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여묵이 송석석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언젠간 송석석이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면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그들에게 남은 날들이 많으니 이렇게 천천히 기다리면 된다.다음 날, 송석석은 두 손 무겁게 들고 시만자와 홍작과 함께 승은백부로 향했다.승은백 부인은 가족들과 함께 나와 맞이했다.량소는 장남이면서도 백부세자였다. 훌륭한 집안, 잘생긴 외모, 게다가 이름도 떨쳤으니, 여자들의 사모할 수밖세 없었다.송석석은 왕비 신분이었기에 승은백부의 정중란 대접을 받았다.승은백은 첩이 많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이방, 삼방, 사방의 부인들이 여식과 함께 나왔다.승은백 부인은 마흔 살 정도로 보였고 약간 통통한 몸매에 한 집안의 주인다운 재치와 섬세함이 있었다.승은백 집안의 자녀들은 모두 나와 인사를 올렸고 송석석이 직접 선물을 전달하며 친절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승은백 부인이 그들을 돌려보냈다.그제야 송석석의 시선이 마침내 란이의 얼굴에 닿을 수 있었다. 아직 임신한 티가 나지 않는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앉아 있었다. 전체적으로 많이 여윈 모습이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송석석의 눈에는 안쓰러움이 담겨있었다.이를 본 승은백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임신한 후로 잘 먹지 못하더니 입덧도 심해져 모두 토하다가 최근에야 좀 나아졌습니다.”송석석도 임신 중인 여성의 힘듦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체와 정서 모든 방면에서 배로 열심히 신경써야 했다.송석석은 똑똑해 보이는 승은백 부인은 며느리를 잡는 악독한 시어머니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란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너무나 따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위장일 수도 있었다.그때 둘째 부인, 정순이 웃으며 말했다. “란이가 임신한 이후로는 양고기를 금하고 있습니다. 양고기 냄새를 맡으면 토해버려서요.”정순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즉, 집안의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인이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미 안으로 들어섰다.그 여자는 해당 무늬를 수놓은 홍색 비단 원피스를 입고 어깨에는 여우 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송석석이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검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에 아치형 눈썹,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정교한 오관까지 그야 말로 완벽한 외모의 여인이 서 있었다.상투에 백옥 비녀를 꽂고 그 옆에 꽃장식을 했다. 귀에는 홍옥 귀걸이를 걸고 있었고 가는 허리는 움직일 때마다 우아한 교태를 뽐내고 있어 매력적이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승은백 부인이 이마를 찌푸렸다. ‘가만히 방에 있으면될텐데 왜 여기까지 와서 정신을 사납게 만드는 것이지.’화청에 들어선 그녀는 주위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승은백 부인에게 인사를 올렸다.“귀빈이 오셨다고 들었는데 화청에 들여보내지 않으셔서 이렇게 직접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응당 갖춰야 할 예의는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줄곧 말이 없던 란이는 건방지게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사촌 언니도 안중에 없었다.“네가 왜 여기에 있느냐! 당장 물러가거라!”“제가 뵈면 안 되는 분이라도 됩니까? 태아가 놀랄 수도 있으니, 화는 가라앉히시지요. 아니면 또 제 잘못이 될 테니깐요.”“너!” 승은백 부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지만, 북명왕비 앞이라 화를 낼 수 없었다.“말이 너무 많구나. 어서 왕비께 인사부터 드리거라.”그러자 송석석과 시만자를 바라보던 연유는 송석석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러면서 내심 자신과 비교하면 어떨지 궁금해 담담하게 말했다. “진성에 있는 많은 왕비중 대체 어떤 왕비인지요?”그녀의 말에 부인들의 매서운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어 그녀는 대충 인사 하기로 했다.“누구든, 왕비님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시만자는 그녀를 무시한 채 승은백 부인만 바라보았다.“우리 시씨 가문에서는 이렇게 버릇없는 년은 즉시 엄벌하지요. 승은백에도 규
