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565 챕터

제371화

회계사는 장부를 계산해서 송석석에게 넘겼다. 송석석은 장부를 받아 한 번 쓱 보더니 혜태비에게 건네며 말했다. “어머님, 액수가 맞는지 한 번 봐주십시오.” 혜태비는 각오를 하고 기세등등하게 장부를 받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부를 본 혜태비는 그만 놀라서 물었다. “몇 년 동안 나에게서 나간 돈이 이렇게나 많단 말이냐?!” 투자금까지 포함해서 몇 년 동안 혜태비에게서 나간 돈만 해도 13만 6천 냥이 넘었다. 혜태비가 직접 자신에게서 나간 돈을 적어 두긴 했지만 적을 때는 얼마인지 몰랐는데 이렇게 많이 나갔을 줄은 몰랐다. 13만 6천 냥, 송석석이 그녀를 데리고 가서 직접 보고 사람을 데려와 심문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손해를 보고 있다 여기고 계속 덕 귀태비와 체면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13만 6천 냥은 원금일 뿐이라 올해를 포함한 총 이윤은 18만 6530냥이었다. 그리고 혜태비의 점유율에 따르면 그 이윤에서 13만 571냥을 분배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윤까지 포함한다면 그녀는 가의 군주에게서 26만 6571냥을 받아야 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던 혜태비가 이내 기가 꺾인 소리로 말했다. “이 많은 돈을 대체 어떻게 받는단 말인가? 되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군.” 그러자 송석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님, 어머님의 말씀은 자신의 담력을 깎아내리고 장공주의 경제능력을 얕잡아보는 것입니다.” 혜태비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며느리의 싸늘한 눈빛을 보고 생각했다. ‘저번에 동주도 순조롭게 되찾아주었으니 낙담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그러자 노 집사가 물었다. “태비마마, 왕비님, 제가 시위를 배치해서 두 분과 함께 가도록 준비해두겠습니다.” 그러자 혜태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사람을 많이 데리고 가서 그들에게 겁을 주도록 하라.” “시위를 데리고 갈 필요 없습니다.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계산하러 가는 것 아닙니까?” 송석석이 거절하였지만 혜태비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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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장공주는 싫증이 나서 말했다. “먼저 들여보내고 별청에서 잠시 기다리도록 하거라. 내가 식사 후 만나러 갈 테니 정청에 모실 필요는 없다.” 장공주의 말을 들은 집사는 직접 나가서 인사를 했는데 그들이 뭔가를 들고 온 것을 보고 선물 같지는 않아서 물었다. “혹시 태비마마께서 가져온 건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혜태비가 장부라고 말하려고 하자 바로 그때 송석석이 먼저 말했다. “오래된 원고를 가져왔으니 장공주께서 한 번 봐주셨으면 합니다.” 송석석의 말을 들은 집사의 눈에서 빛이 났다. ‘원고? 설마 심청화 선생의 원고 말인가?’ 집사는 즉시 좋은 차와 다과를 대접하고는 장공주와 가의 군주에게 보고하러 갔다. “원고? 심청화의 원고 말이냐?” 장공주가 느릿느릿 물었다. 그러자 집사가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그건 잘 모르겠사옵니다. 태비께서 먼저 말씀하시지 않아 물어보지 못하였사옵니다.” 가의 군주는 나중에야 동주와 3천 냥에 대한 일을 알고 크게 노했었는데 오늘 송석석이 원고를 들고 방문한 것을 보자 그녀는 냉소하며 말했다. “혜태비가 동주를 되돌려 받아 어머니의 미움을 샀다는 걸 알고 송석석과 함께 원고를 들고 사죄하러 왔나 봅니다.” 장공주는 가의 군주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너 그 머리로는 3년도 지나지 않아 시댁에서 쫓겨날 것 같구나.”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소리에 가의 군주는 안색이 변하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제가 언젠가는 그 노인네를 독살할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그러자 장공주가 냉담하게 말했다. “그 입 다물거라. 네 시어머니가 만만한 상대 같으냐? 그런 말은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을 때 다시 해. 일 벌여서 나보고 뒤치다꺼리하라고 하지 말고 잠자코 있거라.” 가의 군주는 답답해서 화를 냈다. “그 노인네 얘기를 꺼내서 뭐 합니까? 그나저나, 어머니께서는 혜태비와 송석석 그 천한 년이 왜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장공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시녀가 건넨 양칫물을 받아 양치를 한 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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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장공주는 대답하고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야 기억이 나는! 예전부터 장사가 좋지 않다고 했던 그 금루 말인 게냐?” 그러자 가의 군주는 하소연을 했다. “맞습니다. 