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망은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말았다. 그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더니 자신이 마치 상갓집의 개처럼 갈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는 전에 왕청여가 단아하고 온유하며 사리에 밝고 효성까지 지극한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관대하고 인자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평서백부의 아가씨인 데다 방 씨 가문에 시집을 갔었으니 그는 왕청여를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 게다가 방 씨 가문도 무인가문이고 방시원이 무장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라 왕청여가 그런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에게 시집갔던 여인이니 당연히 그처럼 당당하고 과감하며 인자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여자가 한 마디로 누군가의 손을 잘랐다니...’ 전북망도 똥물을 뿌리는 사람이 미웠지만 잡아서 한바탕 때리면 그만이지 손발까지 부러뜨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인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대중의 분노를 사고 싶지도 않고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왕청여가 그 사람의 손발을 잘랐으니 일이 점점 커질 것 같았다. 그는 이방을 보며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내가 청여에게 가서 물어보겠다.”이방이 참담한 표정으로 애써 웃으며 말했다. “청여? 부군께서 그렇게 친절하게 나를 안 부른 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지금은 내 이름만 부르고, 역시 내가 선택을 잘못했나 봅니다.” 전북망은 몸을 돌려 잠깐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누구는 아니라더냐?” 그러자 흐느끼는 소리가 이방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이방은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북망의 사랑으로 마음속에 높이 쌓아 올렸던 벽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렸고, 송석석과 사여묵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반응을 본 후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이방은 왕청여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녀는 전북망의 마음속에서 왕청여가 영원히 송석석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역시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전북망과 왕청여는 화청에 마주 앉았다. 왕청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전북망의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는 울먹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날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그랬사옵니다.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북명왕비의 마차가 우리 장군부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송석석이 사람을 시켜 장군부에 똥칠했다고 의심은 했지만 증거가 없어 그녀와 다른 말을 몇 마디 했는데 그녀에게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장군부에 돌아와 똥물을 뿌리던 사람을 잡았다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그의 손을 잘랐사옵니다...” 전북망은 그녀의 말에서 중점을 잡고 물었다. “어제 송석석이 장군부에 왔었다는 말이오?” “장군부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우리 골목 어귀에서 나가자마자 똥물을 뿌린 사람을 잡았습니다. 증거만 있었다면 내가 그 자리에서 그녀를 폭로할 텐데 안타깝게도 증거가 없었습니다.” “당신 정말 송석석과 다퉜소? 그녀가 뭐라고 했소?” 전북망은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고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손톱이 나무속으로 박힐 지경이었다. 왕청여는 어리둥절했다. ‘뭐야?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건가?’ “부군, 내가 그녀와 다툰 게 아니라 그녀가 나에게 모욕을 줬습니다.” 전북망은 가만히 앉아서 중얼거렸다. “그녀가 누군가와 싸울 리는 없지. 그녀는 심지어 사람들과 말도 잘하지 않는 성격이니 말이야.” 왕청여는 전북망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아 고개를 들고 물었다. “뭐라고요..?” 전북망은 왕청여의 물음을 무시한채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왕청여에게 물었다. “그래서 당신이 그녀에게 뭐라고 했소? 그녀는 또 뭐라고 했소? 왜 장군부에 온 건지 말했소?”“그녀는...”왕청여는 전북망의 표정을 보더니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다.“그녀가 날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부군도 모욕했습니다. 그녀는 부군을 자기가 버린 쓰레기라며 내가 마침 주워 갔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화를 못 이겨 그녀와 몇 마디 다투었습니다. 하지만 똥물을
