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565 챕터

제411화

송석석은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확실히 알아봐야 하니 시만자더러 그녀를 붙잡아오도록 명했다.“그자를 본 적이 있느냐?”한녕의 눈이 반짝였다.“궁에 들어와 황후께 인사드리러 오셨을 때 보았습니다.”“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더냐?” 송석석이 물었다.“잘 모르겠고 그냥 보자마자 좋아졌습니다.”송석석도 제수찬을 본 적이 없었다. 첫눈에 반했다면 외모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럼 내가 사람을 보내 물어봐도 되는 것이냐?”“그건 제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고 어머니와 형님이 결정을 하셔야 되는거 아닙니까?” 한녕은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 수 없었다.“하지만 저는 상관없습니다.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공주의 혼사는 사실 물을 필요도 없었다. 누가 마음에 드는지에 따라 임금의 명령만 하면 된다. 하지만 송석석은 제수찬의 마음이 궁금했다. 만약 그가 단지 왕실의 권위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것이라면, 결혼 후의 삶은 불행을 피할 수 없다.황후의 뜻을 송석석은 잘 알고 있었다. 제씨 가문의 자제들이 모두 뛰어났지만, 공주와 혼인을 시킨다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삼방 아들, 바로 제수찬이 가장 적합했다. 그러면 다른 휼륭한 자제들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하지만, 혜태비는 별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도 제씨 가문과 사돈을 맺고 싶었다. 하지만 가능하면 오 공자와 하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제수찬은 삼남으로서 출세가 없다고 여겼다. 또한 특별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도 아니고 견식도 풍부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 종일 하찮아 보이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습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았다.그래서 송석석이 그녀에게 물었을 때 잠시 침묵에 빠졌다. “오공자는 안 되는 것이냐?”“한녕은 제수찬을 사모하고 있습니다.”“그런들 무슨 소용이냐? 좋아하는 것은 잠시일 뿐, 함께 살게 되면 싫증이 날 수도 있다. 그러니 능력 있는 자라 되지 않겠느냐?”“그렇다고 한들 한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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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사여묵에게 송석석은 이 일을 얘기해 주었다. 사여묵은 외투를 벗어 이주에게 건네고,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제수찬은 전형적인 귀종자요. 한가로운 삶을 추구하는 쪽이라 한녕과 그야말로… 천상백필이라고 할 수 있겠군.”“며칠 후면 제씨 가문에서도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저는 절차대로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한녕도 그에 동의했습니다.”“그럼 한녕의 결혼이니 그녀의 기호에 맞춰 진행하면 될 것 같소. 오라버니인 내가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은 한녕과 어머니가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소.”그는 송석석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이 말을 당신에게도 하고 싶었지만, 자격이 없는 것 같소. 아버님과 형님들의 군공으로 당신은 평생 아무 걱정 없이 살아야 하는데 말이요.”그러자 송석석이 미소 지으며 화답했다.“당신의 말씀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사여묵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정말이오? 그럼 내가 진심을 말할테니 피하지 마시오. 내가 처음으로 전장에 나갔을 때 단 한가지 신념, 오로지 남강을 되찾고 송석석과 결혼하겠다는 생각뿐이었소.”그는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이를 본 이주는 재빨리 물러갔다.송석석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이제 바라는 대로 되었네요.”“그렇다면 당신은?” 그의 목소리는 잔뜩 긴장되어 보였다.“나와 결혼이 당신이 바라던 거 맞소?”송석석이 미소 지으며 그의 어깨를 얼굴을 묻었다.“저도 항상 바라왔던 바 입니다.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그는 더욱 강하게 송석석을 품에 안았다. 너무 뜨거운 포옹에 그녀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로써 나는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소.”한참 동안 그의 품에 안겨있던 송석석이 그를 밀어내며 물었다. “몽동이가 군을 세우는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이미 시작되었소. 몽동이가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소? 