개업을 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이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적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연말에 헐값에 내놓아 겨우 가게 임대료와 품삯을 지불했습니다. 저를 믿고 금루를 맡겨주셨는데 이윤을 드리기는커녕 계속 손해만 보고 있으니 혜태비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옵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요즘 각 업계에서 모두 장사가 잘 되지 않으니 언니도 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이해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도 이해하시죠?” 송석석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혜태비를 바라보았는데, 혜태비는 송석석이 왜 자신을 보는지 알 수 없었다. ‘들어오기 전엔 함부로 말을 꺼내지 말라더니 왜 또 나한테 묻는 것이야?’ 하지만 송석석의 차가운 눈빛에 혜태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도 이해는 한다.” 그러자 송석석이 계속 말했다. “그렇죠? 그러니 언니의 장사가 잘 안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가의 군주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장사가 어디 쉬운 일이냐?” 이때 송석석이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제가 이 계약서를 봤는데 어머님께서 금루 70%나 차지하고 있으시더군요. 그리고 초기 자금 외에도 매년 금루에 적지 않은 은자를 투자한 기록도 남아있고요. 언니도 당연히 30%의 자금을 투자하셨겠죠?” 가의 군주는 송석석의 말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는 말 할 수 없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혜태비에게 투자금을 받을 때 나도 30% 투자했어.” “예. 어머님께서 70%의 비중을 차지하시니 70%의 자금을 지출하고, 언니는 30%의 비중을 차지하니 30%의 자금을 내는 건 지극히 정확하고 합리적인 계산인 것 같습니다.”가의 군주는 송석석을 노려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송석석 저 년, 대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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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송석석의 말에 장공주 모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들은 현재의 대리사경이 사여묵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장공주는 잠시 몇 상자의 장부를 찾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조천민이 모든 사람을 속인 것이니 너만 장부를 확인할 것이 아니라 가의도 회계사를 찾아 장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장부를 여기에 두고 일단 돌아가거라. 우리가 확인해 보고 다시 북명왕부로 가서 대조하겠네. 만약 증거가 확실하다면 범인을 관청으로 보내서 조사를 하든, 어떻게 하든 다 그쪽에서 결정하게.” 그러자 송석석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웃으며 말했다. “고모님, 제가 워낙 성격이 급해서요. 장부가 여기에 있으니 당장 회계사를 여러 명 찾아 이 자리에서 확인해 보시죠. 사람이 부족하면 제가 평양후부로 사람을 보내 평양후부의 회계사도 모시고 와서 오늘밤 함께 조사를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내일이면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만.” 그의 말을 들은 가의 군주는 벌떡 일어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소리쳤다. “평양후부는 절대로 안 된다!” ‘안 그래도 시어머니와 부군이 날 못마땅해하는데 만약 그들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날 정말 안 좋게 생각할지도 몰라...’ 가의 군주는 더 이상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기 싫었다. 장공주는 칼 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왜? 고모님이라 딱딱 부르면서 날 못 믿는 게냐?” 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리가요? 고모님을 믿었기에 제가 직접 장부를 가져와서 함께 확인해 보자고 한 거 아니겠습니까? 고모님을 믿지 않았다면 이 장부와 조천민은 이미 관청으로 들어갔겠지요.” 장공주는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몇 년간의 장부를 하루아침에 확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자 송석석이 어이없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고모님의 가게도 적지 않으니 장공주부에 회계사가 한 명뿐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점포의 회계사도 있고, 정 방법이 없다면 저희 국공부와 북명왕부의 회계사도 함께 데려오겠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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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눈 깜짝할 사이에 10여 명이 몰려들어와 장공주의 명령을 받들어 장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혜태비가 다급히 소리쳤다. “장공주님,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 정정당당하게 장부를 확인하면 될 것인데 왜 계속 감추려고 하시는 겁니까?” 