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421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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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황실로 돌아간 후, 송석석이 몽동이에게 물으려고 하자 몽동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마 줄 건가?” 송석석은 쉽게 초대할 수 없다는 상대임을 알기에 금전적으로 많이 줘야 몽동이의 사부님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서 만삭이 되기까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으니 두 명에게 천 냥씩 주는 건 어떠냐?” 몽동이는 답답한듯 두 손으로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난 바로 편지를 쓰러 가야 해. 황실에 편지 배달원 있지? 지금 바로 우리 사부님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 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당장 어서 편지 쓰러 가. 천 냥이면 적은 돈은 아닌데 말이야..”몽동이의 사부는 제자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걸 반대했다. 왜냐하면 부잣집의 여호위가 되어 봤 자 기껏해야 한 달에 은자 2 냥 밖에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온갖 모욕을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군주를 보호하면 다른 일은 하지 않아도 되고 모욕을 당할 일도 없으니 그의 사부님께서도 분명히 흔들릴 거야. 군주를 다치지 않게 보호만 하고 내 태아보호약만 잘 지키기만 하면 몇 개월만 해도 두 명이서 천 냥을 얻을 수 있는데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딨겠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편지를 보낸 다음 날, 승은백의 세자 량소가 두 명의 사내를 데리고 집으로 와 송석석을 만나려고 했다. 사여묵이 외출한 틈을 타서 온 것으로 봐서는 그가 아주 겁이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재혼한 송석석을 만만하게 여겼던 것 같았다. 다만 문간은 그가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보고 그의 신분을 즉시 염 선생에게 아뢰었다. 그러자 염 선생은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낮으면서도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 “그냥 꺼지겠습니까? 아님 맞고 꺼지겠습니까?”염 선생의 뒤에는 시위가 몇 명이 있었는데 모두 채찍을 들고 있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량소가 겁에 질려 송석석을 만나기도 전에 풀이 죽은 채 도망가버렸다. 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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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몽동이는 사저들 앞에서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황실에선 반드시 내 본명으로 불러야 합니다. 내 이름은 몽천생이고 몽동이도 똥 몽동이도 아닙니다.” 시만자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몽동이라는 이름은 진작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네가 원한다면 천생으로 불러줄 수는 있지만 넌 영원히 우리 마음속의 몽동이라는 건 잊지 말거라.” 송석석은 사람을 시켜 두 사저를 데리고 가 목욕을 하게 하고 옷을 몇 벌 사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나서 내일 아침 승은백부로 갈 준비를 했다. 마침 홍작이 시만자에게 평양후부 노부인에게 처방을 보내라고 해서 장군부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장군부를 지날 때 시만자가 커튼을 걷어 한 번 본 후 아무런 이상이 없자 그냥 내버려 두었다. 처방을 평양후부의 집사에게 넘기자 그들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바로 승은백부로 갔다. 마차 안에서 송석석은 라 사저와 석소 사저에게 저택에 들어가면 주의해야 할 점을 말해주었다. “우리가 주동적으로 누군가를 때려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연유라는 여자가 군주에게 접근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량세자가 군주의 방에 와서 화풀이를 해서 부인이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량세자를 직접 밖으로 내보내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매일 복용하는 약과 매일 먹는 음식은 모두 은침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석소 사저께서 의학을 조금 아시니 시기에 적절한 음식을 준비해 주시면 되는데 직접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억할 점이 있는데 사저들이 처리하기 곤란한 위급상황이 생긴다면 한 명은 남아서 군주를 지키고, 다른 한 명은 곧바로 나한테 와서 알려주셔야 합니다.” 송석석은 세심하게 당부하며 최대한 사저들을 저택의 다른 주인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했다. 