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565 챕터

제401화

연왕도 몹시 화가 났다."그년이 언제 죽든 상관없다. 만약 죽었다고 해도 한참 후에 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이 모든 것을 망쳐버려서 태후와 황제께서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제 나는 어떻게 진성에서 머리를 쳐들고 다닐 수 있겠냔 말이다!"장공주도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갈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그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건드리지 말고 참으시지요. 그들이 막 공을 세우고 돌아온 상태라 조정과 민간에서 명망이 높으니 예봉은 피하고 조용하게 군사를 모아야 하옵니다. 그리고 시씨 가문과의 혼사는 서두르세요. 시만자는 남강 전장에 나선 적 있는 자이니, 만약 그녀를 얻는다면 군사를 모으는 일이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게다가 시씨 가문이란 배경에 적염문까지 돕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대성을 거두게 될 겁니다."그러자 연왕이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시철진은 무성의해 보였다. 시만자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자인데 그런 그녀를 첩으로 삼아 내 곁에 두겠다는 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그 어리석은 여인이 청목암에서 있었던 일도 알고 있을 터이니, 그녀 또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시만자를 얻지 못한다면, 시씨 가문의 다른 딸을 얻으세요. 그들도 그 도망간 고모가 남긴 치욕을 씻어내고자 할 것입니다. 무기와 갑옷에 목표를 두세요. 게다가 시씨 가문은 북쪽 초원에 말 사육장도 소유하고 있사옵니다."거사를 치루려면 군과 말은 필수였다."지금은 비록 방탕하게 지내고 있지만 황제의 눈에 띄지 않고 있으니 시씨 가문의 여인을 얻더라도, 재물만을 탐하는 무능한 번왕이라고만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주색재기중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인상을 심어야 하옵니다. 저는 먼저 사여묵을 의심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왕씨 가문은 지금 북명군을 장악하고 있으니..."장공주는 잠시 멈칫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황제께서 왕씨 가문을 중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전북망을 키우려는 것 같으니, 전북망의 부인 쪽으로 손을
더 보기

제402화

잠시후 진성에 있는 황족 친척들도 차례대로 궁에 도착했다. 회왕과 회왕비 그리고 장공주들도 부마와 자녀들을 데리고 왔기에 궁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그다음으로는 이미 시집간 장공주, 민지와 미우가 들어섰다. 그들은 모두 황제의 자매로, 민지 공주는 태후의 여식이고 황제의 누나였다. 미우 공주는 제귀태비의 딸로 황제의 여동생이었다.민지 공주는 어사대부의 차남 허낙천에게 시집갔다. 허낙천은 이름 그대로 낙천적인 인물로 예부에서 한직을 맡고 있었다. 허씨 가문은 목 승상 부인의 친정집으로 시와 예를 이어오는 가문이다. 강직하고 고집이 있었던 허창진은 황제와도 맞서 싸울 정도의 대단한 인물이었다. 공주에게는 공주 저택이 있었지만,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는 허씨 가문에 가서 안부를 전해야 했다. 이는 며느리로서의 응당한 예의라며 허창진은 공주가 황족의 신분을 내세워 특별 대우를 받으려 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그러나 민지 공주는 부마와 금실이 좋았고 게다가 태후의 가르침 덕에 조금의 거만함도 없어 허씨 가문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미우 공주는 병부상서 이덕회의 조카 이유에게 시집갔다. 이유는 한직에 있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공주를 도와 토지와 가게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상업에 능한 인물이었다.송석석은 주위를 둘러보며 란이를 찾고 있었지만, 란이는 보이지 않았다.란이는 군주였지만 출가 후에는 시댁에서 설을 보내야 했다. 그 남편이란 작자는 고리타분한 성격의 소유자로 란이가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송석석은 그 사람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그녀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태후의 목소리가 들렸다."영안군주의 얼굴을 본지도 꽤 된 것 같구나."그러자 회왕비가 웃으며 대답했다.“란이가 곧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한창 태교 중이옵니다.""정말인가? 너무 잘 되었다." 태후는 몹시 기뻐했다."나도 어의를 보내 맥을 짚어보라고 하려던 참이었다. 식을 올리고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길래
더 보기