장공주는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더니 무심코 혜태비를 흘겨보며 물었다. “내가 당신들이 수작을 부리지 않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럼 같이 확인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장공주는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들은 이미 확인을 마쳤으니 이젠 우리 차례 아닙니까?” 이때 가의 군주가 소리쳤다. “얼른 장부를 창고로 옮기지 않고 뭘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게냐?” 송석석은 한 손으로 채찍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한 시위에게로 던지자 시위는 그만 이마를 맞고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송석석은 앞으로 다가가 채찍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열몇 명의 시위를 향해 내려치자 시위들 모두 채찍에 공격을 당했다. “감히 장부를 옮길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거라!” 송석석은 상자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시위들을 노려보았다. “송석석. 겁도 없이 감히 장공주부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장공주는 그만 화가 나서 소리쳤다. “고모님, 과찬이십니다. 제가 간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장공주부에서 시위를 공격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때 가의 군주가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쳤다. “여봐라. 다 어디로 간 거냐? 여인 한 명도 상대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혜태비는 놀라서 일어나 송석석의 뒤로 숨었다. 송석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큰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장공주부 부근에 모두 권세가의 저택이 있으니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고모님이 조카며느리를 괴롭힌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질 겁니다.”가의 군주는 점점 협박하기 시작했다.“송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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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송석석의 웃는 얼굴을 보자 장공주는 마음속으로 혐오감이 치솟았다. ‘지 어미 닮아서 천박하긴!’ 송석석은 웃는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는 정정당당하게 장부를 확인하러 온 것인데 고모님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 안에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 어머님, 평양후부로 가서 장부를 확인한 후 잔치를 열어 사람들과 이 일을 토론해 봅시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문제가 있긴, 지금까지 혜태비에게 장부를 다 보여주지 않았느냐?” 가의 군주가 반박했다. “그래요? 거 참 이상하군요. 언니가 궁으로 보낸 장부는 제가 금루에서 찾은 장부와 완전히 다르던데…” 송석석은 가의를 보며 갑자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가 보낸 장부는 적자인데 금루의 장부에는 이윤이 있다고 나오니,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대체 뭡니까?” 가의는 당황해 은근히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게야? 여긴 공주부야, 국공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송석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공주부면 어떻습니까? 여기는 도리를 따지는 곳이 아닙니까? 그럼 더 이상 말 할 필요도 없겠네요. 어머님, 이만 갑시다.” 그러자 장공주가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부를 확인하면 될 것 아니냐? 그래, 지금 확인하자구나!” 그러자 가의가 황급해하며 말했다. 두려워 보였다. “어머니!” ‘장부를 어떻게 확인한단 말인가?’ 그러자 장공주가 칼같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봐라, 점포의 회계사를 모두 불러오너라. 조천민이 대체 어떻게 모든 사람을 속인 것인지 내가 똑똑히 봐야겠구나.” 그러자 송석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모님 말이 맞습니다. 조천민이 횡령했다는 증거만 찾으면 그 자를 증인으로 보낼 것입니다.” 장공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조천민 그 자가 증인으로 가면 모든 걸 자백할 테니 잘못을 그에게 다 떠넘기는 건 안 될 것 같군...’실은 조천민은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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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자 날이 이미 어두워졌고 날씨는 더욱 싸늘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염을 기른 회계사가 장공주에게 다가가 보고를 했다. “장공주님, 모든 장부를 확인해 본 결과 왕비께서 말씀하신 금액과 일치합니다.” “젠장!” 