두 죽어야 그녀의 속이 시원하기라도 한단 말이냐?” 시어머니가 송석석을 꾸짖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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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전북망은 다시 이방을 데리고 전강후부로 갔다. 이번엔 많은 선물을 들고 문 앞에 무릎을 꿇고 뵙기를 청했다. 운이 좋은 건지 전강후가 저택에 없어 노부인이 알고 그들을 들여보냈다. 이방은 냉담한 표정으로 사과를 할 기색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전강후부 노부인은 개의치 않은 듯 하인에게 차를 내오라고 분부했다. 노부인의 며느리와 손자며느리, 그리고 증손자며느리는 옆에 서서 모두 적대시하는 눈빛으로 이방을 바라보았다. 전북망은 무릎을 꿇고 인사를 건넸다. “저 전북망이 노부인을 뵙습니다. 부디 건강하길 바랍니다.” 이방도 내키지 않았지만 무릎을 꿇고 면사에 가려진 입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부인은 그들을 일으켜 세우고 앉으라고 했다. 전북망은 황송해서 사과부터 했다. “노부인, 그날 제 안사람이 무모하게 말을 해 노부인을 노엽게 했으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뭐가 무모하단 겁니까? 그건 분명한 악담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노부인의 손자며느리인 진 씨가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그날 저희가 들어가서 기부를 청할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노부인께서 지쳐 장군부에 들어가 물을 한 잔 얻어 마시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 게 이부인께서 만나자마자 늙은 거지라고 막말을 하던데 저희가 무엇을 구걸했습니까? 당신들은 또 무엇을 베푸셨습니까?” 노부인의 손자며느리들은 잇달아 마음속에 품고 있던 원한을 쏟아냈다. 그들은 노부인도 좋은 일을 하는 것인데 이방에게 그런 거북한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북망은 이번에도 노부인을 만났지만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방을 한 눈 보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라고 눈짓을 했지만 이방은 본 척도 하지 않고 전강부의 부인들이 뭐라고 하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방은 자신이 전북망과 함께 온 것만 해도 큰 타협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됐다.” 노부인은 천천히 말했다. “손님이 계시니 무례하게 굴지 말 거라.” 노부인이 말하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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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이방은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노부인의 말은 그녀 마음속의 급소를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그녀는 확실히 송석석을 이기고 그녀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 생각은 밤낮으로 이방을 괴롭혔고 마음속의 화는 그녀를 편히 쉬지도 잘 먹지도 못하게 했다.‘내가 매일 미워하는 사람이 날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고? 그럴 리가 없어.”이방은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그럼 노부인께서는 극도로 허위적인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의 공을 짓밟고 올라가는 사람, 부친과 오빠의 전공을 모두 빼앗고도 만족을 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전우의 생사를 안중에 두지도 않고 전우가 포로에게 잡혀 학대를 당하는 걸 손 놓고 지켜만 보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이 왕비가 되다니 노부인께서는 하늘이 공평하다고 생각하십니까?”그러자 노부인이 가볍게 웃었다.“이부인의 마음속에만 사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볼 수 있단 말입니까?”이방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그녀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노부인께서는 제 말을 믿지 않으시군요.”“내가 이부인을 믿든, 믿지 않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부인께서 그걸 굳건히 믿고 그로 인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행복하지 않아 보니다. 온몸에 악기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당신은 매일 자신을 위해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마음속의 분노를 키우다 보면 언젠가는 당신을 삼킬 것입니다.”그러자 노부인은 걱정을 무시한채 손을 내저었다.“됐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쉽게 지치는군요. 당신이 그날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도 않고 전강후부 사람들도 기억을 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부인께서 오늘 전강후부에서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더 이상 장군부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전북망은 긴장했던 마음이 드디어 내려앉았다. 