송석석과 함께 방을 나선 란이는 마침 시만자에게 머리채를 잡혀있는 연유를 보고 놀랐다. 그녀에게는 이젠 더 이상 거만하거나 날카로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양쪽 뺨에는 손바닥으로 맞은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고 얼굴도 잔뜩 부어있었다. 한 눈에 봐도 시만자가 얼마나 호되게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둘을 본 시만자는 이내 그녀를 밀어버렸다.“꺼져라!”겨우 몸을 지탱하면서 여전히 뺨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가 란을 쳐다보았다. “세자 부인 손님들은 참으로 야만적이군요. 덕분에 세자가 저를 더욱 소중히 여길 겁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하녀들의 부추김을 받으며 떠났다.란의 얼굴은 급격히 창백해졌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송석석은 그녀의 거처로 그녀를 데려갔다. 그러고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리도 너를 짓밟는 것이냐? 란이야, 네가 군주다!”란이는 흐느끼며 말했다. “군주가 뭐가 소용 있습니까? 그는 저의 부모님에게 의지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부모님께서 그의 출세를 돕고 싶어 하지만 그 또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실권이 없는 친왕은 경영에도 서툴러 손에 여유 자금도 없어 녹봉에 의해서만 겨우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첩들과 후궁들을 두었다. 그들도 모두 좋은 음식과 옷, 좋은 집에서 지내야 했기에 란이를 돌 볼 여유가 없었다.“줄곧 이렇게 무례하게 대했느냐?” 송석석이 물었다.“차를 올리던 중 제 신발에 그만 차가 쏟아졌습니다. 제가 몇 마디 하자 남편이 저를 마구 꾸짖더군요.”눈물을 흠친 란이는 절망어린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언니,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저에게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임신한 저를 두고 기녀를 맞아들였습니다. 귀족 가문에서 기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그러자 시만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승은백이 어찌 귀족 가문이냐? 만약 탐화랑 선생이 아니었다면 이미 몰락했을 것이다.”란
듣고 있던 시만자와 송석석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문연의 돈으로 원하던 사람을 맞아들였으면서 그 불여시 한마디에 손찌검까찌 했다는 것은 너무 양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송석석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너도 때렸느냐?”란이는 억울하다며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지금은 아무 일 없더라도 장차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 기생은 오늘 나를 앞에 두고도 저리도 대담하게 행동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너를 도발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홍루 출신에 어리다지만 수법이 많을 것이다.”송석석은 란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물었다.“함께 온 이는 몇 명이냐? 그들이 너를 지킬 수 있겠느냐?”“시녀 네 명과 하녀 한 명입니다.”송석석은 몽동이와 상의하여 여제자 둘에게 란이를 지켜줄 수 없는지부터 물어보기로 했다.그런데 그의 사부님이 허락하실지는 알 수 없었다. 그분은 여제자 하산해 생계를 도모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었다.단 몇 개월 동안만이라도 안 될까 싶은 마음이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 달이 지나면 돌려보낼 테니 몽동이의 사부님이 제발 허락해 주길 바랐다. 이 문제는 란이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 상황이 확정되면 사람을 보내면 된다.승은백 집을 떠나 마차에 올라타자, 홍작이 말했다. “왕비님, 사실 란이 아가씨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걱정하고 슬퍼하면 아이를 지키는 보약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될 것입니다. 아이를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문제지만, 심각하면 몸져누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까지 기침을 한 것 같은데 기침은 초기 삼 개월 동안 태기에게 가장 해롭습니다. 폐경과 심경이 과도하게 막혀있는 상태여서 마음을 넓게 먹어야 합니다.”홍작의 말에 송석석은 더욱 걱정이 짙어졌다. 마음을 넓게 먹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란이는 씩씩한 아이가 아니다. 그녀는 곤난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매번 울기만 했었다. 군주라 하지만 회왕 부부의 나약함으로 인해 더 연약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었다.게다가 그녀
민지 공주는 막무가내로 쳐들어 온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조금도 화내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하게 맞이했다. 송석석은 사죄하며 말했다. “찾아뵙는다고 미리 소식을 전해야 했는데 급한 일이라 이렇게 무작정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그러자 민지 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런 인사말을 주고받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하지 않느냐? 마침 미우 공주도 여기 손님으로 와 있다.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난 것인지 지금 화장실에 갔으니 곧 만나게 될 것이다.”“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났다니요? “송석석이 걱정되어 묻자 때 미우 공주가 하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언니 말씀은 그냥 넘겨도 된다.”