송석석은 승은백부 부인께서 란이를 해칠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무인을 무시할지도 모르니 두 사저들이 눈치를 보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송석석은 량세자와 연유를 경계하려고 했다. 석소 사저는 송석석의 말을 듣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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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송석석은 순간 왕청여가 혼수로 자신과 겨루려고 했다던 시만자의 말이 떠올랐다. 게다가 저번에 만났을 때도 불쾌하게 헤어져서 송석석은 기분이 안 좋은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전 부인.” “왕비께선 한가하신가 봅니다. 아침부터 우리 장군부로 구경하러 오시다니.” 왕청여도 안색이 안 좋은 데다 말투까지 날카로웠다. “그런 게 아니라면 설마 왕비께서 아직도 장군부가 자기 집인 줄 착각하시는 건가요?” 심판자가 화가 나 당장 마차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송석석이 그녀를 말리고는 왕청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가끔씩 와서 자신의 과거를 기리기도 하고 장군부의 나쁜 놈들이 어떻게 지내는 지도 보곤 한답니다만.” 그러자 왕청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렀다. “대체 누가 나쁜 놈이라는 겁니까? 왕비께서 장군부의 웃음거리를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마차에서 내려 가까이에서 보시지요. 직접 보고 냄새도 맡아보세요. 그리고 마음에 들면 손으로 닦으셔도 됩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장군부의 사람이 아니니 이런 더러운 곳은 전 부인께서 닦으십시오.” 왕청여는 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왕비께서 장군부를 모욕하다니요. 사람들이 교양이 없다고 비웃을까 두렵지도 않습니까?” 송석석은 손수건을 꺼내 흔들었다.“나는 사람들이 비웃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전 부인은 두렵습니까? 두렵지 않다면 내가 사람들에게 부인께서 나와 혼수를 비교하려고 한 일을 말해볼까요?” 송석석의 말에 왕청여는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저 여자가 이 일을 대체 어떻게 안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혼수가 비교할 게 뭐가 있다는 겁니까? 그저 저속하기 그지없는 금은일 뿐이지 않습니까? 왕비에게 있는 것 중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도 분명 왕비께서 없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송석석은 손을 뻗어 뒤에 있는 장군부 대문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러네요. 하지만 부인께서 가진 건 우리 황실에는 확실히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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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송석석은 내심 안도가 되어 편안한 숨을 내쉬었다. 석소 사저가 왕청여에게 손 봐주고 싶다고 할 때 그녀는 석소 사저가 승은백부에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싸울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사저들이 분수를 잘 알 것이라고 믿었다. 송석석은 왕청여의 미움을 산 적도 없는데 그렇게까지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다. ‘아마 장군부의 노부인이 왕청여 앞에서 내 험담을 엄청 많이 했겠지. 보아하니 장군부의 노부인은 내가 황실로 시집온 게 여지간이 질투 나고 미웠나 보다. 다만 왕청여도 한때는 방 씨 집안의 며느리로 지냈었잖아. 방시원이 얼마나 활달하고 통찰력 있는 사람인데, 왜 그런 건 하나도 배우지 못했을까?’ 승은백부에 도착하자 승은백 부인이 서둘러 손님을 화청으로 맞이했다. 량소가 며칠 전에 황실에 가서 소란을 피워 승은백 부인은 황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죄를 물으러 올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오지 않더니 오늘 북명왕비가 왔다는 보고를 듣고 너무 긴장이 되어 심장이 다 튀어나올 지경이였다. ‘아들의 벼슬길이 보기엔 밝아 보이지만 실은 어사가 그를 참배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북명황실에서 죄를 묻고 어사대가 이 일을 부풀린다면 참배를 원하는 상소문이 눈송이처럼 어전으로 날아갈 것이야.’ 평소라면 소문만 들어도 상소하던 어사대가 며칠 동안이나 잠잠하자 승은백 부인은 마음이 더욱 조마조마해졌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안절부절못하며 먼저 사과를 건넸다. “며칠 전에 아들놈이 철이 없어 사람을 데리고 황실로 찾아가 왕야님과 왕비님에게 폐를 끼쳐드렸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왕비님께 사과드리겠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송석석의 태도는 지난번보다 좋지 않았다. “세자께서 백작가문에서 태어나 공부를 많이 한 데다 황제폐하께서 직접 뽑으신 일등이지 않습니까? 