원래 나와 함께 출정했던 사람 중 백여 명은 내 왕부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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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송석석이 그의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 “어머님 앞에서는 이렇게 못된 얼굴 하지 마세요. 그러면 어머님도 당신이 꾸짖으려 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그러자 사여묵이 그녀의 손을 낚아채더니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타고난 위엄이니 어쩔 수 없네.”“저를 대하는 것처럼 어머님께도 다정하게 대하세요.”사여묵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당신 말대로 하겠소.”송석석은 직접 혜태비를 모셔 오겠다면 음식을 가져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불안했던 혜태비는 몇 번이나 그의 기분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를 안심시켰다.“좋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으십니다.”혜태비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이미 자리에 앉아 있던 사여묵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니, 오셨습니까?”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평소와 같은 침착한 표정, 군인의 위엄이 넘쳐흘렀다.아내의 말을 잘 듣는 그는 혜태비에게 천천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모습에 혜태비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선황제가 분노하기 전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그도 잔잔한 미소를 짓다 거침없이 몰아쳤었기 때문이다.사여묵은 그렇게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는 듯했다.“앉거라.”혜태비는 편안한 자세였다. 송석석이 있으니 사여묵이 선황제처럼 분노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잠시 후, 한녕과 서우도 자리에 합류했다.침대 위와 식사 중에는 말을 아껴야 하는 법,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는 대화도 눈길도 오가지 않았다.송석석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만을 골라 손수 담아주었다. 자신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는 송석석의 세심한 행동에 혜태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면서 뒷정리를 하고 있는 하인들을 바라보던 혜태비는 갑자기 눈물이 확 쏟아질것만 같았다. 갑자기 가슴이 저려오더니 무한한 행복감에 취해버렸다.자녀들이 곁에 있고 상대를 탓하거나 매서운 눈빛 하나 없이 평화롭게 식사를 하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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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혜태비가 한마디 했다. “그 왕씨 가문의 여인이 참 불쌍하구나.”그러자 시만자가 냉소를 지었다.“불쌍? 모두 한 종속들 아니겠습니까? 아마 모르시겠지만, 석석이와 장군님이 혼인할 때 그자도 장군부로 시집을 갔습니다. 당시 사사건건 송석석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여간 애를 쓴 게 아니였습니다. 심지어 시중드는 하녀에게 석석이의 혼수가 초라하다는 둥 지껄이기까지 했더랬죠. 그러다 많은 혼수를 보태주는 것을 보더니 그자의 얼굴이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모릅니다.”“그런 일이 있었느냐?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제 사람들이 조사해 낸 것입니다. 왕씨 가문이 그저 그런 집안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하인들 입단속도 형편이 없지요. 어쨌든 왕청여는 송석석을 여간 못마땅해한 게 아닙니다.” 시만자는 내심 송석석 이사제가 소개한 사람이 일 처리가 명확하다며 뿌듯해하고 있었다.송석석은 왕청여와 두 번 만났었다. 첫 번째 만남은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는 살짝 적대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어차피 왕래도 하지 않을 텐데 마음껏 미워하라고 하세요.”혜태비도 혀를 찼다.“분수를 모르는구나.”그러다 그녀의 뇌리에 순간 아들의 군권이 왕씨 가문에 넘어간 것이 떠올랐다. “불쌍한 사람에게는 미운 점이 있기 마련이다. 내 아들의 군권까지 낚아챘으니 집안 전체가 질이 좋지….”“어머니!” 사여묵의 얼굴이 확 굳어져 말을 끊어버렸다.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깜짝 놀란 혜태비는 서둘러 송석석의 팔을 잡았다. 잔뜩 겁먹은 새색시 같았다. 그녀는 아들이 안쓰러워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아들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려고 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그때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어머니, 이런 말은 아무 데서나 하시면 안 됩니다. 이는 황제의 결정이기 때문에 집안에서 하셔도 안 됩니다.”그제야 혜태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다.”송석석은 사여묵을 타일렀다.