그녀는 배를 감싸 쥐고 있었으며, 여전히 불편해 보였지만 민지 공주에게 대꾸할 때만은 단호했다.“푸하하! 석석이가 여기 있으니 이젠 발뺌해도 소용없다. 너는 먹성이 좋고 한녕도 그런 너를 꼭 닮았지 않았느냐!”송석석은 시만자와 홍작과 함께 미우공주에게 예의를 갖추었다.“미우 공주께 인사드리옵니다.”미우 공주도 예의를 갖추었다.“다들 서 있지 말고 자리에 앉거라. 그런데 석석아, 왜 얼굴이 이렇게 창백한 거냐? 누가 괴롭히기라도 한 것이냐?”자리에 앉은 송석석은 승은백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시만자가 그 기녀를 때린 일까지도 빠짐없이 말했다.그러자 미우 공주도 시만자에게 칭찬의 눈길을 보냈다. “잘했다!”그리고 나서 탁자를 한 번 내리치더니 덧붙였다.“천한 주제에 감히 주모에게 도발을 해?! 왕비를 눈앞에 두고도 안하무인이라니! 네 동생이 거기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개 짐작이 가는구나. 아이를 임신했는데도 남편이 애정을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민지 공주는 그제야 송석석이 급하게 방문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차를 천천히 마시는 그녀의 눈에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이 어사대감이여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해야 했다.차를 마시던 민지 공주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미우야
민지 공주가 말했다.“내 시아버지는 어사대를 맡고 계시는 주관이다. 얼마 전 돌아와서 식사할 때 관료들의 풍기를 정화하고 어사대 규범을 재건하겠다고 말씀하시더군. 그러면서 모든 관료가 청렴결백해야 한다고 하셨다. 요즘 한창 사관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을 텐데 량소가 딱 이 시기에 꼬리가 밟힌 게로구나.”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그 기녀가 맞았으니 량소는 마음이 몹시 아플 겁니다.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저를 무척 경멸하였습니다. 아마 찾아와 따지려 할 테니 왕비를 모욕하는 것이 죄목에 해당하는지 궁급합니다.”그러자 민지 공주는 답했다.“들으려니 량소는 스스로 신통한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 하더군. 황제께서 직접 명한 탐화랑이자 황제의 제자라던데, 그러면 더더욱 행실을 올바르게 하고 모법을 보여야 할 터인데 지금 내실이 혼란스럽고 홍등가를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기녀를 첩으로 들이다니, 게다가 본처를 소홀히 하고 더 나아가 왕비까지 모욕하려 했으니, 어사대가 이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민지 공주의 말에 송석석은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량소를 때리는 것은 그의 복수심만 채울 것이고 란이에게도 더욱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사관이 그를 주시하고 있는데 감히 건방지게 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변함없이 오만을 떤다면 그녀에게 이제 미래는 없을 것이다.화가 나 씩씩거리던 미우 공주도 란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란이는 너무 나약하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군주 출신인데 어찌 그런 모욕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숙부님이 어떤 분인지 다들 알고 계시지 않느냐?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어떻게 강인할 수 있겠느냐?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군주가 아니라 그저 세가의 여인이라도 감히 이렇게 대우하겠느냐?”시만자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란이가 량소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대체 어떤 점이 좋다고 하는
황실로 돌아간 후, 송석석이 몽동이에게 물으려고 하자 몽동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마 줄 건가?” 송석석은 쉽게 초대할 수 없다는 상대임을 알기에 금전적으로 많이 줘야 몽동이의 사부님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서 만삭이 되기까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으니 두 명에게 천 냥씩 주는 건 어떠냐?” 몽동이는 답답한듯 두 손으로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난 바로 편지를 쓰러 가야 해. 황실에 편지 배달원 있지? 지금 바로 우리 사부님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 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당장 어서 편지 쓰러 가. 천 냥이면 적은 돈은 아닌데 말이야..”몽동이의 사부는 제자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걸 반대했다. 왜냐하면 부잣집의 여호위가 되어 봤 자 기껏해야 한 달에 은자 2 냥 밖에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온갖 모욕을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군주를 보호하면 다른 일은 하지 않아도 되고 모욕을 당할 일도 없으니 그의 사부님께서도 분명히 흔들릴 거야. 