다만 어린 나이에 가장 주의해야 할 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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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송석석은 눈이 퉁퉁 부은채로 얼굴을 가리려는 란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자 란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제 눈을 보지 마십시오...”송석석은 말을 무시한채 한 번 보더니 말했다.“아주 복숭아처럼 퉁퉁 부었구나.”“언니...”란이는 또 울먹이며 말했다. “량소가 그날 일로 매일 나한테 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가는데 남편이 되어서 어쩜 그렇게 모질게 굴 수 있습니까?”송석석이 눈쌀을 찌푸렸다. “걔가 널 욕하는데 가만히 있어?! 넌 욕할 줄 모르니?”“저는.. 욕을 할 줄 모르는데요..”송석석은 더 이상 방법이 없어 고개를 돌려 석소 사저에게 물었다.“사저, 혹시 욕할 줄 아십니까?”“당연하지.”석소 사저가 흔쾌히 답했다.“좋아요. 그럼 앞으로 량세자가 와서 군주를 욕한다면 사저께서 대신 욕해주십시오. 원칙은 단 하나입니다. 그가 욕하면 사저도 욕을 하고, 그가 손찌검을 하면 사저도 그를 공격하시면 됩니다.”“그거 참 잘 된 일이군.”“언니, 이 두 분은 누구십니까?” 린이가 눈물을 머금고 의혹스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 분들은 내가 매산에서 알게 된 사저들인데 무공도 할 줄 알고 의학도 좀 아셔서 너의 식사도 감시할 수 있고 네가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대신 상대해 줄 수 있다.” “언니, 고맙습니다..” 란이의 눈물은 줄 끊어진 구슬 마냥 흘러내렸다. “됐다. 그만 울거라. 매일 울기나 하고 그래서 아기에게 무슨 좋은 영향이 가겠는가?” 송석석은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화가 났다. “그리고 넌 군주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백부로 시집온 것인데 왜 매일 천대를 받는 것이냐? 너처럼 못난 군주가 또 어디 있냐? 난 가끔 네가 가의 군주에게 좀 배웠으면 좋겠구나. 그녀가 모든 사람의 미움을 샀지만 결국 너처럼 손해를 보진 않았잖니?” 말을 마친 송석석은 가의 같은 악독한 년과 란이를 비교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다시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너도 좀 강하게 굴면 안 되겠느냐? 넌 군주이고 세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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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이방이 눈을 가늘게 뜨고 온몸이 경직해지더니 눈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바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그래서? 구경하는 건 그녀의 자유인 것을.”이방의 말을 들은 왕청여는 너무 가슴이 답답해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너.. 이방, 내가 부탁하나 할게. 건후부로 가서 사과를 하면 안 되겠냐? 너 하나 때문에 장군부 전체가 양향을 받고 있고 부군의 벼슬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말이다.”“부군? 호칭이 입에 착착 붙는군.”이방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내가 잘못 불렀느냐? 그가 내 남편 아니냐?”“그래, 네 부군이니 그의 앞길은 네가 알아서 계획하고 사과도 네가 하고 돈도 네가 주거라.”“너 이게 무슨 태도냐?”이방이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난 네가 여기서 꺼지게 할거야. 그러니 다신 날 찾아와서 건드리지 마.”왕청여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히 가족이고 내가 본처인데 이방이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무례할 수 있단 말인가?’송석석 앞에서는 혼수를 꺼내 장군부에 보태는 게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사실 왕청여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이방, 내 오라버니는 북명군의 주장이고, 친정은 평서백부인데 네가 어찌 감히 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그러자 이방도 콧방귀를 뀌며 비꼬는 말투로 되물었다.“그래서? 네 오라버니가 북명군을 거느리고 나를 죽이러 온다 더냐? 아니면 평서백부가 세력을 믿고 황제폐하께서 하사하신 장군의 평처를 괴롭히기라도 한다는 건가?” 왕청여는 말문이 막혀 마구 소리쳤다. “너 참말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구나. 애초에 부군께서 어떻게 널 좋아하게 된 건지 궁금하네. 분명 네가 전쟁터에서 부군을 꼬셨겠지. 아무튼 너나 송석석이나 모두 파렴치한 년들이야.” 그러자 이방이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실망시켜 미안하군. 전쟁터에선 그가 먼저 나에게 호감을 표시했고 먼저 나를 좋아한다고 했어. 그리고 나를 송석석과 비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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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다음날 아침이 되자 허어사와 어사중승이 어사대의 사람들을 데리고 상주문을 올렸다. 