전북망은 왕청여의 고백을 들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왕청여에 대해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애초에 방 씨 가문에서 왕청여를 집으로 돌려보내 다른 가문으로 시집을 가도 된다고 했던 것도 그녀의 성격이 온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도 잘 알 수가 없었다. 집사와 몇 명의 호위는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피해자가 협상하지 않겠다고 하면 때린 사람과 지시한 사람을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데 집사는 자신이 내린 명령이라고 자백해서 왕청여를 보호했다. 경조부에선 그들은 모두 수감했으니 형사 부분은 해결된 셈이지만 손발이 잘린 사람이 치료가 필요하기에 여전히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었다. 왕청여는 하루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어 그가 생떼를 부리기 전에 은 천 냥을 보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부인은 왕청여를 꾸짖었다. “정말 손발이 잘린 건지 사람을 보내 확인해보기는 했느냐? 속임수일 수도 있지 않느냐? 그가 우리 장군부에 똥물을 뿌린 주제에 자기가 먼저 고발을 하다니? 게다가 손과 발이 부러졌다고 해도 기껏해야 골절한 것뿐이지 아니냐? 치료하는데 백 냥도 안 들 텐데 천 냥이나 주다니. 쉽게 돈을 받았으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장군부를 협박하지 않겠느냐?” 그러자 왕청여가 말했다. “어머님, 화내지 마십시오. 다시는 우리를 협박하러 올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분명 송석석이 보낸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방이 사과만 하면 끝날 일입니다.” “뭐야? 그날 똥을 뿌리러 온 자들은 송석석이 보낸 것이라는 거냐?” 노부인은 화가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왕청여는 그날 저택 앞에서 송석석을 본 일을 꺼냈다. 그러자 노부인이 너무 격노해 말을 다 더듬을 정도였다. “그.. 그녀는 이미 왕비가 아니냐? 그런데 왜 우리 장군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냐? 우리 장군부의 사람들이 모두 죽어야 그녀의 속이 시원하기라도 한단 말이냐?” 시어머니가 송석석을 꾸짖는 것을
전북망은 다시 이방을 데리고 전강후부로 갔다. 이번엔 많은 선물을 들고 문 앞에 무릎을 꿇고 뵙기를 청했다. 운이 좋은 건지 전강후가 저택에 없어 노부인이 알고 그들을 들여보냈다. 이방은 냉담한 표정으로 사과를 할 기색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전강후부 노부인은 개의치 않은 듯 하인에게 차를 내오라고 분부했다. 노부인의 며느리와 손자며느리, 그리고 증손자며느리는 옆에 서서 모두 적대시하는 눈빛으로 이방을 바라보았다. 전북망은 무릎을 꿇고 인사를 건넸다. “저 전북망이 노부인을 뵙습니다. 부디 건강하길 바랍니다.” 이방도 내키지 않았지만 무릎을 꿇고 면사에 가려진 입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부인은 그들을 일으켜 세우고 앉으라고 했다. 전북망은 황송해서 사과부터 했다. “노부인, 그날 제 안사람이 무모하게 말을 해 노부인을 노엽게 했으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뭐가 무모하단 겁니까? 그건 분명한 악담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노부인의 손자며느리인 진 씨가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그날 저희가 들어가서 기부를 청할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노부인께서 지쳐 장군부에 들어가 물을 한 잔 얻어 마시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 게 이부인께서 만나자마자 늙은 거지라고 막말을 하던데 저희가 무엇을 구걸했습니까? 당신들은 또 무엇을 베푸셨습니까?” 노부인의 손자며느리들은 잇달아 마음속에 품고 있던 원한을 쏟아냈다. 그들은 노부인도 좋은 일을 하는 것인데 이방에게 그런 거북한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북망은 이번에도 노부인을 만났지만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방을 한 눈 보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라고 눈짓을 했지만 이방은 본 척도 하지 않고 전강부의 부인들이 뭐라고 하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방은 자신이 전북망과 함께 온 것만 해도 큰 타협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됐다.” 노부인은 천천히 말했다. “손님이 계시니 무례하게 굴지 말 거라.” 노부인이 말하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방은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노부인의 말은 그녀 마음속의 급소를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그녀는 확실히 송석석을 이기고 그녀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 생각은 밤낮으로 이방을 괴롭혔고 마음속의 화는 그녀를 편히 쉬지도 잘 먹지도 못하게 했다.‘내가 매일 미워하는 사람이 날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고? 그럴 리가 없어.”이방은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그럼 노부인께서는 극도로 허위적인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의 공을 짓밟고 올라가는 사람, 부친과 오빠의 전공을 모두 빼앗고도 만족을 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전우의 생사를 안중에 두지도 않고 전우가 포로에게 잡혀 학대를 당하는 걸 손 놓고 지켜만 보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이 왕비가 되다니 노부인께서는 하늘이 공평하다고 생각하십니까?”그러자 노부인이 가볍게 웃었다.“이부인의 마음속에만 사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볼 수 있단 말입니까?”이방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그녀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노부인께서는 제 말을 믿지 않으시군요.”“내가 이부인을 믿든, 믿지 않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부인께서 그걸 굳건히 믿고 그로 인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행복하지 않아 보니다. 온몸에 악기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당신은 매일 자신을 위해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마음속의 분노를 키우다 보면 언젠가는 당신을 삼킬 것입니다.”그러자 노부인은 걱정을 무시한채 손을 내저었다.“됐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쉽게 지치는군요. 당신이 그날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도 않고 전강후부 사람들도 기억을 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부인께서 오늘 전강후부에서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더 이상 장군부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전북망은 긴장했던 마음이 드디어 내려앉았다. 그는 이방이 그런 말을 해서 노부인께서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노