그는 이방이 그런 말을 해서 노부인께서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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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전북망이 9품 경위로 강등되었다는 소식은 끝내 숨기지 못하고 노부인의 귀에 들어갔다. 사실을 알게 된 노부인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노부인은 이방 그 재수 없는 년을 집에 들여 전북망의 앞길을 끊었다며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노부인은 사람을 보내 이방을 불렀지만 이방은 전혀 상대하지 않고 노부인이 보낸 하인을 내쫓았다. 노부인은 화가 나서 침대를 치며 눈물 콧물을 흘리며 전북망에게 통곡했다. “애초에 왜 저런 여자를 집에 들인 거냐? 저 년 때문에 가문이 불행해진 것 아니더냐?” “너희들이 결혼하기 전에 이방이 날 찾아와서 뭐라고 했느냐? 앞으로 너희 두 사람의 앞길은 걱정할 필요 없다며, 장군부에 너희 두 사람만 있으면 앞으로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지금 넌 9품 경위로 강등되어서 순찰병 노릇이나 하고 있는 마당에 미래는 무슨 미래냐?” 강등되는 것은 조정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전북망처럼 단번에 9품으로 강등되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은 하층 관리조차도 그를 업신여겼다. 전북망은 조용히 옆에 앉아서 지난날의 일을 생각하니 평생이 지나간 것 같이 길게 느껴졌다. 그는 이방을 데리고 장군부로 돌아왔을 때 정신이 하도 없어 어떤 상황이었는지 생각이 나지도 않았다. 단지 송석석에게 한 단 한 말만 기억이 났는데 어머니도 이방을 좋아하고 앞으로 이방과 아이가 생기면 그녀에게 맡길 것이라고, 그리고 안주인으로 서의 권력을 빼앗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그땐 그는 자신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런 자신의 행위가 우습기 그지없었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부자에게 동전 하나를 주면서 고마워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송석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녀가 무술을 배우러 갔었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런 귀한 집의 아가씨가 무슨 재주를 배워오겠냐며 그녀를 무시했다. 그리고 이방이 전쟁터에서 여인에 관한 말을 할 때 그는 세상에 이렇게 독립적이고 강한 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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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언제부턴가 이방이 전장에서 서경에게 포로로 잡혀 모욕을 당했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남강전장에서 돌아왔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땐 사국에 잡혔다고 했지만 금방 잠잠해졌다.전강후부에 사과하고 돌아온 이후로는 장군부 앞에 오물을 던지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이방이 포로로 잡혀 모욕당했다는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그 소문을 거세져 며칠 만에 온 진성을 휩쓸어버렸다. 그러니 외부에 전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북명왕부에서도 이 이야기로 시끌벌적했지만 송석석조차도 의아해했다. 너무 오래된 일인데 왜 갑자기 퍼지게 된 걸까? 군에서 기밀이 새어 나간 걸까? 현갑군은 아주 철저하게 관리되어 있어 이 소문이 밖으로 새어나갈 리가 없었기에 사여묵이 대리사에서 돌아오자마자 송석석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여묵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누군가가 일부러 퍼뜨린 소문인 것 같소. 저도 어제 막 소식을 들었는데 서경의 삼황자가 태자로 책봉되었다 하오.”“서경 삼황자 말입니까?”남강 전장에서 그가 태자대신 복수를 하기 위해 왔던 것을 떠올렸다.삼황자는 이방을 증오하고 있었다. 그는 녹분성에서 백성들이 학살당한 일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일은 두 나라가 극비로 숨겨야 할 일이나, 삼황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두 나라의 국경선에 변란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소."송석석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냐하면 그녀의 외조부 일가가 그 국경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곱째 삼촌은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고 셋째 삼촌도 팔이 부러졌다. 소씨 가문의 양자 여덟째 삼촌만이 외조부를 도울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소씨 가문 일가는 모두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송석석이 이미 너무 오랫동안 그들을 보지 못했다.만약 다시 전쟁에서 벌어졌던 일을 꺼낸다면...송석석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서경은 매우 강력했다. 