“방금 목소리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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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사여묵이 송석석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언젠간 송석석이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면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그들에게 남은 날들이 많으니 이렇게 천천히 기다리면 된다.다음 날, 송석석은 두 손 무겁게 들고 시만자와 홍작과 함께 승은백부로 향했다.승은백 부인은 가족들과 함께 나와 맞이했다.량소는 장남이면서도 백부세자였다. 훌륭한 집안, 잘생긴 외모, 게다가 이름도 떨쳤으니, 여자들의 사모할 수밖세 없었다.송석석은 왕비 신분이었기에 승은백부의 정중란 대접을 받았다.승은백은 첩이 많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이방, 삼방, 사방의 부인들이 여식과 함께 나왔다.승은백 부인은 마흔 살 정도로 보였고 약간 통통한 몸매에 한 집안의 주인다운 재치와 섬세함이 있었다.승은백 집안의 자녀들은 모두 나와 인사를 올렸고 송석석이 직접 선물을 전달하며 친절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승은백 부인이 그들을 돌려보냈다.그제야 송석석의 시선이 마침내 란이의 얼굴에 닿을 수 있었다. 아직 임신한 티가 나지 않는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앉아 있었다. 전체적으로 많이 여윈 모습이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송석석의 눈에는 안쓰러움이 담겨있었다.이를 본 승은백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임신한 후로 잘 먹지 못하더니 입덧도 심해져 모두 토하다가 최근에야 좀 나아졌습니다.”송석석도 임신 중인 여성의 힘듦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체와 정서 모든 방면에서 배로 열심히 신경써야 했다.송석석은 똑똑해 보이는 승은백 부인은 며느리를 잡는 악독한 시어머니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란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너무나 따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위장일 수도 있었다.그때 둘째 부인, 정순이 웃으며 말했다. “란이가 임신한 이후로는 양고기를 금하고 있습니다. 양고기 냄새를 맡으면 토해버려서요.”정순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즉, 집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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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인이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미 안으로 들어섰다.그 여자는 해당 무늬를 수놓은 홍색 비단 원피스를 입고 어깨에는 여우 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송석석이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검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에 아치형 눈썹,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정교한 오관까지 그야 말로 완벽한 외모의 여인이 서 있었다.상투에 백옥 비녀를 꽂고 그 옆에 꽃장식을 했다. 귀에는 홍옥 귀걸이를 걸고 있었고 가는 허리는 움직일 때마다 우아한 교태를 뽐내고 있어 매력적이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승은백 부인이 이마를 찌푸렸다. ‘가만히 방에 있으면될텐데 왜 여기까지 와서 정신을 사납게 만드는 것이지.’화청에 들어선 그녀는 주위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승은백 부인에게 인사를 올렸다.“귀빈이 오셨다고 들었는데 화청에 들여보내지 않으셔서 이렇게 직접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응당 갖춰야 할 예의는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줄곧 말이 없던 란이는 건방지게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사촌 언니도 안중에 없었다.“네가 왜 여기에 있느냐! 당장 물러가거라!”“제가 뵈면 안 되는 분이라도 됩니까? 태아가 놀랄 수도 있으니, 화는 가라앉히시지요. 아니면 또 제 잘못이 될 테니깐요.”“너!” 승은백 부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지만, 북명왕비 앞이라 화를 낼 수 없었다.“말이 너무 많구나. 어서 왕비께 인사부터 드리거라.”그러자 송석석과 시만자를 바라보던 연유는 송석석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러면서 내심 자신과 비교하면 어떨지 궁금해 담담하게 말했다. “진성에 있는 많은 왕비중 대체 어떤 왕비인지요?”그녀의 말에 부인들의 매서운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어 그녀는 대충 인사 하기로 했다.“누구든, 왕비님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시만자는 그녀를 무시한 채 승은백 부인만 바라보았다.“우리 시씨 가문에서는 이렇게 버릇없는 년은 즉시 엄벌하지요. 승은백에도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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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송석석과 함께 방을 나선 란이는 마침 시만자에게 머리채를 잡혀있는 연유를 보고 놀랐다. 