장공주는 또 하나의 찻잔을 바닥에 내리쳤다. ‘쾅’하는 소리에 혜태비는 정신이 번쩍 들어 노기등등한 장공주를 바라보았다. 장공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 “조천민 그 자식이 감히 가짜 장부로 혜태비와 가의 군주의 돈을 횡령하다니? 내가 반드시 그를 엄벌에 처하게 할 것이야.” 송석석은 혜태비를 놓고 말했다. “장부에 문제가 없으니 다행이군요. 조천민이 횡령했다는 걸 확인했으니 장공주께서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 그 자를 대리사로 보내 모든 돈을 받아오겠습니다.” “석석아.” 장공주는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져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일은 네 사촌언니에게도 잘못이 있다. 제대로 감찰을 하지 못했어. 이렇게 많은 돈을 횡령당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하지만 조천민도 평양후부의 사람이라 이 일이 커지면 네 언니와 평양후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게 뻔하니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조천민을 나한테 맡긴다면 내가 반드시 돈을 다 받아내마. 만약 돈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네 언니의 30% 지분을 포기하고 금루를 너에게 넘기마. 지금까지 금루에서 번 돈을 너도 보지 않았느냐? 앞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밑진 장사는 아닐 것 같은데?” “밑진 장사 아니라뇨?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저희가 이익을 얻는 셈인데요.”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모두 한 가족인데 제가 어떻게 언니를 손해 보게 만들겠습니까? 금루는 쭉 언니가 관리해 왔고 점포의 사람 모두 언니가 보낸 사람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희는 점포를 경영하는 법을 모르니 경솔하게 금루를 인수했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이런 일이 생긴 마당에 계속 협력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래서 친척끼리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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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송석석은 환한 등불 아래에서 은표를 하나씩 세었는데 근 몇 년간 금루에서 번 이윤과 딱 맞아떨어졌다. 심지어 잔돈까지 모두 정확했다. 진지하게 은표를 세는 송석석의 모습에 가의 군주는 이가 간질간질했다. 하지만 어쨌든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또 훼방을 놓았다. “내일 저는 사람들을 내보내 점포를 양도한다는 소식을 퍼뜨릴 것입니다. 고모님과 사촌언니가 운영하던 점포라고 하면 두 분의 명성을 봐서라도 사람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양도가격을 25만 냥으로 정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가의 군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뭐라고? 나와 어머니가 운영하던 점포라고 소문을 내겠다고? 그건 안된다.” ‘금루에 무슨 명성이 있겠어? 돈을 빼돌리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라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소문이 나면 나와 어머니의 명성까지 망가질 것이야. 나는 돈을 벌려는 것이었지 점포가 내 것이라고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고.’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하긴, 언니가 직접 경영하신 건 아니긴 하네요. 조천민이 평양후부의 사람이니 그럼 평양후부의 점포라고 소문을 내면 되겠지요. 평양후부가 백 년 세 가인 데다 금루의 장사도 잘 되었으니 많은 상인들이 점포를 인수하러 올 것입니다.” “그건 더욱 안된다!” 가의 군주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 “송석석, 너 이게 대체 무슨 속셈인 게냐?” 그러자 송석석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답했다. “가격이 높으면 언니도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닌가요? 언니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의 군주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송석석이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모습이 재수 없고 얄미웠다. ‘그리고 혜태비도 그렇다. 바보같이 새로 시집온 며느리에게 규칙을 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함께 돈을 받으러 오다니. 