군주를 다치지 않게 보호만 하고 내 태아보호약만 잘 지키기만 하면 몇 개월만 해도 두 명이서 천 냥을 얻을 수 있는데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딨겠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편지를 보낸 다음 날, 승은백의 세자 량소가 두 명의 사내를 데리고 집으로 와 송석석을 만나려고 했다. 사여묵이 외출한 틈을 타서 온 것으로 봐서는 그가 아주 겁이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재혼한 송석석을 만만하게 여겼던 것 같았다. 다만 문간은 그가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보고 그의 신분을 즉시 염 선생에게 아뢰었다. 그러자 염 선생은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낮으면서도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 “그냥 꺼지겠습니까? 아님 맞고 꺼지겠습니까?”염 선생의 뒤에는 시위가 몇 명이 있었는데 모두 채찍을 들고 있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량소가 겁에 질려 송석석을 만나기도 전에 풀이 죽은 채 도망가버렸다. 시만
몽동이는 사저들 앞에서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황실에선 반드시 내 본명으로 불러야 합니다. 내 이름은 몽천생이고 몽동이도 똥 몽동이도 아닙니다.” 시만자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몽동이라는 이름은 진작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네가 원한다면 천생으로 불러줄 수는 있지만 넌 영원히 우리 마음속의 몽동이라는 건 잊지 말거라.” 송석석은 사람을 시켜 두 사저를 데리고 가 목욕을 하게 하고 옷을 몇 벌 사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나서 내일 아침 승은백부로 갈 준비를 했다. 마침 홍작이 시만자에게 평양후부 노부인에게 처방을 보내라고 해서 장군부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장군부를 지날 때 시만자가 커튼을 걷어 한 번 본 후 아무런 이상이 없자 그냥 내버려 두었다. 처방을 평양후부의 집사에게 넘기자 그들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바로 승은백부로 갔다. 마차 안에서 송석석은 라 사저와 석소 사저에게 저택에 들어가면 주의해야 할 점을 말해주었다. “우리가 주동적으로 누군가를 때려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연유라는 여자가 군주에게 접근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량세자가 군주의 방에 와서 화풀이를 해서 부인이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량세자를 직접 밖으로 내보내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매일 복용하는 약과 매일 먹는 음식은 모두 은침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석소 사저께서 의학을 조금 아시니 시기에 적절한 음식을 준비해 주시면 되는데 직접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억할 점이 있는데 사저들이 처리하기 곤란한 위급상황이 생긴다면 한 명은 남아서 군주를 지키고, 다른 한 명은 곧바로 나한테 와서 알려주셔야 합니다.” 송석석은 세심하게 당부하며 최대한 사저들을 저택의 다른 주인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했다. 송석석은 승은백부 부인께서 란이를 해칠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무인을 무시할지도 모르니 두 사저들이 눈치를 보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송석석은 량세자와 연유를 경계하려고 했다. 석소 사저는 송석석의 말을 듣고 고개
향병은 비록 중요한 여관은 아니었지만 장공주의 믿음을 얻었고 방금도 그녀가 극구 반대를 해서 원래 지지하던 사람들까지도 따라서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홍려사경을 비롯한 두 세 사람은 여전히 상국의 단신의를 청하는 것을 지지했다. 단신의의 명성은 서경에까지 퍼졌다. 애초에 선제의 병이 위독했을 때 조정의 신하도 단신의에게 치료를 청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선제는 스스로 상국인의 손에 목숨을 맡기기 싫다며 결국엔 포기했다. 그들은 또다시 말다툼을 벌였는데 송석석과 평무종은 상황을 보더니 단신의를 모시고 곧장 동원으로 달려갔다. “막아라!!” 향병이 소리쳤다. “저기요, 내 말 좀 들어보십시오……” 시만자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향병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우리도 장공주님을 위해서 이러는 것입니다. 장공주님의 시녀가 옆에 있으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몽동이도 수란석을 가로막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맥만 짚어보는 것입니다. 당신들의 태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얼른 들어가서 지켜보라고 하십시오.” 태의는 진작에 뛰어 들어갔다. 비록 장공주의 곁에는 두 명의 의사가 간호하고 있었지만 상국의 사람이 들어가자 태의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바로 따라 들어갔다. “놔, 이거 놔주십시오.” 향병은 시만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것입니까? 날 해치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시만자는 그녀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런 게 아닙니다. 