그녀에게는 이젠 더 이상 거만하거나 날카로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양쪽 뺨에는 손바닥으로 맞은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고 얼굴도 잔뜩 부어있었다. 한 눈에 봐도 시만자가 얼마나 호되게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둘을 본 시만자는 이내 그녀를 밀어버렸다.“꺼져라!”겨우 몸을 지탱하면서 여전히 뺨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가 란을 쳐다보았다. “세자 부인 손님들은 참으로 야만적이군요. 덕분에 세자가 저를 더욱 소중히 여길 겁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하녀들의 부추김을 받으며 떠났다.란의 얼굴은 급격히 창백해졌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송석석은 그녀의 거처로 그녀를 데려갔다. 그러고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리도 너를 짓밟는 것이냐? 란이야, 네가 군주다!”란이는 흐느끼며 말했다. “군주가 뭐가 소용 있습니까? 그는 저의 부모님에게 의지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부모님께서 그의 출세를 돕고 싶어 하지만 그 또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실권이 없는 친왕은 경영에도 서툴러 손에 여유 자금도 없어 녹봉에 의해서만 겨우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첩들과 후궁들을 두었다. 그들도 모두 좋은 음식과 옷, 좋은 집에서 지내야 했기에 란이를 돌 볼 여유가 없었다.“줄곧 이렇게 무례하게 대했느냐?” 송석석이 물었다.“차를 올리던 중 제 신발에 그만 차가 쏟아졌습니다. 제가 몇 마디 하자 남편이 저를 마구 꾸짖더군요.”눈물을 흠친 란이는 절망어린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언니,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저에게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임신한 저를 두고 기녀를 맞아들였습니다. 귀족 가문에서 기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그러자 시만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승은백이 어찌 귀족 가문이냐? 만약 탐화랑 선생이 아니었다면 이미 몰락했을 것이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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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듣고 있던 시만자와 송석석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문연의 돈으로 원하던 사람을 맞아들였으면서 그 불여시 한마디에 손찌검까찌 했다는 것은 너무 양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송석석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너도 때렸느냐?”란이는 억울하다며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지금은 아무 일 없더라도 장차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 기생은 오늘 나를 앞에 두고도 저리도 대담하게 행동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너를 도발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홍루 출신에 어리다지만 수법이 많을 것이다.”송석석은 란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물었다.“함께 온 이는 몇 명이냐? 그들이 너를 지킬 수 있겠느냐?”“시녀 네 명과 하녀 한 명입니다.”송석석은 몽동이와 상의하여 여제자 둘에게 란이를 지켜줄 수 없는지부터 물어보기로 했다.그런데 그의 사부님이 허락하실지는 알 수 없었다. 그분은 여제자 하산해 생계를 도모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었다.단 몇 개월 동안만이라도 안 될까 싶은 마음이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 달이 지나면 돌려보낼 테니 몽동이의 사부님이 제발 허락해 주길 바랐다. 이 문제는 란이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 상황이 확정되면 사람을 보내면 된다.승은백 집을 떠나 마차에 올라타자, 홍작이 말했다. “왕비님, 사실 란이 아가씨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걱정하고 슬퍼하면 아이를 지키는 보약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될 것입니다. 아이를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문제지만, 심각하면 몸져누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까지 기침을 한 것 같은데 기침은 초기 삼 개월 동안 태기에게 가장 해롭습니다. 폐경과 심경이 과도하게 막혀있는 상태여서 마음을 넓게 먹어야 합니다.”홍작의 말에 송석석은 더욱 걱정이 짙어졌다. 마음을 넓게 먹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란이는 씩씩한 아이가 아니다. 그녀는 곤난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매번 울기만 했었다. 군주라 하지만 회왕 부부의 나약함으로 인해 더 연약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었다.