첫째는 탐화랑 량세자가 본처 부인이 임신하고 있을 때 명기낭자를 첩으로 들였을 뿐만 아니라 첩에게만 사랑을 주고 군주에겐 냉혹한 태도로 대한 일이고, 두 번째는 장군부에서 건후부 노부인을 공경하지 않아 백성들이 노하여 똥물을 뿌린 일이었는데 똥을 뿌렸던 백성이 장군부 사람에게 손 발이 잘려 경조부에 신고를 해 똥물을 뿌린 일을 인정하고 장군부에 배상을 요구했다. 전북망은 조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품위가 낮은 관리들과 서 있을 수밖에 없어 안에서 무슨 정사를 논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사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 소리가 밖으로 세 나왔는데 내용을 들은 전북망은 가슴을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단지 자신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을 뿐이였다. ‘내가 애초에 왜 이방 때문에 송석석을 포기했을까?’ 지금은 장군부가 조용할 날이 없어 그의 미래가 더 없이 막막했다. 량소는 여전히 조정에서 어사가 올린 참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에 든 것이 많아 어사와 변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사대 사람들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논쟁하는 것이었는데 량소가 경전을 인용해서 역대 명기들이 어떤 재주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 세상에 알려진 시화도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사대는 그가 법과 선제의 유훈을 어겼다고 잡아뗐다. 바로 그때 허어사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그 여인의 재주가 화랑 못지않다고 한들 본처가 임신 중인데 첩을 들이는 건 율법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선제께서 그렇게 관원은 기루를 멀리하라고 명령했거늘. 그럼 넌 그 여인을 어디에서 만나게 되었느냐? 어디 만나기만 했냐? 첩으로 맞지 않았느냐? 아직 조정에는 감히 그렇게 할 수 있는 관원은 아무도 없다. 겁도 없이 대놓고 기루의 여인을 첩으로 맞다니. 다른 관원들은 설령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났다고 해도 몰래 저택을 마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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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황제가 포효하는 소리가 궁전 곳곳에 울려 퍼졌다. “넌 장군부를 대체 무슨 곳으로 생각하는 거냐? 감히 형방을 설치해서 백성의 손발을 자르다니. 그렇게 잘났으면 장군부만 있으면 되지 경조부, 형부, 대리사는 왜 있는 거냐?” 전북망은 황제가 말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사가 참주 한 이상 누군가가 경조부에 가서 일러바친 건 확실했다. 그래서 그는 어떠한 변명없이 단 한 마디만 반복했다. “황제폐하,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내가 무슨 화를 가라앉혀야 하느냐? 이방을 데리고 가서 사과하라고 했더니 전강후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바로 돌아서서 가버리고. 너희는 바로 그런 태도로 사과를 하는 것이냐? 적극적으로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에 감히 백성에게 화풀이를 하다니? 너희는 똥물을 맞아도 싸다.” 황제는 화가 나서 말을 가리지 않았다. 전북망에 대한 황제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황제는 애초에 자신이 직접 혼사를 허락하고 그의 무공을 인정해 주지만 않았다면 그를 추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기회를 주어 자신의 체면을 회복하려던 황제도 그가 이렇게 쓸모가 없을 줄은 몰랐다. 모든 문무백관은 아무도 그를 위해 나서지 않았고 왕청여의 사촌 오빠인 호부급사 랑중마저도 그를 위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를 위해 말하면 전강후 노부인의 미움을 사는 것이라 대중의 분노를 살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전북망은 경위의 직위까지 날려먹게 생겨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했다. 그는 눈물을 참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를 인정합니다. 황제폐하,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신은 꼭 전강후 노부인에게 가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겠사옵니다.” 황제는 그의 모습을 보더니 예전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지금은 그야말로 상갓집 개였다. 황제는 가슴의 기복이 심해지더니 전 씨 가문의 노장군이 생각났다. ‘만약 그가 하늘에서 전 씨 가문의 자손이 이렇게 못난 걸 보면 화가 나서 혼비백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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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전북망이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나와 함께 전강후부로 가시오.” 그러자 이방은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고 말했다. “싫습니다.” 