제403화

잔치가 시작되기 전, 여인들은 한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황제 또한 숙부와 형제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민지 공주가 송석석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 "네가 사여묵과 혼인할 때 내가 병으로 앓고 있어서 축하 자리에 가지 못하였다. 예물은 보냈지만 이 자리에서 언니가 사과를 해야겠다."누군가를 종래로 업신여기지 않는 그녀였기에 스스로를 장녀라 부르며 사과하는 모습에 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 "어찌 언니께서 사과를 하십니까? 예물을 보내 주신 것만으로 제가 감사해야지요. 이제 몸은 다 나으셨는지요?""아직 기침은 남아 있고 고열로 며칠을 고생했었다. 너와 사여묵이 혼인할 때에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였다." 민지 공주가 기침을 하자 시녀가 급히 귤차를 대령했다. 그렇게 몇 모금 마시고 나서야 기침이 잦아들긴 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몸 조심하셔야 합니다." 송석석이 걱정스레 말했다."알겠네!" 민지 공주가 고개를 연신 끄떡였다."네가 마음 써 주니 기쁘구나."그때 혼인 잔치에 참석했던 미우 공주가 웃음을 터뜨리며 불쑥 끼어들었다."그날 사여묵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를겁니다. 신부가 혹시라도 놀랄까 신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지요. 그 모습에 석석이는 모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습니다."그러자 민지 공주는 눈을 흘기며 타박했다. "부마가 너에게 잘해 주지 않터냐? 네 눈썹을 그려 주느라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다는 소문이 이미 진성에 퍼졌단다."그러자 미우 공주가 얼굴이 붉어지며 발끈했다."언니!"송석석이 자랑스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차를 들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참으로 좋았기에 불편한 일들은 애써 무시하려 했다. 새해를 맞이하여 궁에서 조금이라도 근심 어린 표정을 보이는 것은 금기였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는 데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여인들은 란이의 남편 량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자부심 가득한 탐화랑이 첩을 둘이나 들였는데, 그중 한 명은 인화루의
더 보기

제404화

혜태비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회왕비를 향해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회왕비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내심 몹시 억울해하고 있었다. 말없이 송석석을 바라보는 그녀는 송석석이 그녀의 편을 들어주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송석석은 그저 냉랭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회왕비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조용히 분노를 품었다. 친이모임에도 불구하고 도와주지 않는다니 어머니께 미안하지도 않은가?모두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장공주가 돌아왔다. 각자가 예를 갖춘 후, 모두 다시 자리에 앉았다.송석석도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갈등도 없었던 것처럼 그녀에게 예를 표했다. 장공주는 그녀보다 더 능숙하게 감정을 감췄다. 그녀는 일부러 송석석에게 관심어린 따뜻한 눈빛까지 보냈다.태후가 영태비의 상태를 묻자, 장공주가 답했다. "건강은 조금 나아지셨으나, 오늘 밤은 함께 송년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상태가 더 나빠질까 염려하셨습니다.""그래, 내가 의사를 불러 더 신경 쓰도록 하겠다.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감사드리옵니다, 황후마마." 그때쯤 잔치가 시작될 시간이 되어 궁인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태후를 모시고 군화전으로 향했다.황제와 황후는 사람들 앞에서는 화목하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비록 모든 이들이 황제가 현재 가장 총애하는 이가 수민임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 밤만큼은 수민도 황제와 황후의 다정한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하여 황제의 시선이 북명왕 부부를 향한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과 반면 북명왕 부부는 너무나 다정했다.둘은 함께 앉아 있었는데 궁인이 음식을 가져올 때마다 북명왕이 왕비에게 음식을 덜어주고, 왕비가 싫어하는 음식은 다시 자신의 그릇에 담았다.그들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이 매우 복잡해 보였지만 황제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그 광겨을 바라보고 있는 수민은 황제가 한때 송석석을 후궁으로 들이려
더 보기