들어가려는 거면 같이 들어가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몽동이도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다 같이 들어갑시다! 모두들 장공주의 건강을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같이 들어갑시다.” 경위들도 송 대인이 손찌검을 하지 말라고 분부해서 밀치락달치락 하며 공격을 어깨로 되받아 칠 수밖에 없었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혼란스러웠지만 몽동이가 수란석을 잡고 있기 때문에 시만자는 힘껏 향병의 손을 잡고 동원 쪽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평무종이 회동관 입구에 나타났는데, 혼자 온 게 아닌 것 같았다.방금 송석석이 그녀를 보았을 땐 야행복을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평범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야행복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저, 무슨 상황입니까?”송석석은 얼른 마중 나가서 물었다.그러자 평무종이 답했다.“내가 장공주 방의 옥상에서 잠깐 들었는데 장공주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더라고.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시녀 몇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장공주가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사람까지 물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더군.”시만자는 의아해서 물었다.“미친 듯이 사람을 물었다고요? 설마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니겠지요?”이때 송석석이 다시 물었다.“혹시 정원에서 들었습니까? 그들이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정원에서 다투고 있었는데 태의나 단백부를 모시러 가자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난 옥상에서만 듣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고 지지하던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그럼 신의를 모시러 간다는 의견에 반대하던 사람 중 여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까?”“있었다.”평무종이 몽동이를 만났을 때 이미 여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향병은 아니었다.”“반대하던 사람이 많았습니까?”“서너 명인 것 같았는데 그들도 침착하게 분석할 뿐이지, 무작정 반대했던 건 아니다. 유독 한 여자의 반대가 심했는데 그녀는 우리 상국의 태의와 의사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어의보다 못하며 가해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지.”“그러니까 그녀를 따라 반대하던 사람들은 장공주가 자신들 때문에 문제가 생겨 책임을 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군요.”평무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그러자 송석석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럼 쳐들어갑시다!”이때 몽동이가 걱정하며 말했다. “왕야님께 알려서 결정지으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아니, 이건 내 개인적인 결정이지 왕야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송석석은 밤을 지키고 있는 경위를 불러
송석석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넌 일단 가서 단백부를 모시고 와. 내가 방법을 찾아서 들어가 볼 테이니.” 그녀는 어찌 되었든 간에 단신의를 모셔오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알겠어, 내가 지금 바로 가서 모셔올게.” 시만자는 방을 나가서 말을 타고 달렸다. 밤이 되자 날씨가 쌀쌀해져 그녀는 단신의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됐다. 그녀가 반쯤 갔을 때 몽동이를 만났다. 몽동이는 그녀를 보지 못한 듯 그저 지나쳤는데 시만자가 몇 번을 불러서야 한참 후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송석석은 경위에게 입구를 지키라고 하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계략일지도 모르니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방을 나가 회동관 주의를 돌아다녔다. 회동관 밖엔 모두 송석석의 사람들이라 밖에서 돌아다니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 잠깐 돌아다니다 그녀는 뒷마당의 담벼락으로 날아들었다. 내부의 수비는 외부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의로 빈틈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장공주가 동쪽 마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있는 동원과는 거리가 있어 조심스럽게 수비를 피해야 했다. 중원으로 넘어가자 경비원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송석석은 회랑에 올라가 벽에 붙어 걸었는데 다행히도 빛이 밝지 않았고 그녀의 발자국 소리도 가벼워서 경비원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경비원들은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는데 송석석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는 평 사저가 여기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평 사저는 서경어, 사국어, 북당어 등 여러 가지 방언에 능통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옥상으로 올라가 위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올라가자마자 한 그림자가 낙엽처럼 동원의 옥상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거리가 먼 데다가 빛이 지붕까지 비추지 못한 탓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은근히 놀란 것 같았다. ‘설마 그들이 정말 사람을 들여보낸 건 아