전북망이 9품 경위로 강등되었다는 소식은 끝내 숨기지 못하고 노부인의 귀에 들어갔다. 사실을 알게 된 노부인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노부인은 이방 그 재수 없는 년을 집에 들여 전북망의 앞길을 끊었다며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노부인은 사람을 보내 이방을 불렀지만 이방은 전혀 상대하지 않고 노부인이 보낸 하인을 내쫓았다. 노부인은 화가 나서 침대를 치며 눈물 콧물을 흘리며 전북망에게 통곡했다. “애초에 왜 저런 여자를 집에 들인 거냐? 저 년 때문에 가문이 불행해진 것 아니더냐?” “너희들이 결혼하기 전에 이방이 날 찾아와서 뭐라고 했느냐? 앞으로 너희 두 사람의 앞길은 걱정할 필요 없다며, 장군부에 너희 두 사람만 있으면 앞으로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지금 넌 9품 경위로 강등되어서 순찰병 노릇이나 하고 있는 마당에 미래는 무슨 미래냐?” 강등되는 것은 조정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전북망처럼 단번에 9품으로 강등되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은 하층 관리조차도 그를 업신여겼다. 전북망은 조용히 옆에 앉아서 지난날의 일을 생각하니 평생이 지나간 것 같이 길게 느껴졌다. 그는 이방을 데리고 장군부로 돌아왔을 때 정신이 하도 없어 어떤 상황이었는지 생각이 나지도 않았다. 단지 송석석에게 한 단 한 말만 기억이 났는데 어머니도 이방을 좋아하고 앞으로 이방과 아이가 생기면 그녀에게 맡길 것이라고, 그리고 안주인으로 서의 권력을 빼앗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그땐 그는 자신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런 자신의 행위가 우습기 그지없었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부자에게 동전 하나를 주면서 고마워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송석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녀가 무술을 배우러 갔었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런 귀한 집의 아가씨가 무슨 재주를 배워오겠냐며 그녀를 무시했다. 그리고 이방이 전쟁터에서 여인에 관한 말을 할 때 그는 세상에 이렇게 독립적이고 강한 데다
언제부턴가 이방이 전장에서 서경에게 포로로 잡혀 모욕을 당했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남강전장에서 돌아왔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땐 사국에 잡혔다고 했지만 금방 잠잠해졌다.전강후부에 사과하고 돌아온 이후로는 장군부 앞에 오물을 던지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이방이 포로로 잡혀 모욕당했다는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그 소문을 거세져 며칠 만에 온 진성을 휩쓸어버렸다. 그러니 외부에 전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북명왕부에서도 이 이야기로 시끌벌적했지만 송석석조차도 의아해했다. 너무 오래된 일인데 왜 갑자기 퍼지게 된 걸까? 군에서 기밀이 새어 나간 걸까? 현갑군은 아주 철저하게 관리되어 있어 이 소문이 밖으로 새어나갈 리가 없었기에 사여묵이 대리사에서 돌아오자마자 송석석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여묵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누군가가 일부러 퍼뜨린 소문인 것 같소. 저도 어제 막 소식을 들었는데 서경의 삼황자가 태자로 책봉되었다 하오.”“서경 삼황자 말입니까?”남강 전장에서 그가 태자대신 복수를 하기 위해 왔던 것을 떠올렸다.삼황자는 이방을 증오하고 있었다. 그는 녹분성에서 백성들이 학살당한 일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일은 두 나라가 극비로 숨겨야 할 일이나, 삼황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두 나라의 국경선에 변란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소."송석석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냐하면 그녀의 외조부 일가가 그 국경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곱째 삼촌은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고 셋째 삼촌도 팔이 부러졌다. 소씨 가문의 양자 여덟째 삼촌만이 외조부를 도울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소씨 가문 일가는 모두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송석석이 이미 너무 오랫동안 그들을 보지 못했다.만약 다시 전쟁에서 벌어졌던 일을 꺼낸다면...송석석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서경은 매우 강력했다. 비록 상국도 만만치 않으나, 남강 전쟁 이후 군사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지금 왕표가 북명군과 송
그 후로 며칠 지나자 이방에 대한 소문은 다행인지 더 이상 퍼지지 않았다. 차관이나 주막에서 이야기하던 자들도 이제는 입을 모은 듯했다.남강 전장에서 병사들이 포로로 잡힌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군도 많은 사국 병사들을 포로로 잡아, 결국 포로를 교환했다는 이야기였다. 포로들이 학대당하거나 상국 병사들이 모욕을 당한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작은 해프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세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 사건이 단순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백성들은 서경의 병사들도 남강 전투에 참전해 사국을 도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는 군사 기밀이었고 비밀로 유지되어야 했다.혹여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극히 소수일 테고, 이렇게 널리 퍼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 일부러 퍼뜨리지 않는 이상 말이다.북명왕부의 군병이 세워졌다. 그중 200여 명은 북명군으로, 사여묵이 황제께 청하여 돌려받은 자들이었다. 이들은 원래 왕부의 병사들이어서 조정에서 식량을 지급받지 않았다. 