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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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사여묵과 장대성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뒤로 마차들이 천천히 따라왔다. 한편, 혜 태비가 송석석의 손을 덥석 잡으며 기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다시 은을 돌려 받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장공주에 대해 잘 알고 있지, 관대한 모습 뒤로 단호하기 짝이 없어.”송석석이 손을 집어넣었다.“잘 알고 계시니, 다음부터 조심하시면 됩니다.”“그러마.”하지만 몰려드는 걱정에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이번 일로 사이가 틀어지면 다른 부인들 앞에서 우리의 욕을 하겠지. 그럼 우리의 명성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그게 큰 문제입니까?”“넌 오래전부터 명성이 좋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지. 하지만 나는 막 궁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어떻게든 명성은 지켜내야 해.”송석석은 그녀를 살짝 노려 보았다.‘자기 자신 밖에 모르다니’혜 태비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사실에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아, 나는 그 뜻이 아니야. 한녕이 선을 보는 중이라 다른 집안들과 만남이 잦아. 자칫해서 한녕의 명성까지 더럽히면 어찌하나 싶어 한 말이네.”송석석이 답했다.“한녕 공주는 폐하와 태후가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북명황실이 그분의 배경입니다. 그 누구라도 한녕 공주의 명성을 감히 건드릴 수 없습니다.”그녀는 태후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당시의 태후는 제씨 집안의 여섯 번째 아들을 마음에 들어 했다.그리고 그를 조사하면서 한녕 공주의 의견을 물어보면 되지 않은가.마찬가지로 제씨 집안의 여섯 번째 아들의 의견도 들어 볼 것이다.송석석은 실패한 혼인 경험 때문에 부모 말고 본인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 상했느냐?”한참을 침묵하던 송석석에게 혜태비가 물었다.“아니요.”송석석은 생각을 가다 듬었다.“다른 일을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혜태비는 관대한 태도로 말했다.“내가 말했지 않느냐, 전부 다 돌려받게 된다면 반은 꼭 주겠다고 말이야.”송석석이 실성한 미소를 지었다.“어머님이 다 가져가서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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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많은 생각과 추운 온도 탓에 온몸이 굳어 관절이 아파왔다.부로 돌아오고 나서 송석석이 혜태비를 챙겼다.이어서 하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생강차 좀 끓여 오게나, 자네들도 생강차 마시고 몸 좀 축이게.”송석석은 자신도 공주부에서 추위에 떨었지만 타인부터 챙겼다.이어서 혜태비는 자신의 행동에 창피함이 몰려왔다.사실 송석석은 혜태비가 아니라 사여묵이 걱정 되었던 것이다.곧이어 주방에서 생강차가 올라왔다.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생강차를 마시고 있었다.한편, 송석석은 고개를 돌려 사여묵을 바라보았다.그가 생강차를 두 잔 마시고 나서야 혜태비에게 시선을 옮겼다.“어머님께서 먼저 드시지요. 돌아가서 따뜻한 국물 음식을 가져달라 하겠습니다.”그들은 오늘 밤에 목적지로 출발했다. 게다가 공주부는 물 한 모금 조차 대접하지 않았다.하물며 먹을 음식이 있었으랴.“그래.”대답하는 혜태비의 코가 꽉 막혔다.그녀는 감동에 벅차올랐다.“다 마시겠네.”“네, 알겠습니다. 저는 먼저 목욕부터 하겠습니다. 다 마시고 나면 뜨거운 물로 몸을 더 녹이시는 게 좋겠습니다.”송석석은 상대방의 대답은 듣지 않았다.곧이어 뚱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여묵을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사여묵은 화가 잔뜩 났다.그의 모친이 한 짓에 경악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후궁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가의 군주에게 은을 주고, 때로는 은을 가져가는 행동은 신중하지 못했다. 게다가 혼인 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송석석이 모친을 도와 두 번이나 나섰다. 그가 밤에 공주부 밖에서 대기를 한 이유는 송석석 때문이었다.그녀의 실력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자신의 모친을 위해 힘든 일을 맡아 하는 그녀가 안쓰러워서였다. 게다가 그는 송석석이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 사건에 함부로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분명 장공주와 쌓인 원한을 스스로 풀고 싶어 했을 것이다.한편, 두 사람은 매화원으로 향했다. 