제405화

그의 아들은 군왕으로 봉해져 봉지에서 비교적 평온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혼자 진성에 돌와온 것은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자 함이 아닌 그도 자식들과 손주들이 곁에서 함께 지내기를 바랄 뿐이였다. 다만, 사람이 늙으면 낙엽이 지듯 고향을 찾게 되는 것이고, 동시에 황제께도 보여주려는 것이다.그가 진성에 머물고 있으니, 그의 자손들이 절대로 이심을 품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려 한 것이다.그는 자손들을 믿었다. 하지만 그가 이미 간파한 바와 같이 누군가는 야심을 품고 지방의 번왕이나 군왕들을 끌어들이려 했다.그래서 그가 그렇게 서두른 것이고, 그렇게 돌아오겠다고 한 것이었다.오늘 밤, 사여묵을 부른 것은 이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가 최선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술기운으로 경고했다고 해도 좋고 암시라 해도 상관은 없다.그는 마지막으로 사여묵의 어깨를 건드리며 말했다. "네 처자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조만간 데리고 와서 절을 올리거라."사여묵은 웃으며 대답했다."예,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그럼, 나는 이제 가겠다!"휘왕이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크게 웃었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누구의 부축임도 필요하지 않았은 듯했다. 그 모습은 절대 취한 걸음걸이가 아니었다.사여묵이 뒤돌아서자, 거기에는 서우의 손을 잡고 다가오는 송석석이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간 그는 늘 그랬듯이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춥지 않소?""춥지 않습니다. 술을 몇 잔 마셨더니 몸이 따뜻합니다."송석석이 술을 즐긴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술을 권할 때만 몇 잔 마셨을 뿐이었다.그러다 그녀가 다시 덧붙였다. "오히려 어머니께서 많이 드셔서 오늘 밤에는 궁에서 태후와 함께 밤을 보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한녕도 함께 머물기로 했어요.""그대로 두게." 사여묵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는 서우의 손을 잡았다. 셋은 그렇게 함께 오순도순 궁을 떠나 왕부로 돌아갔다.한편, 왕부는 오늘 밤도 북적였다.신만자와 몽동이라는 손님이
더 보기

제406화

시끌벅적하던 밤이 자정이 지나자 서서히 고요 속에 잠겼다. 모두들 피곤해져 각자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 서우는 오래전부터 이미 지쳐 있었지만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몽동이가 그런 그를 안고 방으로 갔다.사여묵도 송석석을 품에 안았다. 따뜻한 이불 속 온기가 그녀의 마음도 따스히 녹여주길 바랐다.송석석이 무언가 말을 할 줄 알았으나 그녀는 아무 말 없었다. 그녀는 그저 그의 품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사여묵은 그녀가 이미 잠들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다.송석석은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저 움직이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떤 것들은 꾹 참고 견뎌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아픔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하지만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제는 진심으로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었다.사여묵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그녀가 너무 걱정되었다.그녀는 행복하면 항상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슬플 때에는 그에게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항상 그렇게 슬픔을 숨기면서 그에게는 이성적이고 차분하며 미소를 유지한다.사여묵은 황제에게 조금은 미웠다. 그는 본래 남강에서 돌아오면 송석석과 천천히 감정을 쌓은 후 정식으로 청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황제의 한마디로 그들의 혼사는 불가피한 것이 되고 말았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에게 청혼할 마음이 있었음을 알게 되어서 적어도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송석석은 날이 밝아서야 잠이 들었고, 혜태비가 궁에서 돌아오지 않았기에 일찍부터 인사를 올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결국 뜬금없는 폭죽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한참 멍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그러자 보주가 들어와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었다. "장군께서는 이른 아침부터 정원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관리라고 하였습니다."“부인들도 왔느냐?” 송석석이 물었다. 왕부의 주모로서, 부인들이 오면 그녀도
더 보기