북명황실 의사당. 염 선생은 향병, 안운여, 그리고 곽아정, 이 세 여관에 대한 자료를 모두 내놓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장공주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경의 여자들은 중요한 벼슬을 맡을 수 없는데 향병은 첫 번째로 5품으로 올라간 여관입니다. 장공주의 마음에 가장 드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고 그다음이 곽아정이었습니다. 그녀는 서경 곽 씨 가문의 적녀였는데 수란키의 아내가 바로 그녀의 고모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안운여였는데, 안운여는 평민 출신이지만 급제를 해서 장공주를 따라다니며 정무를 처리했습니다. 그 세 사람은 모두 선제가 있을 때부터 장공주를 따라다녔는데 그들은 장공주에게 늘 엄청난 충성을 보였습니다.” 사여묵은 세 사람의 이름, 나이, 성격, 출신, 호적, 혼가, 가문, 그리고 언제 벼슬을 땄고 무슨 일을 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료를 다 본 후엔 다시 고개를 돌려 향병의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염 선생이 말했다. “그녀는 장공주에게 가장 충성을 다하기도 했고 장공주와 시간을 가장 오래 보냈던 사람입니다.” 이때 사여묵이 고개를 들고 답했다. “동궁에서 2년 동안 궁녀로 일했었군.” 염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녀는 장공주가 뽑은 인재로 동궁으로 보내졌었습니다. 서경은 우리 상국과 마찬가지라 태자는 자신의 작은 조정에서 정무를 처리해야 해서…… 아 참!” 말을 하다가 깜짝 놀란 염 선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궁에서 2년 동안 일을 했으니 선 태자에게 충성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녀가 정원제와 수란석을 지지했을 주전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자 사여묵이 물었다. “몽동이는 어디 있느냐? 그에게 회동관으로 가서 왕비와 시 아가씨에게 이 일을 알려 향병의 행동에 주의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장공주의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하거라.”그는 협상의 주관으로서 회동관에 나타난다면 서경의 사신들이 경계할 것이기 때문에 직접 갈 수 없었다.몽동이는 의사당 문 앞에 있었는데
사여묵이 바로 의사당으로 가자 사부가 정좌에 앉아 모두들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염 선생에게 이번에 온 세 여관의 자료를 조사해 보라고 했다. …회동관, 자시. 시만자는 차를 많이 마신 탓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서경에 주돈 하고 있는 시위에게 화장실로 가겠다고 했고 송석석도 함께 일어났다. 서경 시위는 상국어를 할 줄 아는 시녀를 찾아 그들에게 길을 인도했다. 회동관 안 마당을 지날 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다툼 소리가 들려와서 송석석은 안으로 쳐다보았는데 글쎄 사신들이 거의 모두 안에 앉아 있었고, 장공주를 따르던 여관들도 있었다. 열댓 명이 모두 안에서 떠들었는데, 비록 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어떤 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어떤 사람은 분노의 기색을 띠고 있었다. 송석석은 서경 말을 몇 마디밖에 할 줄 몰라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무엇인가 위험하다는 것만 알아들었다. 송석석이 자세히 들으려고 발걸음을 멈추자 시녀는 계속 재촉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할 수 없이 화장실로 향했고 안 마당과 점점 멀어져 다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이게 모레 협상하는 일을 상의하는 것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냉옥 장공주는 자리에 없었고 그녀의 시위와 시녀만 있었는데 의관 모자를 쓴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송석석이 풍등의 빛을 빌어 그 시녀를 한 번 보았는데 바로 정원에서 끌려 나온 모습이 분명했다. 계속 무언가 초조한 안색을 보였다.송석석은 냉옥 장공주가 몸이 좋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오늘 협상할 때 구토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병세가 심해진 건 아닌지 몰랐다. 그녀는 시녀에게 물었다. “냉옥 공주는 좀 괜찮아졌습니까? 아직 편찮으신 거라면 우리 진성에 단신의라는 분이…….” 송석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녀의 눈빛이 밝아지더니 물었다. “단신의 말입니까? 그분이 지금 진성에 있습니까?” “네, 단신의는 지금 진성에 있습니다.”