사여묵이 송석석의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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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결국 두 사람은 같이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목욕은 끝내도 서로를 향한 사랑은 끝이 없었다. 다행히도 둘 다 무술인이라서 1-2시간만 숙면해도 문제가 없었다.그 다음 날 아침.여인 두 명이 노 집사의 지시로 방 안으로 들어가 사여묵의 시중을 들었다. 두 사람은 원래 자수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왕야의 시중을 들 사람이 없어 잠시 데려온 것이다. 노 집사가 사내 하인들이 왕야의 옷을 갈아입히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서다. 왕비의 하녀인 서주와 동주는 송서우를 챙겼고, 보주와 설주 그리고 명주는 왕비의 곁에서 그녀의 시중을 들었다. 양 마마는 매화원 전체를 신경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시중을 들게 하는 것도 부적절했다. 그리고 젊은 여인을 데려와 다른 일이 생기는 것 보다 궁녀 영씨와 옥씨에게 맡기는 쪽이 마음이 편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마흔이 넘었다. 그리하여 일도, 관계도 모두 안정감이 있었다.심지어 왕야가 황실에 배정받을 때 태후가 보내온 사람들이었다. 예전에는 태후 마마의 시중을 든 궁녀들이라 그런지 더욱 마음이 놓였다.곧 연말이라 대리사도 문을 닫는지라 사여묵은 오늘 대리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모든 일은 내년 정월 초팔일 부터 처리가 가능했다.한편, 송석석은 국공부로 돌아가야 했다.그리하여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아침 식사를 했다.식사를 한 후 송석석은 송서우를 국공부로 데려가기 위해 사람을 불러 아이를 데려오게 했다. 그렇게 외출 준비를 끝내고 나가려고 문을 열자 문 앞에 시만자와 몽둥이가 서있었다.시만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어제 저녁에 다들 진성을 나가셨어, 바빠서 말도 못하고 가셨데.”송석석은 그녀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아, 또 이렇게 되는구나. 역시 사부의 말은 믿을 수가 없어. 떠날 때도 말해주겠다고 약조했건만.”시만자가 답했다.“사부는 네가 울까 봐 그러신 거야. 날이 더워지면 너랑 같이 매산으로 갈 생각이야.”“그때까지 계속 있을 생각이야?”송석석이 그녀를 바라 보았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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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염구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왕비가 계시니 그대에게 소홀히 하지 않아. 그저 일만 잘 처리 하면 된다네. 이제부터 부병의 관리와 훈련 모두 자네에게 맡기겠어. 그만큼 고생을 했으면 당연히 상이 있을 거야.”하지만 몽동이는 애매한 대답은 듣고 싶지 않았다.그는 다시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래서 얼마를 주신다는 말씀입니까?”염구진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몽동이는 당장이라도 방망이를 들어 염구진의 머리를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거야?’그러자 사여묵이 끼어들었다.“하겠느냐?”“네, 합니다!”몽동이는 바로 대답했다.이미 하겠다고 약조를 했고, 얼마 인지는 송석석을 찾아가 물어보면 그만이었다.은을 벌지 못하고 돌아가면 신명 나게 맞아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염구진이 말했다. “그래. 병사 모집에는 자네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자네는 그저 병사들에게 무술만 알려주면 되네.”“예, 하지만 황실에 다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 집사가 답했다.“이건 자네가 상관 쓰지 않아도 된다네. 황실 뒤에는 다른 공간이 있어. 은을 다시 돌려받게 되면 관리자를 부를 걸 세. 그러면 새로 지을 수 있어.”“그 기간에 제 임금은 있는 것이겠지요?”몽동이가 물었다.염구진은 돈밖에 모르는 그의 질문에 마음이 답답했다.“물론이지.”염구진은 줄 때는 확실히 주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왕비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동시에 군중에서 잠시나마 백호를 맡은 무장이기 때문에 돈은 확실하게 주어야 했다. 몽동이는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예, 알겠습니다.”한편, 밖에는 눈이 내렸다.대리사는 문을 닫았지만 현갑군의 지휘관인 사여묵은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그는 관청 호위와 연말 순찰에 관해 회의를 하러 간다고 송석석에게 알렸다.“네, 그렇게 하시지요. 저는 만자와 몽동이와 함께 청목암에 들릴 생각입니다. 제 이모님이 거기에 있습니다.”“청목암이라면 나랑 같이 가시는 게 어떻겠소?”“저들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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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송석석이 답했다.“병에 걸리셔서 청목암으로 옮기신 겁니다. 