비록 상국도 만만치 않으나, 남강 전쟁 이후 군사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지금 왕표가 북명군과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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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그 후로 며칠 지나자 이방에 대한 소문은 다행인지 더 이상 퍼지지 않았다. 차관이나 주막에서 이야기하던 자들도 이제는 입을 모은 듯했다.남강 전장에서 병사들이 포로로 잡힌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군도 많은 사국 병사들을 포로로 잡아, 결국 포로를 교환했다는 이야기였다. 포로들이 학대당하거나 상국 병사들이 모욕을 당한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작은 해프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세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 사건이 단순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백성들은 서경의 병사들도 남강 전투에 참전해 사국을 도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는 군사 기밀이었고 비밀로 유지되어야 했다.혹여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극히 소수일 테고, 이렇게 널리 퍼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 일부러 퍼뜨리지 않는 이상 말이다.북명왕부의 군병이 세워졌다. 그중 200여 명은 북명군으로, 사여묵이 황제께 청하여 돌려받은 자들이었다. 이들은 원래 왕부의 병사들이어서 조정에서 식량을 지급받지 않았다. 황제께서는 이를 허락하셨고, 어차피 200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밖에 100여 명은 송씨 가문 출신으로, 모두 송석석의 부친 송회안의 병사들이기에 모두 함께 왕부로 돌아왔다. 거기에 염 선생과 몽동이가 인원을 더 충원해 총 500명이 모였다. 부병들의 거처는 왕부의 빈터에 지어졌고, 후원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순찰과 보초는 몽동이가 맡았다.그리고 매일 근무를 서는 군병들 외에는 모두 훈련을 받아야 했다.훈련이라지만, 사실은 무예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전장에 나갔던 경험이 있지만, 전장에 나갔다고 해서 모두 무예를 익힌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500명은 적은 수이지만, 정예가 된다면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송석석도 왕부를 맡기 시작했다. 노 집사는 각 분야의 우두머리와 주인들을 왕부로 불러 왕비에게 인사를 올리게 했기에 왕비가 그들을 관리하게 되었다.송석석은 형식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일이 눈을 맞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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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이것은 송석석이 왕부에 시집 온 후 주관하는 첫 연회였다.만약 잘해내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혜태비께서도 자신의 생일잔치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시니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으실 것이다.그래서 송석석은 직접 혜태비를 찾아가 여쭈어보았다.“꼭 초대해야 할 사람이 있으신지요?”혜태비는 일부러 생각하는 척하다가 입을 열었다.“덕귀태비, 제귀태비께서 궁 밖으로 나올 수 있으면 초대해 드리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거라.”송석석은 이 두 분만은 반드시 초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그중의 덕 귀태비는 빠져선 안 되는 인물이었다.송석석은 조금 의아했다. 사실 당시 선제께서 가장 총애하던 이들은 그들이 아니라 이미 돌아가신 숙태비와 만귀태비였는데 왜 그녀는 덕귀태비와 제귀태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이제 제씨 가문과 사돈지간이라 제귀태비와의 관계는 전보다 누그러졌다. 하지만 덕귀태비와는 여전히 기 싸움 중이었다.너무 궁금했던 송석석은 참지 못하고 결국 그녀에게 물었다.“덕귀태비께서 어머님께 실례를 범한 적이 있습니까?”그러자 혜태비가 콧방귀를 뀌었다. “겉모습에 속지 말거라. 겉으로는 둔하고 후덕해 보이지만, 실은 얼마나 교묘하게 속임수를 쓰는지 모를 것이다. 전에 선제가 살아계실 때 그녀에게 속아 선제가 꾸짖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분노하며 씩씩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의 말은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혜태비는 조금 띄워주면 금방 넘어가는 분이라 조금만 잔꾀를 부린다면 쉽게 낚을 수 있었다.“제귀태비는 어떠합니까?”혜태비는 입을 삐죽이며 답했다.“그 자도 늘 불쌍한 척하는 자이다. 선제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그녀는 단지 태비였다. 선제께서 돌아가시고 황제가 즉위하자 제씨 가문의 여인이 황후가 되고 그녀도 품계가 올라갔지. 하지만 이것들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후궁에서는 태비가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지. 태비든 귀태비든 똑같다. 