제407화

잠시 생각에 잠기던 송석석이 대답했다. “보통 여자들이 이런 생각을 했다면 이해할 수는 있어. 하지만 너희 시씨 가문은 다르잖아. 명색의 명문가에 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문이고 고모 때문에 혼삿길에 걸림돌이 생기긴 했지만 이미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가문인데 뭘 더 높게 오르려 하는 거야? 기준을 낮춰 남편이 권력을 가진 가문에서 살면 오히려 더 편안하지 않아?”“그래서 내가 어리석다고 하는 거야.” 시만자가 송석석에게 동주 귀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연왕이 시씨 가문을 노리고 있는 건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오늘 아침 일찍 이미 진성을 떠났고 너의 고모의 장례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어.”“사람들을 붙인 거야?” 송석석이 물었다.“맞아, 감시하고 있어.” 시만자가 송석석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좀 웃어봐. 요 며칠 동안 네가 웃는 걸 본 적이 없어. 만약 나에게도 자손들이 있다면 난 그들이 매일 웃기를 바랄 것이야.”송석석은 신만자의 손을 살짝 쳐냈다.“남편도 없으면서 무슨 자손을 바라긴 바래?”“세 발 달린 개구리는 찾기 어렵다지만 두 발 달린 남자는 쉽지 않겠어?” 시만자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편으론 무기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송석석은 시집을 잘 가긴 했지만, 왕실의 자질구레한 일들로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만자에게 어울릴만한 남자는 없었다. 새해 첫날은 초대하고 초대받으면서 그렇게 순조롭게 지나갔다. 그렇게 다가온 정월 대보름에는 더욱 많은 축제와 행사들이 있었고 사여묵은 조금 늦은 시간에 불꽃놀이를 보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다. 큰 우박에는 재해가 뒤따른다.사여묵은 대리시경이긴 했지만 동시에 경위 지휘사였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보내 송석석의 안전까지 살폈다.날씨는 너무 추워서 뼛속까지 에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뒤뜰에 있던 매화나무들은 우박에 쓰러졌다. 그것은 혜태비가 이식해 놓은
더 보기

제408화

이미 너무 지쳤던 노인순은 왕부에서 차린 따뜻한 차와 죽을 두 그릇이나 비운 후, 한 그릇 더 줄 수 없는지 물었다. 그 말에 송석석은 만 냥의 은표와 따뜻한 죽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전강후부 노부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개를 들어 송석석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손과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틀 동안 돈을 모았지만 겨우 칠백 냥이었다.노인순이 감동에 겨워 말을 잃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혜태비가 말했다. “여봐라, 은표를 담을 상자를 가져오거라. 그리고 이 부인께 그 중 2만 냥을 드리거라.”며느리가 하는 일이니 그녀가 당연히 지지하는 것이다. 게다가 기부금이 두 배였기에 노인순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물을 흘릴 뻔했다.“흥분하지 마시고 앉으세요.” 송석석은 노부인이 흥분한 나머지 혈압이 높아질까 걱정되었다. 그러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노인선의 손주 며느리들도 감정이 북받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그중 한 명이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실 오늘 장군부에 갔었습니다. 본래 기부를 요구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들도 연이어 결혼식을 올리느라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지요. 단지 할머니께서 그 당시에 너무 지치고 목이 말라서 죽 한 그릇을 요청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이 부인이 나와 나이도 많으신데 거지꼴로 구걸하신다며 모욕적인 말들을 늘어놓았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한 푼이라도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모은 돈 대부분을 기부했는데 말이지요.”“그 입 당장 다물지 못할까!” 노인순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외출을 자주 하지 않았던 그녀지만 장군부와 북명왕비의 옛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할머니의 호통에 당황한 그녀는 곧바로 사과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절대 의도한 건 아닙니다. 단지 태비와 왕비께서 두말없이 이렇게 많은 은표를 기부해 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
더 보기