첫째는 깨끗한 환경에서 몸을 간호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청목암의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 위함입니다.”한녕 공주는 이해가 돠지 않았다.“병에 걸리셨으면 더욱 연황실에 있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적어도 무슨 일이 생기면 하인들이 곧바로 알 수 있지 않습니까.”한녕 공주도 아는 도리를 연왕이 모를 리가 있으랴. 연왕이 다스리는 지역은 연주였다.하지만 송석석은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청목암과 진성이 연주에서 많이 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병 치료를 위함이라면 진성으로 보내는 게 더 좋지, 적어도 진성에는 태의나 단신의가 보살필 수 있는데.’단신의가 국춘과 청작을 보내 왕비를 보살피지만 주위에 친한 지인도 없어 외로움이 극에 달할 것이다.송석석이 답했다.“그럼 저는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님께 서우를 부탁드리겠습니다.”“그래, 나한테 맡기거라.”혜 태비는 송석석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발 벗고 나섰다. 그 모습에 한녕 공주가 깜짝 놀랐다.그녀는 그저 먹을 것만 생각하고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다. 하여 자신의 새언니가 자리를 뜨자마자 서둘러 물었다.“어머니께서는 새언니를 싫어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하셨습니까?”혜 태비가 한숨을 내쉬었다.“가여운 사람이야, 집안사람은 겨우 서우 하나밖에 안 남았어. 내가 시어머니이니 며느리를 딸처럼 대해야 하지 않겠느냐?”한녕 공주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궁에 있을 때는 그렇게 말씀하신 적 없으셨잖아요. 제가 말렸어도 항상 들은 척도 안 하셨던 것 아닙니까.”“내가 언제 안 들었다고 그러느냐? 그저 행동이 조금 느린 것뿐이야.”한녕 공주는 모친의 행동에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송석석한테 잘 해주면 그만이었다. 한편, 송석석은 외출했다.몽동이에게 말을 맡기고, 그녀와 시만자는 마차 안으로 들어섰다. 그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하인들도 데려가지 않았다. 시만자는 그제야 운익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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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송석석은 그때의 일을 다시 한번 더 떠올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병이 갑자기 악화된 게 나 때문일 까봐 두려워.”시만자는 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하지만 송석석이 알아챘다면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사실 연왕비께서는 모르고 계셨는데 측비 김씨가 일부러 알렸어. 연왕비께서 그걸 듣고 나서 바로 피를 토하셨고. 그 후로 병증이 더 악화됐어. 이 일은 운익각에서 들은 게 아니라 홍작이 이야기해 줬어. 너한테 말을 해줄지 말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하더라.”“그럴 줄 알았어.”송석석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내 혼사는 이모님이 중매를 서 주셨어. 비록 이모님이 추천한 사람이지만 내 모친도 알아 보긴 했었어. 그 당시, 장군부는 별다른 사건이 없었어. 게다가 민씨가 무능하고 연약했거든. 내가 그 집에 들어 가고 나서도 큰 형님한테 받는 압박은 없었어. 큰 집안과 작은 집안 사이도 그저 겉으로 화목할 뿐이었지.”“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청목암에서 연왕비를 만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아.”시만자는 위로에 탁월하지 않았다.어떤 일이든 해결하려면 당사자가 나타나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연왕비는 본처이지만 김씨는 결국 첩이었다. 본처가 힘이 없다고 해도 본처는 결국 본처이기 마련이었다.첩이 자식을 낳았다고 할지라도 첩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그래.”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왕야와 혼인했다는 사실을 아시면 좀 나아지실지도 몰라.”“그래.”시만자는 등에 방석을 받쳤다. 그녀의 외투의 목덜미 부분에는 하얀 여우의 털이 달려있었다. 그 덕에 외모를 한껏 더 올려 주었다. 송석석은 그녀를 보고는 다시 물었다.“내가 또 모르는 게 있어?”“아니, 내 일 때문에 그래.”시만자가 미간을 찌푸렸다.“아무 일도 아니야.”“집안 일이야?”“우리 고모가 인사하러 온대. 게다가 그 선비까지 데리고 말이야.”시만자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사실 예전에는 고모를 엄청 싫어했어. 우리 시씨 가문의 명성을 떨어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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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시만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그녀는 송석석의 어깨에 기대어 울먹거렸다.