예전엔 송석석이 그렇게 싫다고 하더니, 방금 그들이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모녀인 줄 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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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송석석은 의자에 기대어 앉은 덕에 키가 훤칠하고 다리가 길어 보이며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녀는 혜태비가 장공주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은 점이 기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장공주는 그 방법이 쓸모가 없는 걸 보고 마음을 다잡으며 담담한 척 말했다. “그렇지요. 능력 있는 사람이 관리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송석석이 한 번 시집갔던 몸이라 싫어한다던 혜태비가 언제부터 며느리와 이렇게 각별한 사이가 된 건지 궁금하군요. 혜태비, 나는 당신이 북명왕부에서 며느리에게 억눌려서 살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만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말한 대로 할 테니 저희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잠깐!” 장공주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너도 적당히 하거라. 염치없이 굴지 말란 말이다.” 장공주의 말에 혜태비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반면, 송석석은 애써 참았던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제가 뭘 염치없이 굴었단 말입니까? 전 돈을 받으러 온 겁니다. 서로의 감정이 틀어질까 봐 제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장공주님께서 이렇게 나오시니 저도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금루의 돈은 조천민이 횡령한 게 아니라 두 분이 저희 어머님을 어리석게 여기고 여태 헛된 말로 돈을 받아간 것이 아닙니까. 조천민이 모든 사실을 말했습니다. 전에는 어머님이 궁에 살았으니 아랑곳하지 않고 날뛰었겠지요. 하지만 어머님이 궁에서 나오자 두 분이 미리 어머님의 초상화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어머님이 점포에 가시게 되면 손님들은 그저 장사를 유지하려고 부른 일꾼이라고 말하라고 시킨 게 아닙니까!” “헛소리하지 말거라.” 장공주가 냉소를 터트렸다. “점포의 돈을 횡령한 사람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더니.” “그런 사람의 말을 믿어도 두 분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오늘 받을 돈을 받고 물러나야 할 자리에서 물러나 주신다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이렇게 나오시니 저도 두려울 것 없습니다. 공주께서 저희 어머님께 정절문을 보내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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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그래서 다시 돈을 세기 시작했고 은표가 부족하자 금으로 채웠다. ‘20여만 냥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내놓다니.. 공주부에 재산이 만만치 않군. 하긴, 근 몇 년 동안 부병을 키우고, 수백 명의 시종과 하인을 거느리는 것도 모자라 종종 손님까지 대접했었지. 게다가 공주부의 복장, 장신구 등은 모두 일등품이었어.’ 돈을 꺼낼 때 마음을 아파하던 장공주의 표정을 본 송석석은 이번에야말로 장공주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는 생각에 통쾌했다. 이번일로 정말로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 같았다.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모두 되돌려 받았으니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장공주와 사이가 틀어진 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허위적인 친절을 유지할 필요 없어.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지.’ 장공주 모녀는 송석석이 올 때와 달리 아주 오만스러운 태도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송석석!” 장공주는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에게는 이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가의 군주도 처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군요. 모두 송석석 저 천한 년 때문이니 내가 가만 두지 않겠어요!” 장공주도 송석석을 원망했지만 가의 군주가 하는 말을 듣고 말렸다. “아니다. 넌 송석석의 상대가 아니니 괜히 건드리지 말거라. 금루의 일도 네가 잘 처리하지 못한 탓 아니냐? 어떻게 장부를 전부 금루에 둘 수가 있어? 너 대체 생각이 있는 거냐?” 가의 군주는 화가 나면서도 억울했다. “저는 평양후부로 바로 가져가면 제가 금루를 운영한다는 걸 시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무서워서 그랬던 겁니다..” “그럼 다른 저택에 다시 가져다 두었어야지. 평양후부에만 가져다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 정 방법이 없으면 오래갈 장사도 아니니 매년 장부를 확인한 후 태워버릴 수도 있는 것이잖냐!”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조천민 녀석이 태우면 안 된다고 저를 계속 말렸습니다.. 공주부의 모든 가게 중 금루만 세금을 내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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