제409화

그러고 보니 장군부의 상황을 들여다 본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저 전북망의 두 부인이 노부인을 잘 모시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혜태비가 입을 열었다. “다른 이와 서로 맞지 않으면 그것이 누구든 말부터 험해지고 악독한 단어만 골라 가며 비난하더구나.”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혜태비는 다소 움츠러진 모습으로 말하고 있었다.그 모습에 신만자가 웃으며 물었다. “그 속에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그러자 혜태비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전에 덕귀태비와 다툰 적이 있는데 철저하게 패배당하고는 친히 들러 위로해 주시는 황제 앞에서 내가 입을 험하게 놀렸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는데 다행히 언니가 와서 상황을 모면하게 되었다. 아니면 아마 냉궁에서 거미줄을 치고 있었을 거다.”송석석과 신만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가끔 장소 불문하고 멋대로 말을 할때가 많았다.그녀를 매우 아꼈던 태후도 이제 시어머니가 된 그녀에게 적당한 비판을 하게 되었다. 명절 기간 동안 궁에 머물렀던 것은 아마 시어머니로서의 도리를 배웠던 것 같다. 궁에서 돌아온 그녀는 송석석에게 전보다 훨씬 잘 대해주었다.며칠 후, 이방이 전강후부 노부인을 ‘거지’라고 욕했던 일이 퍼져 진성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그것은 재해로 피해가 어마어마했던 진성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그 중 많은 재난민들이 노인순이 보내준 솜옷과 식량을 받았기 때문이다.게다가 노부인은 수십 년을 하루와같이 선행을 해왔고, 선제마저도 그들에게 ‘천사 가문’이라는 표창을 내렸다.만약 평범한 자가 그녀를 모욕했다면 이토록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나 하필 평판이 안 좋은 장군부 이방의 짓이여서 백성들이 더욱 분노한 것이었다.그들은 썩은 채소와 오물을 장군부 대문에 마구 던졌고, 심지어 한밤중에는 악취가 담겨있는 물을 뿌리기도 했다. 심지어 한 통이 아니었다. 그 일 때문에 장군부가 있는 골목의 집들이 모두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장군부는 골목의 앞쪽에 위치해 있었고
더 보기

제410화

하지만 몇몇 이는 송석석이 북명왕비이고 본래 국공부의 적녀이라 재산이 많았기에 그 정도는 응당해야 하지 않냐는 반응들도 있었다.반면에 장군부는 가난한 데다 노부인이 오랜 병으로 앓고 있기 때문에 기부하지 않아도 이해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즉시 반박되었다.“궁핍하다는 말을 단단히 잘못 이해한 것 같군. 듣자 하니 전북망이 이방을 맞이할 때 결혼예단금은 만 단위였다고 하더군. 게다가 왕부인이 혼수로 얼마나 많은 돈을 들고 왔는지 보지 못했단 말인가?”“그 궁핍 속에서도 그자들의 양식 창고에서 자네들의 1년 양식이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닌다네!”“그 정도로 쪼들린다면 기부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왜 노부인을 ‘거지’라 욕하느냔 말이다! 올해 아흔이 넘는 년세로 추운 날씨에도 걸어 다니며 기부금 모으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모두 재해 지역의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비난을 받아야 하냔 말이다!”“북명왕부가 충족한 건 맞다. 그럼, 자네는 한 푼도 없는가? 적어도 십 냥은 있지 않나? 그중에서 1, 2냥이라도 기부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나? 자네들도 내키지 않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그래서 그들이 그릇이 크다고 하는 것이고 넓은 포용력을 지닌 자들이라 하는 것이라네! 진성의 귀족 가문에 돈이 없겠는가? 왜 하필 그들만 삼만 냥을 기부하였겠는가?”백성들이 다투는 소리가 너무 커 왕부에까지 다 전해질 정도였다. 송석석은 사람을 보내 기부 명단을 살펴보게 하니 북명왕부가 확실히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것이었다.북명왕부가 주목받으려고 일부러 노린 것 같은 느낌에 송석석은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전강후부 노부인은 분명 기부 명시서를 관청에 올린다고 하였지, 공표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말이다.그녀가 전에 기부를 했을 대에도 공표한 적은 없었기에 이번에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공표한 것인지 의문이 갔다. 그녀는 단순히 재해 지역 백성을 돕기 위한 순수한 마음에 기부한 것
더 보기
이전
1
...
3940414243
...
5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