전북망은 음침한 눈빛으로 이방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가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묶어서라도 데리고 갈 것이요. 그럼 그냥 가겠소? 아님 묶여서 가겠소?”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방은 화가 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억울해했다. “나는 단지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전강후부로 찾아가서 사과하란 말입니까..?” 그러자 전북망이 이를 갈며 말했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소? 당신이 지은 죄에 비하면 사과가 아니라 죽여도 시원찮소. 그가 옆에 있던 시녀를 힐끗 쳐다보며 소리쳤다. “당장 꺼져!” 그러자 시녀들이 놀라서 황급히 도망쳤다. 이방은 그를 노려보았는데, 화가 너무 났는지 두 눈이 다 빨개져 있었다. “부군이 지금 나를 대하는 게 예전의 반이라도 됩니까? 내가 미워서 안달이 난 것 같아보이는데 이럴 거면 대체 왜 나와 결혼했습니까?” 전북망은 정신이 붕괴되기 일보직전이라 이방을 향해 노호했다. “다 내 잘못이오. 내가 눈이 삐어 사람을 잘못 보았소. 나는 당신이 소문처럼 당당하고 용감한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은 것 같소.” 이방은 듣기 싫다는 듯 귀를 막고 소리쳤다. “그만하십시오. 분명히 당신이 잘못한 것 아닙니까? 송석석이 나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를 데려온 건데 송석석이 용납하지 않을 줄 몰랐겠지요. 애초에 내가 좋다고 했던 말도 단지 신선함을 위해서이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양심이 없는 것이고 내가 당신을 잘 못 본 겁니다.” 전북망의 얼굴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순간 그녀의 말에 그는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는 그저 꿋꿋히 서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지난 일은 내가 말하지 않겠소. 하지만 당신은 오늘 반드시 나와 전강후부로 가서 사과를 해야 하오. 그리고 어제 당신에게 손발이 잘린 사람에겐 돈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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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전북망은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말았다. 그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더니 자신이 마치 상갓집의 개처럼 갈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는 전에 왕청여가 단아하고 온유하며 사리에 밝고 효성까지 지극한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관대하고 인자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평서백부의 아가씨인 데다 방 씨 가문에 시집을 갔었으니 그는 왕청여를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 게다가 방 씨 가문도 무인가문이고 방시원이 무장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라 왕청여가 그런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에게 시집갔던 여인이니 당연히 그처럼 당당하고 과감하며 인자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여자가 한 마디로 누군가의 손을 잘랐다니...’ 전북망도 똥물을 뿌리는 사람이 미웠지만 잡아서 한바탕 때리면 그만이지 손발까지 부러뜨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인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대중의 분노를 사고 싶지도 않고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왕청여가 그 사람의 손발을 잘랐으니 일이 점점 커질 것 같았다. 그는 이방을 보며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내가 청여에게 가서 물어보겠다.”이방이 참담한 표정으로 애써 웃으며 말했다. “청여? 부군께서 그렇게 친절하게 나를 안 부른 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지금은 내 이름만 부르고, 역시 내가 선택을 잘못했나 봅니다.” 전북망은 몸을 돌려 잠깐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누구는 아니라더냐?” 그러자 흐느끼는 소리가 이방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이방은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북망의 사랑으로 마음속에 높이 쌓아 올렸던 벽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렸고, 송석석과 사여묵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반응을 본 후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이방은 왕청여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녀는 전북망의 마음속에서 왕청여가 영원히 송석석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역시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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