“그 선비가 고모를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실망하면서 평생동안 후회하면서 살기 바랬어.”송석석은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진심이 아니잖아.”“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 있어. 난 착하지 못해. 너만 모르는 거야.”“나 말고, 우리 가문 사람들은 두 사람을 보려고도 하지 않아. 오래된 하인도 두 사람만 보면 욕하기 바쁘고.”“왜 돌아오신 거야?”“할머니가 아프셔. 문안 오면서 가족도 보러오신 거지. 근처에 집을 빌려 살면서격일마다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계셔. 계속 버티다 보면 할머니가 봐주실 줄 아셨던 거지. 하지만 우리 조부모님은 기쁘게 고모를 맞이하지 않으셔. 오히려 집안에 한 발자국도 들이지 못하게 하시지. 그렇지 않으면 집안이 또 시끄러워 질지도 모르거든.”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시만자의 고모 한 명 때문에 시씨 가문의 모든 여인들이 혼사에 애를 쓰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를 미워하는 이유도 충분했다. 설령 시만자의 할머니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송석석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이어서 위로를 해주려 하자 시만자가 등을 곧게 세웠다.“괜찮아. 너희 이모 얘기를 하다 보니 우리 고모가 잠시 떠오른 것뿐이야. 너희 이모는 왕실 집안에 시집가서 연왕비가 되셨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모보다 못한 날을 보내고 있다는 게 안타까워. 그리고 너랑 전북망도 결국 그런 결말을 맞이했잖아.”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모두 각자의 인연이라는 게 있겠지.”그녀는 청목암에서 연왕비를 보고 나서야 시만자의 마음을 이해했다.2-3년이 지나서 만난 연왕비는 삐적 마른 나무처럼 살이 빠져 있었다.온몸은 힘없이 푹 늘어져있었고 볼살은 푹 들어가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두껍게 덮고 있었다. 아무리 방 안에 온돌을 펴 두어도 몸을 덜덜 떨었다.연왕비는 송석석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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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송석석의 혼사 때문에 시만자가 집으로 돌아갔다.돌아가서 적염 동료들에게 그녀를 꾸며 줄 것을 부탁했다.한 달 전 일이다.하지만 연왕이 직접 청혼하러 왔다는 가정을 하고, 연주에서 강남의 시 가 집안까지 거리를 계산했다. 곧이어 시 가 집안을 떠나 적염문으로 갔을 때로 짐작했다. 게다가 집안 사람들은 송석석에게 화장을 해주기 바빴고,시만자는 적염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성으로 나가야 했다. 경성에서 만난 집안사람들은 모두 모르는 눈치였다.시만자가 벌떡 일어났다.“연왕께서 나이가 얼만데 그런 짓을 하고 다니시는 겁니까?그리고 이혼장은 또 언제 보내셨습니까?어쩌면 먼저 청혼하고 이혼장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더러운 자식, 죽여 버리고 싶습니다.”반복되는 ‘연왕’이라는 말에 연왕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곧이어 힘없는 눈빛에 점점 생기가 돌더니, 송석석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녀는 송석석을 알아보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심장 찢길 것처럼 소리를 내며 울었다. 곧이어 기침을 하고는 이불에 피를 잔뜩 쏟았다.옆에 있던 송석석은 깜짝 놀랐다.서둘러 연왕비의 등을 살짝 두드려 주었다.그녀가 아무리 피를 닦아도 연왕비는 계속 피를 토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는 거의 기절한 채로 쓰러졌다.한편, 청작과 국춘은 당황한 기색이 없다.그리고 익숙하게 연왕비를 눕히고 침을 놓았다.약제를 갈아서 억지로 먹였다.하녀들은 바닥을 닦거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송석석은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두 손에는 모두 피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하녀가 손 새척에 필요한 물을 가져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시만자는 송석석을 두드렸다.“가서 손부터 씻어. 일단 침은 놓고 상황 보자.”송석석은 그제야 두 손을 물에 담갔다.몸은 울분에 이기지 못해 벌벌 떨렸다.연왕비가 아픈 건 알고 있었지만 심각한 상태 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서서히 서늘함과 두려움이 그녀를 감쌌다.이 느낌은 다름 아닌 가족을 잃는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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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연왕비가 다시 흥분할까 봐 걱정이 되었던 청작이 그녀에게 침을 두었다.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도 같이 먹였다.