게다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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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민지 공주는 막무가내로 쳐들어 온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조금도 화내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하게 맞이했다. 송석석은 사죄하며 말했다. “찾아뵙는다고 미리 소식을 전해야 했는데 급한 일이라 이렇게 무작정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그러자 민지 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런 인사말을 주고받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하지 않느냐? 마침 미우 공주도 여기 손님으로 와 있다.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난 것인지 지금 화장실에 갔으니 곧 만나게 될 것이다.”“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났다니요? “송석석이 걱정되어 묻자 때 미우 공주가 하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언니 말씀은 그냥 넘겨도 된다.”그녀는 배를 감싸 쥐고 있었으며, 여전히 불편해 보였지만 민지 공주에게 대꾸할 때만은 단호했다.“푸하하! 석석이가 여기 있으니 이젠 발뺌해도 소용없다. 너는 먹성이 좋고 한녕도 그런 너를 꼭 닮았지 않았느냐!”송석석은 시만자와 홍작과 함께 미우공주에게 예의를 갖추었다.“미우 공주께 인사드리옵니다.”미우 공주도 예의를 갖추었다.“다들 서 있지 말고 자리에 앉거라. 그런데 석석아, 왜 얼굴이 이렇게 창백한 거냐? 누가 괴롭히기라도 한 것이냐?”자리에 앉은 송석석은 승은백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시만자가 그 기녀를 때린 일까지도 빠짐없이 말했다.그러자 미우 공주도 시만자에게 칭찬의 눈길을 보냈다. “잘했다!”그리고 나서 탁자를 한 번 내리치더니 덧붙였다.“천한 주제에 감히 주모에게 도발을 해?! 왕비를 눈앞에 두고도 안하무인이라니! 네 동생이 거기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개 짐작이 가는구나. 아이를 임신했는데도 남편이 애정을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민지 공주는 그제야 송석석이 급하게 방문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차를 천천히 마시는 그녀의 눈에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이 어사대감이여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해야 했다.차를 마시던 민지 공주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미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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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민지 공주가 말했다.“내 시아버지는 어사대를 맡고 계시는 주관이다. 얼마 전 돌아와서 식사할 때 관료들의 풍기를 정화하고 어사대 규범을 재건하겠다고 말씀하시더군. 그러면서 모든 관료가 청렴결백해야 한다고 하셨다. 요즘 한창 사관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을 텐데 량소가 딱 이 시기에 꼬리가 밟힌 게로구나.”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그 기녀가 맞았으니 량소는 마음이 몹시 아플 겁니다.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저를 무척 경멸하였습니다. 아마 찾아와 따지려 할 테니 왕비를 모욕하는 것이 죄목에 해당하는지 궁급합니다.”그러자 민지 공주는 답했다.“들으려니 량소는 스스로 신통한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 하더군. 황제께서 직접 명한 탐화랑이자 황제의 제자라던데, 그러면 더더욱 행실을 올바르게 하고 모법을 보여야 할 터인데 지금 내실이 혼란스럽고 홍등가를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기녀를 첩으로 들이다니, 게다가 본처를 소홀히 하고 더 나아가 왕비까지 모욕하려 했으니, 어사대가 이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민지 공주의 말에 송석석은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량소를 때리는 것은 그의 복수심만 채울 것이고 란이에게도 더욱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사관이 그를 주시하고 있는데 감히 건방지게 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변함없이 오만을 떤다면 그녀에게 이제 미래는 없을 것이다.화가 나 씩씩거리던 미우 공주도 란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란이는 너무 나약하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군주 출신인데 어찌 그런 모욕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숙부님이 어떤 분인지 다들 알고 계시지 않느냐?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어떻게 강인할 수 있겠느냐?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군주가 아니라 그저 세가의 여인이라도 감히 이렇게 대우하겠느냐?”시만자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란이가 량소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대체 어떤 점이 좋다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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