전북망은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장공주는 전쟁을 반대했는데 옆에 있는 여관이 그렇게 했다면 장공주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장공주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자 이방이 냉소하며 말했다. “결국엔 그녀도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러자 전북망이 놀라서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이오? 그들이 장공주를 속이기라도 하려는 것이란 말이오?” 그러자 이방도 잘 모른다는듯 되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임 부인이 그렇게 말했을 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여관의 신원도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녀가 믿기지 않아서 그렇게 많은 것을 물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제가 협조하기만 하면 도망갈 때 저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 때문에 소승까지 물고 늘어질 수 없으니 그들이 날 도와줄지 말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어떻게 자백하든 간에 그들의 계획은 실행될 것이니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이지요.” 전북망은 놀라움을 거두고 이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나 때문에 진술을 바꾼 것이 아니오. 당신은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나까지 연루시킨 것이오. 그러니 모든 게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지 말고 돈을 원래 계획대로 받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당신을 도울 수 없소.” 이방은 비록 속마음을 들켰지만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말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나에게 빚진 것입니다. 전북망, 천하엔 공짜가 없듯이 당신이 나를 건드렸으니 나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전북망은 마음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내가 먼저 당신을 건드렸단 것이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책임지지 않았소? 남강 전장에서 당신이 포로로 잡혀갔을 때 난 몇 번이고 송석석의 명령을 어기고 당신을 구하러 갔소. 당신이 맞을 때도 내가 대신 맞지 않았소?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염치가 없을 수 있소?” 하지만 이방은 여전히 차갑게 말할 뿐이었다. “옛날 일 들출 필요 없습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초래한 일이지
이방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떨었다. 그녀는 확실히 모아둔 돈이 있었다. 집안을 누가 책임지든 그녀는 늘 돈을 챙겼고 혼수로 받은 돈도 챙겼다. 어떻게 집안에 모두 줄 수 있겠는가?적은 혼수에 돈도 주지 않는다면 그녀도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모아둔 돈을 이후에 쓰려고 했다."제 돈은 모두 챙기십시오. 하지만 그래도 돈을 빌려야 합니다. 도망친 후 혈혈단신으로 돈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전북망은 일단 돈 얘기부터 꺼냈다. 만약 바로 묻는다면 추궁을 듣고 이방이 의심할 수도 있었다. "얼마가 있소? 조금 남기고 먼저 사람을 찾아야겠소. 정 부족하면 그때 다시 빌리는 것이 나을 것 같소."이방이 곰곰이 생각했다. 돈을 쓰지 않고 왕청여에게 빌려도 아마 많이 빌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비록 백부 출신이지만 매우 인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삼천냥은 있습니다. 하지만 천 냥만 가져다 쓰십시오."전북망은 이천 냥을 달라고 했고, 두 사람은 계속 흥정을 하다가 결국 천오백 냥으로 결정을 내렸다. 돈 얘기를 끝내고 전북망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무슨 계략을 쓰려는 것인지 물었다. 말하지 않으면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날과 목숨을 거는 중요한 일이니, 자신감이 없으면 동의할 수 없었다.그러자 이방은 그를 한참 빤히 보다가 물었다."장군. 설마 저를 배신하려는 건 아니시지요?"전북망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흥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영리한 편이 아니었고 심지어 반응도 둔한 편이었다. 한바탕 흥정을 하고 나니, 그는 정말 그녀를 위해 계획하고 있다고 믿은 듯했다.그녀가 그렇게 묻자, 그는 경악하며 고개를 돌리면서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찬 말투로 화를 냈다. "지금 뭐라 한 것이오?! 나를 믿지 않으면 어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이오? 목숨을 바쳤는데,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이방은 전북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전북망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남자를 모