다만 매달 내려오는 은전이 좀 더 많을 뿐이다.”그녀는 말로는 똑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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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그러자 고 씨 유모가 명단을 가져왔는데, 거기에는 궁에서 부리던 이름, 입궁 전에 불리던 이름, 고향, 나이, 입궁 연도, 어느 궁에서 시종했는지까지 아주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겉으로 보아선 별다는 문제는 없었다. 그중 다른 궁에서 시종한 사람은 남월, 정심, 소란 단 세 명뿐이었다.남월은 과거 만귀비를 시종했던 사람인데, 만귀비가 돌아간 후 난월은 태후의 명으로 혜태비를 시종하게 되었다.정심과 소란은 원래 선제조때 여진 태비를 모시던 자들이었다. 여진은 그 당시 총애받던 태비였으나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여진 태비가 돌아간 후 선제께서 노하여 그녀의 시종들을 모두 사형에 처하라 명했으나 정심과 소란만은 그때 몸져누운 혜태비를 시종하게 되어 목숨을 건졌던 것이다.그 외 시종들은 모두 혜태비가 본가에서 궁으로 함께 간 자들이었다. 그리고 고 씨 유모는 혜태비의 유모였고, 혜태비는 그녀의 손에서 자랐으니 고 씨 유모에게는 문제가 있을 수 없었다. 하여 송석석은 그 세 사람을 눈여겨보라 명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초대장이 날아들자 어떤 이들은 꿍꿍이를 품기 시작했다.가의 군주께서 일부러 전소환을 공주부로 불렀다.“혜태비의 생일에 너를 데리고 가겠다.”사실 전소환은 썩 내키지 않았다. 그녀의 형수였던 송석석을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제 북명왕비까지 되다니 그녀는 왜 이리도 행운아인지 살짝 질투도 났다. 그리고 때마침 혜태비의 생일이니 그녀가 가장 빛날 테지만 분명히 송석석도 주목을 받을 것이다.전소환은 그렇게 반짝반짝 빛날 송석석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가의 군주의 제안을 거절할 용기는 없었다. 전에 일을 망친 적이 있었고 이제야 겨우 가의 군주가 다시 그녀를 만나주고 있었기에 그녀는 완곡하게 말했다.“장군부는 초대장을 받지 못해서 제가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그러자 가의 군주는 웃으며 말했다.“초대장은 공주부에도 보내졌고, 내 친정 평양후부에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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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그러자 장공주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뭘 그리 서두르느냐? 이 일을 성사시키려면 혜태비가 나서야 할 것이다.”“혜태비 말입니까?” 순간 지난번 그들 고부가 함께 돈을 요구하러 왔을 때가 떠오르자, 가의 군주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요즘 송석석과 한마음이 된 것 같던데 우리 말을 듣겠습니까?”장공주는 천천히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우리 말은 듣지 않을 거다. 하지만 조금 자극하기만 하면 항상 반응했다. 마침 그 역할을 할 사람이 한 명 있구나.”그러자 가의 군주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자극? 덕귀태비말입니까?”그녀는 무릎을 ‘탁’ 치며 덧붙였다.“역시 어머니는 생각이 깊으십니다! 진왕비, 제이월에겐 딸이 하나 있고 현측비는 아들과 딸 하나씩 얻었고 이미 딸 하나 둔 명측비는 또 임신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아마 명측비가 임신 중인 것을 혜태비는 아직 모를 것입니다. 만약 알게 된다면 그녀는 분명 사여묵에게 첩을 들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고부갈등이 생겨나기 마련이니 그 꼴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천천히 차를 마시던 장공주는 차가 식었다며 다시 따뜻한 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들이 결코 한마음 한뜻이 될 수는 없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는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 이제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이용하느냐에만 달렸다. 혜태비는 다루기 쉬운 인간이라 송석석과 이간시키기만 하면 혜태비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쉬워질 것이다.”“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가의 군주가 고개를 끄덕였고, 장공주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어쨌든 우리는 북명왕부를 시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최대한 장군부처럼 만들어 사여묵이 전북망처럼 가문을 돌보느라 나랏일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가의 군주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왜 북명왕부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어머니께서 하시는 일이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집으로 돌아온 전소환은 방에 들어가 화장대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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