황제께서는 이를 허락하셨고, 어차피 200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밖에 100여 명은 송씨 가문 출신으로, 모두 송석석의 부친 송회안의 병사들이기에 모두 함께 왕부로 돌아왔다. 거기에 염 선생과 몽동이가 인원을 더 충원해 총 500명이 모였다. 부병들의 거처는 왕부의 빈터에 지어졌고, 후원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순찰과 보초는 몽동이가 맡았다.그리고 매일 근무를 서는 군병들 외에는 모두 훈련을 받아야 했다.훈련이라지만, 사실은 무예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전장에 나갔던 경험이 있지만, 전장에 나갔다고 해서 모두 무예를 익힌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500명은 적은 수이지만, 정예가 된다면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송석석도 왕부를 맡기 시작했다. 노 집사는 각 분야의 우두머리와 주인들을 왕부로 불러 왕비에게 인사를 올리게 했기에 왕비가 그들을 관리하게 되었다.송석석은 형식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일이 눈을 맞추며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
이틀 동안 돌아본 후, 수란키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귀국에 단신의라는 신의가 계십니다. 그분이 만든 단설환의 한 가지 재료인 설연화가 귀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고 알고있습니다. 남강에 있기는 하지만, 설산 정상에 자생하고 있어 채집하기 매우 어려우며,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설연화가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산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요. 그가 사용하는 설연화는 모두 서경 약장수에게 몰래 사서 쓰는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 가격으로 단설환을 팔면, 한 알을 팔아서 한 알을 잃는 셈입니다."송석석은 단설환이 부족한 이유가 일부 약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백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가 부족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서경과 상국은 그동안 무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약재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졌기 때문에 그가 서경 사람에게 약재를 산 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수란키와 원신제는 한 마음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나라 간에 상호 교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이미 있었을 것이다. 안풍친왕을 불러들인 것도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단설환은 생명 구제용 약이라, 만약 약재만 부족하지 않다면 평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실로 민생에 큰 이익이 된다. 송석석은 그들이 지나쳤던 약재 시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왜 약재 시장에서는 설연화를 본 적이 없죠?" 수란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우리 서경에서 설연화가 많이 자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희귀한 재료입니다.고산지대를 올라가야만 채집할 수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심장을 강하게 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이 없습니다. 송대감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상국으로 가져가서 단신의께 검증받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시 사람을 시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
그가 앉은 자리는 북당이 이번 협상에서 취한 입장을 대표했다.그는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 송석석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강성한 것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협상의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양쪽 모두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였고, 양쪽의 역관들이 그것을 전달하며, 모두 역사적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양보를 한다면 계속해서 양보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그쳤다. 다음 날, 바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 초반에는 전날처럼 양쪽에서 강조하는 말들이 오갔다.그러다가 잠시 후, 안풍친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국경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본왕은 두 나라가 서로 친선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두 나라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안풍친왕은 한 장의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양국의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곡물, 가축, 비단, 직물, 수공예품, 찻잎, 모피, 도자기, 종이, 벼루, 각자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약초, 향료, 청염, 철광, 옥석 광물 등이 있었다. 양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어떤 일들은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수년간의 전쟁은 두 국가의 국고를 이미 소진시켰기에 양쪽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북당의 발전 경험에 따르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뒤처진 생각이며,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 살길이었다. 상업세 또한 매우 높았다. 안풍친왕의 이 목록 덕분에 두 나라는 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