시만자는 이혼장을 훑고는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청목암의 하인들이 다과를 대접했다, 곧이어 청작이 사람을 시켜 그들을 측원으로 안내했다.청작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청목암의 주지는 착한 사람이다.연왕비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동정하기 때문이다.방해도 받지 않고, 먹는 것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살생과 육식을 금하고 있다. “고기 국물도 한 입도 못 마시는 게 말이 됩니까?”송석석이 걱정하며 말했다.“드려도 드시지 않아요.”청작이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값싼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밖에는 두꺼운 면 외투를 입었다.“황실에서도 잘 드시지 않으셨습니다.고기 냄새만 맡으면 손사래를 치셨어요,채식을 하신 지 오래되셨습니다.”그녀가 말한 것과 시만자가 말한 것은 다름이 없었다. 연왕비 슬하에는 아들 한 명, 딸 두 명이 있다.마음으로 낳은 아들은 은혜를 베푸는 중이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하지만 직접 낳은 딸들의 행실은 불효가 확실하다. 연왕비가 왕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자신의 모친을 버리고 측비 김 씨를 따랐다. 김 씨는 그들에게 화려한 의복,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며,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다주었다.혼사도 그러하다.두 사람은 모두 현주로 봉해졌지만 군주로는 아니다.게다가 연주에서 김 씨 집안은 그들의 모친의 집안보다 한 수 위다.연왕비는 한평생 ‘선’을 쫓은 사람이다.하지만 타인의 눈에는 그저 연약한 사람일지 모른다.심지어 자신의 딸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춘이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옥영 현주는 왕비를 무시하는 게 대다수입니다,심지어 황실에서도 몇 번 온 적 없지요.반대로 옥청 현주는 가끔 와서 왕비를 돌보러 옵니다, 하지만 왕비의 약이 자신의 옷을 더럽히면 화를 참지 못하십니다.”“게다가 원래 왕비를 모셨던 시녀와 하녀들은 모두 측비 김 씨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지금 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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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송석석이 고개를 들어 청작에게 물었다. “다른 진료 방법은 없는지요, 당신의 사부는요?”청작이 답했다.“당연히 오셨지요. 그저 아씨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입니다.사부께서는 왕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만약 약이 끊기면 하루 이틀도 버거울 수 있다고도 하셨고요.”송석석이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약이 끊겨서는 절대 안됩니다.”청작은 안타까운 듯 대답했다.“약을 먹어도 연말을 넘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15일이 고비입니다.”송석석은 눈물을 흘러내렸다.그녀는 연왕비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단 신의와 홍작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약과 침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진통을 낮출 뿐입니다.”청작이 그녀를 위로하듯 말했다.청작이 떠나보냈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연왕비에게는 각별한 안타까움을 표했다.얼마나 재수가 없으면 남편도 모자라 자신의 두 딸에게 버림을 받았을까.처갓집도 힘이 없고, 먼 곳에서 지내는 바람에 왕비를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면 마땅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평생 ‘선’을 쫓던 사람에게 어찌 이러한 결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만자야, 너는 내일 경성으로 돌아가거라.난 여기서 이모를 지킬 거야.”송석석이 눈물을 닦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이모를 쓸쓸히 두고 싶게 하지 않아.”하지만 시만자는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다.“나도 여기서 있을 게. 하지만 몽동이는 저 나무집에서 지내게 해. 남자 손님을 위한 방이기도 해.”“하지만 이제 곧 설이야.외롭고, 조용해서 힘들 수도 있어.”“힘든 건 전쟁터에서 다 겪었어.”송석석은 손수건을 쥐면서 그녀의 말에 잠시 멍을 때렸다.‘연왕이 시만자와 혼인하려는 이유가 그녀가 전쟁에 참여 해서가 아닐까.’하지만 금방 생각을 가다 듬었다.만약 병권을 가진 왕이 그러한 생각을 가진 다면 이해가 가능하지만, 연왕의 부대는 병사가 고작 500명 밖에 없다.게다가 황제도 그를 감시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어찌 반역을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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