전북망은 무의식 중에 문 앞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하려고 한 동작이 아니라, 마음에 걱정이 많아 무슨 일을 하든 들키는 것이 제일 걱정되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전북망의 움츠린 모습에 이방의 경계는 조금 더 줄었다. 전북망은 맑은 물처럼 속이 훤히 보여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그날 말한 일을 돌아가서 심사숙고해 봤지만, 승산이 적다고 느꼈소. 게다가 서경 사람들이 어떻게 소 대장군을 데리고 가는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소. 북명왕부에서 손을 쓸지 우리가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오."그는 낮은 소리로 이방의 눈빛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어쨌든 부부 사이에 이렇게 그녀를 속이고 그녀에게서 단서를 얻으려는 것은 그녀를 팔아먹는 것이다. 그는 비록 마음이 괴로웠지만 장군부를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될 것입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나가서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참 쉽게 하오. 홀로 어찌 구한다는 말이오? 사람을 더 찾아 돈을 더 써야 할 것 아니오? 하지만 성사될지 모르는 일에 어찌 돈을 쓴다는 말이오? 돈을 아까워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지금 장군부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소?"집안 처지를 말하고 나니, 전북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찾다니요? 무슨 사람을 찾습니까? 이 일에 어찌 함부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사람을 찾는 것은 위험이 너무 컸기에 이방은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람을 구할 때 기회를 틈타 움직이면 되지 않습니까? 장군의 무공도 충분하니 말입니다."전북망이 말했다."나를 매정하다 탓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나서서 구할 수 없소. 그저 밖에서 도울 수 있을 뿐이오. 자네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지만 장군부와 목숨을 버릴 순 없소."이방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었다."어찌 그리 모질고 매정하신 것입니까?""장군의 목숨만 중요하고, 제 목숨은 보잘것없는 것입니까?
사여묵은 평서백 부인이 도와 조사한 결과를 먼저 그에게 알려주고 확신을 내렸다."배후에 숨은 사람이 임가를 통해 이방에게 연락한 것은 확정할 수 있소. 상대는 시녀를 시켜 그녀에게 알리고 자네 어머니의 빈소에 가게 했소. 그러면 임 부인도 빈소로 가서 그녀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는 것이오. 임 부인과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 부부는 죽임을 당했소."전북망은 깜짝 놀랐다."정말입니까?""그러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온의 역모를 조사할 때, 대리사에서 임가도 조사하고 있었소. 하지만 역모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줄곧 건드리지 않았소. 임 부인에게 이방을 찾으라 시킨 배후가 사온의 배후기도 하고 역모의 진정한 주모자요."사여묵이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이방은 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서경으로 끌려갔소. 자네는 이방의 남편이오. 역모 사건이 조사되면 장군부가 어떤 벌을 받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오."전북망은 입술을 살짝 떨었다. 그는 과거 황제의 곁에서 일한 적 있기에 황제가 역모 사건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크게 화를 내신 것도 알고 있었다. 역모는 황제의 역린이다. 누구든지 역린을 건드린 자는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전북망. 자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소. 공을 세워야 죄를 면할 수 있소."공을 세우고 죄를 묻고 면한다는 이 말들이 전북망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집안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무엇을 시키려는 것입니까?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사여묵은 그를 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부인에게서 서경인이 누구인지 들은 적 있는지 이방에게 물으시오. 어떻게 물을지 무슨 방법을 써서 답을 얻어낼지는 자네의 능력에 달렸소."전북망은 침묵을 지키다 답했다."예!"집안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상 전북망은 반드시 갈 것이다. 답을 얻어낼지 말지는 둘째 치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